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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t-Maarten & Sinterklass

벨라줌마 2023. 12. 8. 05:34

11월 초, 암스테르담의 잔인한(?) 겨울, 그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한 달째 만나는 사람 모두가 나에게 건네는 첫인사는 ‘Are you ready for the horrible Amsterdam’s winter?’이다.  첫 해에도 들었던 질문이다. 그때는 뭐가 뭔지 모르니 나 나름 모스크바, 민스크에서 십 년을 살다 온 녀. 자. 이까짓 유럽의 겨울이 뭐가 문제일까… 하는 뉘앙스의 답으로 일관했다.
지나고 보니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겨울이 나았더라… 자위해 본다. 비와 바람을 동반한 긴 겨울은 참으로 멜랑콜리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게 한다.
어쩌면 이곳 암스테르담 사람들이 축제와 행사를 진지하게(?) 준비하고 반복하여 치러내는 이유에 날씨가 포함되지 싶다.
유난히 같은 학급 친구들의 생일도 많고 학교 행사도 많은 11월과 12월… 아이는 신나지만 난 체력 고갈이다.

11월 11일은 신트 말틴스 데이.(Sint Maarten’s day)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직접 만든 초롱불을 들고 이 집 저 집 연관 없는 아무 이웃집 문을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면 사탕과 초콜릿을 받는다.
https://nl.wikipedia.org/wiki/Sint-Maarten_(feest)?wprov=sfti1#

정처 없이 걷다 보면 학교 학급 이웃을 모두 모두 만난다. 동네 문화를 지켜내는 이 전통에 궂은 날씨는 아무런 방해요인이 아니다. 그저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할 뿐이다.

12월 5일 신터 클라스가 우리 동네 아이의 학교를 방문했다.
https://en.wikipedia.org/wiki/Sinterklaas?wprov=sfti1

신터 클라스는 스페인에 있는 그의 집에서  증기선, ‘배’를 타고 네덜란드에 도착한다
주교처럼 높다란 모자를 쓴 신터클라스는 하얀 말 ‘아미고’를 타고 12월 5일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그 해 말을 가장 잘 들은 아이의 집 지붕을 타고 들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 그런 이유로 네덜란드의 아이들은 달력에 12월 25일이 아닌 12월 5일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시시콜콜 네덜란드 이야기 page 397-

전교생+ 동네 모든 꼬마들이 학교 근처 한 운하에 결집하여 떠들썩한 ‘신터 클라스’ 맞이에 도떼기시장을 만들어 냈다. 이 날, 이 축제를 위해 세레나도 몇주를 준비하는 눈치였다. 학급의 단체 채팅방은 연일 딩동댕동 학부모들의 준비과정과 협력 사항 과제와 준비물에 대한 공지로 매일같이 나를 시달리게 했다… 대충 포기… 네가 알아서 하렴… 선생님이 지시하는 데로 하렴으로 일관되게 ‘방목’ 혹은 ‘방치(?)’ 하는 베비라쿠아씨 학부모와는 다르게
11월 초 차근차근 이미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네덜란드 사람들… 그들이 점점 이해되는 나는 이곳에 적응되고 있는 중인가 보다.

내 취향, 내 성향, 내 오랜 고민과 상처, 내 삶이 지향하는 바를 오랫동안 잘 알아주는 내 오랜 벗, 내 고교 선배인 친구에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을 처음으로 고지하며 그 나라를 소개하는 책 한 권을 부탁했었다.
언니가 알아서 골라…라는 내 말에 보내준 책 ‘시시콜콜 네덜란드 이야기’는 내 첫 지침서로 작용했다.
정치, 시사, 역사, 문화 다 방면을 훑듯이 참고하게 된 이 책은 십여 년 전인 2015년에 발간된 책이다.

11월, 네덜란드의 정치면은 신트 말틴스 데이와 신터클라스 만큼이나 여러모로 ‘핫’했다. 혹시 몰라… 아니야 그럴순 없을껄… 했던 이가 총리로 당선되고 내 주변의 네덜란드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게 하는 이름… 어디서 봤는데… 내가 이 사람을 어찌 알지?… 했더니…
책에서 본 인물이었다.
‘네덜란드의 반은 나를 사랑하고 반은 나를 증오하죠. 그 중간은 없어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공표하던이는…
십여 년 후 네덜란드의 총리가 된다.

산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함의 연속이다.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올 겨울이 유독 춥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새로운 정착지의 2년 차, 가차 없이 찾아오는 지독한 향수병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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