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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2016/01/15 17:26 추운 겨울, 눈이 내리고 얼음비가 내리는 모스크바에서의 겨울, 이른 아침 내 잠을 깨우는 것은 감미로운 음악소리도 아니고 사랑스러운 연인의 입맞춤도 아닌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얼어붙어버린 길을 치우는 청소부의 나무판자 청소도구가 얼음과 눈을 바닥과 분리시켜 치우는 그 마찰음 이다. 낭만적이지도 않지만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 가치 없는 소리도 아니다. 전형적인, 소련시절의 공동 아파트 외형을 매우 잘 보존하고 있는 꽤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는 심심치 않게 지붕의 눈을 치우는 청소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린다. 제대로된 안전장치 없는 곡예에 가까운 그의 노동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조바심이 들기도 하지만 달인이라는 칭호를 붙여 그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
2015/11/20 17:50 몇 해 전부터인가 이중국적자라는 말을 대신하여 복수국적자라는 말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뜻이 전하는 의미와는 다르게 이중 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의 의미(이중첩자, 이중생활 등)가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에 매우 공감을 하게된 것은 나 역시 '경험'을 했기때문인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출생을 한 세레나는 출생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이탈리아 시민이 되었다. 출생 5개월이 되었을 당시 모스크바로 오게 된 우리는 자연스럽게 국제 여권을 만들어야 했고 그 여권안에 러시아 비자가 있어야 했기에 그에 따른 모든 서류상의 국적 기입란에 "이탈리안"을 기입하게 되었다. 그 당시 아무 생각이 없던 나에게 큰 물음표를 던진이는 세레나의 아빠 베비라쿠아씨 였다...
2015/06/06 06:37 고르곤졸라(Gorgonzola)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치즈 중 하나이다. 내가 유일하게 먹지 못하는 이 치즈는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최고의 식재료이며 베비라쿠아씨 가족 모두 콜레스테롤 걱정을 접는다 하면 매일 매일 빵에도 크레커에도 그냥 발라 간식으로도 먹고 에피타이져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들에게 이렇게도 맛있는 이 치즈가 나에게는 그저 발고린내 무지하게 나는 치즈로 그 가치가 전락되어 십 년이 넘게 가족들의 짓궂은 장난의 도구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내가 처음 고르곤졸라 치즈를 먹은 날 지어보였던 그 해괴망칙했던 내 얼굴의 일그러짐을 잊지 못하는 베비라쿠아씨는 요즘도 가끔 내 부탁의 받아들임의 조건으로 고르곤졸라 시식을 요구한다. 그가 많이도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눈을 꾹..
2013/03/27 19:06 일주일만에 해를 본다. 봄이 오는것을 시샘하듯 겨울은 나를 잊지 말라고 쐐기를 박는다. 이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고 또 한 계절이 시작된다.... 지난 십 년간 이탈리아를 오가며 살았지만 이렇게 온전히 사계절을 보내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계절을 보내며 내 뱃속에서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역경과 행복을 고스란히 체험했고, 아침에 눈을 떠 여전히 이게 현실인가를 논하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보고있다. 지난 한 달여간 폭풍같은 산후 우울증을 겪었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는 언제 그랬다는 듯 고요한 물살을 일으키며 평온함을 유지한다. 순리가 그렇듯 난 지금 평온하다. 자기조절 능력 상실이 삼일간 지속되었었다. 그래도....난 엄. 마. 였다. 시댁에 아이를 맡겨..
2013/01/19 16:13 주방 큰 식탁, 절반의 공간에 두터운 담요를 깔고, 그 위에 아기용 침대보를 반으로 접어 깔아 간이용 잠자리를 만들었다. 아기가 태어난 첫 달은 내가 사용하는 침실에서 보낸시간이 많았다면 친정엄마도 이제 없고,크리스마스/연말 휴가차 잠시 다니러왔던 베비라쿠아씨도 없는 나홀로의 현재는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아이의 공간이 주방에도 필요했고 나름 고안해낸 방법이 식탁 위 잠자리였다. 아이가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식탁, 난 그 옆에서 책도 보고 일기도 끄적이며,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생각보다는 꽤 푸근한 그림이 된다....... 오늘 아침도 어제, 그제와 다름없이 아침 7시 아이에게 삼십여분 젖을 물리고 다시 잠든 아이를 제 침대에 눕히고 조용히 주..
2013/01/07 16:12 시댁집 화장실 벽을 두고 작고 좁고 짧은 복도를 하나로 옆집이 붙어 있다. 그 집에 혼자 사시던 한 할머님이 삼년 전 돌아가시고 그의 외아들이 홀리데이 하우스를 만들어 일주일이나 한달이나 혹은 하루 이틀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장사의 수단으로 만들었다. 그 집을 홀리데이 하우스로 리모댈링 한것이 제 작년 오월 내 결혼식 날 쯤이어서 우리의 결혼 선물로 이 집을 일주일간 내 친정식구들이 묶는 것에 돈을 받지 않고 선뜻 내어주었다. 그리고 작년 10월 부터 올해 3월까지는 우리의 아기 탄생 선물로 6개월간 난방비 전기료 등을 포함 최소최소한의 돈만을 받고 우리에게 집을 내어주고 있다. 가까운 이웃으로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사이로 30년이 넘게 지내오셨다지만 우리 시부모님과 이웃의 ..
2012/12/19 16:13 자꾸 잠든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게된다.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질리지 않는 이유를 알 수는 없다. 잠든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지친 내몸을 그저 쉬게 할 수도 있으련만 나도 모르게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삼십여분을 보낸다. 친정 엄마는 그런 날 못마땅해 하시는 기미가 역력하다. 잔소리에도 곱지 않은 투가 역력하다. 나에게 이제 한 달이 지나가는 내 딸이 이 세상 무엇보다 곱고 소중하듯, 내 어머니에게 서른이 넘은 그녀의 막내딸이 곱고 소중한 것이다. 엄마에게 곰살맞고 애교가 넘치는 딸 들이 부러운 적이 있었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상대적 빈곤감을 느낀적도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도 마음과는 다르게 곱지않은 입을 놀리는 내가 한심한적도 많았다. 엄마와 딸은....... '..
2012/12/07 21:44 아이가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잠을 잔다. 숨소리마져 어여쁘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는 말이 온몸으로...... 내몸의 모든 감각으로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못난이 고슴도치의 어미가 되었다. 열 달간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으며 임산부가 겪어야 할 고난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위한 산고의 시간을 이를 악물고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끝이 날 것이라 믿었던 고생의 문은 이제 '닫힌다'가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열렸다'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신음소리가 절로나오는 젖몸살을 앓았고 2~3시간에 한번씩 깨어나 젖을 물려야 하는 잠못이루는 밤이 시작되었다. 출산 후 그렇게......자기애 와 모성애 의 혈전의 시간을 보냈고 모성애의 '완승' 으로 ..
2012/10/07 03:49 ''임신 오주차에요....'' ''임신 오개월차에요....'' 하던 것이 엇그제 같은데... 벌써 ''출산 예정일 오주 남았어요'' 가 되었다. 이제 곧 ''출산 예정일 오일 남았어요''가 되겠지...... 늘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험에는 설레임과 기대... 그에 따르는 두려움과 실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학생이라는.... 직장인이라는.... 아내라는 신분으로 들어서는 그 첫 경험에서도 많은 그리고 복잡한 감정의 교차로 앞에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잘 해내었다고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은 없지만 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했고, 하겠다는 자기최면을 걸어왔다. 나는 이제 어머니라는 새로운 호칭의, 신분의 길목 앞에 서있다. 서른 그리고 세 해, 내가 살..
2012/07/20 00:37 가까운 곳에 친정피붙이가 하나 없는 상황에 임신을 하게되는 여성이 안쓰럽다 느껴진 것은 온전히 경험에 의한 발언이다. 임신은 호르몬의 변화를 겪으며 경험해 보지 못한 신체의 대변화를 지켜보는 그야말로 스펙타클 울트라 체험이다. 스펙타클 울트라 체험을 하며 미우나 고우나 내 핏줄의 연을 맺고 있는 식구들이 그리운 것은 옹알이를 하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기를 고스란히 보아온 그들이, 입덧을 하고 우울함에 괴로워하며 배가 불러오는 임신의 경험기에 놓여있는 딸에게, 누나, 언니 혹은 여동생에게 느끼는 다른이름의 애틋한 감정이니 이 세상의 어떤 말이나 글로 표현될 수 있을까. 어머니가 딸을, 큰언니가 막내 여동생을 보며 느끼는 것은 아버지나 남자형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