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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두 번째 장

벨라줌마 2024. 4. 5. 15:56

지난 일요일 내 모스크바 지기중 한 명인 따냐가 사진을 보내왔다. 우리가 선물한 튤립이 모스크바 땅에 싹을 틔웠다고… 봄이 오고 있다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리의 정서는 꽤 피폐해졌다. 나보다 내공이 강한 내 소중한 모스크바 지기들, 내가 언니들이라 가족이라 생각하며 기대고 의지했던 그들이 소소하지만 마음 편히 웃을 일만 가득하길 바라고 기도하지만 그들의 터전, 그 땅에서 일어나는 일과 소식들은 여전히 불안과 걱정을 안긴다.
지난주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사건은 또 그렇게 그 땅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도 그 땅 밖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공포로 눈물로 한숨으로 남았다.

허나… 아직 언 땅에 그래도 싹을 터트리는 그 강한 생명력이 살아 버티고 있는 한 모스크바에도… 키이우에도… 봄은 온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다 하여 무시하고 무관심하게 넘어갈 일이 아닌 일이 참으로 많다. 그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은 유전자 덕분에 내가 지금 이 땅에 발을 딛고 살고 있고, 내 유전자를 물려받아 태어난 내 아이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처음 접하는 기사가 전쟁, 테러, 재난, 사고, 부고가 아닌 이상 너무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치닫지 말자… 내 하루의 그 시작을 슬픔, 고통 혹은 분노로 시작하지 말자… 가 내 나름의 굿모닝 감정 통제 그 조절법인데… 거기에 한 가지 예외 조항에 해당하는 소식이 있다.
바로 어그러진 역사를 자꾸만 더 어그러지게 만드는 이런 뉴스다.

나는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마치 패션의 한 부분인양 입고 다니는 사람들, 그러니까 내 입장에서는 서양인(외국에서 만나는 동양인 혹은 흑인 중에서 욱일기가 그려진 옷을 입은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을 보면… 구토가 나온다… 내 안에 꾹꾹 눌러 놓는 화가 폭발한다… 조용히 다가가 당신이 입은 옷에 그려진 문양이 무슨 의미인 줄은 아냐고.. 침착하게 물어볼 자신이 없다.
나도 모르게 소리치듯 튀어나오는 말
Shame on you!
Vergognatevi!
Je moet je schamen!!

전쟁을 옹호하고 찬양하는 당신이여..
제발…
부끄러운 줄 아시라…
짐승 같은 당신들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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