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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Discrimination 본문
차별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디스크리미네이션이다. 네덜란드어로는 디스크리미나찌(discriminatie) 이탈리아어로는 디스크리미나지오네(discriminazione) 그리고 러시아어로도 디스크리미나찌야(дискриминация)이다.
게르만어파인 영어와 네덜란드어, 로망스어군인 이탈리아어 그리고 슬라브어파 동슬라브어군에 속하는 러시아어 모두 그 발음이 크게 다르지 않은 단어다. 이런 단어들은 세레나가 현재 상황에 의해 여러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 작게나마 도움이 된다. 나는 이 서양의 언어와는 크게 동떨어진 한국어를 아이가 기억할 수 있도록 반복하여 노출시키고 있지만 저렇게 발음이 비슷한 네 언어와 싸워(?) 이기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도 난 아이에게 계속 한국어를 사용하고 고맙게도 아이는 한국어로… 말대답… 내 속을 뒤집어 놓는 말. 대. 답 도 한국말로 응한다. 이제 겨우 열한 살인 아이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저 오늘을 충실하게 살자를 인생의 모토로 잡아 살고 있는 2023년의 내게는 ‘엄마 속을 뒤집는’ 언어로서의 한국어일지라도 사용해 주는 아이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살면서 차별을 받는 순간이 있다. 생각보다는 참 많다. 차별이라는 단어 앞에 붙는 여러 명사는 굳이 나열할 필요도 없다. 무슨 단어가 들어가던 그저 명백하게 부정적 의미의 단어이고 상처의 단어이다.
국립 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차별’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 구별함이다. 사실 사전상의 의미로 보면 이 단어가 이렇게까지 부정의 단어 혹은 상처의 단어가 될까 싶다. 수없이 많은 인간이 부대껴 사는 이 세상에 차등을 두어 구별하지 않는 상황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이 아닌 ‘평등’. 그 다름을 인정하기 위한 수고, 왜 다를까에 대한 의문에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보는 수고, 관심을 행동으로 옮겨 스스로 시도해 보는 수고 후 ‘차별’이 아닌 ‘구별’, 그 다름에 애를 써야 하는 이유는 참으로 많다.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가는 아이의 이야기를 꺼내려.. 참으로 길고도 긴 서문을 쓴다. 네덜란드는 학교 급식이 없다. 모두 도시락을 싸와 점심을 해결한다. 네덜란드는 ‘구내식당’의 의미를 품은 공간이 없다. 그래서 직장인들도 도시락을 싸와 점심을 해결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 근처 슈퍼마켓에서 끼니를 해결할 ‘만들어진’ 음식을 사 먹는 아이들도 있다. 아침마다 도시락을 직간접적으로 쌀 수 없는 직장인들 역시 끼니 해결을 하는 장소가 일터 근처 ‘슈퍼마켓’이다. 세레나와 베비라쿠아씨는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살며 학교 급식과 구내식당에서 당일 아침 조리된 따뜻한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살았다. 아제르바이잔,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음식’에 진심이다. 내 경험에 의해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세계 음식에 그 이름을 올리는 나라는 아니지만 집 밥, 할머니 혹은 어머니의 손음식을 중요시한다. 그것은 학교 급식에서 회사와 연계된 구내식당에서 여실히 보인다. 이렇게 길들여진(?) 특히 ‘음식’ 그 밥에 진심인 한국인과 이탈리아인의 아이와 이탈리아인 어른아이는 초창기 암스테르담에서의 적응기가 쉽지 않다. 하교시간이 빠른 수요일 하루는 나도 쉬는 날로 정했지만 월화목금은 아이와 어른아이의 도시락을 싼다.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세레나의 도시락으로는 샌드위치와 김밥을 주로 싼다. 다름의 차별(?)을 경험한 적 있는 아이가 샌드위치 도시락을 고집한 시간이 있다. 영화 ‘라이스 보이스 슬립스’를 관람한 후, 새 학기 새 학년 새로운 친구들과 수업을 시작하며… ‘김밥’ 도시락을 고집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양을 늘려달라’ 요구한다. ‘왜?’라고 물으니 학급 아이들이 맛을 본 이후 너도 나도 달라고 해서 제 밥의 양을 채우지 못한단다.
심지어 선생님도 달라고 하신단다.
유학길에 올랐던 시간을 합산한 지난 20여 년의 타지생활, 희로애락의 감정이 그저 공평하게 사용된 시간은 결코 아니었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배경의 사람들과 부대껴 산 나는 ‘인종 차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나는 차별 앞에… ‘인종’이라는 단어까지 붙는 이 험악한 단어는 쓰기가 너무 힘들다. 그저 다름에 무관심한 사람들, 다름에 ‘왜’를 붙여 ‘어떻게’까지 갈 수 없는 사람들의 한계를 내 개인이 감당할 필요는 없었다.
허나…. 다름을 혐오로 몰고 가는 사람들과는 싸워야 한다. 혐오는 범죄고 그 범죄에 피해를 입은 무고한 사람들을 또 다른 범죄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나 혼자는 그저… 어찌어찌 버티고 살았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찌어찌 버티며 잘 살았다.
더 단정하고 더 예의 바르게 더 호감 가는 사람으로 살려 난 참 애쓰며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 날 좋아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며 희로애락의 ‘희’와 ‘락’에 조금 더 의지해 어찌어찌 잘 살았다.
아이가 있는 엄마가 되고 보니… 세상은 나 혼자만 어찌어찌해서 잘 살 수가 없음을… 매일매일 깨닫는다.
이제는 희로애락의 ‘로’와 ‘애’를 어찌 다스리며 살 것인가에 더 마음이 간다…
신은 이렇게 어리석고 이기적인 나이기에 아이를 보내주셨구나… 또 이렇게 매일매일 깨닫는다.
미국에서 냉동 김밥이 인기최고라는 뉴스를 보며 웃었다.
영화 라이스 보이스 슬립스의 ‘김밥’ 도시락 장면을 보고 아이와 나 둘 다 심장의 말랑거려짐을 느꼈다.
어제저녁, 세레나의 ‘김밥의 양을 늘려달라!!!’ 강조 잔소리에 참… 나…. 소리와 함께 헛웃음이 나왔다.
오늘 아침, 요즘 무척 ‘핫’ 하다는 한국아이의 미국학교 생활, 점심도시락 ‘셀프 김밥 말기’ 영상을 보다 여러 감정이 교차된다….
이런 젠장…. ‘김밥’ 만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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