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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전체 글 (459)
La vita è bella
88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에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입학을 한 해 일찍 했기에 3학년이었다. 2학년이던 3학년이던 4학년이던… 나는 사실 초등학교 졸업시기까지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선명하지 못한 기억의 저편에 그나마 흐릿하지만 인상적으로 보이는 단편 중 하나, 텔레비전 화면 속 올림픽의 개막식인지 폐막식인지 비둘기 떼를 하늘로 날려 보내는 퍼포먼스.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라고 했다. 나쁘지 않은 기억이었다. 인상적이었다는 말이 잘 들어맞는 기억의 단편이다. 시간이 한참 흘러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세계의 도시들을 여행하기 시작하며 난 비둘기를 싫어하게 되었다. 광장에 떼로 모여있는 비둘기들을 정말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떼로 그득그득 몰려있는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는 사람들..
이성의 힘이 정의에 기여하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사실 때문이다. 첫째는 이성이 사회적 조화를 위해 개인의 욕망에 내적 제한을 가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성이 전체 공동체의 지성적 전망에서 개인의 요구와 주장을 심판하는 것이다. 비합리적인 사회가 불의를 용인하는 이유는, 그 사회가 권력층과 특권층에 의해 만들어진 가식과 겉치레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불의로 인해 가장 고통받고 있는 사회계층조차도 그 불의에 책임을 져야할 권력층을 존경한다. 만일 사회에서 합리성이 증대된다면, 불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합리성은 권력층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가식과 겉치레의 공허함을 의식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자만심을 꺽어, 자기기만의 정도만큼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하거나 특권을 옹호할 ..
‘책임의 문제가 아니다…………………’ PD 수첩 이태원 참사편을 보다 기가 막힌다. 당신들의 이름, 얼굴을 기억하려 노력할 것이다. 당신들이 내뱉은 이 말을 잊지 않으려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혐오가 가장 쉽다. 탓을 할 대상을 찾는 일이 가장 쉽다. 쉬운 방법으로 감당하기 벅찬 일을 해결하려는 것이 가장 쉽다. 하지만 우리의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는 현명한 방법을 실행으로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나는 여전히…. 5 18 희생자들에게 아픔과 고통을 가중시킨 이들을 저주한다. 세월호 참사에 고통받는 이들 앞에서 햄버거를 먹고 피자를 먹으며 조롱과 혐오의 길에 앞장섰던 이들을 저주한다. 조용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도 깊은 곳에서… 도저히 조절하기 힘든 저주를 내뱉는 나를… 혹여 신이 미워하실지라도 멈추기가 힘들다. 참사는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를 그 조의를 표해야 하는 암울한 사건이다. 진심으로 슬프고 암담한 시간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암스테르담에도 가을이 오셨다. 오락가락한 날씨가 마음을 쥐고 흔들지만 이렇게 해가 드러나는 날은… 가을의 정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내가 삶의 터전으로 머물렀던 모든 도시는 고양이들에게 아주 우호적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처음 본, 그러니까 집고양이든 길고양이든 고양이들에게 너무도 친근하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알 수 없는 평화로움을 느꼈다. 바쿠에서의 삶을 일기로 써 내려간 아제르바이잔 라이프, 그 첫 포스팅에 올린 사진도 가구점에 들어가 시체처럼 자고 있던 고양이였다. https://cividale-33043.tistory.com/m/113 모스크바도 민스크도 아파트 곳곳에 길고양이에게 음식을 줄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내 모스크바 친구들도 고양이와 생활하던 터라 그저 ..
오랜만에 남편도 아이도 아닌 그저 내 친구와 평일 저녁시간 영화를 봤다. 조지 클루니를 보며 흐뭇해 할 수 있은 건… “꺅” 거리며 나이가 무색한 환호성을 내지를 수 있는 건 ‘마냥 공감해!!’의 동성인 여자 친구와 함께라서 가능한 일이다. 에티오피아 출신의 그녀도 한국 출신의 나도 이태리 남편이라는 공통분모도 조지 클루니 앞에선 그저 다 지워진다. 내용도 감독이 전하고픈 메세지도 영화 속 끝내주는 풍경도 영화관 스크린을 가득 메운 조지 클루니 앞에선 다 삭제된다. 남는 건 그의 목소리 그의 미소뿐이니… 헛웃음이 나오는 아침을 보낸 푼수 아줌마의 영화 후기 평을 남겨본다. 너무도 사랑하는 베비라쿠아씨 부녀이지만 그 둘을 제외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횟수가 너무도 적다. 친구 피니는 그런 날 위로한다. ..
2022년 10월 5일부터 16일까지는 네덜란드 어린이 도서 주간이다.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주는 이들이라면 이 주간 암스테르담 책방 윈도우 마케팅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다. 세레나의 학교도 이번 주간은 책과 관련된 행사가 속속들이 열린다. 오늘은 작가 한 분이 오셔서 아이들과 놀이 시간을 갖는다는데 하굣길 조잘 될 아이의 수다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아침이다. 우리 동네, 내 최애 책방에도 어린이 도서 주간 홍보에 한창이다. 어린이 도서, 그림책은 언어와는 무관하게 이미 그 디자인과 색감으로 행복한 감정을 전달한다. 어제 아침, 일주일에 두서너 번 운동을 가는 길에 자리 잡고 있는 어린이 전용 책방에 들러 시끄러운 마음 복잡한 생각을 잠시 다스렸다. 단순한 질문에도 긴 시간을 할애하며 열심히 이런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