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ta è bella

My days in Cividale 본문

Life/Italy

My days in Cividale

벨라줌마 2018. 12. 14. 16:03

2012/04/17 06:19

이른 봄 땅의 어둠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는 즐거움
겨울내 추위를 견뎌내고 새로 열매를 맺기위해 꽃봉우리를 터트리는 나무들을 보고있는 즐거움은
감. 동. 이. 다.

얼마전 내 가장 친한 지기에게 오랜만이라 더 반가운 메일을 받았다.
힘들게 오른 때늦은 영국 유학길을 2년 만에 접고 오랫동안 그녀의 곁을 서성이던 오랜지기와의
결혼을 결정했다. 뉴욕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를 보필(?)하기 위해, 늦은감 없지않은 결혼에
따른 부수적인 많은 책임을 지기위해  그녀는 원하고 바라던 여럿의 것들을 포기했다.
그녀가 내게 보낸 메일의 첫 문장은 이러했다.
'' 나는 요즘 공부도,사랑도, 일도, 연애도 아무것도 안하지만 그저 하루 해가 떳구나, 해가 지는구나,
아 밤이구나 하다보면 하루가 이미 끝나버리고 마네........''

언젠가부터 일, 공부, 연애 혹은 여행 혹은 봉사활동 등등 특별한 목적이 없는 듯한 의미의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중' 이라는 말에는 일종의 무력감 내지는 상실감 그에 따르는 자책감
마져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나는 오늘 멍하니 한없이 길을 걸었어'' ''나는 새싹이 올라오는 땅을 매일 관찰 중이야''
''낮이고 밤이고 시도때도 없이 우는 옆집 닭이 과연 하루에 몇번을 우는 것인지 세는 중이야''
라고 말하는 어른은 과연 한심한 것일까?
바쁜 도시의 현대인들의 삶은 언젠가부터 여유로움은 곧 게으름 더하게는 사치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멍하니 허무하게(?) 하루를 보내는 듯한 주변의 친구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대한 시간이 분명 있었다.
하루 24시간을 계획표 안에서, 7일의 일주일을 30 일의 한달을 빽빽한 스케줄 안에서 보내며
매우 바쁜 나의 일정에 무엇인가 대단하게도 잘 살고 있다는, 매우 보람차다는 생각을 하며
보낸 시간이 분명 있었다.

나는 요즘 매일매일 새끼 손톱 마디 만큼씩 자라나오는 싹들에게, 비내린 저녁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 튜울립이 터질 듯 꽃봉우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에 예쁘다, 장하다의 따뜻한 아침 인사말을 건내고,
점심식사 후 따뜻한 햇살 비추는 정원 벤치에 앉아 체리꽃, 배꽃 휘날리는 고요한 시골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낮잠이 든다거나, 비오는 흐린 오후 지붕위로 두두둑 소리내며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몇시간이고 소설책을 들여다 본다거나 비만 내려주지 않는다면 구름 잔뜩 낀 흐린 하늘을 올려다 보며 다시 돌아갈 길이 걱정 될 만큼의 긴 산책 길에 오른다.

어둑어둑 해질 무렵이면 일터에서 돌아오시는 시어머니가 오늘 저녁식사 재료로 무엇을 사들고 오실까 기대 한가득 머금은채 집 앞 작은 도로까지 어슬렁 어슬렁 마중을 나가며 언제나 꿀맛인 저녁식사 후 너무도 고단 했던 하루를 보상해 주듯이 깊은 꿈나라로 지체없이 든다.

도시의 현대인으로 살았던 시간 속에서도....
시골의 아낙네(?)로 살고 있는 시간 속에도.....
나는 바쁘다. 매우 바쁘다.
그리고 행복하다. 매우 행복하다.

 

우리함께 2012/04/17 09:00 R X
포도나무 과수원 정경이 참 평온합니다.
아직은 빈 나무지만 여름이 되면 포도가 풍성하게 익어가겠지요.
벨라줌마의 뱃속 아기도 조금씩 자라겠지요.
뱃속의 아이와 자연 속 생명을 공감하는 모습.....
넘 평화롭게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벨라줌마 2012/04/21 17:24 X
네, 싹이 올라오는 포도넝쿨들을 보고 있는 즐거움은 생경하지만 감동입니다. 쌀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네 농부들의 심정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답니다. ^^
youngchippy 2012/04/17 21:58 R X
한국의 작은 소읍 풍경과도 비슷합니다. 갈아놓은 밭이며 연두빛 새잎을 내는 나무들이며...ㅎ...나지막한 먼산이 푸근해 보이네요. 이곳은 산이 없어서요. 제가 늘 아쉬워하는 부분인데...막상 한국에 나가면 가는 곳 마다 산이라 온타리오의 탁 트인 풍경이 그리워지더군요. 한국에 있으면 캐나다가 그립습니다.
바쁘게 산다...한번도 그리 느끼며 산 적이 없는 듯요. ㅋ...팔자가 늘어진 사람이라서는 아닌 데...그냥 '나 바빠서...'하는 말이 양심상 아닌 것 같아서요. 서둘러, 바쁘게 뭘 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합니다만, 아무 생각없이 멍 때리는 것도 싫어합니다. 몸 움직이는 것은 싫지만 머릿 속을 하얗게 놀리는 것은 더 싫어하는 성격 탓이지요.
그 친구분은 음...아마 과도기 같기도 하고...사랑의 이름으로 하는 모든 '포기'는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요. 오롯한 자신의 선택도 언젠가는 아픔을 줄 때가 있거든요.^^ 시골 아낙네로, 밥할 걱정, 돈 벌 걱정, 살림 걱정없이 지내는 지금이 태교엔 가장 좋을 듯요. 그저 즐기며 행복하시기를...ㅎ
벨라줌마 2012/04/21 17:29 X
늘 상대적인 것 같아요. 이것을 보면 저것이 그리운 그런마음 말이에요. 이곳에는 알프스 산맥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와 늘 감동으로 다가와요. 산도, 산이 없는 트인 풍경도 자연의 풍경은 다 아름답지요, 30대 초중반의 여성에게 결혼과 일의 갈림길은 늘 갈등의 여지를 남기지요. 저 역시도 그랬고 제 많은 친구들도 그렇지요.....그저 포기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선택한 다른것에 온 힘을 보태고자 하는 작은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 아닐까 생각도 들어요
美의 女神 2012/04/19 13:49 R X
참 사진 좋습니다.
녹색의 차분한 농촌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그대로 달력이 되어도... ^^
벨라줌마 2012/04/21 17:33 X
감사해요. 그러게요 제 실력이 부족하여 그렇지 프로들이 잘 찍은 사진들... 달력이 되어도 부족함 없는 풍경이지요 ㅎㅎㅎ
WallytheCat 2012/04/26 18:22 R X
바쁜 때가 있으면, 아무 것도 안 하며 휴식기를 보내는 시간도 당연히 있어야겠지요. 또 다시 다가올 바쁜 시간을 위한 느린 준비 기간이니 소중한 건 마찬가지고요. 차분하고, 느리며, 아름다운 풍경 저도 천천히 즐깁니다.
벨라줌마 2012/05/02 18:30 X
^^ 네 왈리님 말씀에 안심이 돼요. 사실 긴 휴식기는 가끔 자책을 하게도 만들어요...너 이렇게 놀구 먹어만 해도 진정 되는거니? 하면서요....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구요 ^^
그렇지만 즐기려 합니다....이 순간이 다시 언제 또 올까나? 하며 즐겨 즐겨 하며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헤헤

'Life > Ita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Andiamo a pescare  (0) 2018.12.14
La pesca  (0) 2018.12.14
제14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2  (0) 2018.12.14
제14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0) 2018.12.14
Intro, Cividale del Friuli-Venezia Giulia.  (0) 2018.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