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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Life/Italy (42)
La vita è bella
내 10대와 20대의 크리스마스는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노는 날이었다. 20대 성년이 되어서는 대략 나이트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쳤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이탈리아에서 이리 중요한 가족 모임의 날인 줄 몰랐던 시절이다. 오랜만에 이탈리아 시댁에 모두 모두 모여 대 가족 행사를 치렀다. 음식 장만에 애쓰시는 시어머님과 이모님 자매분께 조금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밤이 새도록 음주가무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던 그 청년도 중년의 나이로 들어서는가 보다. 크리스마스 휴가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묻는 나의 베비라쿠아씨에게 ‘함께 성탄절 미사보기’, ‘함께 영화관 가기’를 답했다.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그와 단둘이 우리의 결혼식 주례를 보신 신부님이 계신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렸다. ..
긴 여름휴가 동안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전부 먹는 사진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진정 맞나 보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달라!! 외치고 살지만... 그건 어쩌면 걱정시키고 또 걱정하고, 미워하고 또 사랑하고, 이해 불가능 또 연민 가득 이해 가능의 투닥거리는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 사는 내가 좋아서...... 그래서 부리는 투정 일 것이다. 사진 속 나는, 사진 속 우리는 모두 웃고 있지만 모두 좋은 시간만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 추억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각자의 사정을 생각해 보면 남는 것은 그저 연민이다. 좀 더 이해해 볼걸... 하는 후회이다. 세레나의 할아버지는 올해 80세 생일을 맞이하셨다. 80세 생일, 모든 가족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있음에 우..
한때 나는 이 두 단어가 명료하게 다른 의미를 내포하는 명사라고 생각했다. 요즘 난....... 뭐가 다른 것인가 사실 많이 헷갈린다. 내 삶, 내 환경은 이 두 단어를 그저 같은 뜻으로 느끼게 만드는 방증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가 짧은 곳에서의 일상은 무언가 여운을 남길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저 환절기 연례행사인 감기를 줄 뿐이다. 콜록거리던 아이의 기침소리가 잦아 드니 내 기침 소리가 시작된다. 나도 아이도 베비라쿠아씨도....... 매 해 9월은 참 여러모로 힘이 든다. 어제저녁..... 베비라쿠아씨는 'nostalgia of Moscow'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에게는 나와 나눌 nostalgia of Russia, nostalgia of Azerbaijan, nostalgia..
2021년 여름, 참으로 오랜만에 긴 여름휴가를 이태리 집에서 보냈다. 매년 찾아오는 여름, 가급적 이태리 시댁에 들러 가족과의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4년간 나를 위한 휴식의 시간은 갖지 못했다. 항상 시간에 쫓겼고 늘 여건에 휘둘렸다. 여유롭지 못한 상황은 늘 큰 아쉬움과 미안함을 스스로에게 남겼고 내 생활 터전으로 돌아와서는 삼사 일간 몸살을 심하게 앓았었다. 내가 처한 현실의 상황이 바닥을 치는 순간이 오면 인간은 해탈(?)의 경지에 오르게 되는 것인가 보다. 해탈의 경지의 참 의미를 알기는 하는가 모르겠으나 난 지난 5월 나름의 해탈의 경지에 올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의 자세로 '뭐 어떻게든 되겠지'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6월 21일 이태리에 도착하여 8월 29일 ..
2017/03/24 06:05 흥 넘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먹고 마시고 웃고.... 그렇게 걷다보니 나름 중간 구간 12km 완주~~~ 숫자에 불과한 나이, 그 세월의 흐름과는 진정, 정말 무관하신.... 개굴진 이분들..... 내 옷자락 끌며 '신디!~~~ 너도 인터뷰하고 티비에 나와야지 사진 고만 찍고 빨랑 이리와~~~~~ 텔조(이모부님 성함) 한국인 조카 신디라고 이름도 티비에 나갈꺼야" 잡히면 진짜 얼굴 대문작만하게 티비에 나올일이 분명하기에..... 미. 친. 듯. 이 도망쳤다. 이날 총 참가 인원 2300명. 이 조그마한 지역 행사에 매 주 일요일.... 열성적 인파가 몰린다... 이모부님의 말차토레 군단. 매주 일요일 함께하는 말차토레 멤버. 열심히 걸은자..... 신나게 먹고 마시라! 이..
2017/03/23 17:14 이탈리아어 말차토레(il marciatore') 는 경보선수를 일컫는 단어이다. 영어로 직역이 되면 marcher 인데 조금은 거친 단어, (시위행진) 가두 행진 참가자가 된다. 이제 가두 행진, 시위 참가자(protester)가 더이상 거친 단어로 표현 될 수만은 없음을 손수 보여준 한국 사람의 일 인으로..... 조금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어 장황하여 불필요한 서두를 늘어놓는다. 오늘 내가 말하려고 하는 말차토레는 영어로 의역하면 walker 를 뜻하는 '걷는 사람'이다. 시댁이 위치한 프리울리 주는 매주 일요일 동네를 바꿔가며 그 동네 한바퀴 걷기 대회를 한다. 동네 한바퀴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6(10)km, 12(14)km, 20km 세코스 구간으로 나누어..
2017/03/22 04:42 매일 보는 일상의 피사체가 이 풍경이라면...... 좋으련만...... 하지만 삶의 선택에는 늘 장,단점 동전의 양면이라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있으니..... 난 한 면에만 고집스럽게 장점 만을 또 한 면에만 지독스럽게 단점만을 쏟아 부을 마음은 없다.... 나에게 항상 필요한 것은 삶의 균형을 잘 잡는 것........ 분명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독스러운 단점이 보여 도시, 내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자.... 이곳은 너. 무. 지. 루. 해...... 라며 투덜거릴 것이 자명하지만.... 지금 나는 이곳의 모든 것이 그저 좋다 그래서 감사하다. 치비달레에서의 나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지만..... 세레나에 비하면 새발의 피...... 세레나의 저 웃음이... 미소가....
2016/02/19 00:09 25일 아침, 눈을 뜬 아이에게 "오늘 무슨날이지?"를 묻는다. 아이는 "응? 나딸레(natale)야?" 나는 대답한다. "응 오늘 크리스마스야......1층 거실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산타가 선물 진짜 두고 갔는지 확인해 보러 갈까?" "응 유후~~~~" 그래도 공주 복장은 하고 내려간다..... 하나도 아니고 두개도 아니고 선물이 잔뜩이다..... 기분 울트라 캡송 짱된 세레나..... 나에게 묻는다.... "엄마, 나 buona야(착한의 이태리어다)...그래서 산타클로스가 선물 많~~~~이 줬어." 한다. 내 새끼....참 예쁘다..... 아이의 호들갑 한 판으로 가족 모두가 정신 없는 아침의 시작을 열었지만 모두 참 행복해 한다. 아이는....그런 존재인가보다......
2016/02/18 23:14 세레나의 유치원 크리스마스 파뤼 전야제가 끝나고 우리의 크리스마스 파뤼 준비. 올 해는 먼 리구리아 주에 살고 계시는 외할머니도 함께다. 할머니가 계시면 식탁은 더 풍성해진다. 할머니 손 맛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다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할머니의 손 맛이 보태지면 튀김도, 찜도, 구이도 이상하게 모두 다 더 맛있다. 세레나 덕택에 모두 산타 복장 하나씩 써본다. 사실 세레나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시댁 가족은(특히 우리 아버님 그리고 이모부님) 크리스마스 날 점심 식사 복장으로 산타 털모자나 불들어오는 머리띠 등을 착용해 오셨다. 올 해 더 유별나게 복장에 신경(?)을 쓰시는 이유... 세레나가 이것도 써보라 저것도 써보라 코디를 자처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어보니.......
2016/02/17 02:06 산타와 엘프. 뭔가 이상한 조합이지만 아이들은 신났다. 태어나서 처음 만난 산타, 세레나의 눈이 번쩍 반짝해진다...... 산타는 아이들 한명 한명 이름을 호명하며 선물가방을 나눠준다. 세레나 역시 본인 이름 호명에 "Si!!!!!(네)" 를 외치며 달려가 나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큰 웃음을 선사 해준다. 25일 성탄절을 삼 일 남겨두고, 유치원 재롱잔치 분위기 물씬 나는 크리스마스 파뤼에..... 나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모두 모두가 참으로 신이 났다. 화요일 평일 오후 2시.....학부모들이 유치원으로 하나 둘 모여든다. 아이들 보다 어른들이 더 신이나 보였다. 도데체 회사는 어쩌고들 이리 모여드는지......... 하지만 그들에게는 매우 당연한 유치원 크리스마스 파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