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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아홉번째 장

벨라줌마 2018. 12. 8. 16:08

2016/09/30 16:14

 

나는 월경전 증후군 중증 환자에 속한다. 구체적인 증상은 인터넷 의학정보에 요약되어 있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생리 시작 3~4일 전부터 극도의 예민 상태 모드에 돌입되고 사사로운 것에 짜증을 내며 단 것에 혈안이 되기 시작한다. 정신적 상태도 환자 모드지만 신체적 상태도 환자 모드로 간다. 아랫배와 허리가 아프고 생리 시작과 동시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면 방바닥 혹은 침대와 한몸을 이뤄 고통의 몸부림에 뒹굴기가 시작된다. 고통의 시간이 경과 하면 기절 상태..... 그리고 깨어난다..... 그리고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 모든 것이 고요하게 안정된다.

친정엄마는 그런 나를 보시며 결혼하고 애 한둘 낳으면 다 없어지는 병이니 너무 걱정말라 위로를 하시곤 했는데.....나는 결혼도 했고 애도 하나 낳았지만 여전히 병은 낫지 않았다.

어느덧 20여년간 함께해온 이 고통의 몸부림은 나와 애증의 관계가 되었다. 비교적 생리 주기가 매우 규칙적인 나는 생리 시작일을 꽤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어 고통의 시간이 언제부터 시작되는구나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도움이 됨과 동시에 타인에게 향하는 비수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나는 이 강력한 무기가 타당하게 사용되었다는 자기합리화를 피하기 위해 생리주기에는 대인관계를 피한다. 가까운 사람 일수록 거리를 더욱 더 둔다. 상대가 한 별말 아닌 말에 상처를 받고 요상스런 의미를 부여하여 '오해가 낳은 서운함 혹은 삐침' 이라는 소설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20여 년이면 그만 할 만도 한데 어째 매 달 빠짐없이 반복하여 이런일이 일어나는가 도무지 알수가 없다.

지난 7년간 비수의 조준 목표물은 베비라쿠아씨 였다. 피할 수 없는 관계....매일 얼굴을 마주해야하는 내 가족....인 그는 별일 아닌 일에 늘 대역죄인 누명을 쓰고 모든 문제의 원인 제공자가 되어 심장의 정 가운데를 내어주어야만 하는 피해자가 된다.....그에게 미안한 마음 한 없이 넘처 흐르지만 나 자신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는 마당에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게다는 사과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된다. 그래도 이제는 제법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찾은 것인지... 때가 왔노라의 암호 : 퇴근길에 초콜릿 사와! 라는 메세지를 보내면 군말 없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의 초콜릿을 사다 주고 그 날부터 삼 사일 간은 그야말로 눈치밥으로 배를 채운다.

언젠가 그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한 달에 한번...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는 내 못된 말, 못된 행동에 한대 쥐어박아 주고 싶을 만큼 많이 밉지 않으냐고.... 그가 답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살던 신혼 초기, 점심을 집에 와서 먹던 그에게 한 달에 한 두번은 점심 먹으러 오지 마! 나 오늘 밥 하기 싫어!의 문자를 보내 내 고통의 시간을 애써 숨겼었다. 인간의 정상적인 생리작용도 숨기는 마당에 여성만의 생리 작용을 공유하기란 매우 어려운 부분이었기에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은 문자를 보낼 틈도 없이 기절 상태에 도달했던 모양이다. 아무것도 모른체 점심을 먹으로 집으로 돌아온 베비라쿠아씨는 식은땀 범벅, 의식도 가물가물한 상태로 소파위에 널부러져 있던 나를 보고 무슨 사고가 난 줄 알고 기겁을 했다. 점심시간을 한참 초과한 시간을 보내고 일터로 돌아가는 길 내내 식은땀 범벅의 얼굴에 내가 한 말을 되새겼다고 한다.

"괜찮아. 아는 병이야. 한 달에 한 번씩 늘 겪어온 일이야. 이렇게 죽을꺼 같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져...근데 그만 봐. 나 완젼 못생김 상태란 말이야....."

내가 갖고 있는 병명이 국가적 안보를 위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안되는 처지에 놓여있는 인물은 애석하게도 아니지만 굳이 알려 모두에게 대놓고 위로 받을 수도 없는 여성의 질환이기에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꺼내 놓으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두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내 아이 세레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이제 곧 네 돌을 맞이하는 세레나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네 해가 된다. 이정도면 속속히 잘 알아 엄마로서 이해해주고 가족으로서 비수의 목표물이 되어 있음에 담담하게 받아들여 줄만도 한데.... 그게 참 힘들다........ 일주일 전부터 아이의 투정과 짜증 수위가 높아졌다. 유치원에서도 지적을 받을만한 행동을 빈번하게 하고 낮 잠을 거부하고 단 것을 필요 이상으로 찾았다. 이런 아이의 증후에 왜 그럴까? 무슨일일까의 대처가 아니라 혼을 내고 소리를 지르고 엉덩이까지 찰싹 손찌검을 했다....... 그렇게 못된 엄마의 무식하기 그지없는 훈육의 방법을 동원했는데.... 알고보니 아이가 아프다..... 엇그제 밤부터 미열을 넘어선 체온을 유지하더니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흘린다...

세레나가 24개월을 넘어서며 아이를 갖은 엄마들을 떨게 만드는 계절, 그 타이밍이 언제인가 몸은 기억을 한다. 환. 절. 기. 모스크바의 환절기인 9월과 10월은 안 아픈아이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아무리 아이들을 꽁꽁 사매고 조심을 시켜도 어느틈인가 바이러스는 귀신같이 침투한다. 학교같은 단체집단 생활은 내 아이가 아무리 건강해도 한 아이가 감기 바이스러를 달고 들어오면 사이좋게 모두 함께 공유한다.

계절의 변화, 아이들의 감기를 문제 삼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건 내가 매 달 한번씩 겪어야하는 월경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문제는 월경전 증후군과 같은 아이의 아프기전 증후군을 감지하지 못하는 바보같은 나다...... 자신의 몸상태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아이들은...그것을 몸으로 설명한다....

열이 40도를 웃돌아도 뛰고 놀아대는 아이들인데.... 몸에 이상기운이 그저 시작의 단계인 아이들이 그것을 어찌 말로 표현한단 말인가.......

"너는 왜 선생님 말을 안들어 엄.마.를 속.상.하.게 만들어?"

"유치원은 놀이터가 아니야!! 하루종일 낮잠도 거부하고 미친듯이 뛰어만 다니고 소리지르고....너 바보야? 그럴꺼면 학교 가지마!"

"넌 오늘 집에가서 맴맴야. 엄.마.가. 수.십.번. 말.해.도. 안들으면 맞아야지 별수있어?"

내 이름에서 엄마라는 호칭만 바뀌었을뿐 여전히 세상의 중심은 나다..... 이 아이러니한 이기심.... 자기애.... 젠장...... 속상한 하루다...

 

메이데이 2016/09/30 18:19 R X
괜찮아지실 때까지 함께 속상하고 있겠습니다.
벨라줌마 2016/10/02 15:19 X
^^이제 그만 속상해해주셔요. 세레나도 심각한 감기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고 삼일간 집안에 가둬 놓았더니 면역력이 작동을 잘하나 봅니다. 정상 체온 유지하며 콧물만 흘려 내고 있답니다. 메이데이님이 속상해 하시면 제가 더 속상해집니다 ^^
너도바람 2016/09/30 19:45 R X
이런 이런... 발티카인가요? 번호에 따라 도수 세지는 러시아 맥주. 소맥 수준의 맥주 한잔 죽 들이키고 지금만 보시길요. 세상에 후회없는 삶이 어딨어요. 후회로 치자면 수십번, 수백번... 전 성인이 된 아들하고도 현재진행형인걸요.
벨라줌마 2016/10/02 15:21 X
아니 그런 맥주가 있나요? 저희는 여기서도 계속 수입 맥주만 마셔대고 있으니....한심!!!!합니다. 제 인간 검색기 나타샤에게 물어 봐, 구해, 시음해 봐야겠어요 ㅎㅎㅎㅎ
항.....성인이 된 아드님과도 끝나지 않는 진행형이라면......... 저 발티카 어서 찾아 마셔야겠습니당!!
알퐁 2016/10/01 05:41 R X
너무 걱정마세요. 아이들은 영리해서 왜 엄마가 그러는지 잘 이해하고 엄마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지 잘 아니까요 ^^
저 보세요 울엄마가 당신 피곤할 때면 청소 안 했다고 빨래 안 했다고 옷걸이로 때렸어도 엄마를 최고인 줄 알고 자랐거든요 ㅋㅋ
(단, 우리 엄마는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저를 꼭 안고 때린 걸 사과했답니다)
벨라줌마 2016/10/02 15:28 X
정말 그래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요즘 가장 부러운 사람은..... 자신의 아이에게 끝임없이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도닥임으로 교육시키는 성격을 품은 엄마 사람! 입니다..... 더러 있더라구요... 존경 존경......
본이 아니게 엄마한테 옷걸이로까지 맞아본 알퐁님 과거 소환하시게 만들었습니다..... 음...그럼 저는.......... 저희 엄마가 부억에서 칼질 하시다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 제가 엄청난 잘못을 했을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ㅋㅋ) 칼등으로 제 허벅지를 때리셨다는... 기억 말씀드리렵니다 ㅋㅋㅋㅋㅋ
알퐁 2016/10/01 05:45 R X
그냥 생리증후군은 아닌 듯해요 아마도 endometriosis나 fibroid일 것 같습니다. 어쨌든 생리 시작 일주일 전부터 생리 끝날 때까지 채식을 하면 proinflammatory prostaglandin이 좀 줄거예요. 꾸준히 estrogen을 줄일 수 있는 식단을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벨라줌마 2016/10/02 15:37 X
저도 일종의 혹(근종)의 문제가 아닐까 걱정되어 임신 전 후로 검사를 받았었어요. 눈으로 확인되는 문제는 없다는 의사 소견으로 안심은 했지만. 말씀하신대로 음식치료가 도움이 될 듯해요. 진짜 그 시간이 오면 단것과 고기류가 더 입맛을 당기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감사해용~~~^^
샤프 2016/10/02 10:15 R X
본문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쌩뚱맞은 소리좀 하겠습니다.
어제 오후에 경기 가평쪽에 전철을 타고 갔다 오다가 있었던 일입니다.
중간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전철에 타더니 자리가없으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카스 캔 맥주와 음식물들(냄새가 많이 나는...) 꺼내놓고는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먹는겁니다. 대략 30 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성4명과 남성 1 명 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미국인들이 아니라 영국쪽 사람들로 보이더라구요. 아마도... 청평이나 가평쪽에 어떤 행사가 있었던듯 싶더라구요.

그순간... 뜬금없이.. 러시아의 벨라줌마님이나 캐나다의 치피님이 생각이 나더라구요. 두분중에 한분만 계셨어도
그들에게 유창한 영어로 그러면 안된다고 말렸을텐데 말입니다. 우찌된게 ..그놈에 영어가 발목을 잡아서리...

벨라줌마 2016/10/02 15:51 X
많은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 길이 점차 더 넓어지고 있으니 다양한 종류의 (외국)사람들 또한 보시게 될 확율도 매우 높아질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선진문화의 대표국(?) 사람들, 공공 장소에서의 단정하고 품위있는, 공중도덕을 잘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무한했던 동경의 마음이 동전의 한 면이었다는 사실이 이렇게 또 드러나는가 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유창한 영어가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라 사료 됩니다. 용기가.....조금 필요하지만... 우리 말로 (목소리가 일단 커야 됩니다) "이노무쇠키들 여기가 니집 안방이냐? 당장 안일어나? 경찰 부른다!!!!!"가 더 먹힐겁니다.
제비 2016/10/09 10:49 R X
아...아이를 혼내고 후회하고 자책하고...그것은 하나님이 아이와 함께 주신 엄마 사람 맹그는 훈련 같아요
저도 엄마한테 많이 맞았어요 파리채 구두주걱 등등..ㅎㅎ
딸아이 팔이 골절되었는지도 모르고 손들고 벌서라고 한 적도 있다니까요..정말 아동학대 수준이지요 ㅠㅠ
저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벨라님, 지금 생각해도 아이를 사랑하지 않은 순간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내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도 했었지만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벨라님은 아주아주 사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화이팅~

벨라줌마 2016/10/11 04:18 X
제비님 말씀에 갑자기 제 코끝이 찡......해졌다고..고백합니다 ^^
저는 매우 솔직하게...학교 선배, 직장 선배를 인생의 선배 범주안에 두었지..... 엄마 선배를 생각해보고 살아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조금 모순이 서는 말이지만....엄마라는 길의 선배가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르침과 독려를 준다는...생각이 요즘들어 듭니다........ 제 인생의 엄마 선배 중 한 분이신 제비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 정말 댓글 읽다가...울컥 했어용~~~~~~~~~~~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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