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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Netherlands

Prison playbook & My Mister

벨라줌마 2024. 1. 15. 19:46

네덜란드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중 한 곳이다. 그중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라는 타이틀을 꽤나 자랑스럽게 여긴다. 뭐든지 괜찮은 자유와 관용의 나라라는 이미지는 여럿의 결과물로 공공연한 사실로 굳혀졌다 하여도 무방해 보인다.
세레나를 암스테르담의 공립교육 시스템 안으로 들여보낸 지난 1년 9개월의 시간, 나는 자유가 보장된 관용의 나라의 필수 요건이 무엇일까 를 꽤 곰곰이 생각한다.
꽤 거창해 보인다…
내가 그만큼 혼란의 시간 속에 있다는 방증이다…
새 학기가 시작된 작년 9월,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학급 담임 선생님의 급작스러운 휴직으로 학교는 멘붕 상태에 들어갔다. 한 학급의 담임 선생님 개인사로 휴직에 들어가니 학급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에 나는 놀랐다. 대체인력이 ‘제로’라는 사실에 꽤 놀랐다. 암스테르담 공립학교 초등과정은 한 학급에 두 명의 교사가 들어간다. 대체적으로 오랜 경험의 숙련 교사와 대학과정을 마치기 전후 시기의 교습과정 예비교사 혹은 이제 시작한 초임교사가 한조가 되는 것 같다. 오일 중 숙련교사는 삼일, 초임교사는 이틀간 담임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대부분의 네덜란드 학교는 월화목금은 15:00 수요일은 12:30분에 하교를 한다. 업무 초가, 노동 시간 초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환경임에도 학교가 인력부족으로 혼란에 빠지는 시기를 겪는 아이러니가 지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현실이다.
세레나의 학년 (gread 7) 두 학급과 그 위의 (grade 8) 두 학급은 교사 수급의 문제로 11월 한 달간 주 4일 등교 시행을 했다. 중학교 과정이 없는 네덜란드의 학교 체계는 7학년과 8학년 마지막 두해 초등과정 중,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는 나름 매우 중요한 학년이다. 학부모들의 심정은 글로 쓸 수 없을 만큼 참담(?) 했다. 여러 경로를 통한 합의와 길고 험했던 과정을 통해 12월 초 7학년과 8학년 네 학급은 정상화로 돌아왔다.

오늘 아침 7시 30분… 학급 단체 채팅방이 딩동댕동 정신이 없다…. 이 시간대의 채팅방 알림벨은 내겐 공포다.
담당 교사의 갑작스러운 병가. 대체교사 없음.

두 시간가량의 학교 교장의 단체 메일, 학급 단체 메시지 채팅방…. 혼란의 딩동댕동 후 아이는 지금 막 등교 길에 올랐다. 대부분이 워킹맘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이 느껴지는 메시지를 보며 자유가 보장된 관용의 나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의 타이틀을 거머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강박 같은 책임을 조금 내려놓는 것을 서로서로가 수용한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 교사의 긴급 상황으로 수업진행이 불가, 대체 교사가 없어 학급이행 불가, 교장이 대책을 세우는 두세 시간 아이들을 집에 붙잡아 놓으니 일터로 향하는 발길이 묶인다. 회사에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하면 두세 시간 출근에 지장이 생겨도 크게 눈치 보며 기죽는 일은 없다. 혹 출근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더라도 ‘괜찮아’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 보인다.

스터디닥(Studiedag)은 일 년에 5-6일 수업을 제외한 학교, 학급 업무를 처리하는 날로 교사들은 출근을 하지만 아이들은 등교하지 않는 날이다.
한 두 달을 간격으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두 주일 방학이 있는 네덜란드의 교육과정에 교사와 학부모는 ‘괜찮아 그게 우리의 공교육 시스템이야!’라는 사회적 합의에 대부분이 동의한다. 방과 후 수업은 대부분 부모, 조부모가 직접 이동 수단이 되어 아이들을 데려가고 데려온다. 학원 차량의 순회는 당연히 없다. 방과 후 수업을 하지 않는 아이들도 많다. 어찌 되었든 아무리 늦어도 5시면 부모 중 한 명은 혹은 둘 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낸다.

나에게는 이야기만 들어도 버겁기만 한데… 하소연으로 주절주절 하게 늘어놓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는데… 그들은 괜찮다.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 이곳으로 이주하여 몇십 년을 사는 사람들은 괜찮다고 한다. 무엇이 선진이고 무엇이 후진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진국의 요건 한 가지는 정확하게 알겠다.
바로’ 사회적 합의’에 ‘눈치’는 필요하지 않다 이다.

나는 오늘도 숨이 찬다. ‘눈치’가 사회적 동물로 살아남는 제일의 공신임을 주입받고 살았던 시절을 배경으로 예의와 겸손 그리고 배려의 아이콘 동양인이라는 창과 방패를 들어 서양의 문화에서 ‘잘’ 살아남은 나는 선진국의 아이콘 네덜란드에서 방황하는 중이다…

한국의 정치 상황, 사회적 문제에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무방한 내 삶임에도 불구하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과 이재명 대표의 암살시도 사건은 내 연말과 내 연초를 처참하게 짓밟는다. 이재명 대표의 사고소식 후 나는 뉴스를 껐다. 그 시간을 대체하여 틈틈이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봤다. 이미 두서너번 돌려봤던 드라마지만 또다시 돌려보니… 답이 있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답이 있다.
답이 있어도 답답한 현실은 변하지 않으니… 내친김에… 힘들지만… 드라마 ‘나의 아저씨’도 또 본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아깝고도 아까운 당신을 멀리 보낸 남은 이들의 아픔에 내 슬픔도 보태며…
나는 9번째 20번째 30번째 돌려볼 것이 확실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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