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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열 여덟번째 장 본문
2016/05/29 08:25
2016년 5월 28일....다 섯번째 맞이하는 "결혼 기념일"이다.
2010년 7월 한국에 들어가 친정 가족들 앞, 약혼식 비슷한 식사자리에서 금반지 두개를 만들어 교환했다. 그 해 12월 이태리 시댁 시청, 시댁 식구들 앞에서 혼인 서약서에 서명을 하며 그 반지를 처음 껴본 척 다시 교환했다. 그리고 2011년 5월 28일 드디어 양가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셔 이태리 시골 성당, 신부님 앞에서 그 반지를 또 다시 처음 교환하는 척 서로의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줬다.... 결혼 반지 돌려 쓰기란 이런 것이다......
다수가 그렇듯 내 결혼 스토리도 꽤 흥미진진했다. 구구절절 눈물과 감동 없이는 듣기 힘든 내 연애 그리고 결혼 스토리.....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의미를 부여한다는 의지가 상실 된다.
작년에 이어 올 해도 나의 그대 베비라쿠아씨는 결혼 기념일을 잊었다. 맨 손으로 귀가한 그를 가자미 눈으로 흘겨보니 여전히 이유를 모르는 얼굴로 "왜?" 한다. " 넌 오늘이 몇 일인 줄 또 모르는거니?" 하니 그제야..... "oh dio mio(오 신이시여)"한다. 꼭 지 아쉬울때만 믿지도 않는 신을 찾는다. 소리 한 번 빽지르고....성질 난 티 무지하게 내고....결혼 반지 빼내어 주방 식탁에 올려 놓고 문 '탁' 소리 내며 방으로 들어 갔더니.... 뿌시럭 뿌시럭 세레나를 챙겨 밖으로 나가는 문소리가 난다.
저녁 식사를 차리고 있을때가 되서야 들어서며 꽃다발을 들이민다......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파악 전혀 되지 않는 세레나는 그저 엄마한테 주는 꽃선물에 제가 신이 났다.... 화는 여전히 진행중..... 꽃다발을 들이밀며 "날 죽여줘"하던 나의 그대 말을 실행에 옮겨....저녁식사 내내 말 한마디 안건네고, 대꾸도 안해주며 애간장을 태우게 만들다 깨끗하게 치운 식탁위에 식칼을 덩그라니 올려놓고 애꿎은 컴퓨터 자판만 두들기고 있었다.
만 삼세 세레나..... 이상한 분위기 감지하며..... 엄마 젖 안만지면 여전히 잠 못드는 고약한 버릇의 세레나가...."오늘은 아빠가 책 읽어줘...아빠랑 잘래...." 한다. 눈치 300백 단이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나는 한국에서 그는 이태리에서의 장거리 연애기간, 한 해도 빠짐없이 5월 마지막 날에 꽃 바구니 혹은 사탕 초콜릿 범벅의 소포를 받았었다. 2002년 '우리 처음 만난날'의 기념일을 20대 가난한 청춘의 그는 그렇게 애틋하게(?)챙겨줬었다. 그의 애틋한 변함없는 그 마음과 넘치는 내 사랑의 풍년이 결국 2009년 새해를 넘기자 마자 다시 짐을 싸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그래었는데.....고작 14년 만에....... 식탁위에 식칼을 올려 놓게 만든다.....
Happy my 5th wedding anniversary!
사랑이...변하니.......?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처한 상황이 뇌작동을 원활하지 못하게 만들뿐이다....
베비라쿠아씨는 지지난 금요일 '승진'이라는 것을 했다. 직책, 어마어마하게 높다.... 쥐꼬리만한 월급 인상 거기에 엤따~~~ 회사 차도 한대 내어 주마~~~ 했단다....... 지난 일주일 내내 베비라쿠아씨는 뜬 눈으로 뒤척이며 밤을 보냈고.... 새벽 5시에 눈을 떠 6시면 일터로 향했다... 지켜보는 나는 회사로 쳐들어 가서 윗분들 뒤통수를 갈겨주고 싶은 욕망을 꾹 하니 참으며....'시편과 아가'를 읽어 화를 다스리고, 드라마 '또 오해영' 몰아보기를 하며 감정의 촉촉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가다 현장, 공사 진행 중간 말 시기의 승진은 기뻐하며 동네방네에 자랑할 만한 경사가 아니다...... 탈난 현장 수습하고 뒷처리해야 하는 일만 수두룩하게 남은 상황에서.... 정치를 못하니 빽도 없는 베비라쿠아씨에게 그저 총알받이를 하라는 말인게다.... 성실하고 능력(?)있는 나의 그대 베비라쿠아씨는 총알받이하다 전사하지 않기위해 분명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의 뇌는 98% 일에 집중 되어있다는 의미다.
이렇게도 남편을 잘 이해해주는 아내가.... 뭐 그 결혼 기념일 두어번 잊었다고 타박을 하나.....듬직하게....안사람으로서.... 큰일(?) 하는 바깥사람 묵묵하게 뒷바라지 해줘야지................ 는 내 스따~~~일 아니니 no thanks......큰일 하는 바깥사람 뒷바라지는 티 팍팍내며 유난을 떨어줘야 한다가 내 스타일. 이렇게라도 해서.... 그의 풀가동 되고 있는 뇌가 한 곳에만 집중되지 않게 하려는 의미 매우 깊은, 계산 무지 되어진 행동이었다고 자기 변호 열심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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