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Ferragosto

이탈리아의 8월 15일은 국가 공휴일이다. 8월 15일 페라고스토(Ferragosto), 우리에겐 추석연휴처럼 긴 주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경우에 따라 일주일 휴가를 내어주는 회사도 있다.
고대 로마 농경사회, 농부들에게 휴식기를 주고자 시작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축제일 8월 1일 페리아이 아우구스티(feriai augusti)에서 유래 되었다. 그 후 노동자들은 고용주에게 ’Buon Ferragosto‘(Happy Ferragosto)를 기원하고 그 대가로 금전적 보너스를 받는 것이 관습이 되어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8월, 13번째 월급을 보너스로 받는다.
이 축제가 정치적 이유로 만들어졌다 하여 로마 가톨릭 교회는 8월 15일로 변경한다. 8월 15일은 마리아 승천일이니… 정치적 이유가 종교적 이유로 그저 옮겨간 사례다…

이 축제를 정치적으로 다시 잘(?) 이용한 이가 있다.
바로 베니토 무솔리니다. 1920년대 후반 파시스트 전체주의 국가에서 당근과 채찍 중 당근으로 사용된 이 휴일은 매년 8월 13일부터 16일 하층민에게 꿈의 휴가를 내어준다. ‘‘Holiday trains’’라는 이름으로 이 기간 저렴한 기차표를 살 수 있으니 “People's Trains of Ferragosto" 페라고스토 인민열차를 타고 전국의 관광지를 방문하고 바닷가, 산 휴양지를 찾는 것이 문화가 되었다.

우리는 올해 처음으로 페라고스트다운 페라고스트를 만끽하는 중이다. 지난 15년간 해외지사를 돌며 일한 베비라쿠아씨는 크리스마스를 제외한 이탈리아 국경일을 고국에서 보내지 못했다. 올 8월 15일 페라고스토. 우리는 무솔리니의 유산(?) 페라고스토 휴가를 즐기는 중이다. 파시스트 위정자의 친. 절. 하. 신 베풂덕에 바닷가도 가고 산에도 간다…

매년 8월 10일은 별똥별의 밤이라 불리는 산 로렌조( San Lorenzo)의 날이다. 거의 매년 여름, 이탈리아 시댁에 오면 8월 10일을 전 후로 일주일간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족 모두 의자 하나씩을 챙겨 정원으로 나간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밤이 깊어지면 모두가 말없이 떨어지는 별똥별 찾기에 혈안이 된다. 성자 로렌조가 산채로 화형 당한 날을 추모하며 별이 창공에 떨어지길 기다린다. 그의 희생의 불씨를 기억 혹은 추모한다 말하지만, 별똥별 따위(?)에 기대, 부끄럽게도 우린 매우 세속적인 소원을 빈다.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경계 줄리안 알프스(Julian Alps)가 보이는 마따유 산(Mt, Matajur)에 올라 쏟아지는 별을 맞으며 떨어지는 별똥별에 환호하며 난 올해 정말이지 세속적인 소원을 빌었다.

대한민국의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광복절을 맞아 제국주의 선봉에 있던 일본제국의 끝도 없던 만행에 대해 분노하고 독립투사들의 항일정신에 대해 감사 감동 거기에 숙연해지는 시간이 너무도 당연했던 시대를 살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의심 없이 살았던 시간을 부정당한 지난 2년 한국 정부의 위정자들을 보며 구토가 난다.
모욕적이다, 수치스럽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는 지금이 싫다.

살다 보니 광복절 기념행사가 정부 공식 경축식과 광복회 주관 기념식으로 분열되어 열리는 꼴도 본다.
광복절 기사를 검색하여 읽다 공감을 넘어 일체가 될 지경인 댓글을 봤다.
‘겨우 오 년짜리 정부가 오천 년 역사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 문장에 쓴웃음이 나온다.

8월 15일
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앞으로 쭉 ‘대한 독립 만세’와 ‘Buon Ferragosto’를 외치게 될 처지다. 세레나에게 이 두 외침의 역사와 배경을 설명해야 할터이니… 아….
내 공부의 끝은 어딜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