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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2016/12/05 05:06 세레나의 고사리 손을 잡고 횡단보도 앞에 서 세상의 순리를 다시금 배운다. 세레나가 아장 아장 걸음마를 떼고, 인간의 언어로 소통이라는 것을 시작할 무렵, 가장 엄격하게 주입식 교육을 받은 첫 과목은 그 이름도 거창한 '교통법규'이다. 신호등에 초록색 불이 켜지면 건너고 빨간색 불이 켜지면 멈춘다. 이 단순하고 쉬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아이가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엄마, 왜 저 아저씨(아줌마, 언니, 오빠, 할머니.....)는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건너가?" 처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참으로 쉽게 했다. "응, 저 아저씨는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가봐. 그래도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거고 있는건데....... 저 아저씨 혼~~~나..
2016/11/04 04:56 모스크바 현재 시간 오후 10시..... 내일 아침 날이 밝아지면 베비라쿠아씨의 서른 다섯번쨰 생일 이다.... 세레나에게 내일 아빠의 생일이니.....써프라이즈~~~ 그림 선물을 하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기뻐하며 도화지 위에 아빠의 얼굴을 그린다...... 그럼, 사랑하는 아빠! 생일 축하해요! 도 써 넣어 보자고.....엄마가 옆 종이에 써 줄테니 그대로 한번 따라 적어볼까라고 제안했다..... 기꺼이 그러겠다고 좋아한다.... 그리고 매우 자신감 있게 내눈에는 외계어 글씨체....세레나 눈에는 명확한 의사 전달의 글씨체가 써 내려간다..... 눈물이 흐르는 동시에 웃음보가 터졌다..... "내 새끼 진~~~짜 잘한다!" 고슴도치 어미의 여과없이 들어나는 감정표현이다....
2016/09/30 16:14 나는 월경전 증후군 중증 환자에 속한다. 구체적인 증상은 인터넷 의학정보에 요약되어 있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생리 시작 3~4일 전부터 극도의 예민 상태 모드에 돌입되고 사사로운 것에 짜증을 내며 단 것에 혈안이 되기 시작한다. 정신적 상태도 환자 모드지만 신체적 상태도 환자 모드로 간다. 아랫배와 허리가 아프고 생리 시작과 동시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면 방바닥 혹은 침대와 한몸을 이뤄 고통의 몸부림에 뒹굴기가 시작된다. 고통의 시간이 경과 하면 기절 상태..... 그리고 깨어난다..... 그리고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 모든 것이 고요하게 안정된다. 친정엄마는 그런 나를 보시며 결혼하고 애 한둘 낳으면 다 없어지는 병이니 너무 걱정말라 위로를 하시곤 했는데......
2016/05/29 08:25 2016년 5월 28일....다 섯번째 맞이하는 "결혼 기념일"이다. 2010년 7월 한국에 들어가 친정 가족들 앞, 약혼식 비슷한 식사자리에서 금반지 두개를 만들어 교환했다. 그 해 12월 이태리 시댁 시청, 시댁 식구들 앞에서 혼인 서약서에 서명을 하며 그 반지를 처음 껴본 척 다시 교환했다. 그리고 2011년 5월 28일 드디어 양가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셔 이태리 시골 성당, 신부님 앞에서 그 반지를 또 다시 처음 교환하는 척 서로의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줬다.... 결혼 반지 돌려 쓰기란 이런 것이다...... 다수가 그렇듯 내 결혼 스토리도 꽤 흥미진진했다. 구구절절 눈물과 감동 없이는 듣기 힘든 내 연애 그리고 결혼 스토리.....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의미를 부여..
2016/02/24 06:27 벌써 일년이다. 세레나와 미온이 우정를 키워 온 것이....... 두 아이는 넉 달 차이로 이탈리안과 한국인의 유전자가 섞여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일하게(?) 이탈리아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유일하게(?) 한국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사이로 티비 만화영화도 러시아어, 유치원 친구들도 러시아어를 하는 모스크바, 조금 먼 이웃으로 살고 있다. 퇴근 하고 집으로 돌아온 베비라쿠아씨가 하루종일 어찌 참았나 싶을 만큼 속사포 수다를 늘어 놓은 내용의 주인공들 '순미씨와 미온'. 이들의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고 싶어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너스레를 떨며 숨도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던....일 년전 오늘 도착했던 따끈 뜨끈했던 그 소식, 그 소중한 인연의..
2016/01/15 17:26 추운 겨울, 눈이 내리고 얼음비가 내리는 모스크바에서의 겨울, 이른 아침 내 잠을 깨우는 것은 감미로운 음악소리도 아니고 사랑스러운 연인의 입맞춤도 아닌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얼어붙어버린 길을 치우는 청소부의 나무판자 청소도구가 얼음과 눈을 바닥과 분리시켜 치우는 그 마찰음 이다. 낭만적이지도 않지만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 가치 없는 소리도 아니다. 전형적인, 소련시절의 공동 아파트 외형을 매우 잘 보존하고 있는 꽤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는 심심치 않게 지붕의 눈을 치우는 청소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린다. 제대로된 안전장치 없는 곡예에 가까운 그의 노동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조바심이 들기도 하지만 달인이라는 칭호를 붙여 그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
2015/11/20 17:50 몇 해 전부터인가 이중국적자라는 말을 대신하여 복수국적자라는 말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뜻이 전하는 의미와는 다르게 이중 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의 의미(이중첩자, 이중생활 등)가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에 매우 공감을 하게된 것은 나 역시 '경험'을 했기때문인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출생을 한 세레나는 출생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이탈리아 시민이 되었다. 출생 5개월이 되었을 당시 모스크바로 오게 된 우리는 자연스럽게 국제 여권을 만들어야 했고 그 여권안에 러시아 비자가 있어야 했기에 그에 따른 모든 서류상의 국적 기입란에 "이탈리안"을 기입하게 되었다. 그 당시 아무 생각이 없던 나에게 큰 물음표를 던진이는 세레나의 아빠 베비라쿠아씨 였다...
2015/06/06 06:37 고르곤졸라(Gorgonzola)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치즈 중 하나이다. 내가 유일하게 먹지 못하는 이 치즈는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최고의 식재료이며 베비라쿠아씨 가족 모두 콜레스테롤 걱정을 접는다 하면 매일 매일 빵에도 크레커에도 그냥 발라 간식으로도 먹고 에피타이져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들에게 이렇게도 맛있는 이 치즈가 나에게는 그저 발고린내 무지하게 나는 치즈로 그 가치가 전락되어 십 년이 넘게 가족들의 짓궂은 장난의 도구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내가 처음 고르곤졸라 치즈를 먹은 날 지어보였던 그 해괴망칙했던 내 얼굴의 일그러짐을 잊지 못하는 베비라쿠아씨는 요즘도 가끔 내 부탁의 받아들임의 조건으로 고르곤졸라 시식을 요구한다. 그가 많이도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눈을 꾹..
2013/03/27 19:06 일주일만에 해를 본다. 봄이 오는것을 시샘하듯 겨울은 나를 잊지 말라고 쐐기를 박는다. 이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고 또 한 계절이 시작된다.... 지난 십 년간 이탈리아를 오가며 살았지만 이렇게 온전히 사계절을 보내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계절을 보내며 내 뱃속에서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역경과 행복을 고스란히 체험했고, 아침에 눈을 떠 여전히 이게 현실인가를 논하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보고있다. 지난 한 달여간 폭풍같은 산후 우울증을 겪었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는 언제 그랬다는 듯 고요한 물살을 일으키며 평온함을 유지한다. 순리가 그렇듯 난 지금 평온하다. 자기조절 능력 상실이 삼일간 지속되었었다. 그래도....난 엄. 마. 였다. 시댁에 아이를 맡겨..
2013/01/19 16:13 주방 큰 식탁, 절반의 공간에 두터운 담요를 깔고, 그 위에 아기용 침대보를 반으로 접어 깔아 간이용 잠자리를 만들었다. 아기가 태어난 첫 달은 내가 사용하는 침실에서 보낸시간이 많았다면 친정엄마도 이제 없고,크리스마스/연말 휴가차 잠시 다니러왔던 베비라쿠아씨도 없는 나홀로의 현재는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아이의 공간이 주방에도 필요했고 나름 고안해낸 방법이 식탁 위 잠자리였다. 아이가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식탁, 난 그 옆에서 책도 보고 일기도 끄적이며,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생각보다는 꽤 푸근한 그림이 된다....... 오늘 아침도 어제, 그제와 다름없이 아침 7시 아이에게 삼십여분 젖을 물리고 다시 잠든 아이를 제 침대에 눕히고 조용히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