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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한 번째 장

벨라줌마 2024. 3. 1. 04:43

일이 년에 한 번은 한국에서 책을 받는다. 한 해 동안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 목록을 틈틈이 적어 놓았다가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소포로 받는다. 사실 한국에 있는 친구나 가족에게 뭔가를 보내 달라 부탁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 번거로운 수고에 미안한 마음이 가장 큰 이유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는 내게 소포를 받는 일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니 가중된 긴장을 피하고 싶어 보내주고 싶어 하는 고마운 마음을 정중히 거절하게 된다. 특히 책은 무게가 나가는 물품이니 소포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이탈리아는 일찍부터 받는 이에게도 세금을 내게 하더니 네덜란드도 작년부터 세금 폭탄이 시작되었는지 이래저래 부가적으로 이쪽저쪽 모두 더 내야 하는 세금비용에 육두문자가 나온다.
그래도… 화장품, 음식류, 문구류 등은 포기가 일찌감치 되었는데 책을 받고자 하는 욕심은 포기가 안된다…
이래저래 미뤄졌던 책이 한가득 든 소포가 크리스마스쯤 도착했다. 하얼빈을 가장 기다렸다. 기다린 시간에 비례하여 책을 편 것은 지난주였다. 단숨에 읽히는 김훈 소설가의 글은 나를 참…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그의 글은 너무도 쉽게 모든 감정을 빠르게 이입시켜 나를 참 분노케 한다.


이토의 장례식을 치르기 전부터, 서울에 이토의 송덕비와 동상을 세우자는 건의들이 통감부에 접수되었다. 통감부는 허가하지 않았다. 통감부는 건의한 자들을 불러들여서 충정은 이해하나 바닥 민심이 어수선하니 경거망동을 삼가라고 경고했다. 이토의 동상을 세운다고 모금을 해서 돈을 떼어먹으려던 자들이 경시청에 검거되었다. 한국 황제의 어명을 받은 조문 사절을 사칭하는 자들이 대련으로 건너가서 이토의 관을 실은 배를 향해서 절했다.
                                      -중략-
지방군수와 서생들 중에서 힘쓰는 자들이 사죄단, 위문단을 구성해서 일본으로 가면서 그 여행 비용을 주민들에게 걷었다. 발 빠른 자들이 모여서 이토의 죽음을 사죄하러 일본에 가려고 13도 인민 도일 대표단을 결성했다. 도쿄의 한국 황태자 이은은 태사인 이토의 죽음을 애도해서 삼 개월 복을 입고 식음을 간소히 했다. 서울의 무당 수련은 태황제의 총애를 입어서 궁녀들의 부축을 받으며 대궐을 드나들었다. 수련은 원구단에서 가까운 자리에 굿판을 벌이고 노래하고 춤추어서 총 맞아 죽은 이토의 혼백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빌었다. 태황제는 늘 수련에게 상금 명목으로 많은 돈을 주었다. 이날 굿판에 육백여 명이 모여서 먹고 마셨는데 비용은 모두 수련이 자비로 부담했다.
                                      -중략-
일본군은 의병이 발생한 마을에 보초를 세워놓고 통행하는 주민들을 잡아가고 쏘아 죽였다. 의병들은 청주, 포천, 봉화, 양주, 곡산, 평산, 파주에서 싸웠다. 돌진하다가 죽고 달아나다가 죽고 끌려가서 매 맞아 죽고, 산속으로 들어가서 굶어 죽고 자살했다.
                                            (하얼빈 Page 204-207)

나는… 오랜 시간 깊이 교류하는 일본인 친구도 여럿 있고 일본인 연주자들의 연주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일본이 만드는 상품에도 호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일본에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내 고국의 정부와 대통령은 지지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가 된 시간부터 분명했던 것 같다. 국가대 국가로 역사의 시간을 대표하는 정부가 일본 정부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수치스럽다. 자존심이 상한다.
올해 105주년 3.1 절은 김아무게인 내가, 개인적으로 기념을 해야 할 듯하다…

아이가 책을 읽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희로애락의 참 의미를 배워가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내 안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내 안의 나와 무던히도 싸우는 중이지만… 참… 죽어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내 마음 같지 않은 많은 상황을 받아들이되 너무 억울해하지도 너무 분노하지도 말자를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2024년, 아이는 12번의 띠를 돌아 용의 해를 맞이했다.
나는 청룡의 해 갑진년을 내 맘대로 3.1절에 맞이한다.
청룡의 해 갑진년, 3월 1일 대한독립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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