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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그 애증에 대하여.....

벨라줌마 2021. 10. 14. 16:37

긴 여름휴가 동안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전부 먹는 사진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진정 맞나 보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달라!! 외치고 살지만... 그건 어쩌면 걱정시키고 또 걱정하고, 미워하고 또 사랑하고, 이해 불가능 또 연민 가득 이해 가능의 투닥거리는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 사는 내가 좋아서...... 그래서 부리는 투정 일 것이다. 사진 속 나는, 사진 속 우리는 모두 웃고 있지만 모두 좋은 시간만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 추억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각자의 사정을 생각해 보면 남는 것은 그저 연민이다. 좀 더 이해해 볼걸... 하는 후회이다.

세레나의 할아버지는 올해 80세 생일을 맞이하셨다. 80세 생일, 모든 가족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있음에 우리 모두 참 감사했다. 코로나 시국, 타국에 사는 아들 가족 등 우리 가족 내부의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생일에 이렇게 함께 모여 있다는 것은 감사하여 마땅한 일이었다.

모든 호칭을 다 떼어내고 바라본 우리 시아버님은 자신을 매우 아끼고 사랑하는 튼튼한 자아세계를 다져 온 사람이다. 그가 80년간 살아온 인생에 아픔과 시련이 왜 없지 않았을까..... 하지만 후회 혹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전히...... 용납이 되지 않는...... 그런 분이다. 오직 손녀딸 세. 레. 나. 에게만 전혀 다른 '자아'를 보이는 분이다. 할아버지.....라는 타이틀은 일관되게, 한 자아세계만을 명확하게 보이며 살아온 그의 속에도 다른 자아가 있구나를 알게 하는 호칭 인가 보다. 

세레나의 증조 할머님은 결국 딸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모든 짐을 정리하여 오셨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셨다. 70여 년을 넘게 살아온 자신의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혼란의 시간이 있었다. 자식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간에 서 계신 할머님, 오랜 시간 꼿꼿하게 강하게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며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지금, 이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으로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가족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부엌에 들어서는 시간은 한 없이...... 그저 행복해하신다.    

모든 호칭을 다 떼어내고 바라본 '두 딸과 엄마' 그 가족도 결국은 애증의 관계다. 우리 시어머님의 긴 한 숨에는 엄마에 대한 애증,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 자신과는 너무 다른 자아를 갖은 여동생이 있다. 진짜 남의 편이라서 남편인가 싶은 남편과 곁에 가까이 두고 싶지만 늘 달아나는 아들, 치마폭에 감싸게만 되는 딸이 있다.

나는 우리 시어머님을 보며 인생을 배운다. 그녀의 모든 것이 옳은 것만은 결코 아니다.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참 많다. 하지만 우리 시어머님의 한숨은 우리 시어머님의 웃음은 내게 가르침을 준다. 가족이라는 집단 구성원에 중심을 잡는 이가 있어야 함을 가르쳐 주신다. 가르침이라는 명분 아래 훈계나 잔소리는 없다. 오히려 욕받이 수거함을 자처하신다. 

말없는 그녀의 행동, 그녀의 표정, 그녀의 결정이........ 그리고 소리 없는 길고 긴 인내가..... 내겐 참으로 큰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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