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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24 The story of Russian Art (2)
  2. 2019.02.23 리흐테르 in Moscow
  3. 2019.02.10 Suzdal in summer scenery 5 (2)
  4. 2019.02.09 Suzdal in summer scenery 4
  5. 2019.02.05 Suzdal in summer scenery 3
  6. 2019.02.04 Suzdal in summer scenery 2 (2)
  7. 2019.02.02 Suzdal in summer scenery
  8. 2019.02.01 Тхэгвондо
  9. 2019.01.26 Snowy snowy and snowy days in 모스크바
  10. 2018.12.01 УРОК 2
Life/Russia2019. 9. 24. 10:21

Исаак Левитан (Isaac Ilyich Levitan) "Над вечным покоем"(1894)

 

내가 러시아에서 미술사를 공부한다고 하니 사람들은 대략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우선 러시아에 발레와 음악은 있지만 미술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 본다고 했다. 러시아를 방문해서 미술관을 한 곳이라도 구경 한 사람들이라면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 위대한 세계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쉽게 수긍할 수 있으리라. 한편 칸딘스키와 샤갈, 말레비치는 잘 알면서 정작 그들이 러시아인들이며 러시아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작가라는 사실에 대해선 대부분 모른다.

현대 미술의 발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들을 배출해 낸 나라인데도 러시아 미술이 널리 소개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지금까지도 서양 미술사는 대부분 러시아 및 동유럽의 미술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다. 레핀, 세로프, 브루벨 같은 세계적 명성의 작가들조차 서양 미술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그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 이전에 이데올로기적인 문제가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정권 수립과 더불어 러시아 미술사는 서유럽 미술사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상이한 발전 경로를 가게 되었다. 서로 대립되는 두 이데올로기는 서로의 약점을 발견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사회주의 미술에 대한 경시는 안타깝게도 그 이전의 러시아 미술 자체를 서양 미술사에서 누락 시켰다.

서양 미술사의 고전 중의 고전인 E. 곰브리치의 'The story of art'(1950)를 우리가 굳이 '서양 미술사'라고 번역한 이유는 미술사를 인식하는 주체의 차이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의 미술을 포함한 동양 미술 전반이 누락된 반쪽의 역사니 그 책을 단순히 '미술사'라고 하기에 부족함을 느꼈던 탓이리라. 곰브리치는 위대한 미술사가였지만, 자신들의 역사가 곧 예술의 역사라고 생각하는 강대국 위주의 인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미술사 서적 역시 러시아 미술에 관한 한 이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뿐 아니라 그로부터 야기된 물리적인 문제도 한몫했다. 미술사가 학문으로 본격적으로 체계화되어 갈무렵 세계는 바야흐로 동서 냉전의 급격한 이데올로기 갈등을 겪고 있었다. 자료를 위한 접근조차 어려웠던 시절이었으니, 이는 또 서유럽 미술사가들의 한계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대상에 대한 무지는 대상에 대한 경시로 이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러시아에서 미술사를 공부한다는 말에 사람들이 보이는 또 하나의 반응은 보다 지적인 것이다. 서유럽 미술과 다른 러시아 미술의 특징이 도데체 무엇이냐고 제법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삶이 한마디 말로 표현될 수 있는 건가? 그럴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하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쳐 간다. 미술에 대해서 물어 보았는데 왜 삶에 대한 생각을 하냐고?

나는 한 번도 미술을 포함한 어떤 문화 예술적인 행위들을 삶으로부터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삶과 미술을 결코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은 러시아 미술 그 자체의 내재적 속성이기도 하다. 나를 열광시키고 격정적인 사랑에 빠뜨린 러시아 미술 작가들이 그토록 미술에 담고 싶어 했던 것은 바로 '삶' 자체였다. 러시아의 민속학자 니콜라이 르보프의 말을 인용해 본다.

외국 땅에서 모든 것은 계획되어 있다.

말은 숙고되고 걸음걸이는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 러시아인들 사이에는 격렬한 삶이 있다.

우리가 하는 말은 크게 울리고 불꽃이 튄다.

Василий Перов(Vasily Perov) "Тройка" (Ученики мастеровые везут воду 1866)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 말과 행동이 크게 울리고 불꽃처럼 튀는 나라. 이 나라의 '격렬한 삶'은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왔다. 동양인들에겐 서방이지만, 서유럽인에게는 동방인 나라. 유럽에서 가장 늦게까지 존속한 봉건제, 사회주의 혁명의 실험, 혹독한 내전과 세계 대전, 사회주의의 붕괴와 급속한 개혁. 러시아는 숨 막힐 듯한 격변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역사를 이어 왔다. 이런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러시아인은 스스로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자문했다. 앞의 르보프의 시에서도 서유럽과의 비교 속에서 러시안인들의 특징을 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인들이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질 때마다, 그들의 정치적 태도와 문화적 태도가 달라졌다.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은 러시아 문화를 성(성스러울 聖)과 속(풍속 俗)의 대립이라고 요약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우리 러시아인들은 두 개의 조국을 갖고 있다. 러시아와 유럽이다." 라고 말했다. 토마스 만과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은 일맥상통한다. 러시아 정교에서도 전통에 근거한 러시아는 성을, 서유럽화된 러시아는 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두 요소는 사상적으로는 러시아 정교회의 전통(슬라브주의)과 서유럽의 전통(서구주의)의 대립과 충돌이며, 러시아의 정신 세계를 이룬다. 천 년의 러시아 문화사는 러시아인들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물어 가는 과정이었으며 러시아인의 삶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고 답이 주어지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슬라브주의자이건 서구주의자이건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은 톨스토이의 말대로 "진실하게 가는 것 혹은 더욱 중요한 것은 러시아에서 진실하게 사는 것"에 대한 열망이었다. 러시아 지식인과 문화 예술인 모두는 열망에 충실하게 반응했다. 그들의 실천은 이에 대한 응답이었으며 그 응답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러시아의 위대한 문화의 사상적 원천이 되었다.

Nikolai Yaroshenko "Life is everywhere"(1888)

 

러시아적인 '격렬한 삶'의 흔적은 미술에도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러시아 작가들은 삶과 미술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형식주의자라고 비난을 받는 순간에도 철저하게 삶과 미술에 관계에 대해 고민했다. 농노제의 존속과 강압적인 차르라는 정치체제에 대해서 러시아 예술가들은 책임 있는 지식인의 사명감을 가지고 반응했다. 인텔리겐치아로서 민중들의 삶과 함께한다는 대의를 한시도 잊지 않았다.

1812년 나폴레옹의 침입으로 불붙은 러시아인들의 조국애는 '민족에 대한 봉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만들었다. 귀족 출신 시인 푸슈킨이 노래한 '시대의 예언가'로서의 예술가의 책무에 대한 관념은 모든 장르의 예술가들의 모범이 되었다. '이동파'와 '러시아 아방가르드'가 이러한 러시아 미술의 지식적인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준다.

표트르 대제의 개혁 이후 러시아 작가들은 탁월한 재능으로 단숨에 서유럽 미술의 정수에 도달했다. 표트르 대제는 뛰어난 서유럽의 작가들을 자신의 궁전으로 초청했으며, 재능 있는 러시아 작가들을 서유럽으로 유학을 보냈다.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고전주의가 동시에 수용되면서 독특한 러시아적인 혼합을 이루어 냈다. 러시아와 서유럽 발전 경로가 달라지는 것은 이동파의 등장과 더불어서다. 파리의 작가들이 캔버스와 화구를 들고 햇빛 찬란한 야외로 나가 인상주의자들이 되었을 때 러시아 작가들은 캔버스와 화구를 들고 민중들의 삶으로 들어가 이동파가 되었다. '러시아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시대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그리고 '러시아 사회에 대한 애정을 함양하는 것'이라는 이동파의 목표는 러시아 지식인들의 민중 지향성을 보다 분명히 보여 준다. 민중들의 삶을 묘사하는 풍속화가 19세기에 러시아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장르로 부각된 것은 당연하다. 러시아의 풍경화에서는 나무와 숲 냄새 사이로 사람의 냄새가 짙게 배어 나온다. 1870년에 결성해서 1923년 마지막 전시를 갖고 혁명 정부 하에서 조직 개편을 위해 해체되기까지 무려 52년간 존속했던 이동파는 러시아 미술의 성격을 가장 근본적으로 규정짓는다. 삶으로 치열하게 육박해가려는 화가들의 의식은 회화에서 사실주의적이고 서술적인 성격을 최고의 가치로 만들었다.

세르게이 루치슈킨 "풍선은 날아가고"(1926)

냉전은 서유럽 미술과 러시아 미술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움 가보와 칸딘스키의 바우하우스에서의 활동은 구성주의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서유럽 미술사를 풍부하게 만들었고, 러시아 시골 풍경을 담은 샤갈의 그림들은 지금도 감탄을 자아내며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스탈린 정권에 의해서 매장된 말레비치의 유산은 1960년 이후 서유럽과 미국의 미술에서 미니멀리즘적인 취향의 추상화에서 다시 발굴되었다. 특히 말레비치의 유산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경직성을 깨는 중요한 전략적 무기가 되었다. 구소련의 붕괴와 개방 이후 러시아 미술과 서방의 미술의 동시적 발달은 또 다른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되어 갈 것이다. 개혁 후 러시아 미술사는 재조명하는 서적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특히 구소련 시절에 그 가치에 비해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던 20세기 초반의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프로젝트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란 과거의 죽은 기록이 아니라 현재와 더불어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이다. 개혁 후 20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러시아 미술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최근 세계 2대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에서 고가로 낙찰되는 러시아 작가의 미술 작품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러시아 미술에 대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눈여겨 볼 만할 것이다. "언제나 그들, 러시아인들이 하는 말은 크게 울리고 불꽃이 튄다" 

-이진숙 작가의 위대한 유토피아의 꿈, 러시아 미술사 서문 중에서-

 

책의 서문, 작가 개인의 감정이 아주 진하게 들어나는 글의 이 서문을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누구누구에게 감사를 표하거나, 책을 읽기전 본문의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적은 글이 대부분인 일반적 서문에 비해 이진숙 작가의 책: 러시아 미술사의 서문은 러시아를 소개하는 글로 그저 완벽했다.

그리고 내겐........ 모스크바를 떠나며 정리하는 글로도 그저 완벽했다.

지난 6년의 시간 정착지로 살았던 모스크바에서의 삶을 필사로 마감한다. 너무 많은 생각이 뒤죽박죽 엉키어 무엇으로 결론을 내고 싶은가 내 스스로도 모르겠는 시점에 내 능력의 한계와 정비례하는 고상하고 우아하게 마무리 짓고 싶은 내 욕망이 그대로 들어난다.

지나고 돌이켜보니, 모스크바에서 표출된 러시아에 대한 많은 궁금증, 내 삶의 고뇌와 고민....... 그에 대한 답을 나는 그들의 예술에서 찾았다. 정치와 종교, 경제를 둘러싼 한 민족의 역사는 미술과 음악 그리고 글에 가장 정확하게 남는다. 이데올로기의 그늘에 참으로 많은 것이 가려진 러시아. 나는 그 곳에서 또 하나의 동전을 찾았다.

동전의 뒷 면은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는 올가, 나타샤, 타냐, 이리나, 크세니아, 세르게이, 키릴, 샤샤, 알로나, 아나스타샤......... 나의 이 평범한 친구들...... 그 친구들의 아이들...... 그 가족들의 친구들......  그들과의 추억이, 바로 그들이 동전의 앞 면이 된다. 친러파라 불린다 하여도 어쩔 수가 없다...... 내겐 이제 그들이 그저 러. 시. 아 이기때문이다.

또 하나의 애증의 도시 모스크바, 팔이 안으로 굽는 나라 러시아는

이리하여 내 개인의 역사에 무. 탈. 했. 던........ 기억으로 기. 록. 된. 다. 

Goodbye Russia, Thanks Moscow

마르크 샤갈 "생일"(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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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렇게 6년간의 모스크바 생활에 작별 인사를 고하셨군요.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그곳에 계시는 동안 많은 곳으로 여행도 하셨으니, 참으로 열심히 사셨습니다.

    사실 이 포스팅을 지난번에 한 번 읽었는데, 뭔가 이해 불가한 부분이 있어 오늘 다시 읽었답니다.
    이진숙 작가란 분의 책 서문이 제겐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2019.10.10 01: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세레나가.... 커버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열심히 살았구나 저도 스스로를 독려합니다. 지나고보니 제 6년간의 모스크바의 삶은 '아기 엄마'로 그저 그 타이틀 하나에도 벅찬 삶으로 그리 살았구나 싶어요. 이제 '아기'는 뗀 그저 엄마이니... 민스크의 삶은 또 조금 다른 삶으로 이어질 수 있으려나..... 걱정 입니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으신 왈리님께서 어려우셨을 책의 서문이 아니라 어쩌면 제 마음의 상태가 고스란히 들어난 글의 맥락이 이해되기 힘듬으로 연결 되지 않으셨을까 감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읽고 또 읽어봐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해가 되지 않는걸요? ㅎㅎㅎㅎㅎ 그래도 과감히 'delete'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은...... 후에 이 글을 읽으며 아...... 내 마음의 상태가 저랬었구나...를 느끼고 싶어서 입니다. ^^
      엉망징창의 포스팅 글에 대한 변론으로 괜찮은가요? ^^

      이진숙 작가의 '러시아 미술사'라는 책을 모스크바 삶 초기가 아닌 마무리기에 읽게되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6년이라는 시간을 러시아에서 보내지 않았다면 저 같은 문외한에게는 진짜 어려울 수 있는 미술사 책이니요. 그래도 서당개 6년, 그 마무리를 해야할 시간에 고개라도 끄덕일 수 있는 내용들이 있어..... 읽고 또 읽으며 행복 했습니다 ^^ 저 4번 읽었거든요 ㅎㅎㅎㅎ

      2019.10.12 15:55 신고 [ ADDR : EDIT/ DEL ]

Life/Russia2019. 2. 23. 19:01

도시 모스크바의 매력은수 없이 많은 공원 그리고 헤아릴수 없이 많은 예술인들의 소울이 담긴 공간이 무수하다는 것이다. 잘 몰랐던 '예인'을 만나게 되는 행운이야 도시 모스크바에서는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 것보다는 쉬우니...... 이정도면 내 모스크바 예찬론이 그저 공갈빵의 형태는 아님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Святослав Теофилович Рихтер / Sviatoslav Teofilovich Richter

리흐테르.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드라마에서 였다. 드라마 밀회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선물 한 회고록 그 책의 주인공 스뱌토글라프 테오필로비치 리흐테르. 이 어렵고도 어려운 이름의 천재 연주가를 비종사자인 한 일반인에게 친근하게, 언뜻 생각 나지 않는 것을 쉽게, 상기시키도록 도움 주는 것이 바로...... 드라마와 영화의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연주자 리흐테르의 이름은 어렴풋하게나마 기억의 어느 저장소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가 러시아 출신 연주자인 줄은 몰랐다. 배움의 끝은 진정 없다.....

2월 14일 발렌타인즈데이, 이 로맨틱한 날에, 내 모스크바 정인과 로맨틱함의 끝을 보러 리흐테르의 집에 방문했다.

the 16th floor at 2/6 Bolshaya Bronnaya St. 리흐테르가 그의 아내 니나와 한동안 머문 이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를 박물관 겸 연주회장으로 만들어 놓은 러시아 사람들에게 감탄을 한다.

이 작은 공간의 모든 곳에서 느껴지는 것은 '고품위'

품위있다 혹은 고상하다는 단어에 멋을 조금이라도 더 부여하고 싶은 마음 한가득이다.

1915년 3월 20일 생의 리흐테르는 우크라이나 지토미르 태생이다. 그러니까 조금 더 정확하게 그는 러시아인이라기보다는 소련인이라는 단어가 맞는 선택일 것이다. 20세기 가장 뛰어나 연주자라는 칭호가 붙는 그는 소련의 피아노 연주자였다. 한국의 많은 훌륭한 연주자들에게도 영광스러운 이름임에 의심치 않을 그가 1994년 한국 내한공연을 하였다하니 우리에게도 이 연주자의 이름은 작은 연으로나마 꽁꽁 묶어두고 픈 아름다운 추억, 그 기억의 주인공이다. 

리흐테르의 생애를 잘 정리하신 블로그가 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hsong0713&logNo=221275595385

내 모스크바 수호천사 중 한명인 정인:마음이 통하는 친한 친구, 모국어로 쉼없이 수다를 떨 수 있는 내 친구 사샤의 근사한 계획.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감동의 계획을 세우는 친구가 있다는 것..... 내가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다.

그녀덕에 이 멋진 공간에서 멋진 연주자들의 멋진 연주를 듣는 영광의 시간을 보낸다.

발렌타인즈에 듣는 슈베르트는 진정...... 감동이다.

1년 스케줄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듣고 멋드러진 공간을 둘러보는 비용은 상상하기 힘들만큼 가볍다. 모스크바가 갖고 있는 넉넉함..... 예술이 대중에게 거리낌없이 다가올 수 있는 최고의 장치, 가벼운 주머니만큼 가벼운 발길로 언제든 들어갈 수 있게 열려 있는 문. 내가 모스크바를 사랑하는 이유다.

https://pushkinmuseum.art/museum/buildings/richter/index.php?la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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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Russia2019. 2. 10. 16:00

회색빛, 그 무채색의 날씨가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모스크바의 2월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여유를 앗아간다.

영어 단어 pressure, 모스크바의 긴 겨울을 나는 시기에 나와 베비라쿠아씨가 자주 쓰는 단어이다.

압력, 압박, 부담, 기압, 스트레스 : 단어 pressure가 내포하는 이 모든 의미는 우리의 현재 상황을 알맞고 간단하게 그저 한마디로 표현이 된다.

그저 표정을 보고 '무슨일 있어?' 걱정의 안부를 묻는 이에게 'Just because of the pressure' 이라는 이 짧은 한 문장으로 고개 끄덕임의 '이해해'를 말하는 상대를 본다. 그래도 우리에겐 내 삶의 걱정, 자꾸 덧나는 지나온 시간의 상처, 예측 불가능한 미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해와 갈등 이라는 어마무시한 주제를 굳이 꺼내지 않아도 압력, 압박, 부담, 기압, 스트레스 라는 여러 뜻 중 가장 부담 없는 '기압'을 내 맘대로 골라 날씨라는 공식에 대입시키는 비과학적 무논리를 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지난 여름, 수즈달에서의 평온했던 그 하루를 증명하는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 할 수는 없지만......... 비과학적 무논리라 할지라도 '마음의 여유'라는 선물을 얻을 수 있는 자연의 품이 그리워진다. 작은 여유를 품을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 다채로운, 똑같지 않아 아름다운 자연의 미에 마음을 기대어 사나워지는 마음을 진정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파릇파릇 싱그러운 초록의 푸르름..... 봄이 오시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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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도바람

    내가 아는 수즈달과 여름 수즈달은 도저히 같은곳이라는 생각이 안들어요. 잿빛의 모스크바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난 눈 쌓인 수즈달이 훨 좋네요. 3년째 시베리아에 겨울 만나러 가는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듯해요.

    2019.02.20 16:12 [ ADDR : EDIT/ DEL : REPLY ]
    • 러시아 라는 이 매력적인 나라가 갖고 있는 바로 그 동전의 양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겨울 날의 풍경과 여름 날의 풍경이 마치 다른 두 나라인 듯,착각이 들게 만드는 곳.........
      이상한 사람 2 에 손 번쩍 드는 벨라줌마 입니다! ^^

      2019.02.23 17:22 신고 [ ADDR : EDIT/ DEL ]

Life/Russia2019. 2. 9. 16:18

머문 호텔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줬다. 아침 일찍부터 자전거를 타고 수즈달 곳곳을 달리니 세상을 얻은 기분이다. 기분좋은 햇살, 그림같은 풍경, 낡고 오래되어 고풍있어뵈는 전통가옥....... 그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길....... 여름날의 수즈달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여행의 재미는 음식이다. 정성깃든 음식을 맛본 경험은 여행지에서의 마침표를 기분좋게 찍게 만든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그저 눈에 들어와 들른 식당이었다.

пельмени & гречка

펠메니(пельмени)는 시베리아 전통음식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식 만두다. 우리에게도 (사실 세계 곳곳에서도: 이탈리아에서는 똘딸리니/라비올리) 만두의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음식은 친숙하여 먹기좋은 한끼 식사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펠메니를 정말 맛나게 하는 식당을 찾는 것이 사실 쉬운일이 아니다. 손반죽, 신선한 속재료, 알맞은 익힘의 이 삼박자를 똑소리나게 맞추는 식당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하지만 이 날 우리는 그 하늘의 별을 딴 정말 운 좋은 날이었다.

그례치카 (гречка)는 메밀의 러시아어 이다. 메밀로 만든 밥이니 그례치네바야 까샤 (гречневая каша)로 불려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데 이 메밀밥을 그저 그례치카로 부른다. 세레나에게 그례치네바야 꺄샤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물으니 너무도 단호하게 '아니야! 이 사진의 밥은 '그례치카'야!!!!!' 란다.' 요즘 세레나 선생의 가르침이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어 곤욕을 치른다........ 현지인화 되어버린 딸래미의 발음 지적은 가히 죽음의 일침이다...... 요즘 내 러시아어 공부...... 그 기를 팍팍 죽이고 있는 세레나.... 얄미워 죽겠다.......

이 두 음식은 러시아 전통음식을 맛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적극 추천해 드린다. 그리고 혹 수즈달을 방문하는 이가 계시다면 이 식당도 추천해 드린다.  간단하지만 기분 좋은 한끼 식사, 정갈하고 정성있게 만든 음식은 사람을 참..... 행복하게 해준다....

거기에 계산하는 시간도 기분 좋게 해주니...... 오르골 안에 든 계산서에 화를 내며 돈을 넣을 이가 얼마나 있으리.....

그들의 멋진 상술에도 감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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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Russia2019. 2. 5.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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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Russia2019. 2. 4. 04:59

내가 본 도시 수즈달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음악을 하는 사람.......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스릴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장기간 머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관광도시로서 유명 건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유서 깊은 박물관, 예배당에 들르고,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행위로 하루를 보내기는 꽤나 심심한, 화끈한 유흥거리가 없어 무료할 수 있는 그저 지루하다 싶은 여행 프로그램만이 가득 한 곳이었다.

그러니까 해외 시찰이나 테마 연수 같은 목적으로 한국의 의원님들이 방문 할 일은 없는 도시가 된다. 해외 시찰이나 테마 연수와는 관계 맺을 수 없는 따분하여 답답할 수 있는 이 도시가 내 눈에 이리 아름다운 것을 보니 난 역시 감투를 쓰고 연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직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술이나 교육의 일도 아니고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스릴 시간이 필요하다는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노동자인 베비라쿠아씨는....... 이곳에서 계절이 변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말한다. 그의 눈에도 고즈넉함의 아름다움이....... 그저 멍때리는 시간을 사색의 시간이라 포장하기에 좋은 곳으로 보이나보다.   

 

하지만 러시아 내에서 러시안들에게 수즈달 이라는 도시가 유명한 이유를....... 

그저 스쳐지나가는 외국 관광객에게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이유를...... 

이 피사체가 그저 말없는 증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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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도바람

    모스크바서 가깝고 차도 있으니 겨울 수즈달도 꼭 다녀오시길 강추합니다. 우리 묵었던 마을 끝 수도원 뒤 숙소까지요. 꿈같은 시간이었다는~~~

    2019.02.20 16:14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요. 어떠한 상황이, 행운이라는 이름으로 제게 찾아 온다면 가을과 겨울의 수즈달에 푹~~~ 눌러 앉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입니다.
      꿈같은 시간 속 너도님 마음 백분 이해!~~~~~~~

      2019.02.23 17:19 신고 [ ADDR : EDIT/ DEL ]

Life/Russia2019. 2. 2. 16:24

Суздаль / 수즈달

The cities of golden ring. 러시아 여행을 계획해본 이라면 한번 쯤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모스크바에 여정을 풀고 다녀 올 수 있는 8곳의 유명 도시. 그 중 도시 수즈달은 베스트 of 베스트라는 수식어를 부여 받은 곳이다. 지난 6년여 시간을 모스크바에 살며 골든 링 도시를 다녀오지 못한 창피함이야 굳이 꺼내 놓아 무엇할까........

지난 여름 주말여행 일정으로 수즈달에 다녀온 것은 '골든 링 도시 둘러보기 도전!' 이라는 거창한 계획의 첫단추를 채워보자의 이유는 아니였다. 세레나를 시댁에 떨구어 놓고 돌아와, 베비라쿠아씨에게 청아닌 청을 했다. 혹 모스크바를 떠나게 되면 떠나는 아쉬움의 기념으로 그대와 단둘이 수즈달에 다녀오자고...... 

우린 결과적으로 모스크바에 남겨지는 선택지를 받았고 세레나의 학교와 새로 살 집을 알아보기에 앞서 마음 비우기의 시간이 필요했던 우리는 그저 그렇게 더워 행복했던 8월의 기운으로 수즈달로 향했다.

무엇이 되었던 대상을 향한 기대치를 높이 세우지 않는건 인생을 조금, 아주 조금 더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작은 팁이된다. 수즈달이라는 도시의 이름 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내 직접 보지 못했으니... 알게 무엇이야...... 하는 마음을 갖은건 내 교만이었다.

자가운전으로 여행길에 오른 우리는 출발 전, 구글지도를 보며 평화로운 농촌, 그 끝없이 펼쳐진 밀밭의 풍경을 보고 싶다는 유혹을 느꼈다. 수즈달은 러시아 자국내 밀 생산지로 유명하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말없이 한동안 이 길에 서 있었다.

경이 주는 안식은 세상을 향한 전투본능을 조금은 수그러트린다.

익숙하지만 생경하다는 아이러니한 농경지의 풍경은 도시에 삶의 터전을 두고 사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생각일 것이다. 밀수확이 한창인 농부들의 모습, 거대한 덩치의 트렉터, 하늘 한참 아래 자리잡고 있는 구름, 그저 풍요로와 보이는 황금색 들판........ 참으로 잘그려진 풍경화, 수채화 작품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이리도 멋진 황금 들판을 달려 도착한 도시 수즈달.........

잠시 이 세상이 아닌, 우주 밖, 어느 다른 세상에 도착한 듯한 착각이 든다. 동화속 풍경 아니, 서양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러시안 미술 특별전시회 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 너무 감성적인 것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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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Russia2019. 2. 1. 07:25

Taekwondo / Тхэгвондо

별다른 일정이 없는 일요일 아침, 세탁되어 잘 마른 아이의 태권도복을 다림질 했다. 내 형편없는 다림질 실력이 각을 세워 폼이 나게 입을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던 다려진 새 하얀 도복을 입은 아이의 몸가짐은 그저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수업에 임하는 것보단 무엇인가 더 의미가 부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최선을 다해본다...... 최선을 다하고 나니 보여지는 결과를 기대한다. 일요일 아침, 그저 잠옷차림으로 잘 놀고 있는 아이에게 태권도복을 입게 한다..... 극성스러운 엄마의 표본이다......

세레나의 초등학교 입학 전, 학교를 둘러보다 태권도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 3층 체육관 한 벽면에 걸려있는 한국어 '태권도'라는 글자가 써진 나무판자를 보고 우리 아이가 이 곳에서 잘 적응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날렸다. 나에게 한글이 주는 어마무시한 위력이다....... 베비라쿠아씨의 흥분 모드가 한 몫을 단단히 했음도 물론 밝혀야 한다. 그에게 무엇이 되었한국과 관련된 것은 흥분 모드 상태로의 전환이 된다는 것........ 나에게 참으로 큰 복이다. 지난 9월 모스크바의 한 러시아 사립초등학교에 세레나가 입학을 하고 근 3개월간 태권도 수업과 관련된 우리 가족의 의견 다툼이 끊이지를 않았다. 세레나는 첫 태권도 수업을 한 날, 집으로 돌아와 이제 태권도 수업에 가지 않겠다 선언을 했다. 이유는 태권도 수업에 들어온 여학생은 자신 한 명뿐이라는 것이다........

영국과 북유럽 수업 과정을 모토로 삼는다는 세레나의 학교... 하지만 여자와 남자의 구분을 명확하게 긋는 것은 러시아식 인 것일까...... 일주일에 두번 체육 수업 시간, 동시간에 여학생들을 위한 리듬체조 수업과 남학생들을 위한 태권도 수업을 진행한다. 또 다른 두번의 수업 시간은 발레 수업과 브레이크 댄스 수업으로 남과 여를 또 가른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체조와 발레 수업은 여학생을 위한, 태권도와 브레이크 댄스는 남학생들을 위한 수업임에 의심하지 않는다. 또래 집단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세레나에게 반의 모든 여학생들이 가는 발레와 체조 수업은 수업 내용과는 무관하게 집단 행동의 자연스러움으로 인식이 되어간다. 거기에서 특이 행동을 보이는 것은 이상 행동으로 인지된다. 참으로 무서운 인간의 본성이다.

아이를 설득 시키는데 3개월이 걸렸다. 베비라쿠아씨는 설득보다는 윽박을 선택했다. 윽박이 쉽고 설득이 어려운 이유는 시간과의 싸움, 그 참을성, 그 인내라는 고난의 길에 종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레나는 윽박 앞에 투쟁의 의지를 불태웠고 종용앞에 회유 의사를 내비쳤다.

리스마스 새해 연휴, 겨울방학을 마치고 돌아간 학교, 현재까지 2주, 4번의 태권도 수업, 홍일점의 세레나가 있다. 또 어느 순간 집에 돌아와 '엄마! 나 태권도 수업 안갈래!'를 말하여 내 화가 점화 될지 모를 일이다. 윽박이라는 쉬운 길에 슬그머니 발을 들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 눈꼽도 떼지 않은 민낯, 까치머리 스타일링의 일요일 아침 부녀의 모닝 대련 사진은 날 웃게 만든다.

모스크바에서 태권도의 인기를 실감한다. 한국식 가라떼(코리안 가라떼)라는 부가 설명 없이 그저 태권도 라는 단어만으로 '알아 알아'의 반응을 보이는 상대들을 보며 알수 없는 마음의 동요가 인다.

스포츠 백과에 명시된 '태권도'의 내용 중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

태권도는 어떤 무기의 사용도 없이 인체를 사용하지만 일편필승의 가공할 공격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태권도는 방어를 우선하는 기술 습득 원리를 강조한다. 이는 평화와 공정성을 존중하는 태권도의 정신적 기반에서 비롯한다. 이를 통해 태권도는 배우는 이가 수련의 목적을 결코 남을 공격해서 제압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극복의 고결한 태도에 두도록 만든다.

교육적 수단으로서의 태권도는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가치관과 애국심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재료로서 작용하고 있으며, 자아완성에의 의지를 실천하도록 안내한다는 점으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서 태권도 수련자는 평화 지향적인 기술 체득 원리를 이해하며 빈번하고 반복적인 예절 교육을 통해 자칫 빠지기 쉬운 자기 중심적 삶을 뛰어넘어 인간 생활에의 광범위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인간 생활에서의 덕목들이 교육으로서 태권도가 추구하는 바이며 바로 이점이 태권도의 무도적 가치관이다.

읽어보고 또 읽어봐도 좋은 말 투성이다.

어떻게 태권도를 학교 운동과목으로 선택하게 되었냐는 내 질문에 교장 선생님이 대답했다.

"교육으로서의 태권도가 훌륭하니까요"

러시아 학교, 러시아인 교장 선생님의 이 대답에,

대표적인 한민족 고유의 무술로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투기 스포츠이자 대한민국의 국기이며 현재 세계 약 900만명의 유품, 단자를 배출하는 한국 전통 무예스포츠다 라는 태권도의 정의를 되새겨 읽어본다.

태권도가 갖은 품격이 대한민국의 품격으로 작용되는 양날의 검..... 

종사자들의 진지함이 필요한, 주목할 만한 문제의 대목이다.

 

웃는 내 아이가 건강한 운동으로의 태권도를 행복하게 즐기며 배워 나가기를 희망한다. 내 희망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우리의 소중한 태권도를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 이라는 밑도끝도 없이 거창한 감동의 밑자락이 아니다. 그저 내 아이가, 우리의 아이들이 흥미와 재미로 오래도록 큰탈없이 배움하기를 바라는 참으로 단순한 시각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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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Russia2019. 1. 26. 17:42

'설경' 이라는 멋드러진 말로 포장을 해봐도 매일 마주한다는 것은 곤욕이다. 눈 내리는 어느 하루는 참 멋지지만 눈 내리는 매일은 내 생활 패턴을 자꾸 느리게 느리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느려져버리는 내 생활 패턴...... 따뜻한 집 안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그래도...... 나쁘지 만은 않으니..... 이 변덕스러운 마음을 어찌할까.

2주가 넘게 영하 10도 아래를 찍고 있던 모스크바의 날씨가 그래도 오늘부터는 한 자리 숫자가 된다. 손가락으로 슬그머니 숫자 앞에 붙어있는 마이너스를 가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내가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에 근거한 날씨를 겨우 작디작은 손가락 한마디로 가린다 하여 달라지는 것이 바뀌는 것이 가능할 수는 없는 일이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내리는 눈, 그 눈의 작은 입자는 말그대로 오두방정을 떨며 공중부양 상태로 땅으로 떨어지지도 못하고 그렇다 하여 다시 하늘로 오르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이 된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내 마음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니..... 이 변덕스럽고 이상스럽기 짝이 없는 마음을 진정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먼 곳에 존재하기에.... 내 눈과 귀로 늘 확인할 수 없기에 마음이 아픈 상대가 있다. 겨우 미력하기 짝이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 그 존재의 대상을 마음으로 안위한다는 것.... 그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그 대상은 내 가족, 내 벗, 내 지인이라는 쌍방의 소통이 가능한 상대이기도 하지만 그저 오랜시간 존경과 동경의 대상으로 일방통행의 마음을 보내는 상대도 있다.

일방통행의 마음을 보내는 상대가 공인일 경우 조심스러움은 배가 된다. 나는.... 그래서 특별해 보이지 않는 그래서 튐이 없는 무난함으로 상대에게 향하는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한다. 그 미미한 노력이 소신있는 상대를 더 빛나보이게 하는 도구가 아닌 황당한 상황에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믿음으로 작용되기를 바란다.

나는 늘 언론 기관에 종사하는 이가 되고 싶었다. '언론인' 이라는 타이틀, 그 타이틀이 박힌 명함을 소지하는 것이 탐이 났던 것인지, 언론인 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내가 본 세상을 다수와 공유하고픈 소명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나는 내 아이 세레나가 생긴 이후로 ' 내 어린 시절의 꿈'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먼 훗날, 성년이라는 나이 앞에 서게 될 내 아이에게.... '엄마한테는 어린 시절 이런 꿈이 있었단다. 왜냐하면...........' 의 이 분명한 이유를 설명 할 수 있는 나이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 갈수록 더욱 더 갈팡질팡해지는 세상살이지만.......

현재도 또한 후에도 소신있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있다.

'엄마가 참 존경하고 동경하는 한국의 언론인은 손석희 앵커란다. 엄마가 언론인이 되고자 했던 시간을 후회없이, 그저 마음에 소중히 품고 살 수 있는 이유를 주는 분이란다.'

내 아이에게 흔들림 없이 말할 수 있는 이 문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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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Russia2018. 12. 1. 04:19

 

모스크바는 일주일째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오늘 모스크바 최저 온도는 영하 17도였고 내 개인의 체감 온도는 영하 100도다......... 춥다.

День матери в России

11월 25일, 러시아의 '엄마의 날' (День матери в России) 이었다. 매년 11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러시아의 '어머니의 날'이 지정된건 1998년 보리스 옐친 정권시절이다. 그러니까 올 해로 20주년이 된다.

공식적, 다수를 향한 누군가의 날에 내가 포함된 건 세번째가 된다. 어린이 날, 성년의 날을 거쳐 나는 엄마의 날 이라는 이 엄청난 타이틀의 주.인.공 이다. 한국의 어버이 날도 아니고 이탈리아의 어머니의 날도 아닌 러시아의 어머니의 날에 축하를 받는다. 내 아이러니한 인생, 그 한 꼭지가 또 이렇게 쓰여진다.

세레나의 학교에서는 엄마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대대적(?) 준비를 시킨다. 아이들에게 그림, 손편지...... 그 감동의 선물 말이다. 내 오지랖은 오늘도 이어진다. 혹........ 이 특정명이 붙은 날, 축하해줄 대상이 없는 아이들은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세레나에게 물었다.

혹시 아주 혹시 엄마 그림을 그리지 않는 친구가 반에 있었어? 안도의 대답이 돌아온다.

아니! 다~~~~들 왕비 엄마 그리느라 무지하게 바빴어!!

내 용량은 세레나가 속해 있는 반의 아이들이다. 고작 10명이지만........ 모든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진 못했지만...... 내 아이가 속해 있는 반의 아이들에게 무사고 함박웃음이 나에겐 안도... 그리고 행복이다.....

 

우록 드바(УРОК 2), 레슨 투(Lesson 2) : 혼란의 시기가 왔다.

가만 보니 세레나는 아닌거 같다. 아니 어쩜 그녀도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입장에서 외상을 입지 않은 하루를 보낸 아이를 데리고 오는 길..... 나는 그렇게 확신을 한다. '오늘도 우리 아이가 하루를 잘 보냈군!'하는 그 착각의 확신 말이다. 사회 구성원에 속하기 시작한 아이의 내상은 더이상 내 관여가 아님을 상기 시킨다...... 그래서 이 망할놈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드는 날이 더 많다.

내 러시아어 공부, 그 혼란의 시기가 도래했다. 겨우 알파벳을 쓰고 읽는 것을 떼고 나니..... 거대한 문법의 장벽이 슬그머니 열린다..... 자신감이 저하된다....... 이런 젠장..... 공부 안하는 애가 피우는 엄살 혹은 단념과 포기를 위한 이유 찾기다......

허나, 동네 방네 소문을 내 놓았으니...... 이대로 포기는 못. 한. 다. 

아....... 어렵고도 어려운 러시아어여....... 내 굳은 머리에 너무 힘겹게 들어오려 하지 마시오...... 주문을 왼다! 

그래도 세레나의 우록 아딘, 그 레슨 원의 반복 학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께 감사의 기도를 할 건덕지는 그래도 이리 남겨 주신다....... Thanks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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