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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Netherlands

My sweet bitter neighbours

벨라줌마 2023. 10. 17. 17:31

2층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우리의 암스테르담 집, 3층짜리 오래된 네덜란드 전통가옥이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꽤 (개성 있고 아름다운) 단순해 보이는 구조의 운하를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암스테르담 중심가의 집들은 진심으로 매력적이다. 근데 외부에서 보이는 단순 구조와는 다르게 내부로 들어와 보면 건물의 구조가 다닥다닥 신기하리만큼 미로 구조로 붙어 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이야 표면적인 것이고… 개인 사생활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 테라스에서 떠는 수다가 고스란히 다 들리고 누구 한 집 파티라도 하는 날이면 늦은 밤 최신의 클럽음악을 실컷 들어야 하는… 그 일상을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들… 결국 이웃을 잘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좋은 이웃도 있고 불편한 이웃도 있다. 얼굴을 알고 연락처도 주고받고 노상 같은 상점 앞 같은 길목에서 마주치면 호이 Hoi(Hi 안녕)와 두이 Doei(bye 안녕)를 힘차게 외치며 안부를 주고받는 이웃도 있고 우리 집 거실, 안방에서 훤히 보이는 그 집들의 테라스에 나와 통화도 하고 식사도 하는 사람들이라 얼굴은 대략 알지만 길거리에서 만나면 서로 누군지 인지하지 못하는 이웃도 있다.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예의를 지켜야 함은 결국 집의 구조로 연결되어 있는 그 인연의 자락, 그 타의에 의한 ‘운명’만으로도 ‘강요’된다.
오래된 가옥이라 겨울 난방이 문제였다. 우리 집 건물로 들어오는 미로형 입구의 대문도 문제였다.
집주인은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 올 5월 외벽 공사를 시작으로 이것저것 손봐야 할 대, 소 공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여러모로 이득이 될 공사지만 과정에서 오는 불편함과 이웃들과의 이해관계에서 오는 적지 않은 부딪힘을 해결하는 일들은 감정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도… ‘타의’에 의한 강열한 ‘운명’도 있다.

부엌 창문으로 보이는 건너편 집 고양이다. 그 집 테라스에 나와 햇볕을 쬐는 것을 본 것이 여러 번이지만 내 손에 닿을 시야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건 외벽 공사를 위해 거치대를 설치하면서부터인 듯하다.
목이 마른듯한 행동을 보이기에 창문을 열어 물을 내어 주려고 하니 이 녀석 겁도 없이 집 안으로 들어오려는 시도를 한다.

‘미안하지만 집안으로 들어오는 건 안돼’를 인연으로… 다른 쪽 벽을 타고 거실 쪽 열린 창문 안으로 들어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이 넉살 좋고 다정한 녀석 덕에 요즘 난 웃는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 지난 한 주 멈췄던 공사.
오늘 해가 쨍하니 나오니 공사가 재개된다.
공사 소음과 일꾼들의 들락거림이 또 시작된다.

그래도… 공사 덕분에 만난 이 귀여운 냥이 그리고 공사가 끝나고 나면 더 따듯해질 우리 집 내부와 더 단정해질 외부를 생각하며 견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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