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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Life/Netherlands (7)
La vita è bella

모스크바와 민스크에서 보낸 지난 십 년의 겨울. 길었다. 추웠다. 힘들었다.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이라는 낭만 단어는 내 부정적인 감정의 기억을 왜곡시킨다. 모스크바와 민스크의 겨울은 하얀 세상, 눈으로 덮인 동화 속 마을이었다. 아이는 걸음마를 떼며 스케이트와 눈썰매를 탔고 아빠와 얼음낚시를 했다. 시베리아와 알타이의 겨울 장관, 그 자연의 아름다움에 베비라쿠아씨 부부는 할 말을 잊었고 아이는 눈밭을 뒹구르는 가장 재미진 놀이를 참 좋아했다. 얼음이라는 투명한 결정체로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추위였지만 그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그저 모든 것이 재미졌다. 하지만 고달팠던 긴 겨울, 그 중심에는 분명 추억을 공유했던, 함께 욕하고 함께 좋아하고 함께 시간을 나누었던 친구들이 그리고 가족이 있었..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아침…. 무슨 영화 속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손이 시려 장갑을 껴야 하는 계절이 왔다. 장갑을 끼면 사진을 찍는 것에 무척 게을러진다. 그래도… 하루에 얼음비, 비, 해, 안개를 모조리 불러들이는 이곳….. 집 근처 근사한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골목, 언제 하루 로맨틱한 밤을 보내봐야지 하며 콕 찍어둔 레스토랑의 하얀 테이블보 위, 떡하니 당당하니 자리 잡고 앉아 햇살 쬐이는 고양이가 있는 이곳…. 11월 중순 스페인에서 출발하여 12월 5일 네덜란드에 도착해 착한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를 주는 Sinterklaas가 있는 이곳….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방과 후 수업을 하러 간 아이를 기다리며 나 홀로 호프집에 앉아 전반전을 보고, 수업을 마치고 쏜살같이 달려온 아이..

암스테르담 시청에서 보내오는 공문을 읽을 때면 내가 암스테르담 시에 거주하고 있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보내오는 공문이 꽤 구체적이다.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노력한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꽤 많다. 지난 3월에 처음 받아 본 공문, 단어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며 해석에 열을 올린 편지의 내용은 시에서 편성받은 예산을 우리 동네(지역) 필요 지출 목록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안부터 처리하고자 하니 (해당 구청) 사이트에 방문하여 투표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읽으며 꽤 이상한 감정이 교차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아침 받은 공문을 차근차근 읽어본다. 우리 동네에서 영상(영화, 드라마, 홍보)제작을 하는 경우를 꽤 본다. 뭘 찍나 호기심 발동이 드는 날도 있지만, 솔직하게..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암스테르담에도 가을이 오셨다. 오락가락한 날씨가 마음을 쥐고 흔들지만 이렇게 해가 드러나는 날은… 가을의 정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내가 삶의 터전으로 머물렀던 모든 도시는 고양이들에게 아주 우호적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처음 본, 그러니까 집고양이든 길고양이든 고양이들에게 너무도 친근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알 수 없는 평화로움을 느꼈다. 바쿠에서의 삶을 일기로 써 내려간 아제르바이잔 라이프, 그 첫 포스팅에 올린 사진도 가구점에 들어가 시체처럼 자고 있던 고양이였다. https://cividale-33043.tistory.com/m/113 모스크바도 민스크도 아파트 곳곳에 길고양이에게 음식을 줄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내 모스크바 친구들도 고양이와 생활하던 터라 그저 ..

2022년 10월 5일부터 16일까지는 네덜란드 어린이 도서 주간이다.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주는 이들이라면 이 주간 암스테르담 책방 윈도우 마케팅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세레나의 학교도 이번 주간은 책과 관련된 행사가 속속들이 열린다. 오늘은 작가 한 분이 오셔서 아이들과 놀이 시간을 갖는다는데 하굣길 조잘 될 아이의 수다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아침이다. 우리 동네, 내 최애 책방에도 어린이 도서 주간 홍보에 한창이다. 어린이 도서, 그림책은 언어와는 무관하게 이미 그 디자인과 색감으로 행복한 감정을 전달한다. 어제 아침, 일주일에 두서너 번 운동을 가는 길에 자리 잡고 있는 어린이 전용 책방에 들러 시끄러운 마음 복잡한 생각을 잠시 다스렸다. 단순한 질문에도 긴 시간을 할애하며 열심히 이런저런..

무지개에게 이유 없는 의미 부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쌍무지개가 뜬 걸 보고 환호성을 질러대던 유아기 시절의 세레나를 보며 시작된 듯하다. 늘 기본적인 우울함을 품고 사는 내게…. 무지개와 어린 세레나는 나도 모르게 그저 배시시 웃음 짓게 하는 피사체였다. 해는 여전히 비추는데도 뜬금없이 비가 내리면 세레나는 무지개를 찾는 호들갑을 떤다. 이른 아침, 등굣길에 오르는 시간 무지개와 조우한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서 배시시의 레벨을 넘어 소리침 수준의 우~~~~~와 이쁘다를 외쳤다. 암스테르담에 온 이후로 그녀와 나의 웃음 무기가 한 가지 추가되었다. 도로를 연결 연결 짓는 운하 그 카날에 정박되어있는 작은 배들 특히 특이한 이름을 갖고 있는 녀석들은 나와 세레나의 발걸음을 하염없이 멈추게 만든다. Баба ..

암스테르담의 오월은 뭐가 좀 다를까 싶었다.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암스테르담의 오월의 날씨도 참 변덕스럽다. 비오기 전 꿉꿉함을 잔뜩 품은 땅, 흙의 냄새는 낮 술을 부른다. 하교길에 오를 세레나 데리러가는 길, 조금 일찍 집을 나서는 이유… 홀로 멍때리며 bitterbal 한접시에 Texels 맥주 한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혹 누군가 암스테르담에 정착한 지난 3개월간 당신이 가장 좋아하게 된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주저없이 ‘The bitterbal and Texels beer’라 답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