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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열 여섯번째 장 "벨라줌마의 육아일기 5" 본문
2013/03/27 19:06
일주일만에 해를 본다.
봄이 오는것을 시샘하듯 겨울은 나를 잊지 말라고 쐐기를 박는다.
이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고 또 한 계절이 시작된다....
지난 십 년간 이탈리아를 오가며 살았지만 이렇게 온전히 사계절을 보내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계절을 보내며 내 뱃속에서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역경과 행복을 고스란히 체험했고,
아침에 눈을 떠 여전히 이게 현실인가를 논하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보고있다.
지난 한 달여간 폭풍같은 산후 우울증을 겪었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는 언제 그랬다는 듯 고요한 물살을 일으키며 평온함을 유지한다.
순리가 그렇듯 난 지금 평온하다.
자기조절 능력 상실이 삼일간 지속되었었다.
그래도....난 엄. 마. 였다.
시댁에 아이를 맡겨놓고 그리고 그렇게 삼 일간을 울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그것도 주말 외에는 서로의 긴 하루에 지쳐 화상통화를 켜는 것도 힘든 날이 많은 우리 부부...
폭풍처럼 불어닥친 내 우울증에 베비라쿠아씨는 대역죄인 누명을 쓰고 갖다 붙이기도 잘하는 내 이치에도 맞지 않는 죄명에 군소리없이 죄값을 치뤘다. 그의 대외적 죄명은 "출산 후 온전히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기 위해 사는 아내에게 러시아에는 미녀가 정말 많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모성애에게 양보한 자기애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어 자신감을 잃게하는 빌미를 제공했음" 이었다.
집이라는 감옥(?)에 갇혀 내 삶의 중요한 동반자인 옷과 구두, 화장품과 향수를 멀리한체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 가장 편한 옷을 걸쳐입고 아이와 씨름하가 위해 열심히(?) 먹으며 하루를 꼬박 그렇게 보내는 현재의 나는 러시아 미녀들에게 도에 지나친 질투를 느낀다.
더욱이 다른이가 아닌 내 남편의 입을 통해 그녀들의 아름다움을 전해듣자하니 온당치 못한 루머를 만들며 순수하지 못한 미(beauty)라 추정하며 그녀들을 도매금으로 넘긴다.
하지만 내 우울함을 근원이 비단 여성의 외적 아름다움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뿐이랴....
깊이 들어가면 논문을 쓰게 될 듯하여 이만 생략하련다.
이탈리아인들은 손으로 표현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현상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심해지는데 우스개 소리로 나폴리 사람들은 말을(대화를) 입이 아닌 손으로 한다고 할 정도이다.
다음 기회에 사진과 함께 이탈리아인들의 손짓이 의미하는 바를 블로그에 올려보련다.
어찌되었던 그들의 여러 표현 중 하나로 손을 편 채로 손등을 보이다 뒤집으며 손바닥을 보이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완전히, 180'로 바뀌었다 라는 뜻으로 어떤 사람이나 형태 상태등을 가르키며 손바닥을 뒤집으면 저 사람이, 이것이 혹은 저것이 몰라보게 바뀌었다의 뜻이 된다. 대게는 부정의 의미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은 혹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사용할 경우는 당황스러워 대처능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에 나는 요즘 La mia vita é(내 인생이) 라는 서문과 함께 손바닥을 뒤집어 후문장을 이야기한다.
얼마 전 내가 너무 좋아하는 지인 한분이 보내주신 "삐뽀 삐뽀 119소아과" 라는 대백과사전 두께의 이 책은 띄엄띄엄 생기는 내 여유시간 열공모드를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어쩌다 쇼핑몰에 들르게 되면 가장 먼저, 가장 오랜시간 들르는 곳이 유아용품점이다.
또한 내 사생활을 공유하는 공간인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스토리는 모두 세레나의 사진 뿐이며 어쩌다 수화기 넘어로 목소리를 듣게되는 가족, 친구들과의 통화 내용 대부분은 세레나의 성장과정 이야기이다. 불러본지도 들어본지도 너무 오래되어 가물가물하던 동요며 만화영화주제곡들은 어찌나 새록 새록 잘도 기억나는지 내 암기력에 새삼 박수갈채를 보내야할 지경이다.
가장 당황스러운것은 내 외할머니와 친정 엄마가 사용하실때는 그저 어른들은 아이들이 너무 예쁘면 저런 표현을 쓰는구나 정도로 지나쳤었고 그러다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표현을 쓸 수 없을것 같았던 친언니가 제 자식들에게 쓰는걸 보며 자식은 뭐가 다르긴 다른가보다라고 생각했었던 낯간지럽고 쑥스러운 표현 "어이구 내 이쁜 새끼, 오이야 내 똥강아지, 어디서 이리도 이쁜사람이 왔는고~~~ 이리도 어여쁜 내 새끼는 어느 별에서 있다 왔는것인고~~~" 등을 나 역시 아무런 스스럼없이 연발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던 "내 아이는 조금 다른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푼수 엄마 대열에 내 발을 들여 놓고 있으며
오로지 아이를 웃게 하기위하여 온몸을 바쳐 망가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언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또한 내 음악적 감성은 어떠한가, 그 고통스럽다는 창작의 고뇌속에서 자작곡의 멜로디가 어찌나 잘도 흥얼거려지는지 나의 천부적 음악 재능이 뒤늦게 발견되는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세상의 중심이 내 딸 세레나가 되었음은 내 인생이 180' 바뀌었음을 명백하게 증명하고있다.
이런 내가 산후 우울증을 겪는다는 아이러니한 슬픈 현실은 의아함을 주지만 까르르 웃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다가도
무엇인가 알수없는 울컥함이 밀려오는 이유는 아마도.......
나는 여전히 세상의 중심에 내가 서있기를 갈구하기 때문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막. 강. 세. 레. 나 가 힘껏 버티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생각도 없고 거부할 마음은 더더욱 없지만......
세상의 중심에 내가 서있음을 잊지 않게 해줄 시간이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기다려 주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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