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ta è bella

Monte Nero 본문

Life/Italy

Monte Nero

벨라줌마 2024. 10. 8. 18:58

내게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물어오면 고민했던 시간이 있다. 추운 것이 싫어 겨울만 제외하면 다 좋았으니 말이다. 근데 러시아, 벨라루스에 살며 겨울도 좋아졌다. 뚜렷한 사계절을 겪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깨달으며 선호함의 경계가 무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답을 강요 갈구하는이 아무도 없지만 굳이(?) 답한다.
난 가을이 좋다.
깊게 생각해 보니 지난 5년간 우울이라는 폭풍우가 몰아쳐 온건 늘 10월이었다. 세레나는 지난 5년간 벨라루스의 민스크,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그리고 현재 이탈리아의 치비달레… 세 나라, 세 도시의 세 학교를 거쳤다. 암스테르담에서의 newcomers group까지 포함한다면 네 곳의 다른 학급, 학교를 거친 셈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탓하고 싶진 않다. 그저 누군가의 무언가의 탓을 찾아 ‘너만 평화로웠어도 내가 이 개고생을 했겠니?’라는 말이라도 뱉고 싶은 거다. 9월 초 학기가 시작되면 내 몸의 모든 세포가 긴장의 극치로 치닫는다. 그 세포들이 ‘이제 진정 좀 하지?’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 10월 중순쯤인데 진정이 되면 뭔가 행복한 기운이 돌 거 같고, ‘녀석! 힘들었지만 잘 해쳐냈어! 기특해!’ 할 거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겐 진저리 나는 우울감에 언어 구사 문제적 성향의 대화가 (혼자) 몹시 꼬이니… 대인기피증이 찾아온다.

올해는 이제 마지막, 진짜 정착지니 우울감따원 찾아오지 않겠지 싶었는데 내 생각은 무척 이도 정확하게 틀려버렸다. 짐을 싸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 어디 시골 마을로 혼자 도망치고 싶은 생각만이 든다.

지난 일요일 장을 보러 가는 길 베비라쿠아씨가 경로를 바꿔 국경을 넘었다. 꽤 거창해 보이지만 현재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슬로베니아 국경은 차로 10분이다. 국경을 넘는 길은 산이다, 줄리안 알프스가 보이는 산 길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몬테 네로(Monte Nero, 검은 산)에 눈이 내렸다.

10월 초 검은 산에 흰 눈이 내렸다.
도시가 아니라… 시골로 도망치고 싶다 하니… 산으로, 숲으로 데려가는 이가 있다. 남의 편이라 남편인 건지…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내게 그가 건네는 건 다이아 목걸이도 디자이너 가방도 아닌… ‘밤’이다.
가을에는 ‘밤’이지… 란다…
Peace be with you.
Pace sia con te.
평안이 함께 하길.
아. 멘.

'Life > Ita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15일 Ferragosto  (4) 2024.08.16
성탄절 in 2022  (6) 2022.12.29
가족.... 그 애증에 대하여.....  (6) 2021.10.14
homesickness 혹은 nostalgia  (4) 2021.09.27
The Green Pass and Gratta vinci!  (2)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