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ta è bella

열 여섯번째 장 "벨라줌마의 육아일기 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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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섯번째 장 "벨라줌마의 육아일기 5"

벨라줌마 2018. 12. 2. 15:57

2013/03/27 19:06

 

일주일만에 해를 본다.
봄이 오는것을 시샘하듯 겨울은 나를 잊지 말라고 쐐기를 박는다.
이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나고 또 한 계절이 시작된다....
지난 십 년간 이탈리아를 오가며 살았지만 이렇게 온전히 사계절을 보내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계절을 보내며 내 뱃속에서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역경과 행복을 고스란히 체험했고,
아침에 눈을 떠 여전히 이게 현실인가를 논하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보고있다.

지난 한 달여간 폭풍같은 산후 우울증을 겪었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는 언제 그랬다는 듯 고요한 물살을 일으키며 평온함을 유지한다.
순리가 그렇듯 난 지금 평온하다.
자기조절 능력 상실이 삼일간 지속되었었다.
그래도....난 엄. 마. 였다.
시댁에 아이를 맡겨놓고 그리고 그렇게 삼 일간을 울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그것도 주말 외에는 서로의 긴 하루에 지쳐 화상통화를 켜는 것도 힘든 날이 많은 우리 부부...
폭풍처럼 불어닥친 내 우울증에 베비라쿠아씨는 대역죄인 누명을 쓰고 갖다 붙이기도 잘하는 내 이치에도 맞지 않는 죄명에 군소리없이 죄값을 치뤘다. 그의 대외적 죄명은 "출산 후 온전히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기 위해 사는 아내에게 러시아에는 미녀가 정말 많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모성애에게 양보한 자기애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어 자신감을 잃게하는 빌미를 제공했음" 이었다.

집이라는 감옥(?)에 갇혀 내 삶의 중요한 동반자인 옷과 구두, 화장품과 향수를 멀리한체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 가장 편한 옷을 걸쳐입고 아이와 씨름하가 위해 열심히(?) 먹으며 하루를 꼬박 그렇게 보내는 현재의 나는 러시아 미녀들에게 도에 지나친 질투를 느낀다.
더욱이 다른이가 아닌 내 남편의 입을 통해 그녀들의 아름다움을 전해듣자하니 온당치 못한 루머를 만들며 순수하지 못한 미(beauty)라 추정하며 그녀들을 도매금으로 넘긴다.
하지만 내 우울함을 근원이 비단 여성의 외적 아름다움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뿐이랴....
깊이 들어가면 논문을 쓰게 될 듯하여 이만 생략하련다.

이탈리아인들은 손으로 표현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현상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심해지는데 우스개 소리로 나폴리 사람들은 말을(대화를) 입이 아닌 손으로 한다고 할 정도이다.
다음 기회에 사진과 함께 이탈리아인들의 손짓이 의미하는 바를 블로그에 올려보련다.
어찌되었던 그들의 여러 표현 중 하나로 손을 편 채로 손등을 보이다 뒤집으며 손바닥을 보이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완전히, 180'로 바뀌었다 라는 뜻으로 어떤 사람이나 형태 상태등을 가르키며 손바닥을 뒤집으면 저 사람이, 이것이 혹은 저것이 몰라보게 바뀌었다의 뜻이 된다. 대게는 부정의 의미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은 혹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사용할 경우는 당황스러워 대처능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에 나는 요즘 La mia vita é(내 인생이) 라는 서문과 함께 손바닥을 뒤집어 후문장을 이야기한다.

얼마 전 내가 너무 좋아하는 지인 한분이 보내주신 "삐뽀 삐뽀 119소아과" 라는 대백과사전 두께의 이 책은 띄엄띄엄 생기는 내 여유시간 열공모드를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어쩌다 쇼핑몰에 들르게 되면 가장 먼저, 가장 오랜시간 들르는 곳이 유아용품점이다.
또한 내 사생활을 공유하는 공간인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스토리는 모두 세레나의 사진 뿐이며 어쩌다 수화기 넘어로 목소리를 듣게되는 가족, 친구들과의 통화 내용 대부분은 세레나의 성장과정 이야기이다. 불러본지도 들어본지도 너무 오래되어 가물가물하던 동요며 만화영화주제곡들은 어찌나 새록 새록 잘도 기억나는지 내 암기력에 새삼 박수갈채를 보내야할 지경이다.
가장 당황스러운것은 내 외할머니와 친정 엄마가 사용하실때는 그저 어른들은 아이들이 너무 예쁘면 저런 표현을 쓰는구나 정도로 지나쳤었고 그러다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표현을 쓸 수 없을것 같았던 친언니가 제 자식들에게 쓰는걸 보며 자식은 뭐가 다르긴 다른가보다라고 생각했었던 낯간지럽고 쑥스러운 표현 "어이구 내 이쁜 새끼, 오이야 내 똥강아지, 어디서 이리도 이쁜사람이 왔는고~~~ 이리도 어여쁜 내 새끼는 어느 별에서 있다 왔는것인고~~~" 등을 나 역시 아무런 스스럼없이 연발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던 "내 아이는 조금 다른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푼수 엄마 대열에 내 발을 들여 놓고 있으며
오로지 아이를 웃게 하기위하여 온몸을 바쳐 망가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언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또한 내 음악적 감성은 어떠한가, 그 고통스럽다는 창작의 고뇌속에서 자작곡의 멜로디가 어찌나 잘도 흥얼거려지는지 나의 천부적 음악 재능이 뒤늦게 발견되는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세상의 중심이 내 딸 세레나가 되었음은 내 인생이 180' 바뀌었음을 명백하게 증명하고있다.

이런 내가 산후 우울증을 겪는다는 아이러니한 슬픈 현실은 의아함을 주지만 까르르 웃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다가도
무엇인가 알수없는 울컥함이 밀려오는 이유는 아마도.......
나는 여전히 세상의 중심에 내가 서있기를 갈구하기 때문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막. 강. 세. 레. 나 가 힘껏 버티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생각도 없고 거부할 마음은 더더욱 없지만......
세상의 중심에 내가 서있음을 잊지 않게 해줄 시간이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기다려 주기를 소망해본다.

 

 

뮤즈 2013/03/28 10:37 R X
ㅎㅎ 미모와 바꾼 엄마라는 이름.
속없는 남편... 무지 반성하고 계실듯해요.
바보 엄마도 행복함의 표현이니 얼마든지 하시길... ^^
벨라줌마 2013/03/28 21:50 X
손들고 벌선지 한 달이 되어가요...ㅎㅎㅎ
말로만 듣던 바보 엄마가 알고보니 저 더군요..
뒷담화 해대던 푼수 엄마가 알고보니 저 더라구요..
세상은 아이러니해서 절대 남의 말 함부로 하고 살면 안된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ㅎ
너도바람 2013/03/29 17:52 R X
햇빛은 삶의 비타민이예요. 모스크바에 가게되면 이태리의 햇살이 무지 그리울것이니 듬뿍 듬뿍 담아 놓으시길요. 햇볕은 몸도 마음도 뽀송뽀송하게 해주는 마술사예요. 잠든 아이의 천사같은 얼굴을 보면서 느꼈던 행복, 모성과 상반된 울컥함. 그때의 소원이 딱 한시간만이라도 좋으니 아이와 나의 육체와 정신이 완전한 분리 상태에 있는것이었어요. 지나고보니 영원할것 같았던 그 시간이 생각보다 짧더라구요. 옆에 살면 마구 마구 충동질해서 나오게 할텐데...
벨라줌마 2013/06/27 21:51 X
이상기온 현상을 보이고 있는 모스크바의 햇살은 뜨겁다 못해 살갗을 태우기 일보직전이랍니다. 밤10시가 넘어도 해가 여전히 떠 있는 이 곳 모스크바.......
이태리의 햇살이 벌써 그립다면 엄살이 너무 심한거지요? ㅎㅎㅎㅎㅎ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뒤 스포츠센터에 이 주 전부터 다니고 있어요. 착한 세레나가 늦어도 8시 반이면 잠자리에 들어 큰 이상이ㅡ없는 한 다음 날 아침까지 자주니 신랑이 퇴근해서 들어어는데로 저는 운동하러 나가게 되는데....그리 신날 수가 없어요 ㅎㅎㅎㅎ 나 나쁜 엄마 아니야 라고 스스로 다독이지만 운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2분 거리를 20분 걸려 들어가요 ㅎㅎㅎㅎㅎ 10시 반이 넘어도 마치 오후 8시 무렵인듯한 모스크바의 여름...이대로 집에가서 내가 갖고 있는 옷 중 제일로다 근사한 것으로 갈아입고 시내로 고고싱하고 싶은 유혹을 참는게 요즘 가장 큰 자기수양 과정이랍니다. 저.... 잘지내요 너도님! 헤헤
catalunya 2013/04/23 00:20 R X
토닥토닥 ^_^
아이를 길러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직 저는 몰라요.
견디기 힘들만큼 너무너무 괴롭지만
견디지 못할만큼 가슴 뭉클한 것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나저나
다니엘 때찌!!!
모스크바 가서 다니엘 등짝 한 대 때려주어요. 언니!!!
한 대는 좀 적나? ㅋㅋㅋ 한 대여섯대쯤 때려주어요.


벨라줌마 2013/06/27 21:55 X
나 비폭력주의자거든요.....근데....매를 부릅디다 ㅎㅎㅎㅎㅎㅎㅎ또한 이 사실을 만 천하에 공개하여 시댁식구들 포함 가까운 친구들에게 쓴소리 듣게하는 곤역도 치뤘지요....근데....분이 안풀려...ㅎㅎㅎ 그에게 함께 사는 그 날 까지 이 일은 용서하지 않겠다 으름장도..

.. 견디기 힘들만큼 너무너무 괴롭지만
견디지 못할만큼 가슴 뭉클한 것 아닐까 생각되네요. .
그대가 한 말 명언입니다!!
WallytheCat 2013/06/18 06:32 R X
벨라줌마님이 "내 아이는 좀 다른 것 같아요"라 하시는 장면이 상상이 잘 안 되지만... 아기와 모든 걸 나누며 사는 일상은 충분히 상상 가능합니다.

염장지르는 건 아니지만, 제 학우 중 러시아인이 하나 있는데, 미인은 미인이더만요. 그래도 그렇지, 그 생각을 벨라줌마님께 발설해 버리시다니... 그 뒷감당을 어찌하실지 궁금해지네요.
벨라줌마 2013/06/27 22:14 X
앙~~~ 왈리님 이백삼십년만 인거 같아요 헤헤헤헤헤 I missed you!!!

스포츠센터 저녁 클래스에 낑겨 운동을 하는데요......
뭐 하얀 금발의 백인들 사이에 키가 큰 동양 여인 하나...살짝 난감한 그림속 위치가 되어 본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이 곳에서의 느낌은....뭐랄까....바비 인형들 속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실제 모델 크기 인형 하나랄까요....??? ㅎㅎㅎ
남편 왈 " 에이 아침반이라면 니가 제일 예쁜 동양 인형일텐데...여기 여인들 결혼 하고 아이 낳으면 대부분 빅마마 되잖아"
저 왈 " 역시....너의 콩깍지 호르몬은 이제 중단 되었어..... 일주일간 저녁 없음 혼자 챙겨 먹어..."
남편 왈 " why? Why? Why? "

폭풍 성장하는 세레나 보며 위안 삼으며 모스크바 새내기 노릇 하고 있답니다 저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