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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벨라줌마 2023. 12. 14. 04:49

90년대 초반은 해외 스타들이 공연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한국 방문을 빈번하게 하던 시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2년 Can’t touch this라는 히트곡의 주인공 MC Hammer가 한국에서 공연을 했다. 내 나이 만 열두 살, 심하게도 씩씩했던 나는 공연장을 홀로 찾아 가 그의 공연을 즐기고 왔다. 돌이켜 보니 2층 객석 맨 앞 줄 혼자 멀뚱멀뚱 앉아 있던 내 옆에 누군가도 혼자 왔고 그 사람의 뒷자리의 누군가도 혼자 왔더랬다. 내 주변에 혼자 온 사람들이 많았던 기억이 또렷했던 이유가 있다. 생면부지, 처음 본 내 주변 자리에 있던 그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모두 모두 미친 듯이 일어나 춤추고 소리를 질러댔던 그 기억, 누군가 두루마리 휴지를 잔뜩 가져와 나눠주며 일층으로 던지라는 말에 신이 났던 기억이 내 뇌의 어느 저장고에 박혀 가끔 불쑥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지금 돌이켜 보니 MC 해머는 그 당시 내 또래들이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다. 공연 티켓도 꽤 비싼 가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니 그 누구도 같이 가 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가겠다 마음을 먹고 실행으로 옮겼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엄마는 나를 일찌감치 포기(?) 했거나 심히 방목했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이 그토록 매력적이었을까는 사실 모르겠지만 내가 그의 모든 노래에 꽂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놈의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MC Hammer 그 흑인 음악을 시작으로 난 힙합이라는 장르에 미친 10대를 보냈다. 나는 여전히 듀스를 사모하고 있고 드렁큰 타이거를 애정하며 닥터 드레이와 에미넴을 동경한다. 나는 여전히 우울한 기운이 심하다 싶을 만큼 나를 짓누르는 시간이 찾아오면 에픽하이, 리쌍,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를 찾아 듣는다. 내 시퍼랬던 청춘에 힙합이라는 장르는 그렇게 반항의 도구이자 덧나는 상처의 연고 치료제였다.

세레나가 뱃속에 자리 잡으며 태교(?) 활동의 도우미처럼 클래식 음악은 내가 듣는 음악의 주류로 자리했다. 오페라와 발레를 봤던 것들이 도움이 된 건지 극성 엄마의 선택적 태교나 유아기 감성 발달을 위한 애씀보다는 그저 좋아서 들었다. 세레나의 유아기를 모스크바에서 보낸 이유도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빠져 살기 좋은 여건이었다.

작년부터인가 세레나가 BTS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또래문화에 깊이 빠져드는 시기가 시작된 듯하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이후로는 블랙 핑크를 사랑한다. 한국 아이들은커녕 동양아이들 조차 몇몇 없는 작은 규모의 학교지만 K-pop은 그저 엄마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세레나에게 호감을 보내는 또래 아이들을 행운으로 보내준다.
맨날 클래식 음악만 듣는 재미없고 멋없는 엄마라는 아이의 말에… 닥터 드레 군단 소속 에미넴, 50센트, 스눕독 등 오래전 올드 힙합을 들려줬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깜짝 놀랐고… 학교에 가서 에미넴과 스눕독을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몇몇의 남자아이들이 열광(?)을 하더라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우리 집은 지난해부터 매우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틀어 놓는 문화가 정착했다.
몇 달 전 베비라쿠아씨의 겨울 콘서트 제안: 아이스 큐브가 암스테르담에 온데!! 갈래?? 였다.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가 늘어놓는 다른 출연자들도 모르겠다… 나 정말 힙합 좋아했던 거 맞니? 이탈리아 시골 촌놈출신인 베비라쿠아씨에게 니가 힙합을 알어?로 근 20년간 구박을 해온 나였다… 그런 그는… 정확히 21년 후… 유쾌한(?) 복수를 한다.

공연장은 엉망진창 자유 분방함의 극치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신나 하는 나 스스로를 보며…. 만 11살의 세레나를 동반한 겁 없는(?) 베바라쿠아씨 부부의 용기에… 우리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흥분의 도가니 그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리고 우리는 행복했다.
*ucker 앞에 mother가 미친 듯이 붙는 그들의 음악에 얼굴이 붉어지는 나는… 40대의 엄마가 되어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따라 불러댔던 음악. 그 가사의 의미를 알아버린 나는 딸아이 앞에서 당황스럽지만….
난 여전히 힙합이 좋다…..
난… 자라는 아이와 힙합 뮤지션의 공연을 앞으로도 쭉 보러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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