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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스무 번째 장 본문
2016/12/05 05:06
세레나의 고사리 손을 잡고 횡단보도 앞에 서 세상의 순리를 다시금 배운다.
세레나가 아장 아장 걸음마를 떼고, 인간의 언어로 소통이라는 것을 시작할 무렵, 가장 엄격하게 주입식 교육을 받은 첫 과목은 그 이름도 거창한 '교통법규'이다. 신호등에 초록색 불이 켜지면 건너고 빨간색 불이 켜지면 멈춘다. 이 단순하고 쉬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아이가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엄마, 왜 저 아저씨(아줌마, 언니, 오빠, 할머니.....)는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건너가?"
처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참으로 쉽게 했다. "응, 저 아저씨는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가봐. 그래도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거고 있는건데....... 저 아저씨 혼~~~나야 겠네.....저 아저씨는 이제 경찰 아저씨한테 혼날거야!"
나의 단순무식 첫 대답에 대한 학습의 효과는 얼마간 이렇게 나타났다.
"엄마, 저 언니는 빨간불인데 건너가네? 이제 경찰아저씨한테 혼나지? 그렇지?"
하지만 이 학습 효과의 부정적 결과는 얼마 후 나타났다.
"엄마, 그런데 경찰 아저씨가 없는데 저 (무단횡단을 한)오빠는 언제 혼나?
그리고..... 이 학습 효과의 가장 큰 부작용을....... 얼마 전 경험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늘 반복되는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지겨웠던 혹은 내안에 분노가 조절되지 못한 어느 하루의 나는 세레나에게 이렇게 대답을 했던 모양이다.
"(세레나)야, 저 (무단횡단을 한)친구는 엄마가 잘 알려주지 않았나봐. 엄마가 없는 애들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기때문에 뭘 몰라서.... 제가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고 행동하는거야"
얼마 전..... 횡단보도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한 노인을 봤다. 그리고 세레나가 말했다.
"엄마, 저 할머니는 엄마가 없어?"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가 옛날에 옛날에 그랬잖아. 빨간불에 건너는 애는 엄마가 없는 애들이라고"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원초적 질문에 답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구나를 느끼며 세상의 이치를 또 그렇게 깨닫는다.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횡단보도 앞..... 그 일 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우리는 약속을 깨는 것일까? 이 단순하고 쉬운 규칙이 만들어진 근본적 이유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불현듯, 교통법규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교통의 수단으로서 혹은 부나 권력의 과시용로 이용되는 도구로서의 자동차가 먼저 만들어진 후, 사람과 자동차 간에 문제가 생기고, 사고가 생기고....그래서 누군가가 다치고 혹은 목숨을 잃은 후, 조치를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 법규가 만들어진 후에도..... 여전히 사고가 나고....사람이 다치고..... 또 누군가는 귀한 목숨을 잃는다...... 교통 법규가 만들어진 후에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그리고..... 그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잔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세상의 이치, 소통의 방법에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세레나를 잠시 빌려주고 싶다.
세레나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잠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눠 보기를 진심으로 권해본다.
나는 여전히.......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한 없이 너그러운 마음을 적용하여 이상적인 대변을 해 줄 길을 찾지 못했다. 겨우 고안해낸 답이라는 것이 그것이 옳지 못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약속을 어기는 나쁜 행동이다'라고 가르쳐 줄 수 있는 '엄마'가 없기 때문이라는 무논리 무지의 답을 내어 놓았고 그것을 칼(?)같이 적용하고 있는 세레나를 보며 나홀로 무척이도 당황해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모든 면에서 한없이 부족한 엄마 사람인 나는 소신있는 마을 사람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