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ta è bella

열 일곱번째 장 본문

Introduce

열 일곱번째 장

벨라줌마 2018. 12. 8. 15:44

2016/01/15 17:26

추운 겨울, 눈이 내리고 얼음비가 내리는 모스크바에서의 겨울, 이른 아침 내 잠을 깨우는 것은 감미로운 음악소리도 아니고 사랑스러운 연인의 입맞춤도 아닌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얼어붙어버린 길을 치우는 청소부의 나무판자 청소도구가 얼음과 눈을 바닥과 분리시켜 치우는 그 마찰음 이다. 낭만적이지도 않지만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 가치 없는 소리도 아니다. 전형적인, 소련시절의 공동 아파트 외형을 매우 잘 보존하고 있는 꽤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는 심심치 않게 지붕의 눈을 치우는 청소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린다. 제대로된 안전장치 없는 곡예에 가까운 그의 노동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조바심이 들기도 하지만 달인이라는 칭호를 붙여 그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움직이는 손놀림, 발놀림을 믿어본다.

모스크바에서 세 번째의 겨울을 맞이한 올 겨울은 유독 더 길고 유독 더 춥게 느껴진다. 지난 겨울 그리고 지지난 겨울이 평년에 비해 덜 추웠던 이유도 있겠지만 이동하는 것,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던 아기의 엄마가 보낸 시간이 주는 그 '정신없음'이 겨울의 추위도 잊게 만드는.....삭막(?)했던 시간의 증거물 인 듯 하다.

세레나가 없는 아침, 눈을 떠서 닫혀 있던 커튼을 치며 지붕을 치우는 청소부의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는...... 라디오 클래식 음악채널을 켜며 느긋하게 커피를 끓이고 우리집에서 가장 전망 좋은 부엌 테이블에 앉아 시계가 아닌 창 밖 풍경에 하염없이 시선을 주며 아침식사를 하는..... 그 느긋한 하루의 시작을 여는 호사를 누린다.

느긋함의 호사는 일명 '멍 때리기'의 시간과 ' 저건 왜 저럴까, 이건 왜 이럴까'의 일명 Why 놀이 심취하기 이용 횟 수를 늘려준다. 누구의 연주인지 모르겠지만 저게 차이콥스키꺼인가? 모차르트였나 베토벤이였나 조차도 헷갈리지만 여하튼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채널의 음악을 듣고 있으니 러시아에는 위대한 작가, 음악가, 사상가가 왜 이렇게 많을까 궁금해진다.

신중하게...오래도록....생각해본 결과..... 나는 결론을 낸다.

"다 날씨 탓이야, 아니 날씨 덕이야. 징그럽게도 추운 겨울이 당신들의 천재성에 불을 붙여 더 더욱 활활 타오르게 해준거야"

모스크바에서 보내는 길고 험한 겨울의 중간에서......  모스크바의 겨울, 잔인할 만큼의 차가움이 전하는 고독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오늘..... 오늘만은 투정과 불평을 접어두고 너에게 쌩유를 날려본다.... 고맙다, 망할놈의 징글징글한 추위야!

 

샤프 2016/01/20 06:19 R X
어제와 오늘은 서울의 날씨도 장난이 아닙니다. 엄청나게 추운 2 일을 보내면서 러시아의 벨라님은 얼마나 추우실까 잠시 상상해 봤습니다.

벨라줌마 2016/01/20 23:59 X
^^ 서울에 한파 뉴스 저도 봤습니다. 러시아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벨라줌마 생각해 주시는 샤프님 덕분에 마음과 몸이 마구마구 따뜻해집니다 ㅎㅎ 지난 월요일에 세레나 데리러 이태리 시댁으로 넘어 왔어요. 북부 이태리 이곳도 어제 밤 부터 기온이 마구마구 내려가고 있답니다. 그래도 햇살이 매일 나와 주시니 기분은 좋은 상태 유지 중입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