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e'에 해당되는 글 47건

  1. 2021.01.19 서른 다섯 번째 장
  2. 2020.07.12 서른 네 번째장 (2)
  3. 2020.05.25 서른 세 번째장 (2)
  4. 2020.05.05 서른 두 번째장
  5. 2020.03.15 눈보라치는 3월 14일 화이트데이 in 민스크 (2)
  6. 2020.02.16 서른한 번째 장 (2)
  7. 2020.02.02 Vitamin D (2)
  8. 2019.11.27 Serena is serenity or siren. (2)
  9. 2019.10.12 타지의 타인과 현지의 타인 (2)
  10. 2019.09.29 서른번째 장 (6)
Introduce2021. 1. 19. 19:43

베비라쿠아씨 부부는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 들어서면 오래된 행사(?)마냥 다음 해에 읽을 책을 주문한다. 마치 거창한 연례행사 마냥 이 행위로 한 해를 마무리 하게 된 경위에는 유목민적 삶에서 오는 측은함이 있다.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며 이해하기 쉬운 모국어로 되어 있는 책을 상황과 시간의 제약없이 구매할 수 없게된 우리의 처지에서 오는 측은함이다. 

이탈리아어로 Fumetto로 불리는 만화책은 베비라쿠아씨의 애장 수집 품목이다. 그 중 자고르(Zagor)와 디아볼릭(Diabolik)은 할 말을 잃게 만들만큼 집착한다. 이 만화책들은 한 달에 한 번(그외 스페셜, 리미티는 에디션 등등의 이름의 여러 형태로 발간되지만) 발행일에 동네 서점(신문, 담배, 문구류등을 파는 edicola)에서 구매해야하는데 지난 10년간 이 일은 우리 시어머님의 매우 중요한 '임무'가 되어있다. 

베비라쿠아씨는 이 소중한(?) 만화책과 더불어 주로 여행, 기행문을 다룬 책을 애호하는데 올 해, 그의 주문 책 목록에 버락 오바마의 회고록 '약속의 땅'(Una terra promessa)이 있어..... 나도 모르게 '얼~~~~~~'을 하니, 그가 한껏 폼을 잡는 목소리로 대꾸한다...... '너도 뭐, 책 좀 주문해줘?' 

그래서 얼른 대답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그리고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그가 대답한다.... 

'얼~~~~~~~~ 혹은, '헐'~~~~~~~' 

그의 음성어로서의 대답은 내 자유대로 들리니.... 그것이 '당신, 대단한 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얼'~~~~ 이었는지.... '당신, 미쳤구나....' 를 내포하고 있는 의미의 '헐' 이었는지는 구분할 필요가 없다. 둘 다 해당되니 말이다. 

그래서 받은 책이다........ 참고로 현재의 나는.......이탈리아어로 되어있는 활자체를 읽지 안(못)한지가.......꽤 오래 되었다. 매우 개인적인, 단순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단순한 사고(생각) 전달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어 수준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분명 아니다. 이 두 책은..... 내 모국어로도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읽기를 몇 번을 한 책이다. 올 2021년 목표가 정해졌다. 이름하여 이해 못하는 책, 더 이해 안되는 외국어로 읽기....... 성공 장담은 할 수 없다. 목표란..... 꼭 이루기 위해 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니

내 지적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비단 내 이탈리아어 실력 뿐일까마는....... 내 지적 수준을 더 낮은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게 하는 이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어. 려. 운) 책을 읽는다. 이해가 힘드면 두번을 세번을 네번을 읽는다. 돌이켜 보니..... 나는 재미있었기에 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했지만.... 사실은 부족한 이해력 덕분에 같은 책을 여러번 읽고,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번 봐온 듯 하다. 

오래도록 변함이 없는 사람이 있다. 

화면 속 등장만으로도 나에게 웃음을 안기는 사람이 있다.

 우물 밖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접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변함없는 신념은 나에게 사고하는 호모 사피엔스로 살으라 한다


개인적으로, 자연인으로의 그들은 알지 못하지만 2021년에도 변함없이....... 

나는 그들의 건강과 안녕을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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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e2020. 7. 12. 23:11

집 창밖으로 지는 노을을 한없이 바라보다 문뜩 어느 드라마 대사가 생각이 났다.

'노을이 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 초침과 분침은 기계의 정확도에 의해 일정하게, 반복적으로 큰 시침을 움직여 시간이 가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 기계의 쉼없는 움직임의 산물인 시계를 잠시 외면하고 사는 삶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그저 해의 움직임으로 가는 하루를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기가... 분명 있다. 조금만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 허나 그런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을 나는 분명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에게도 많은 그대들에게도 시계를 들여다 보지 않는 시간이........

무래도  필요해 보인다.  

나는 엇그제....... 한참을............. 그렇게 한참을 또 다시 노을이 내리는 시간과 마주하다 지난 시간, 그 드라마 대사를 생각했던 나를 매우 꾸짖었다.

당신의 죽음에 당신과는 무관한 내가 헛헛함을 느낀다. 

당신의 귀하고 귀한 그 목숨이 참으로..... 아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그리고 남아 있는 그의 귀하고 소중한 모든 인연에게 연민을........

 

아주 어쩌면...... 당신은 내게 무관한 이가 아니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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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든 죽음이 슬프지만 사연있는 죽음은 더 그렇죠?
    건강하시죠? keep well xx

    2020.07.26 13: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사연 없는 죽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은........ 허망해요. 저는 조금 오랫동안 멍멍한 시간을 보냈어요...... 산다는 것이 정말 무엇일까..... 깊게 생각해본 적 없이 살았는데.......... 분명 찾지 못할 것을 알지만..... 40의 나이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보고 있습니다.

      건강히,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있어요 알풍님.
      늘 그렇지만, 알퐁님의 안부 물음이 유독 반가운 오늘 입니다!!!!

      2020.08.03 16:20 신고 [ ADDR : EDIT/ DEL ]

Introduce2020. 5. 25. 16:33

동네 수퍼에 가려 몇 걸음의 걸음만 떼어도 만발한 꽃 길이 이어진다. 내 시각, 후각을 모두 자극하는 어여쁜 꽃들덕에 집 밖 나서기의 귀찮음 혹은 두려움(?)에서 오는 망설임을 접게 만드는 꽃은 참...... 귀한 존재다. 민스크 삶에 정을 붙일 수 있도록 큰 도움주는 이 소박하기에 더 없이 고운, 집 밖, 우리동네 피사체들은 내가 지금, 숨쉬며 살아가는 이 삶의 위안이다.

집 밖, 자연의 땅에 뿌리를 둔 지천의 꽃들에게 감사한다며...... 욕심내어 이것들을 집 안으로 들여온다. 인간의 소유욕에 대하여 언급하여 무엇하리......... 허나 머무르는 시간이 긴 내 공간, 텃밭을 가꿀 수 없는 아파트의 내 공간이니..... 이런저러한 이유를 들어 꽃을 사와, 꽃병에 담아 내 시야에 가장 잘 들어오는 창문턱에 놓아 둔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내내 그저...... 멍하니 보고 있는다. 

그것이 위로인지 소유욕으로 얻은 희열의 절정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여쁜 이 피사체가 나에게 무언가를 준다.

허나 5일을 넘기지 못하고 꽃잎이 하나 둘 마르기 시작한다........ 춥고 건조한 날씨, 집안 꽃병에서 삶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나는 이미 모스크바의 긴 삶에서 터득한 바 있지만, 터득한 것과는 별개로 반복되는 무의식의 습관을 버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래도 끊임없이 싱싱한 꽃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와......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살아 남아주기를 바라며 꽃병에 꽃는다. 물속에 담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오래 살으라 화약성분 가득 인공적으로 만든 비법 가루를 물에 타고, 횟수가 너무 빈번한가? 하면서도 물을 계속 갈아주지만........ 꽃잎은 역시나 마르기 시작한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물속에 담겨 말라가기 시작하는 꽃들은 나에게 참 많은 의미를 전한다. 이곳과는 날씨가 다른 이탈리아, 한국의 꽃들은 시들어가는 과정과 말라가는 과정이 다르다. 습한 날씨를 품은 이탈리아와 한국의 꽃들은 물을 자주 잘 갈아주면 과하다 싶을만큼 꽃잎을 벌려 만개한 꽃 송이를 보여준다.

오늘은....... 과하다 싶을 만큼의 꽃잎을 벌려, 만개하다의 기본 의미가 그저 명료하게 전달되는..... 꽃병에 한가득 담겨있는 '만개한 꽃'이 보고싶다.   

오늘은....... 양가....... 베비라쿠아씨 부부의 두 고국이 조금 더 그리운...... 그런....... 우울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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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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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화병에 꽂은 꽃도 오래 가지 않지만, 제 마당에 핀 꽃도 일주일을 넘기지는 못하더라고요. 요즘처럼 살기 어려운 시절에 돌보지 않아도 홀로 피었다 지는 꽃들에 감사한 마음이긴 하지만, 사는 일에 조금 지친다,는 기분이 드는 요즘입니다. 열심히 화병에 꽃을 꽂는 벨라줌마님의 정성이 대단하네요.

    2020.06.03 03: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열심히 와병에 꽃을 꽂는 일이 지겨워....... 그저 천지가 꽃으로 둘러싸인 호숫가.... 벨라루스 생 자연의 삶 속에 들어 갔다왔어요. 참.. 참으로 좋았습니다........
      사는 일에 많이 지친다는 기분이 너무 들었던 시간에 대해 보상 받고 온 기분이에요.......
      우리 왈리님의 요즘은 어떠신지...... '지친다'는 기분이 조금은 완화된 시간 속에 계시기를 기도합니다.

      2020.08.03 16:26 신고 [ ADDR : EDIT/ DEL ]

Introduce2020. 5. 5. 19:22

잠옷을 입은채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 그저 어색하지만은 않은 시간 속에 있다. 엄마를 도와준다 일을 벌이는 아이의 모습에....... 오늘은 미용실의 손님으로 내일은 병원의 환자로 아이의 역할 놀이 상대를 하는 것에 그저 바보 웃음을 짓는 베비라쿠아씨의 모습에..... 오늘, 이 시간, 나는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세레나는 어제부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로 돌아갔다. 방과 후 수업은 여전히 모두 취소 되었기에 하교 시간이 단축되었고 규모가 작은 사립 초등학교, 각 학년 별 인원 수는 10명을 넘지 않으니 40명이 되지 않는 인원 수가 전부이기는 하나 그것에도 반이상의 학부모는 여전히 학교를 보내지 않는다. 사립 초등학교..... 분분한 부모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야하는 입장인 학교는 온라인 수업과 정상등교 수업을 지난 3주간 모두 준비했다. 교사들의 노고를 말하여 무엇할까...... 모두 어찌보면 자신의 입장이 최전선에 위치하겠지만 공동체의 삶이란....... 주어를 바꾸어가며 문장을 만들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그 마음의 여유를 품을 여력을 만드는 것을..... 최전선에 자리시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민스크는 꽤 혼란스러워 보인다. 정부 지도층, 정부산하 각 부처들과 시민..... 시민과 시민......쌍방의 소통이 불가능하고 배려의 기능은 가장 낮은 곳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해 보인다. 나는 벨라루스 시민들의 삶을 분석하고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이 곳에서 살게 될지라도 그럴 입장에 서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이 푸근한 자연의 감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자연 환경에 살고 있는 따뜻한 사람들.....   이렇게 하나둘..... 세레나로 인해 또 내 개인의 상황에 의해 맺어지는 인연들..... 그들의 눈빛에 선명하게 보이는 '체념'.

이 낯설지 않은 눈빛을 마주할때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https://newsbel.by/05/03/lukashenko-obyasnil-vazhnost-provedeniya-parada-v-den-pobedy-v-stolitse/?utm_source=yxnews&utm_medium=desktop&utm_referrer=https%3A%2F%2Fyandex.by%2Fnews

https://yandex.by/news/story/Lukashenko_ne_sobiraetsya_otmenyat_parad_Pobedy--188b53ec0f57c47b03b90a66c864e626?lr=157&stid=Nasdrwa1Hfaps74qtAVM&persistent_id=96344466&lang=ru&rubric=index&from=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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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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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시는 시간을 한껏 기대하는 3월..... 이제 이 지긋지긋한 두터운 자켓을 좀 벗어볼까 하는 마음을 단호히 접게 만드는 3월의 시간을 보낸지 꽤 여러해지만 여전히 짜증 혹은 화가 치미러 오르는 길을 막을 방도가 없다. 이제는 내복도 입기 싫다, 스키복처럼 구성된 추위막음용 겨울 옷도 입기 싫다를 외치며 매일 아침 다 큰 '청소년' 흉내를 마음껏 내고 있는 세레나와의 의견 다툼도 지치기 시작한다. 영하 4도를 웃도는 날씨를 바라보며 한 숨이 절로 나오는 나를 막을 방도가 없다.

 

그래도 봄은 오시고...... 그래도 해, 바람, 비는 제 일을 다 할 것이며...... 꽃은 피고..... 열매는 열리게 될 것이다...... 자연의 순리는 (생물체의 기능이나 성질, 상태 따위가 외부 조건에) 맞추어 적합하게 변화하다는 뜻의 '순응하다'에 적응한 많은 생물체들에 의해 이어진다. 건강한 생물체가 더 많은 지구는 분명, 또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더 고운 꽃을 피울 것이다. 내 주변에는 건강한 마음을 품은 지구인이 더 많다. 인종이나 국가를 나누어 편을 고르고 탓을 찾아 분노를 표출하는 건강하지 못한 이를 따뜻하게 품어 내는 건강한 마음의 지구인이 훨씬 더 많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나 역시 걱정과 긴장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주눅 들고 눈치가 보이기 마련인 이 시기...... 언론이 전달해야 할 것은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수치 통계와 혐오와 갈등의 불에 기름을 들이 붓는 기사가 아니라......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건강한 지구인들의 따뜻한 눈과 귀 그리고 입을 열어 전하는 위로와 격려..... 그 고운 마음을 보이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줄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os6ypPYthTg

https://video.repubblica.it/edizione/milano/coronavirus-ed-il-giorno-verra-a-milano-tutto-il-palazzo-canta-il-mondo-di-jimmy-fontana/355835/356402?fbclid=IwAR3fcxUFkr1fagpW1uUsdVZdkfCPHJzXy8UOE93BOrm8tnXyBmTu-4tgnnk

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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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춥지만... 잘 지내시는 듯 하여 안심이 되네요. 제가 사는 곳도 지난 토요일 종일 눈이 내렸답니다. 그렇게 큰 눈송이들은 처음 봤어요. 종일 창가에 앉아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또 종일 문득 문득 창밖을 바라보자니, 처연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견디고 버티어 내는 게 곧 사는 것이라는 단순한 결론을 내고, 다시 잘 살아내기로 합니다.

    2020.03.18 00: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처연하다는 단어에.....저도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잘 견디고 잘 버텨내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라는 말씀에 진정으로 숙연해져요......
      아무런 말도 아무런 글도 생각이 나지 않는 요즘의 제 일상이지만 그저 왈리님의 댓글이 곧 내 마음이었구나..... 제 마음대로 일심동체...... 아니 '동심일체'를 외쳐봅니다!

      민스크는 다시 영하 7도의 날씨입니다. 강풍이 불어 깨끗하게 청소된 하늘은 그저 푸르고 고운데 날은 매서워 그저 집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만 바라보며 매서운 날씨을 체감하지 않으려... 그렇게 현실탈피 중이에요.
      저도 오늘 부터는 홈스쿨링 모드입니다 ^^ 러시아어 공부가 재미나는...... 머리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ㅎㅎㅎㅎㅎ 안돼는 러시아어 실력으로 러시안 친구들에게 문자보내기 놀이 하고 있습니다. 답문 읽으며..... 진짜 러시아어 공부하게 만드는 친구들 덕에 그저 웃고 있습니다 ^^
      저 잘 지내요 왈리님~~~~~~~~~~~

      2020.03.23 15:30 신고 [ ADDR : EDIT/ DEL ]

Introduce2020. 2. 16. 05:43

'La festa di San Valentino'

누구에게든 발렌타인스 데이에 대한 추억 하나 둘 쯤은 있을 듯 하다. 내게도 역시 짝사랑하던 교회오빠에게 수줍게 초콜렛으로 마음을 전달했던 순수했던 소녀의 시간도 있었고, 저 남자랑은 정말 진지하게 한 번 사귀어 보고 싶다.... 였던 역시! 또!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그에게 능력이상의 값을 지불하면서도 행복해하며 골라든 프랑스 산인지 벨기에 산인지 의 초콜렛을 선물하던 청춘의 시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꽤 이른 나이일 수 있는 나의 23살, 그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진짜 청춘의 시간부터 아이의 엄마와 아줌마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마흔 살의 오늘까지 지난 17년 간, 2월 14일, 난 한 남자에게 장미꽃과 초콜렛을 받고 있다. 물론..... 결혼 후, 몇 해 기념일을 건너뛰어 생사(?)의 사선(?)을 오간적도 있던 나의 그대지만....... 나의 그대 베비라쿠아씨는 정말 고맙게도........ 그의 마음을 늘 내게..... 참 이리 달콤하게도 전한다.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올 해는 안 잊었네?라고 고마움을 전하는 내게 '생존을 위해서.....'라 말하는 그......에게 뒤통수를 후려치지 못하는 이유...... 우리의 단단한 시간이 또 이렇게 조금씩 더 단단히 쌓여가고 있다 생각하는 '착각의 자유'에 난 또 그렇게 내 몸과 마음을 맡기고 있기 떄문일 것이다.  

La festa di San Valentino (라 페스타 디 산 발렌티노). 나는 발렌타인스 데이는 미국의 축일인 줄 알았고, 발렌타인스 데이는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는 전혀 다른 의미의 한국 축제일을 신나게 즐겼으나...... 현재는 오리지널(?) 축일, 산 발렌티노 축일에 대한 여러 정설 중 그 이름의 주인인 산 발렌티노의 고국, 지난 제국이지만 로마제국의 후대를 잇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나의 그대, 베비라쿠아씨와 이 축일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그 상대가 누구든 이 축일에 함께하는 모두와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그저 함께하는 그 시간을 즐긴다. 

사실 올 해는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내 생일도 산 발렌티노 날도 내게는 그저 다른이들의 날이었다. 점점 기념일이 무의미해지는 이유도 있겠지만 새 터전에서의 초입 적응기는 이런 축하의 날들을 미리 준비하고 즐기겠다 마음먹을 여유.... 그 소중하게 비워두어야 하는 공간이 다른 무엇들로 가득 차있던 이유일테다........

허나, 빨간 장미 세송이를 받은 오늘, 2020년 2월 14일....... 나는 내 공간을 다시 단정히 비. 우. 기에 마음을 먹는다.

나의 단. 정. 했던 지난 공간에 가득 차 있던 이는 나의 그대 베비라쿠아씨에서 우리의 감사한 선물 세레나를 거치고 있다. ONLY 나의 그대 베비라쿠아씨, ONLY 내 아가 세레나를 넘어서고 있는 현 시간...... 무엇들로 비워져 가는 공간을 다시 채워 가야 하는 것일까...... 내 마음의 공간이 그저 텅 비워지는 것이 아닌 단정히 비워 내 가기 위해 나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단정히 비워 간다는 말에는 정확하지 않은 맥락이 느껴진다. 깨끗하게 비워지는 것도 아니고 정돈하며 비워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착잡해질때..... 나는 다큐나 뉴스가 아닌 드라마를 본다. 어찌되었던 삶을 살아가는 참으로 중요한 동기는 사랑이다. 여러 형태의 사랑에 대한 메세지를 끊임없이 전하는 한국 드라마를 나는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어두운면도 물론 존재하지만....... 그 사랑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그럴듯한 명분이 되는 날인 '발렌타인즈 데이'의 존재에 감사한다. 

얼마 전, 머리는 복잡하고 마음은 착잡한 상태였지만..... 거부할 수 없게, 연속으로 찾아본 영상물..... 유튜브로 몇 해전 것의 그의 인터뷰까지 꼼꼼하게 찾아 다시보기를 반복했던 영상물의 주인공 이국종 교수. 현재 그의 이야기가 묻혀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모든 인터뷰 내내 그의 굳은 표정, 목소리 사이 사이 깊은 한숨으로 이어지는 호흡만으로도 읽혀지는 그분의 속마음에 내 마음이 진심으로 아프다. 그리고 나는 화가 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faIzSYJAi2w

https://www.youtube.com/watch?v=qT5yUhVy6ek

주말 아침, 어린이 용 전자 피아노 자동반주에 엉망징창의 기타연주를 얹혀 엉터리 협주곡을 창작(?)중인 내 아이를 보며.... 내 삶의 상처 혹은 내 불안과 초조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가끔씩 느껴지는 무상감.........을 덮고 치료하려 애쓴다. 지극히 평범하고 너무도 소심하게 소극적으로 사는 내 인생에도 이런 부정적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데....... 도데체 이국종 선생은 어찌 하루 하루를 버텼던 것일까........ 

나는 진심으로 이국종 선생께도 그간 당신안에 수 없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그저 그를 편안하게....... 바보 웃음 지을 수 있게하는 무언가가, 어떤 대상이 있기를 기도한다.

나는 진심으로 이번생은 망했다 말하는 그의 마음안에 무상감이 깊이 자리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나는..... 다친아이를 안고.... 응급실에서 울부짖은 적이 있다. 이 경험은 아마 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국종 의사 선생님의 존재는 그저 그 존재만으로 위안을 준다. 2020년 발렌타인스 데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에게 초콜렛을 선물할 수 있는 한국의 이 축일날을 명분 삼아 이국종 의사 선생님께 내 마음의 꽃과 초콜렛을 보내드린다. 나는 내년 발렌타인데이에는 이국종 교수께 마음의 초콜렛이 아닌 진짜 초콜렛을 보낼 계획이다. 그리고 어렵게 찾아보지 않아도 그가 어디 계시는지 모두가 알 수 있는 곳, 그곳의 주소로 초콜렛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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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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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도바람

    발렌타인데이는 지났지만 마음의 선물
    김자까 브런치 글도 같이 추천

    https://brunch.co.kr/@olee0907/106

    2020.02.18 20:58 [ ADDR : EDIT/ DEL : REPLY ]
    • 너도님께서 주신 발렌타인데이 마음의 선물, 화이트데이를 맞아 제 마음의 사탕 한바구니로 보내드려요~~~~~~
      김자까님 브런치 글들 참.... 뭉클하고 곱습니다!!!!!!!

      2020.03.15 15:50 신고 [ ADDR : EDIT/ DEL ]

#1: 년에 한 번은 건강 검진의 기초가 되는 피검사를 한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살고 있지만 이탈리아 시댁 마을 치비달레 주민으로 산 시간이 10년이 넘어 간다. 치비달레 시민으로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은 가족 주치의 아래 관리 되는 내 건강 검진 누적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신 기간을 시작으로 내 건강 검진 기록부도 베비라쿠아씨 가족 기록부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지난 여름 시댁에 들렸을때 몸의 피로함이 기존 보유치보다 높음을 체감한지라 주치의께 상의 하니 일단 피검사를 해보자 하여 검사를 했다. 건강 이상 없음이기는 하나 비타민 D의 수치가 낮은 듯 하여 걱정이 된다는 소견을 주셨다. 여름 휴가에 집에 드른 내 시누 스테파냐도 비타민 D 수치부족으로 처방된 비타민을 받아갔다. 영국과 러시아&벨라루스에 살고 있는 딸과 며느리에게 동시에 처방된 비타민 D, 우리 시부모님께는 '그 망할놈의 비타민 D'로 불리는 불운에 처하게 된 웃지 못할 일이 되었다. 햇볕을 쬐지 못하는 것이 이해 될 수 없는 이탈리아인들에게 비타민 D를 처방받은 두 여인네들은 불쌍하고 안타까워 마음까지 아픈 자식들. 그저 불효자들이다.

사실 비타민 D와의 인연은 세레나가 태어나면서 부터였다. 5개월차 시댁마을을 떠나 모스크바로 향하는 아이에게 주어진 의약품은 비타민D였다. 세레나의 주치의 선생님은 내게 세레나가 만 3세가 될때까지는 절대적으로 복용을 시켜야 함을 크게 강조하셨었다. 

다음 백과에 설명된 비타민 D를 살펴보니: 우리 몸의 뼈가 튼튼하게 유지되게 하는 칼슘 대사에 필수 영양소 중의 하나. 비타민 D는 태양광선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음식물로 섭취하는 것 보다 하루에 일정 시간 태양광선을 쬐는 것이 결핍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타민 D는 D1,D2,D3의 3종류가 있지만 사람에게는 D2와 D3만 존재한다. D2는 주로 식물에 의해서 합성되고, D3는 자외선에 노출되었을 때 피부에서 만들어진다.

이쯤되니 내 처방약이 왜 비타민 D3인지 짐작은 되고도 남음이다. 나는 4개월간, 15일에 한 번, 이 약을 복용해야한다. 1월부터 4월까지 민스크도..... 모스크바와 크게 다를 것 없이 해를 만나는 날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는 현지 친구들의 정보(?)에 고개가 저절로 푹 하니 숙여진다. 그래도 세레나 덕분에 익숙해진 브랜드(?)의 의약품인지라 약 거부반응이 꽤나 심한 내 시각을 안정시킨다.  

#2: 한 두어 달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세레나가 제 방에 숨겨두었던 사탕인지 초콜렛인지를 베비라쿠아씨가 몰래 훔쳐 먹었던 것이 들켰던 날로 기억된다. 화가 난 세레나가 방으로 들어가 무엇인지 끄적끄적 데더니 방문에 붙여 놓았다. 정말이지...... 한참을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의 방 문을 닫는 일이 거의 없는 이유가 있었기도 하지만 저 귀여운 메모를 차마(?) 떼어 버릴 수 없어 꽤 오랜 시간, 그저 방 문의 원래 그리 만들어진 디자인인 것 마냥 붙여 놓았었다. 오늘 아침 사진으로 남겨야 겠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 후에도 한참을 문 앞에서 한참을 웃었다. 우스운 소리겠지만 내겐...... 아이의 이 작은 행동이...... 그저 비타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진심으로 다언어를 구사하는 아이가 마냥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겸손을 가장한 잘난척이라 들려도 어쩔 수는 없지만 가끔.... 아이의 다언어 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과 마주할때면 나는 말을 아낀다. 세레나는 엄마와는 무조건 한국어를 아빠와는 무조건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 세레나는 엄마가 이탈리아어를 구사함을 인지하지만 이탈리아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나와는 한국어를 사용한다. 나는 아이에게 강요를 하거나 교육을 시킨적이 없다. 고맙게도 아이는 말을 배우기 전부터 엄마와의 교감을 한국어로 하게 된 이유거니.... 그리 생각 한다. 민스크 학교 입학 5개월 차, 아이의 전반적인 상황을 선생님들은 이해하게된 상태다. 시간이....... 그렇게...... 벌써 5개월이나 흘러버렸다. 세레나의 학교는 과목별 선생님이 다 다르다. 러시아어는 문법, 읽기, 쓰기, 발음 교정 수업으로 나뉘어져 있고 선생님들도 다 다르다. 지난 주 러시아어과 선생님들과의 개별 면담이 잡혀져 학교 방문을 했다. 발음 교정 선생님은 우리 부부에게, "아마 우리 학교 학생 중, 그 어떤 엑센트 사용이 없는 순수 표준어의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건 어쩜 세레나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께서 러시아어를 잘 못하신다 너무 기죽지 않으셔도 너무 속상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또 미친여인네마냥 길바닥에 서 울었다. 도데체 이게 무슨 울 일인가....... 하지만 내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유는......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의 크게 들어나 보여짐은 없지만....... 노력 혹은 순응이라는 미명 하의 순간 순간 느껴지는 아이만의 고충...... 혹여 스트레스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아직 철나지 않은 부모의 조바심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아이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두려움 혹은 수줍음이 없다. 아이의 호기심이 두려움이나 수줍음 보다는 강한가보다. NON E И T r A r E.  '들어오지 마시오'의 이탈리아어 'NON ENTRARE' 아이의 의사전달 대상은 아빠였기에 이탈리아어로 쓰는 것에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이탈리아어 알파벳을 쓰는 것을 연습(?)한적 없는 아이에게 소리나는 대로, 혹은 눈으로 보아온 대로 쓰긴 썼지만 소문자와 대문자는 뒤죽박죽, 거기에 러시아 알파벳 И 과 영어/이탈리아어 알파벳 N의 헷갈림이 명확히 들어난다. 이 실수 투성이의 문장이......... 내겐 그저 비타민이다.

난 아직은....... 그저 신나게 뛰어 놀며, 나름의 첫 진지한 사회조직(?)에 속하여 동무들과 문제 없이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를 응원하려한다. 차라리 일찍부터 정. 확. 한 다언어를 구사하게 하는 것이(다문화 가정의 아이에게) 필요하다 말하는 조언도, 필요한 시기를 정하는 것은 아이의 의사가 중요하다 말하는 조언도 모두 수긍한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도 아이도 현재 시간 속, 스트레스나 강요가 아닌 웃음이 나는 행복의 감정이 우선이 아닐까.......

세레나는 오늘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엉터리 영어로 신나게 따라부르고, 화장실 한켠에 잘 놓아둔, 한글놀이 음성문자를 누르고 크게 따라 읽으며 쾌변(?)의 시간을 만끽하며, 대문자,소문자가 뒤섞이고 로마자와 키릴문자가 한데 쓰이지만 아빠에겐 무. 조. 건 그녀만의 이탈리아어 편지, 메모를 쓰는 꿋꿋함을 보인다. 

난 그저 아직은.......

일주일에 한 시간 자유과목으로 배정되어 있는 벨라루스어 수업을 듣고와 "엄마 감자가 벨라루스말로 뭔지 알아?"를 재잘대는 아이에게,

같은 반 단짝, 핀란드 친구에게 배워온 엄마, 아빠, 미안해, 고마워 등의 핀란드 단어를 읊조리며 "엄마! 나는 핀란드 말로 '미안해' 알어" 라며 잘난척(?) 하는 아이에게,

"엄마! 나 친구한테 줄 생일 카드에 한국말로'생일 축하해'쓸래. 엄마가 여기다 써봐. 내가 잘 따라 쓸 수 있잖아 그치?"라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 오늘 엄마 학교에서 루스끼(러시아어) 뭐 배웠어? 뭐 잘 모르면 나한테 물어봐! 내가 다 알려줄께 알았지?"라 말하는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장 크다.

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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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랜시간 비타민디를 먹이면서도 저에게도 비타민디가 필요하겠단 생각은 하질 못했네요. 효과가 좋은 비타민은 처방을 받는 것이 좋을텐데 병원조차 문을 닫아버렷네요 하하. 이제 막 해가 나기 시작하는 시점인데 정상적인 여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래요. 이곳도 민스트도요.

    2020.04.17 19: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영원한 휴가님께서 사시는 곳도 사실 쨍쨍한 해를 마음껏 마음껏 만날 수 있는 곳은 아니니......... 우리가 이 전에 누리던, 그 특별함이 되어버린 지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면 주치의께 한 번 꼭 물어보세요. 특히 미취학 아동 키우는 엄마들은 우리 몸에 진짜 뭐가 부족한지 모르고 참.... 그저 너무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요.....
      아.... 정상적인 여름...... 분명 오겠죠?? ^^

      2020.04.18 15:04 신고 [ ADDR : EDIT/ DEL ]

серена / Serena

대부분의 예비 부모가 그렇듯 우리 부부도 태중 아이의 이름으로 무엇이 좋을까를 꽤나 진중히 고민했었다. 즐거운 고민이기도 했지만 이름의 의미가 태어 날 아이의 품성 그리고 성장기 속 삶의 원동력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를 생각하면 심각한 고민이 되기도 했다. 우연히 서점을 갔다가 유아/ 아동 부서에서 발견한 이탈리안 (사람)이름과 그 이름의 의미를 담은 모음집을 발견하고 구매한 후 열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이탈리아에도 우리 같은 심정의 예비 부모가 한 둘은 아니테니 발간 된 책이지 싶다. 꽤 두꺼웠던 책이였는데 매일 밤, 페이지를 넘겨가며 행복한 고민에 조잘 거렸던 우리 부부의 시간이 생각 난다. 여러 이름이 거론 되었었지만 우리의 선택은 Serena 였다.

세레나의 여성형 명사의 의미는 '일몰 후 구름없는 하늘에서 아주 가늘게 내리는 비'라는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선택한 세레나의 의미는 일반 형용사 세레노(sereno): (하늘이)구름 한 점 없이 고요한, 맑은 의 여성형이다. 여럿의 것 중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 우리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제일은 어쩌면 '평온'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 이름의 의미를 영어로 설명할때면 주저 없이 Serenity를 쓴다. 가끔 세레나데(serenade)를 연상하며 노래와 관련 있는 의미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그럴수도 있겠는데? 라며 그저 기분 좋게 웃어 넘길 수 있는, 대화를 이어갈 소재의 한 토막이 되었었다. 그런데 요즘 구름 한 점 없이 고요한, 평온한의 의미와는 완전히 상반된 의미로 사용되는 아이의 이름 때문에 웃픈날이 종종 있다. 세레나를 러시아어로 쓰면 серена. 이곳의 사람들에게 쓰여진 이름을 눈으로 읽지 않고 그저 말소리로 들려지는 이름을 들으면 시레나(сирена). .로 들리게 되는가 보다.

사실 세레나라는 외국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언어권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 이름이 그들에게 친숙한 단어 시레나로 들릴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문제는 시레나는 러시아어로 사이렌 이라는 사실이다.

사이렌: 신호나 경보따위를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내는 장치.

이것을 알게 된건 지난 해, 모스크바 학교에 입학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돌아온 아이가 '엄마, 이고르(Igor)가 자꾸 나한테 삐뽀삐뽀라고 불러. 왜그러는 거야? 내 이름이 엠불란스야?"를 전했다. 처음에는 나도 이유를 몰랐다. 그 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 그 지난 5년간, 수 많은 러시안 친구들과 그 친구들의 엄마들을 만났지만 난 한번도 들은적이 없는 이야기 였기 때문이다. 이고르의 엄마인 크세니야를 우연히 만나 연유를 물으니 내용을 알려준다. 솔직히 나는 당시 가히 충.격.적 이었다. 이건 달라도 너무 다른 반대의 의미를 지닌 단어라는 사실에 말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이 내용을 수면위로 끄집어 올린, 삐뽀삐뽀를 외치던 장난기 가득한 장난꾸러기 이고르는 세레나의 같은 반 친한 동무로 한 해를 다툼없이 잘 지내며 우정을 쌓았다. 본래 의미의 이탈리아어 단어인 세레나를 아들에게 시간들여 설명해준 이고르의 엄마 크세니아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고르에서 끝날 줄 알았던 헤프닝은 민스크의 한 학교에 입학한 세레나에게 시작된 헤프닝이 된다. 학년이 높은 남학생들은 세레나를 '시레나'라 부르며 삐뽀 삐뽀를 외치고 있다. 나는 웃음이 나지만..... 당사자인 세레나는 속이 많이 상하는가 보다. 하루는 '엄마! 난 내이름 싫어. 너무 안이뻐!' 라 말하고, 또 어느 하루는 '엄마! 나 이름 바꿔줘. 애들이 자꾸 삐뽀삐뽀(비요비요)라고 말하면서 뛰어가!' 그리고 또 어느 다른 하루는 '엄마! 내이름 이제 '안나'야. 세레나 아니고 이제 안나라고 부를래!' 라고 말한다. 

"세레나! 네 이름이 얼마나 예쁘고 좋은 뜻인지 아니? 니 이름을 선택하기까지 엄마 아빠가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데...... 엠불란스 소리를 내며 세레나를 속상하게 하는 친구들한테 세레나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 세레나는 아주아주 예쁜 이름이라고"

"아 어떻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 나 자꾸 화가 나는데!"

"화가 나는데 친절해 질 수는 없지........ 그래 니 말이 참 맞다...... 그럼 이렇게 말해. 야! 니네들 '세레나'가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는 얼마나 예쁜 이름인지 모르지? 세레나는 이탈리아 이름이야! 니네 이탈리아 말 모르지? 그럼 영어로 알려줄께 세레나는 영어로 세레니티야. 세레니티가 무슨 뜻인지 모르면 이따 영어 시간에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봐! 그리고 영어 세레니티는 러시아어 시레나와 얼마나 다른건지 공부해!" 

 

어제 하교길에 세레나가 말했다.

"엄마! 나 오늘 또 삐뽀삐뽀 라고 말하는 애들한테 이렇게 말했어. 야! 세레나는 이탈리아 이름이야! 내 이름이 이탈리아에서 한국에서 얼마나 예쁜 이름인지 니네 모르지? 니네 자꾸 그러면 바보인거야!

"잘했어. 근데..... 꼭 바보라는 말을 해야하는거야?"

"엄마가 똑같은 말을 계속 계속 하게 만드는 사람은 바보라고 했잖아. 똑같은 말을 계속하게 만드니까. 나 벌써 열번도 더 말했어. 그러니까 걔네는 바보 맞는거잖아!"

"..............."

민스크는 어제부터 눈이 내린다. 오늘아침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 베란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레나의 방 창밖으로 보이는 하얀세상을 바라보며 아이와의 대화를 떠올린다. 내 하루의 일상에 소소하게 일어나는 서운함들이 떠오른다. 화가나니 친절해 질 수 없다는 아이의 말은 틀린말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큰일도 아닌 사소한 일에 화가나는 나를 어째야 하는 것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대체 여기서 뭘하고 있는건가....... 나는 왜 사소한 것에 오해를 하고 분노를 하게 되는 걸까. 화가 난 마음을 품은 내 행동은 아이에게 어떻게 흘러들어가게 될까..........

평. 정. 심을 찾고 싶다.........

아이의 이름이 오늘의 나에게 평온이 아닌 먹먹함을 주게 될 줄....... 이탈리안 이름 모음집을 열심히 정독하던 7년 5개월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 새로 뜯어 사용하는 기간이 2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구멍이 나버리는 고무장갑에게 화를 냈다. 고무장갑에게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육두문자를 날리며 이거이거 벨라루스에서 만든거 아니야? 라며 오명을 덮어씌우게 될 줄 3개월 전에는 예상 못했다.

나도 세레나도 베비라쿠아씨도........ 적응의 시간...... 각자도생을 위한 각개전투식 실전 모드 ON 이다.

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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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ㅔ휴 어째요... 그 예쁜 이름을...이 또한 지나가리니 나중에는 자기 이름 좋아할 거예요 ^^

    2019.12.08 18: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 민스크에서의 정착 초입길이 만만치가 않네요. 제가 너무 쉽게 '모스크바랑 뭐 그리 크게 다르겠어?' 라며 자만 아닌 자만심에 빠져 있었나봐요. 속상해 하는 세레나 보며 저도 속상해져요 힝

      2019.12.14 15:30 신고 [ ADDR : EDIT/ DEL ]

타인과 타인이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타인이 타지에 정착하여 익숙해지는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이 필요한 시간들이 숫자로 정확하게 계산되어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을 일도, 상처를 줄 일도 생기지 않게 될까.....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낯설게, 마치 처음 겪는 일처럼 불편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솔직히 너무 많이 있다..... 그래서 난 내안의 불안과 걱정을 다독이는 방법을 찾기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노력을 해도 해결은 늘 내맘같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그저 젠장을 외쳐댈뿐 다른 방도가 없다.

 

나는 그래도 여러 해를 넘기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착각이라도 하며 사는 그놈의 '어른' 이지만...... 젠장이라도 외쳐댈 수 있는 성인이지만.......세레나는 그놈의 '어른'이 아닌 '어린이'이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들먹여 '어린이'와 '어른'을 구분하는 무식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조금 더 산 어른이 조금 덜 산 아이를 돌보는 것이 삶의 이치이니.... 매 번 이렇게 다른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아이러니 하게도 요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매 순간 내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어내놓아 버리는 나를 다독이는건.... 그런 나를 더 안쓰러워 하는건 세레나이다.  갑작스럽게 해를 가리는 가을 소낙비가 내린 후 선명하게 뜨는 무지개를 보며 '한국에 가고 싶어.... 엄마가 보고싶어.......김치찌게가 먹고싶어'를 주절거리며 길바닥에 서 흐느끼듯 소리내어 울고 있는 나를 다독이는 것도, 내 원초적 입장에서 막돼먹은 이라 지정되어진 상대에게 불같이 아니 미친년 같이 화를 내고 후회하듯 한숨 내쉬고 있는 나에게 슬그머니 조막만한 손을 내밀어주는 것도.........만 7세를 한 달 앞둔 내 딸아이 세레나 이다.  

새 터전, 아이의 방을 정리하다 잘 보관하려 넣어 두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 편지가 나왔다. 한 참을 들여다 보며.... 4년 전 아이가 처음 한국에 갔을때 어린이집 시간제 보육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감사했던 시간의 기억을 떠올린다. 하교 후 집에 돌아온 세레나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며 ' 기억나?' 라고 물으니...... '아니!' 기억 안나는데?' 대답이 돌아온다. 조금 허무해진다. 매우 당연한 상황이 허무한 내가 우습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유년기의 시간이 행복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또렷해지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을때 상처받고 아픈 기억이 또렷해지는 시간이 훅하고 불어때, 그 가물가물했던 유년기의 기억이 치료제로 쓰이기 때문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치료제가 아닌 부작용으로.... 가중된 상처가 되지 않도록.... 나는심으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희망한다.

나는 아이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간이 많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도 한다. 결국 나중에는, 세상 모든 잘못을 그저 엄마의 탓으로 돌릴 수 있기때문이라고.... 일리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난 그냥 전자를 택한다. 후에 많은 잘못들에 대한 탓을 찾는 아이가 되어 그 화살이 모두 내 가슴에 꽃히게 될지라도...... 현재 내가 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용서받지 못하는 비겁한 어른이 되는 것이 더 싫은 이유다.

세레나는 2019년 9월 2일 진정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되었다. 지난 해, 모스크바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한 것은 사실이나 1학년 교실이 아닌 초등입학 준비반 정도의 해석이 가능한 교실에 배정 되었다. 모스크바에서 1년 간의 입학과정을 잘 소화한 아이는 민스크로 이동하여 큰 문제없이, 큰 무리없이 1학년에 입학 하였다. 입학 전, 찾아간 학교에 우리의 상황, 세레나의 상황을 주절주절 설명하지 않았다. 내 아무리 아이의 러시아어 구사력, 학업 집중력, 성취도에 대하여 떠들어댄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였다. 학교 생활 한 두달 후면 나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아이의 상황을 파악할 전문 교사들이 있으니 말이다.

나는 지난 한 달간 매우 초초한 하루 하루를 보냈다. 초초한 본심을 숨기려하니 내안의 공격적 성향이 영역 활동을 크게 한다. 미. 칠. 지. 경. 이다. 나는 세레나의 엄마지만 아이가 속한 사회에서 아이가 보이는 행동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교사라는 직업을 삼는 이들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그리고 신뢰한다. 감사하게도 나는 세레나의 담임 선생님과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좋다. 내 초초한 마음을 읽어 주는 듯한 따뜻한 그들의 눈빛. 불안감을 감추는 음성의 '오늘 세레나는 다 괜찮았나요?"를 묻고 있는 내게 솔직하지만 위안주는 답을 해주는 그들이 참..... 좋고 감사하다.

이탈리아 국적의 아빠와 한국 국적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세레나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아기와 초등입학 준비과정을 마치고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초등학교를 간다. 큰 문제가 없는 한 베비라쿠아씨의 민스크 일꾼 계약서는 최소 4년에서 최대 6년간 유효하다.

에따 라시아 (Это Россия. = This is Russia.) 를 외치던 세레나는, 야 루블류 벨라루시! (Я люблю Беларусь! = I love Belarus!)를 외친다. 내가 중심을 잡기 어려운...... 그렇지만 왜그런지 모르겠는......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Я люблю Беларусь! ( I love Belarus!)

타지의 타인이 현지의 타인과 평화로이 어울어지는 방법.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젠장을 외쳐대지만.... 7살 딸아이 앞에서 엄마가 보고 싶다 울고 있는, 철딱서니 없는 초라한 인간이지만...... 힘껏 그 어려운 방법을 찾기위해 계속 노. 력. 하. 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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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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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마가 애쓰고 힘들어 한 결과로 세레나가 학교 생활 잘 하는 것 아닐까 싶네요.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는 얘기에, 까맣게 잊고 있던 제 아랍에 살던 때가 생각이 나요. 먹고 싶은 것들을 구하기 위해 이리 저리 다니며 애 많이 쓰던 시절이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네요!

    2019.10.14 00: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애를 쓰며 사는 것이 어찌보면 누구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오롯이 주체자로서의 나를 위한 삶을 연명하기 위해 택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결과물로 큰 탈이 나지않는 시간 속에 저도 아이도 남편도 있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니..... 저의 끝나지 않는 여고생 감성을 어찌해야 할까요 ^^

      한국 음식도 한국 미용실도 한국 친구도 없지만 창밖 풍경이, 제가 걸음을 옮기는 일상의 풍경이 저리하니...... 불만은 접어야 하겠지요 ^^
      블로그로 매일 안부 묻던 시간 속 왈리님의 아랍에서의 삶이 저도 마구마구 생각 나네요 ^^

      2019.10.20 15:21 신고 [ ADDR : EDIT/ DEL ]

Introduce2019. 9. 29. 16:44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기분은 묘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반도, 거기에 대륙으로 이어지는 육로가 막혀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나는 국경을 넘기 위한 교통 수단으로 비행기를 자주 이용한다. 내 고국을 떠나 살면서도 한 곳에 정착하여 살지 못하는 팔자 덕에 나라와 또 다른 나라를 이동하는 수단은 역시나 기차나 버스가 아닌 비행기가 된다. 내 사정을 잘 모르는 이가 들으면 팔자 좋은 소리를 한다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제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내겐 고역이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니우스를 가기위해 기차를 타면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2시간 정도 지나 구다가이(Gudagai/Hudahaj/Гудогай)역에 서 30-40분 가량을 정차한다. 구다가이 역이 출입국 관리소가 위치한 역이기 때문이다.

제복이 잘 어울리는 출입국 관리 직원들이 기차에 올라 여권에 도장을 찍으러 직접 돌아 다닌다. 공항 여권 통과대 줄을 길게 서 이동의 주체자가 늘 내가 되었던 과는 반대가 되는 이 상황이 꽤 재미난다. 가는 길 내내, 내 짐도  나도 무사히 잘 도착 할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도 신난다. 가는 길 내내, 긴장되지 않는 창 밖 풍경을 마음 껏 볼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기분은...... 기대 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좋았다.  

그건 쾌청한 날도, 고즈넉한 벨라루스 시골의 풍경도, 최종 목적지 이탈리아를 가기위해 잠시 거쳐가는 환승지로의 빌니우스에 대한 기대도...... 그저 다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일년여간 이미 예상했고,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 생각했지만 베비라쿠아씨의 새 발령지로의 가족 이동은 역시나 힘들었다. 녹초가 된 내 육신과 마음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오니..... 환승지로서 머문 빌니우스에서의 삼일간에 시간이 자꾸만 떠오른다.  

PS. 2019년 9월 29일 일요일 아침, TV로 만화를 보고 있는 세레나 옆에 앉아 나도 뉴스를 찾아 읽는다. 컴퓨터 스크린을 보며 자꾸 웃고 있으니 아이가 묻는다.

"엄마는 뭐봐? 왜 자꾸 웃어? 재미있어? (내가 읽고 있던 촛불 집회 기사 속 사진을 보며) 누구야? 다 엄마 친구들이야? 사람들 너무 많은데? 한국이야? 엄마는 엄마 친구들 사진 보면 좋아하잖아!" 

"하하하하하..... 엄마 친구들 맞아. 한국도 맞아.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은 다 친구인거 맞아. 친구들이 그립네....... 친구들은 다 저기 있는데 엄마는 여기 민스크에 있어서 조금 속상해......"

"엄마! 내가 있잖아! 같이 한국 가자!"

난 아침부터 눈물 바람이다. 지난 한 달간 계속 눈물 바람이다...........

국민이 아깝지 않은 국가가 내 고국임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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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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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도바람

    서초역 7번출구에 가려고 제바는 지리산고속을 타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정작 난 순창에 있어 못 갔어요. 열흘간 순창 금산여관에 책 읽으려 내려온 마지막 밤이예요. 담주 토욜 서초동 풍경 생생하게 전해 줄게요.

    2019.10.01 00:20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이참에 비행기 타고 서초동으로 갈.....까...... 매우 고민 중이나...... 현실 자각 하며 ㅎㅎㅎㅎ 너도님의 생생 정보통 소식 기다립니다.
      대한민국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구호와 함께 홍콩 프리덤 구호도 외치게 되는 10월의 첫 날 입니다.

      2019.10.01 21:23 신고 [ ADDR : EDIT/ DEL ]
  2. 인사가 늦었네요. 벨라루스의 삶은 어떤지... 이사 하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아요.
    러시아에는 못 가봤지만 벨라루스에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티스토리 하도 로그인을 안 해서, 휴면 계정이라는 이메일이 왔네요.;;;
    블로그들이 흩어져 있어서, 좀 더 가까워지는 방법은 없을까... 글 올리면 알려주는 방법도 있으련만...
    할 번 알아봐야겠네요. 사는 게 왜 이리 바쁜 건지 원... 도무지 여유가 없네요.

    2019.10.04 11: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왈리님!!!!!~~~~~
      오블 공간이 그리운 시간이 있답니다. 흩어진 블로그들을 일일이 찾아 다닐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 시간이 말입니다 ^^

      이사도 초기 적응기도 잘 보내고 있습니다. 몸이 많이 아팠던 것을 보니 아닌 척 해도 긴장을 많이 했던 모양이에요. 그래도 씩씩하게 잘 보내고 있습니다!!

      민스크는 정말 아담하고 소박한 도시에요. 친구들을 부담없이 초대하고 싶을 많큼.... 아주 어여쁜 곳입니다. 왈리님은 그 초대 리스트에서도 가장 상위에 계시다는 것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학교와 클리닉을 오가시는 왈리님께서 바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지요.... 그래도 여유를 챙기고 싶은 시간이 오면 민스크 여행 꼭 계획하시길요! 매일 매일 기다리고 있겠습니당!!! ^^

      2019.10.05 18:20 신고 [ ADDR : EDIT/ DEL ]
    • 손전화에 티스토리 블로그 앱을 설치했더니, 댓글에 답이 왔다고 알려주는 친절함이... ㅎㅎ

      예전에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벨라루스에서 왔다 하더라고요. 처음 들어보는 나라이름이라 지도를 뒤져 찾아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새로운 나라로의 이사가 어찌 쉽기만 하겠어요. 몸살이 나지 않으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지요. 지금은 잘 지내신다니, 안심이 되네요. 늘 씩씩하고 즐겁게, 아자아자!

      2019.10.06 00:53 신고 [ ADDR : EDIT/ DEL ]
    • 오~~~ 아주 똑똑한 손전화에 깔려진 앱 입니다 ^^ 저는 여전히 오래전 손전화를 쓰고 있는 덕에 이런 문명의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스크도(모스크바에서도 그랬지만) 학교 공지며, 학부모 교사 소통이며 스마트 폰 소통 앱으로 진행되는터라 저는 늘 한참뒤에 따로 통보 받는 실정이에요. 그래도 선뜻 스마트전화기 구매하는 것에는 망설여지니 이건 또 무슨 아집인지 모르겠습니다.......

      2019.10.07 01:4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