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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타인과 타인이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타인이 타지에 정착하여 익숙해지는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이 필요한 시간들이 숫자로 정확하게 계산되어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을 일도, 상처를 줄 일도 생기지 않게 될까.....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낯설게, 마치 처음 겪는 일처럼 불편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솔직히 너무 많이 있다..... 그래서 난 내안의 불안과 걱정을 다독이는 방법을 찾기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노력을 해도 해결은 늘 내맘같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그저 젠장을 외쳐댈뿐 다른 방도가 없다. 나는 그래도 여러 해를 넘기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착각이라도 하며 사는 그놈의 '어른' 이지만...... 젠장이라도..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기분은 묘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반도, 거기에 대륙으로 이어지는 육로가 막혀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나는 국경을 넘기 위한 교통 수단으로 비행기를 자주 이용한다. 내 고국을 떠나 살면서도 한 곳에 정착하여 살지 못하는 팔자 덕에 나라와 또 다른 나라를 이동하는 수단은 역시나 기차나 버스가 아닌 비행기가 된다. 내 사정을 잘 모르는 이가 들으면 팔자 좋은 소리를 한다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제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내겐 고역이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니우스를 가기위해 기차를 타면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2시간 정도 지나 구다가이(Gudagai/Hudahaj/Гудогай)역에 서 30-40분 가량을 정차한다. 구다가이 역이 출입국 관리소가 ..
Graffiti 'Graffiare'는 긁다, 긁어파다, 할퀴어 상처를 내다라는 뜻에 이탈리아어 동사다. 모기등 벌레 물린 자리, 넘어져 상처가 난 자리가 아물며 가려우니 긁어대는 세레나에게 참 많이 쓰는 말은 '긁지마!!!!!!'의' Non graffiare!!!'다. 명사형의 그라피아또(graffiato)에서 파생된 말이 영어의 그라피티 (gaffiti). 스크래칭 아트 중 하나인 스프레이 페인팅, 바로 벽에 된 낙서를 일컫는 단어다. 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나에게 그라피티 아트는 '자유', '젊음', '반항'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2019년에 살고 있는 현재의 나에게...... 그라피티 아트에 온 집중을 쏟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모스크바에서도 종종 접하는 그라피티..
푸른 오월이다. 오월을 푸르다고 하는데는 푸르르다의 사전적 의미처럼 '맑은 하늘빛이나 풀빛과 같은 색을 띤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월은 봄의 가운데, 자연의 새 생명이 자라는 경이로운 시간이니 참.... 맞는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어법의 경이로움도 그저 모른체 할 수만은 없는 오월이다. 나는 그래서 오월이 좋지 않다........... 오월의 모스크바 날씨는 오락가락이다. 마치 한 여름의 가운데 서 있는 듯한 날도 있고 비바람을 동반한 험한 날도 있으니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내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주변의 친구들을 둘러보니 꼭 나만 그런것은 아닌듯 하다. 사회적 동물인 나는 유독 나만 이상한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런 상황에 안도를 ..
말그대로 설국, 러시아 동쪽의 드넓은 땅, 시베리아, 알타이에 다녀오는 길......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대한 것은 봄이 오신 모스크바의 풍경이었다. 늘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이 큰 법임을 알면서도 난 어리석게 기대치를 높이는 과오를 범한다. 그래도 우리집 화분에 봄이 오셨다. 3주 전, 알타이 여행길에 오르기 바로 몇일 전 친구 나타샤의 그랜드 오픈! 꽃꽃이 강습에서 어설픈 손재주로 흉내낸 작은 화분 속 내 베이비들....... 아무도 없는 집에서 2주 정도의 시간을 잘도 버티고..... 이 곳, 모스크바, 우리 집 거실에서 꽃을 피워 낸다. 장한 녀석들 덕에 흐린 하늘을 올려다 보며 우울해 하지 않으리 거창한 결심을 한다.
회색빛 하늘을 매일 마주하는 모스크바의 긴 겨울은 해를 넘기고 또 해를 넘겨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작년과 비교하여 올 해 모스크바의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분이 그래도 좋은 날에는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는 대신 하얀 눈으로 뒤덮힌 길, 선명하게 찍히는 내 발자국을 내려다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본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이태리 시댁에서 보내고 내 터전 모스크바로 돌아오니 우울감이 급격하게 가중된다. 분명 이유를 만드는 핑계일 것이다. 내 우울함의 근원이 비단 날씨와 풍경 혹은 음식과 사람 때문일까만은....... 그래도 핑계를 둘러댈 수 있는 원망의 대상이 있다는건 내 정신 건강을 위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티스토리로의 블로그 이전이 3개월이나 흘렀다. 이..
입학증명서, 재학증명서, 졸업증명서 그리고 성적증명서 위에 나열한 4가지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학교와 관련된 서류제출시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항목이다. 2019년, 1월...... 내가 알고 있던 항목 밖의 사항 "입학유예증명서"를 만났다. 만6세의 세레나에게 한국의 초등학교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었다. 지난 여름, 9월 시작 학기제인 이탈리아에서 이미 발부된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았던 경험이 있기에 새로운 놀라움과의 조우는 기대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저...... 우리 아이가 이제 정말 '초등학생'이 되는구나라는 예정되었던 시간과의 만남에서 오는 감동의 울렁임을 예상했을 뿐이었다. 현재 우리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이유가 이탈리아와 한국 초등학교 입학 유예의 직접적 사실이기에 입학유예를 증..
2018/09/04 15:28 나는 모스크바에 살며 많이 이들에게 도움을 구걸한다. 같은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언어가 되지 않는, 문화와 성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이방인이라는 이유는 늘 내 머리를 깊숙히 조아리게 만든다. 대부분의 상대는 내가 청하는 도움에 큰 호의를 베푼다. 그것은 어찌보면 '잘 몰라 정말 미안합니다'의 내 진심이 그들의 마음에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라.... 그리 생각이 든다. 물론 호의를 베풀지 않는 이들도 있다. 잘 모르는 이방인인 나를 그저 귀찮음, 거부감으로 일단락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상황에 노여워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노여워하여 얻어지는 것은 단 한가지도, 정녕코 없다는 귀한 교훈을, 험한 타지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얻었기 때문이다. 문뜩, 이리 철든척 하는 교..
2018/08/17 02:17 꽃이 펴 만발하고 강을 낀 자연의 녹색은 푸르름이 한창이다. 여.름.이.다...... 올 해 여름은 지구 곳곳을 도넘은 열바다로 장식했다. 내가 있는 모스크바 역시 올 해는 '여름이구나'를 평년의 기간보다 더 길게 느끼게 한다.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강한 햇살을 풍요롭게 느끼게 해 준 고마운 해 이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불볕 더위의 다른 이름이 햇볕이 부족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더위가 된다는 건 진정 아이러니하다.......... 이 사실은 새삼스레, 감정의 조절 능력을 확인케 한다. 너무 행복해할 일도, 너무 슬퍼할 일도 없다고... 세상의 이치가 그런 것 아니냐는 개똥 철학자를 자처하며 허무감에 빠지게 한다........ 난 그래도..... ..
2018/01/15 17:43 나는....... 나는 종군기자가 되는 것이 어린날의 꿈이었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씁쓸해지려........ 혹은 능력미달이었던 스스로를 자책하려........ 아주 혹은...... 아직은 젊은(?) 내가, 나도 그때 그런 시절이 있었지의 만감이 교차한다는..... 회상에 잠긴다는.... 혼꾸멍날 소리를 하려는 것은 정녕코 아니다........ 중학교 1학년, 13살의 어린 나이에.... 이름도 생소했던 '종군기자'라는 직업에 심장이 터질듯한 전율을 느끼게 만들었던...... 그 멋있고도 멋있었던 이진숙 기자, 그녀의 이야기를 그저 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엔 알수없는 허탈감이...... 몰려오는 지금의 내 감정을 하소연하려 함인 듯 하다. 전형적으로 보수주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