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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덟 번째 장

벨라줌마 2019. 5. 26. 15:41

푸른 오월이다. 오월을 푸르다고 하는데는 푸르르다의 사전적 의미처럼 '맑은 하늘빛이나 풀빛과 같은 색을 띤 상태'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월은 봄의 가운데, 자연의 새 생명이 자라는 경이로운 시간이니 참.... 맞는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어법의 경이로움도 그저 모른체 할 수만은 없는 오월이다. 나는 그래서 오월이 좋지 않다........... 오월의 모스크바 날씨는 오락가락이다. 마치 한 여름의 가운데 서 있는 듯한 날도 있고 비바람을 동반한 험한 날도 있으니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내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주변의 친구들을 둘러보니 꼭 나만 그런것은 아닌듯 하다. 사회적 동물인 나는 유독 나만 이상한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런 상황에 안도를 한다. 한심하다.

 

어디든 떠난다는 것은 새로움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또 다른 하나의 자신이 마치 번데기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폐쇠된 자기 자신으로부터 문을 열고 나서는, 그것은 신선한 해방감이다. 그러나 새로움이란 낯설음이며 여행은 빈 들판에 홀로 남은 겨울새같이 외로운 것, 어쩌면 새로움은 또 하나의 자기 폐쇠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다. 마주치는 사물과 자신은 전혀 무관한 타인으로서 철저한 또 하나의 소외는 아닐는지.....

-토지 제 5부 2권, page 233-

어제 오후, 나에게 잠시 주어진 혼자만의 20분, 카페에 앉아 이 구절을 읽다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요즘 나는 바쁘다. 현재 내 바쁨의 대부분의 이유는 내 아이 세레나가 포함된 학교사회의 행사다. 학교 행사와 학급 친구들과의 여러가지 모임. 나는 거의 모든 모임에 빠지지 않는 나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애쓰며 살고 있는 내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기 연민의 최고치다..... 그래서 한심하다.

10년 전, 한국을 떠나는 짐을 싸며 품고 갈 책으로 태백 산맥과 토지를 두고 꽤 고민을 했었다. 뭐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었지만 나는 태백 산맥을 택했다. 그리고 자기 연민이라는 늪에 발이 들어간다 싶을때면 읽고 또 읽었다. 도움이 되었다. 무엇이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태백산맥을 손에 들었던 시간 만큼은 그저 늘 좋았다. 작년에 한국에 들러 토지를 품고 왔다. 좋아하는 지인이 선물로 주셨기에 더 좋았다. 1년이 지났는데 나는 토지의 21권 중 18권에 도달했다........ 일정 속도로 잘 읽은 듯 하니.......힘든 시간이 꽤 많았다 싶다.

태백산맥과 토지를 처음 읽은 것은 고2-3학년 때다. 처음 읽었을때와 느낌이 이렇게 다른 것을 보며 시간의 흐름, 그 나이의 수가 넘어가는 현실을 들여다 본다.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과 박경리 작가의 토지는........... 나에게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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