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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장

벨라줌마 2018. 12. 8. 16:39

2016/12/05 05:06

 

세레나의 고사리 손을 잡고 횡단보도 앞에 서 세상의 순리를 다시금 배운다.

세레나가 아장 아장 걸음마를 떼고, 인간의 언어로 소통이라는 것을 시작할 무렵, 가장 엄격하게 주입식 교육을 받은 첫 과목은 그 이름도 거창한 '교통법규'이다. 신호등에 초록색 불이 켜지면 건너고 빨간색 불이 켜지면 멈춘다. 이 단순하고 쉬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아이가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엄마, 왜 저 아저씨(아줌마, 언니, 오빠, 할머니.....)는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건너가?"

처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참으로 쉽게 했다. "응, 저 아저씨는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가봐. 그래도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거고 있는건데....... 저 아저씨 혼~~~나야 겠네.....저 아저씨는 이제 경찰 아저씨한테 혼날거야!"

나의 단순무식 첫 대답에 대한 학습의 효과는 얼마간 이렇게 나타났다.

"엄마, 저 언니는 빨간불인데 건너가네? 이제 경찰아저씨한테 혼나지? 그렇지?"

하지만 이 학습 효과의 부정적 결과는 얼마 후 나타났다.

"엄마, 그런데 경찰 아저씨가 없는데 저 (무단횡단을 한)오빠는 언제 혼나?

그리고..... 이 학습 효과의 가장 큰 부작용을....... 얼마 전 경험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늘 반복되는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지겨웠던 혹은 내안에 분노가 조절되지 못한 어느 하루의 나는 세레나에게 이렇게 대답을 했던 모양이다.

"(세레나)야, 저 (무단횡단을 한)친구는 엄마가 잘 알려주지 않았나봐. 엄마가 없는 애들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기때문에 뭘 몰라서.... 제가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고 행동하는거야"

얼마 전..... 횡단보도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한 노인을 봤다. 그리고 세레나가 말했다.

"엄마, 저 할머니는 엄마가 없어?"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가 옛날에 옛날에 그랬잖아. 빨간불에 건너는 애는 엄마가 없는 애들이라고"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원초적 질문에 답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구나를 느끼며 세상의 이치를 또 그렇게 깨닫는다.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횡단보도 앞..... 그 일 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우리는 약속을 깨는 것일까? 이 단순하고 쉬운 규칙이 만들어진 근본적 이유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불현듯, 교통법규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교통의 수단으로서 혹은 부나 권력의 과시용로 이용되는 도구로서의 자동차가 먼저 만들어진 후, 사람과 자동차 간에 문제가 생기고, 사고가 생기고....그래서 누군가가 다치고 혹은 목숨을 잃은 후, 조치를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 법규가 만들어진 후에도..... 여전히 사고가 나고....사람이 다치고..... 또 누군가는 귀한 목숨을 잃는다...... 교통 법규가 만들어진 후에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그리고..... 그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잔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세상의 이치, 소통의 방법에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세레나를 잠시 빌려주고 싶다.

세레나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잠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눠 보기를 진심으로 권해본다.

나는 여전히.......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한 없이 너그러운 마음을 적용하여 이상적인 대변을 해 줄 길을 찾지 못했다. 겨우 고안해낸 답이라는 것이 그것이 옳지 못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약속을 어기는 나쁜 행동이다'라고 가르쳐 줄 수 있는 '엄마'가 없기 때문이라는 무논리 무지의 답을 내어 놓았고 그것을 칼(?)같이 적용하고 있는 세레나를 보며 나홀로 무척이도 당황해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모든 면에서 한없이 부족한 엄마 사람인 나는 소신있는 마을 사람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메이데이 2016/12/05 09:43 R X
교통 관련해서 비슷한 풍경을 중국에서 자주 볼 수 있어요. 법규 지키는 게 이상할 정도였으니까요. 참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지금은 적응이 되었습니다.
벨라줌마 2016/12/06 18:16 X
결국은 적응하게 만드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그래도 약속을 규칙을 만드는 이유가 있는데 말이에요... 요즘은 세레나 덕분에 그 놈의 '원칙' 과의 싸움 중입니다. 백지같은 아이들에게 변칙 변수를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렵거든요....
메이데이 2016/12/07 00:30 X
그야말로 슬픈 적응입니다.
너도바람 2016/12/05 14:03 R X
막 찔려요. 세레나에게 지적당할 짓을 가끔 하는 어른인것 같아서요. 모스크바의 신호등은 한 귀요미하네요.
벨라줌마 2016/12/06 18:18 X
저도 너무 찔리고 있어 상처 날까 겁납니다 ^^ 왼쪽 신호등은 스위스의 신호등 ㅎㅎㅎ 스위스는 참....신호등에게도 정성을 쏟아요 부러워요. 오른쪽 신호등은 모스크바 신호등 ^^
알퐁 2016/12/05 15:51 R X
전 대학때 무단횡단하다 걸려서 띠 같은 걸 쳐 놓은 임시감옥(?)에 정해진 시간 동안 있어야 했어요. 창피하라고 그랬다지만 경찰국가도 아니고 쯧쯧...
1 + 1 = 2인 그때가 좋지요 ^^
1 + 1 이 더이상 2가 아닌 걸 알아 버리면 다 커 버린 걸 테고 ㅎㅎ
벨라줌마 2016/12/06 18:21 X
임시감옥..... 나쁘진 않았던 아이디어이긴 한데.... 결국 무력이 답이 였네요 ㅎㅎ
1+1 이 10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 곤경에 처하는 부모들..... 언젠가 제비님이 신이 아이들을 엄마에게 보내는 이유 중 하나가 엄마 사람 만드는 훈련 시키느라고...라고 하신 말씀 매일 공감 중입니다.
알퐁 2016/12/10 18:32 X
뉴질을 와서 보니 무단횡단은 규칙을 어기는 게 아닌 것인지라 마음고생 없이 씩씩하게 ㅎㅎㅎ
애들이 배우면 사고날까 봐 애 앞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혼자일 때에는 그냥 신호등 없는 곳에서 건넙니다.
여기서 배운 점 하나는 사람나고 법났다, 만약 사람한테 불편하면 법이 휘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 뭐 이런 ㅎㅎ
round about 이 신호등 없이 눈치봐서 슥 들어가서 슥 지나가야 하는 거라 훈련이 잘 되어서요.
WallytheCat 2016/12/06 06:18 R X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하나 정도가 아니라 나라 하나가 필요한 거 아닐까 싶어요. 뭐든 들으면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아이들한테는 뭐든 일단 정석으로 가르쳐야할까 봅니다. 법규를 지켜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게 세상이란 걸 점점 스스로 배워가겠지만요.

구름이 내려 앉아 무거워 보이는 겨울 날씨가 제 눈에 먼저 들어오네요. 너무 많이 춥지는 않기를 바래요.
벨라줌마 2016/12/06 18:24 X
세레나가 어서 어서 커서 스스로 배워 나갈 날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족한 소양의 벨라줌마 당황스러운 상황과의 만남 덕에 늘 진땀 빼고 있거든요 ^^

모스크바는 이틀째 눈보라 치는 시베리아 벌판입니다.....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 갔어요... 넘~~흐 추워요 왈리님~~~~
제비 2016/12/12 10:29 R X
세레나의 귀여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고 앙증맞은 입으로 얼마나 종알거릴까...ㅎㅎㅎ
벨라줌마 2016/12/23 16:53 X
요금 저와 함께의 시간이 다시 더 많아진 덕분인지.... 쫑알거림의 시간이 매~~~우 길어졌어요. 벨라줌마 넘~~흐 힘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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