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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 번째 장

벨라줌마 2019. 1. 21. 11:13

 

회색빛 하늘을 매일 마주하는 모스크바의 긴 겨울은 해를 넘기고 또 해를 넘겨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작년과 비교하여 올 해 모스크바의 겨울은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분이 그래도 좋은 날에는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는 대신 하얀 눈으로 뒤덮힌 길, 선명하게 찍히는 내 발자국을 내려다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본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이태리 시댁에서 보내고 내 터전 모스크바로 돌아오니 우울감이 급격하게 가중된다. 분명 이유를 만드는 핑계일 것이다. 내 우울함의 근원이 비단 날씨와 풍경 혹은 음식과 사람 때문일까만은....... 그래도 핑계를 둘러댈 수 있는 원망의 대상이 있다는건 내 정신 건강을 위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티스토리로의 블로그 이전이 3개월이나 흘렀다. 이나 라는 보조사를 붙이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부정이나 빈정의 의미만은 아니다. 지나온 시간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포스팅을 급하게 옮겼던 시간에선 느낄 수 없었던 기분....... 그저 여전히.... 어색하기 짝이 없어 일렁걸이는 내 마음의 동요를 어떻게든 잡고 싶은 것이다.  

뒤돌아 생각을 해보면 새 거처를 찾아 살 집을 구하는 시간은 설렘이라는 감정이 주도를 한다. 이사를 하여 짊을 풀고 정리를 하고 이사한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여기 뭐가 있나를 둘러보는 탐색의 시간에는 호기심에서 오는 고단함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익숙한 내 물품들이 익숙하지 못한 공간에 들어차 있음이 보이는 그 여유의 시간이 도래하면 갑자기 공허해진다. 그것은 새 정착지에 대한 안도감과 등을 맞댄 낯선 정착지에 대한 두려움이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말자를 외쳐댔던 내 투명하고 얇은 유리창 인생에 슬그머니 점하나가 찍혀 있음을 발견한다. 발견한 점이 아주 작은 돌파편인 것도 발견했다......... 유리에 쩍하니 금이 가버리지 않도록 어서 돌파편을 제거해야 한다는 숙제가 생긴 내 2019년의 1월..... 21일 오늘..... 정식으로 마음을 잡고 앉아 티스토리 새 블로그에 내 전매특허 하소연 가득, 칭얼거림 한가득의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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