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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Life/Italy (42)
La vita è bella
2012/05/30 05:18 이태리어로 피라노(Pirano), 슬로베니아어로 피란(Piran) 슬로베니아의 한 아름다운 마을의 이름이다. 슬로베니아어 옆에 이태리어가 꼭하니 따라 쓰여질 정도로, 이태리어를 제2 외국어로 유창하게 사용할 정도로 피라노는 이태리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나름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이다. 피라노는 이탈리아의 뜨리에스떼만과 아드리해를 가로질러 마주보고 위치해 있는 아름다운 해안도시로 시댁 우디네를 출발 뜨리에스떼를 지나 슬로베니아 국경을 넘어 도착하는데는 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햇볕이 유난히 좋았던 얼마 전 작아서 더 예쁜 피라노에 다녀왔다. 슬로베니아는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2007년 유로를 정식통화로 지정한 이후 국경통과대 옆 환전소는 이제 그저 폐허로 남게되었다..
2012/05/14 23:33 이탈리아 시댁에 머물면 꼭 가게 되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Breb' 은 그 중 늘 빠지지 않는 장소이기에 오늘 큰맘 먹고 자랑하련다. 이 식당은 슬로베니아 경계를 지나 위치해 있기에 엄연한 슬로베니안 식당이다. 하지만 그 경계지점이 시댁집에서는 차로 10분거리이고 식당 주인들도 이탈리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 하다보니 가끔은 국경을 넘어 밥을 먹고 왔다는 실감이 들지 않는다. 위치상으로 보면 손님이 들까 싶지만 주인가족 모두가 모국어인 슬로베니아어와 외국어인 이탈리아어, 영어 그리고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독일어까지도 구사하고 있으니 외국인들에게도 꽤나 알려진 식당인 것 같다. 내가 이 식당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고까지 하는 이유는 내 기분을 '업'시켜주는 모든 점을..
2012/05/13 03:21 언덕의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그 야생화에게, 나무에게, 하늘에게 마음을 뺏앗겨 한참을 바라보다 허전한 마음에 뒤돌아 보니 저 멀리 호기심 잔뜩이도 발동걸린 그의 뒷 모습이 보인다. 천천히 다가가 뭘 하고 있나 들여다 보니.... 이러구 있다..... 이태리어로 그릴로(Grillo) 귀뚜라미의 한 종인 검은색깔의 이 곤충은 땅 속에 굴을 파고 산다 한다. 시끄럽게도 소리내는 그것들을 발견한 그가 굴 속에 들어가 있는 이 곤충들을 매우 친절하게(?) 불러 내고 있던 중 이던게다. 그의 그 친절한 방문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온 한 마리를.... 예상에 전혀 어긋남 없이.....잡는다..... 그리고 관심을 보이는 아내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아내에게...임산부인 ..
2012/05/13 02:38 몇 일전 조금 기운이 빠져 있는 듯한 나를 보다 베비라쿠아씨가 꽃구경을 가자했다. 천지가 꽃인 이곳, 창문을 열어도 집 앞 길만 나가도 보이는 것이 온통 꽃인데 무슨 꽃구경을 또 가자 하는 것인지......따라나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산 중턱의 언덕 들판에는 그가 구경가자 한 그 꽃들이 가득했다. 이태리어로는 Narcisi 라 불리는 이 야생의 꽃은 이리 떼로 피고, 볼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짧다고 한다. 한국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곳에서는 야생화를 캐어가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고 한다. 적발시 200유로의 벌금이 적용된다 하는데.....도착하여 보니 멀리서 중년의 두 부인들이 꽃을 캐고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런가 보다.....그저 보는 것 만으로 만족..
2012/05/13 00:47 작년가을 노르웨이의 숲을 걸었었다. 올 봄 이탈리아의 숲을 걷는다. 노르웨이의 숲에는 아름답지만 차가운 숲의 정령, 그 미의 여신이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었다. 동화책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 같은 작고 사랑스러운 요정들이 말을 걸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이탈리아의 숲에는 못생겼지만 정이 가는 못난이 장난꾸러기 요정들이 떼를지어 몰려와 나를 귀찮게 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말 많은 질문 많은 그들을 상대해 주며 싫지 않은 피곤함을 느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어린시절 상상을 많이 하던 아이는 아니였던 것 같던 내가 성인이 되며... 특히 조용한 숲길을 걸을때면 밀려드는 상상의 나래가 싫지 않은 것을 보면 나에게도 엉뚱한 면이 없지는 않은가 보다. 숲..
2012/05/06 01:41 결혼 60주년. 그 기념일을 맞이하는 부부에게 결혼 60 해는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결혼 생활 60해가 불타는 사랑으로만 가득 했을까? 이제 당신하고 고만 살고 싶다고 말한적은 없을까? 하고 싶은 질문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케익 앞에서 웃음짓는 두 노부부를 보며.......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87세의 신랑을 보며....... 분명 계속되는 잔소리 쓴소리지만 사랑어린 그 마음을 모두 읽을 수 있게... 그 마음이 진하게도 묻어나오는 77세 백발의 신부의 음성을 들으며.... 그 어떤 질문이 과연 소용있을까 싶어졌다. 이탈리아 리구리아(Liguria) 출신의 한 청년이 해군기지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일을 시작한지 몇 해가 지나지 않아 그 기지의 한 부대가 저 먼 남쪽 ..
2012/05/03 02:26 강, 계곡낚시를 하는 베비라쿠아씨는 대략 한 곳에서 30분이상을 보내지 않으며, 한 자리에 앉아 낚싯대를 걸어두고 고기가 찌를 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 대신 물 속으로 첨벙대며 들어가 강줄기를 따라 걸으며 쉴세 없이 낚시바늘을 던지고 빼기를 반복하거나 물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표적이 된 물가 주변을 동서남북으로 이동하며 쉼없이 바늘을 던진다. 그는 거창하게 자신은 '물고기와 '치열한 두뇌싸움 중' 이라고 한다. 뭐 틀린말은 아닌 듯 하나 조금 거창한 것임에는 틀림없는 듯 하여'치열한 두뇌싸움치곤 패자의 자리는 늘 그대에게' 라고 매우 상냥하게 대꾸해준다. 나는 그렇게 농담을 던지지만 그의 낚시하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낚시할때 만큼은 흐르는 강물처럼의..
2012/05/03 01:42 La pesca 이탈리아어로 '낚시'이다. Andare a pescare. 동사로'낚시하러 가다' 이다. 인칭에 따라 동사가 변하는 이태리어는 그래서 '우리 낚시 가자' 가 Andiamo a pescare가 된다. 뜬금없는 이태리어 강좌, 창피한 내 이태리어 실력을 들춰내려는 이유는 물론 아니다. 나는 Pescare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페스까레......어감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낚시라는 것을 좋아하며 보낸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낚시라는 것이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준다는 등의 그러한 고뇌하는 인간의 이미지 혹은 찌를 무는 생선을 낚아 올리는 그 손맛에 주말이면 낚싯대를 메고 집을 나선다는 남편을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아내의 ..
2012/04/21 19:48 개막작 써니를 보기위해 모인 사람들은 3층의 모든 객석을 모두 매웠다. 아시아 영화산업분야의 중요한 인물들의 소개가 끝나고 강형철 감독의 무대인사가 이어졌다. 차분한 저음의 그의 목소리가 유독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건....아마도 내가 한국인이였기 때문 일 것이다. 그의 소개가 끝나고 사회자가 당신을 위해 깜짝선물을 준비했다는 말과 함께 수십명의 댄서들을 동반한 매력적인 여성보컬 그리고 섹스폰 연주자의 써니 주제곡 써니가 연주되었다. 마치 영화 더티댄싱의 마지막 장면을 연출하듯 객석으로 들어온 댄서들은 몇몇의 관객들에게 함께 춤추기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 내기도 했다. 사실 우디네 시장은 한 댄서와 한 동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영화 써니는 매우 좋았다..
2012/04/21 18:57 14th Udine Far East Film Festival 제 14회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가 2012년 20일부터 28일까지 8일간 개최된다. 벌써 14회를 맞는 이영화제가 남편의 고향 도시에서 열리는 아시아 영화제 이기때문에도, 오래전 4년간 그는 우디네의 대학생으로 나는 서울의 직장인으로 장거리 연애를 하며 매년 4월 마지막주면 들뜬 목소리로 영화제 소식을 전했기 때문에도, 언젠가 정착하게 될 이 도시, 일년에 한번 일주일간은 그리운 고국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는 이유때문에도 나에게 이 영화제는 뜻깊고 친근한 영화제이다.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 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영화제다. 경쟁 부문 없이 관객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관객상이 유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