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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네 번째 장

벨라줌마 2024. 8. 25. 15:41

불만과 불평의 근원을 찾는 것은 어리석다.
그냥… 원래… 본성이 그런 것이라 결론짓는 것도 무책임하다. 고뇌하는 시간에 그저 의미 따위를 부여하며 자위할 뿐이다. 탓을 찾아 헤매는 것도 내 모지람에 자책하는 시간도 에너지 분산의 그저 한 자구책일 뿐 덧없다.
어려운 말을 지껄이고 싶고 염세주의자인 척 애쓰는 것을 보니 내 삶이 꽤나 버거운 모양이다.
‘소유’ 그 양날의 검에 손이 베이다 못해 팔이 잘려나갈 수도, 생을 마감시킬 수도 있음을…
그보다 더 참을 수 없는… 쪽팔리는 인생을 연명할 수도 있음을 나는 조금 이른 나이에 알았다. 그렇다고 공수래공수거를 맹신하여 ‘무소유’의 삶을 지향하는 것 또한 나 같은 속물에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길임도 일찍이 깨달았다. 이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심한 삶을 살게 될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한땐 내 단호했던 결정이 나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리라 굳게(?) 믿었다. 그렇게 자신했던 시간도 분명 있었다. 이 모든 시간이 무의미하다고 하기엔 억울하지만 후회되는 시간이 참 많았구나를 되세이는 지금의 내가 참으로 싫다.

내 나이 마흔 그리고 넷.
공동소유자란에 서명을 했다. 우리 깜냥으론 꽤 많은 돈이 지불된 은행대출이 반인 ‘우. 리. 집’을 이탈리아, 내 남편의 고향마을에 장만했다.
기쁨보다는 걱정과 불안의 감정이 앞선다.
15년 전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내 모든 것이 싫다는 참으로 철없던 불만 불평으로 한국을 떠나 이탈리아 베로나에 도착했다. 결혼 이민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사랑의 콩깍지 그 호르몬의 흐릿하고 불분명한, 소수점만이 난무하는 계산이 큰 비중을 차지했었음을 부정하진 않는다. 베비라쿠아씨의 국외 일꾼으로서의 삶이 15년간이나 이어질 것이라고는 진정 예상하지 못했지만 우린 지난 15년의 세월을 국외자로 그렇게 살았다.
국외자로 산다는 건 무언가를 소유한듯하지만 결론적으로 ‘내 것’은 아닌 빌려주고 내어준 것을 합의한 기간 동안 이용하고 사용하는 삶이다. 소속감 또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유목민의 전형적인 삶을 살며 ‘이방인’의 타이틀로 대표된다.
베비라쿠아씨는 그의 고국으로 돌아와 ‘국외자’의 딱지는 떼었다. 나는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스스로의 단호한(?) 결정으로 그냥 계속 재. 외. 국. 민으로 남기로 했다.
국외자, 이방인이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쿨~~ 한 것이 아님을… 그 핫~~ 한 삶에 데이고 다침을 반복하고 학습했음에 난 깊은 한숨이 나온다.
허나 내 결정을 쓸쓸해하기엔… 내 속물근성이, 내 허영이 ’ 너 이탈리아 좋아하잖아’로 어퍼컷을 날린다.

나는 20년 만에 내 이력서를 업데이트했다. 이력서를 쓰며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열등감 혹은 자격지심이 올라왔다. 화풀이 대상은 1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새 직장으로 이직한, 출퇴근이 부담스러운 거리에 위치하여 주말 부부가 되어버린 상황, 나름의 팍팍한 삶에 고통받고 있는, 국외자의 타이틀을 띤다는 것이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인가를 매일매일 고되게 체험하고 있는 내 남편 베비라쿠아씨다.
이탈리아어, 이탈리아 사람들, 이 지역 문화 그리고 공공기관 방문 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이가 없다며… 나는 그에게 생떼를 부린다.
서럽다. 쪽팔린다. 눈물이 난다.

15년 전 내 젊음, 그 긍정의 에너지를 애증으로 변하게 만든 책을 다시 꺼냈다. 15년간 업데이트된 적 없는 책이니 새로이 다시 공부할 책을 구매하려 하지만 ‘구관이 명관’ 그저 익숙했던 그 시간의 ‘교과서’에 먼저 손이 간다.

이 망할 놈의 언어지옥에 끝이 언제 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끝에 혹여 도달했다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한국의 국어국문과에 재입학을 희망하니 나는 미친년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이탈리아로 왔다.
시작부터 외로운 것을 보니…
모든 것이 그저 서운한 것을 보니…
나약한 상태에 도달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젠장의 마음을 녹이는 것은 음악이니… 난 음악이 참 좋다…

https://youtu.be/eBBd425-zHw?si=fi1-6-Qbzl3CrP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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