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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2017/09/25 05:20 나는 꽤나 지독하게도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살아가면서.... 하고자 하는 것을 하면서.... 해야만 하는 것을 하면서..... 이 저주받은 명칭 기억력이 꽤나 지독하게도 불리한 상황으로 나를 몰고 가게 될 것을 나는 오래전에 알았다..... 그래도..... 사람의 얼굴과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 저주받은 기억력을 갖은 내가 오늘은 용을 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데 이 영화를 한 39 번 정도 반복해서 보면 기억해야 할 이름과 그 이름의 주인 얼굴은 죽을때까지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영화의 주연 출연자들은 내 기억력 저장소에 잘 저장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나만의 셀럽으로 마음 속 깊이 품고 지낸 시간..
2017/05/28 15:46 친구 올가가 비어있는 그녀의 아파트를 망설임 하나 없이 내어주었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은 이미 친구들이 한국에서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던 시기부터 알고 있던 터였다. 비행기표를 끊기도 전에 "친구들 오면 무조건 우리 아파트 써! 비어있는 아파트고 네 친구들이 두 가족이나 오는데 자고 씻고 하는데 편해야지. 아.이.들이 함께 오잖아! 애들 불편하게 하지마!!" 처음부터.....올가는 내게.... 큰 언니 같은, 인생의 선배같은 그런 존재로 다가왔다. 차갑고 단호한 그녀의 성격이 무섭고 위화감을 느끼게도 하련만..... 나와 나타샤는 그런 성격의 올가에게 참 많은 것을 의지하며 우리 아이들의 유아기를, 출산 후 한없이 바닥까지 갔던 우리의 자존감을 힘들게 끌어 올리..
2017/04/22 15:11 영화 뷰티 인사이드 2015년 작품. 백종열 감독. 오랜만에 영화 한편을..... 앉은 자리에서.... 두번 돌려 봤다. 내 마음을 쑥 하니 잡아 당기는 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아! 성장통이 또 시작되었구나, 아프구나....싶을 무렵 찾아보고 다시 찾아보고 돌려 다시보고 또 다시 돌려보는.... 나만의 진통제로 사용하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길지 않은 내 인생.... 거의 모든 시간이 매일 사춘기 였구나 싶다...... 나는 내가 좋았던 영화, 내가 싫었던 영화를 추천 혹은 비추천으로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다른이에게 소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언제부터인지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혼자하는 시간을 즐..
2017/03/17 18:13 이틀 사이, 닫혀 있던 봉우리들이 그야말로 활짝 열렸다. 깨끗하게 정돈된 소박한 정원과 깨끗하게 세탁되어 뽀송뽀송 말라가는 새하얀 속옷 빨래 그리고 세상의 단어로는 늘 형용하기 벅찬 고움을 잃지 않는 꽃, 나무...... 이것들의 조화는 참... 아. 름. 답. 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조화를 더욱 더 아름답게, 잘 보이게 해주는 최고의 조력자.... 자연 최고의 조명 '햇님'. 해에게 고마운 마음.... 내 그대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아냐고.... 사랑 고백을 매일 하고 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이 진리가 자연의 순리에도 세상의 순리에도 잘 적용되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2주 전, 취소 되었던 계획...미뤄졌던 많은 계획 중 하나였던..... 이태리 시댁행을..
2016/12/05 05:06 세레나의 고사리 손을 잡고 횡단보도 앞에 서 세상의 순리를 다시금 배운다. 세레나가 아장 아장 걸음마를 떼고, 인간의 언어로 소통이라는 것을 시작할 무렵, 가장 엄격하게 주입식 교육을 받은 첫 과목은 그 이름도 거창한 '교통법규'이다. 신호등에 초록색 불이 켜지면 건너고 빨간색 불이 켜지면 멈춘다. 이 단순하고 쉬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아이가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엄마, 왜 저 아저씨(아줌마, 언니, 오빠, 할머니.....)는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 건너가?" 처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참으로 쉽게 했다. "응, 저 아저씨는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가봐. 그래도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거고 있는건데....... 저 아저씨 혼~~~나..
2016/11/04 04:56 모스크바 현재 시간 오후 10시..... 내일 아침 날이 밝아지면 베비라쿠아씨의 서른 다섯번쨰 생일 이다.... 세레나에게 내일 아빠의 생일이니.....써프라이즈~~~ 그림 선물을 하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기뻐하며 도화지 위에 아빠의 얼굴을 그린다...... 그럼, 사랑하는 아빠! 생일 축하해요! 도 써 넣어 보자고.....엄마가 옆 종이에 써 줄테니 그대로 한번 따라 적어볼까라고 제안했다..... 기꺼이 그러겠다고 좋아한다.... 그리고 매우 자신감 있게 내눈에는 외계어 글씨체....세레나 눈에는 명확한 의사 전달의 글씨체가 써 내려간다..... 눈물이 흐르는 동시에 웃음보가 터졌다..... "내 새끼 진~~~짜 잘한다!" 고슴도치 어미의 여과없이 들어나는 감정표현이다....
2016/09/30 16:14 나는 월경전 증후군 중증 환자에 속한다. 구체적인 증상은 인터넷 의학정보에 요약되어 있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생리 시작 3~4일 전부터 극도의 예민 상태 모드에 돌입되고 사사로운 것에 짜증을 내며 단 것에 혈안이 되기 시작한다. 정신적 상태도 환자 모드지만 신체적 상태도 환자 모드로 간다. 아랫배와 허리가 아프고 생리 시작과 동시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면 방바닥 혹은 침대와 한몸을 이뤄 고통의 몸부림에 뒹굴기가 시작된다. 고통의 시간이 경과 하면 기절 상태..... 그리고 깨어난다..... 그리고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 모든 것이 고요하게 안정된다. 친정엄마는 그런 나를 보시며 결혼하고 애 한둘 낳으면 다 없어지는 병이니 너무 걱정말라 위로를 하시곤 했는데......
2016/05/29 08:25 2016년 5월 28일....다 섯번째 맞이하는 "결혼 기념일"이다. 2010년 7월 한국에 들어가 친정 가족들 앞, 약혼식 비슷한 식사자리에서 금반지 두개를 만들어 교환했다. 그 해 12월 이태리 시댁 시청, 시댁 식구들 앞에서 혼인 서약서에 서명을 하며 그 반지를 처음 껴본 척 다시 교환했다. 그리고 2011년 5월 28일 드디어 양가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셔 이태리 시골 성당, 신부님 앞에서 그 반지를 또 다시 처음 교환하는 척 서로의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줬다.... 결혼 반지 돌려 쓰기란 이런 것이다...... 다수가 그렇듯 내 결혼 스토리도 꽤 흥미진진했다. 구구절절 눈물과 감동 없이는 듣기 힘든 내 연애 그리고 결혼 스토리.....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 의미를 부여..
2016/02/24 06:27 벌써 일년이다. 세레나와 미온이 우정를 키워 온 것이....... 두 아이는 넉 달 차이로 이탈리안과 한국인의 유전자가 섞여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일하게(?) 이탈리아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유일하게(?) 한국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사이로 티비 만화영화도 러시아어, 유치원 친구들도 러시아어를 하는 모스크바, 조금 먼 이웃으로 살고 있다. 퇴근 하고 집으로 돌아온 베비라쿠아씨가 하루종일 어찌 참았나 싶을 만큼 속사포 수다를 늘어 놓은 내용의 주인공들 '순미씨와 미온'. 이들의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고 싶어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너스레를 떨며 숨도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던....일 년전 오늘 도착했던 따끈 뜨끈했던 그 소식, 그 소중한 인연의..
2016/01/15 17:26 추운 겨울, 눈이 내리고 얼음비가 내리는 모스크바에서의 겨울, 이른 아침 내 잠을 깨우는 것은 감미로운 음악소리도 아니고 사랑스러운 연인의 입맞춤도 아닌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얼어붙어버린 길을 치우는 청소부의 나무판자 청소도구가 얼음과 눈을 바닥과 분리시켜 치우는 그 마찰음 이다. 낭만적이지도 않지만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은 가치 없는 소리도 아니다. 전형적인, 소련시절의 공동 아파트 외형을 매우 잘 보존하고 있는 꽤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는 심심치 않게 지붕의 눈을 치우는 청소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린다. 제대로된 안전장치 없는 곡예에 가까운 그의 노동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조바심이 들기도 하지만 달인이라는 칭호를 붙여 그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