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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ending issues

벨라줌마 2023. 11. 5. 09:36

지난 수요일 비행기, 이틀간의 일정으로 이탈리아 시댁에 다녀왔다. 나는 지난 2010년 혼인에 의한 무기한 체류(거주) 허가증을 받았다. 이놈의 거주 허가증 문제로 골치 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 이들이 주변에 꽤 많다. 나는 정작 이탈리아에서 살지도 않는데… 너무도 간단하고 쉽게 무기한 체류 허가증을 받은 사례라 이 이슈로 속앓이를 하는 주변의 사람들 앞에서는 입을 닫고 살았다.
지난 8월 여름휴가, 시댁에 도착해 보니 체류 허가증 디지털화를 위한 과정에 들어가니 온갖의(?)서류를 챙겨 와 이탈리아 우체국을 방문하라는 통보 우편이 와 있었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행정 서류.. 듣기도 지겨운 체류 허가증… 이 끝나지 않는 이슈 덕에 난 이방인의 내 위치를 자주 확인한다. 내 정착지.. 그 어딘지도 모르겠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한참 뒤처진 디지털 행정화에 이제라도 동참하는 이탈리아를 응원한다는 마음으로 터져 나오는 불만을 꾹 눌렀다. 한 달 전 문자 메시지로 지문 인식 입력을 할 날짜를 통보받아 지난 수요일 비행기로 도착 목요일 하루 이민국 체류 허가증 발부 부서가 있는 시댁 동네 경찰서에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기계가 문제인지 내 지문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탓을 하는 사무관의 문제 지적이 사실인 건지… 열손가락 하나하나에 네 손가락 올리기도 모자라 손바닥 위아래까지 스캔을 받는 과정의 두어 시간을 경찰서 한 사무실에서 보내고 나오니 새로 발급될 플라스틱 카드 체류 거주증이 도착하려면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고 아마 몇 달 걸릴 듯하니 도착하면 연락이 가니 본인이 직접 찾으러 와야 한다는 말을 너무도 친절하고 상냥하게 전한다.
나오는 욕도… 올라오는 짜증도… 한 집 건너면 다 아는 동네… 시댁의 어르신, 이웃집 어르신, 세레나가 세 달간 신세 졌던 초등학교의 학부모, 선생님, 자주 가는 카페, 레스토랑의 사장님 이래 저래 연결되어 있는 마을의 모두모두가 불쑥 튀어 오르니.. 그저 장착 꽤 잘되어있는 자본주의 스마일, 미소 발사로 참아 내어 본다. 이런 젠장이다.
그렇게도 좋던 이탈리아 북부 날씨가 내가 도착한 날을 시작으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 혼자 몸, 기내용 가방 하나가 다니 기차와 버스로 왕복 공항길을 계획했으나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길은 결국 기차, 버스 모두 운행 중단… 팔순 넘으신 우리 시아버님을 운전대에 앉히게 만든다. 혹시 모르니 시어머님도 뒷좌석에 타신다. 공항에 도착, 수많은 이유의 설움이 폭발된다. 시부모님 품에 안겨 터진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또 그런 며느리가 그저 안쓰러운 두 분도 눈시울이 뜨거워지시고 위로 격려의 내가 참 좋아하는 이탈리아어 문장: 다 잘될 거야 ‘Tutto andrà bene’ ‘ti raccomando’를 무한 반복 하신다.
나는 분명 사랑받는 이방인 임에는 틀림이 없다.
끝나지 않는 문제들. 늘 반복되는 사건과 사고, 고민과 고뇌의 반복되는 역사 속에 사는 게 삶인가 보다.
혹시 모를 사건 사고를 대비하여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 해가 지기 전, 혹시 모를 폭우가 또 쏟아지기 전 시부모님이 어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셔야 하는 시간까지 계산하고 보니 엄청 많이도 일찍 도착했다.
오랜만에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 이렇게나 좋을 수가 없으니 긴 대기 시간도 그저 좋았다.
몇 권의 잡지책을 샀다.
내 공항 대기 시간, 비행시간의 단짝 인터나조나레.

표지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게 지금 이 시간 우리가 처한 국제 상황이다. 이런 표지의 배경이 내 고국, 내 오랜 집이 아니기만을 늘 기도 한다.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지난 10월 24일 여성 총파업 시위가 있었다. 네덜란드 신문에서 얼핏 본 기억이 난다. 북유럽 아이슬란드는 성평등 측면에서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소득이 남성 동료에 비해 20% 적다는 통계가 나왔다. 아이슬란드의 총리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Katrín Jakobsdóttir)도 시위에 참여했다.
내게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다. 내 고국인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볼 수 있는 그림이 될까... 확실은 서지 않고 기대는 낮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으련다.

이번 호에도 한국의 소식이 한눈에 보이는 사진이 기재되어 있다. ‘보수’라는 단어에 아주 일말의 긍정 의식이 있다. 그러기에 품격 있는 보수와 진격의 진보가 공존하는 나라를 꿈꿔보지만 오늘의 한국에는 보수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Liberty unification’
다음 영어 사전에서 두 단어를 찾아 확인해 본다.
‘Liberty’
1. 자유 3. 해방 4. 멋대로
‘Unification’
1. 통일 2. 통합 3. 단합
한국의 자유통일당이 영어로 리벌티 유니피케이션 파티 란다. 말그대로 헛웃음, 쓴웃음…. 기가 막힌다. 의석 하나 없는 당의 그저 시끄러움이 전광훈이라는 이름 앞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한국의 대표 사진으로 등장하는 현실에 자꾸만 화가 난다…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의 이름 앞에 붙은 ‘conservatore’. 이 단어마저 거슬린다.
보수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것을 반대하고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기어 유지하려고 함” 이란다.

한쪽에서는 폭우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우제를 드리야 할 만큼 간절하게 비를 기다린다. 농사.. 그 곡식에 생계와 목숨이 걸린 인도네시아에서는 21세기 믿기도 힘든 기우제에 온 마음과 정성을 들이고 있다.

셀 수 없이 이어지는 네버엔딩 이슈 속,
내 개인의 엔딩 이슈 하나가 마침표를 찍는다.
나의 달콤한 이웃 고양이는 이제 경계, 관찰과 탐색의 시간을 마치고 창문을 넘어 우리의 공간으로 들어와 제 공간 마냥 돌아다닌다.
참내.. 어이가 없지만.. 거부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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