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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번째 장

벨라줌마 2023. 7. 24. 21:24

선물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물건을 준다’ ‘인사로 또는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주다’라고 다음 국어사전에 나온다. 살면서 참 많은 선물을 받았고 또 주었다. 의미와 깊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사전적 의미대로 인사나 정 그리고 축하를 나타내는 뜻으로 건네고 받은 선물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동하며 사는 삶이 길게 이어지며 해외 배송 우편으로 받는 ‘선물’은 사실 마음이 편한 선물이 아니다. 대부분 아주 아주 소중한 이들이 보내오는 것이기에 그 이동의 과정에 혹여 잘못될까 혹은 어렵게 잘 도착한 소포가 내 부재로 인해 다시 보내진 곳으로 되돌아갈까 하는 마음에 불안함이 앞선다. 그래도… 이렇게 마음고생(?) 후 받게 되는 소포상자는 늘.. 날 울린다.
이것은 단순하게 인사나 정을 나타낸다는 사전적 의미로 해석할 수 없는 ‘선물’이다.

메리를 처음 만난 건 2015년 모스크바에서였다. 그날은 세레나가 베비시터 손에 처음 맡겨진 날이었다. 내가 99% 신뢰하는, 그 후로 5년간 일주일에 두 번 세레나의 모스크바 유모가 되어준 내 소중한 지인인 아냐였지만 첫날, 아이를 유모 아냐와 집에 두고 나오는 건 쉽지 않았다. 집 문 앞에 서 20분을 보내고 갈 곳 없는 무거운 발길을 옮겨 들어간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지하철 역 근처 한 카페였다. 어느 테이블에 앉아야 하나 서성대는 내게 누군가 ‘안녕하세요’ 란다. 분명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했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풋풋한 20대 , 너무 어여쁜 알바 청년이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한국어를 취미로 배우고 있던, 내 세계와는 너무 멀었던 한국의 아이돌 케이팝에 흠뻑 빠져 누구를 제일 좋아하고 한국에 공부하러 가고 싶고 가게 되면 어디를 가고 싶고 등등 첫 만남 손님과 아르바이트생 in 모스크바의 상황과 관계를 울트라 초월한 수다를 이어가던 20대 초반의 키르기스스탄 출신 메리.
우리 집에 내 아이와 함께 있는 세상 다정한 유모 아냐도 키르기즈스탄출신. 그냥 그 두 사람의 출신, 언젠가 마음 편한 긴 여행의 시간을 보낼 키르기즈스탄은 그 이후, 나에게 묻지 마 신뢰로 지금까지 고착되었다.
그렇게 2-3년 메리는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와 세레나와 놀아주기도 나와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우정을 쌓았다. 우리가 민스크 이동을 준비하던 시기 메리는 그녀의 고향으로 돌아갔고 인연이 그렇게 끊어지는 듯이 보였지만 이런 소중한 인연을 잃지 않기 위한 보험으로 사용하고 있는 페북으로 작년 여름 소식을 전해왔다.
귀한 인연을 만났고 소중한 아이를 낳았고 지금은 한국에 살고 있다고… 메리 부부도 노무현 시민센터에 자주 간다고… 눈물이 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소중한 인연은 선물이다.
이 진부한 말을 전혀 진부하지 않게 만드는 귀한 경험을 한다.
꽃보다 예쁜 메리가 너무 보고 싶다.
꽃보다 예쁜 메리의 또 다른 인연들이 ‘노무현’이라는 귀한 공통분모로 자리하고 있어 난 참 행복하다.
나의 소중한 선물…
바로 꽃보다 예쁜 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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