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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My days in Cividale 본문
2012/04/17 06:19
이른 봄 땅의 어둠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는 즐거움
겨울내 추위를 견뎌내고 새로 열매를 맺기위해 꽃봉우리를 터트리는 나무들을 보고있는 즐거움은
감. 동. 이. 다.
얼마전 내 가장 친한 지기에게 오랜만이라 더 반가운 메일을 받았다.
힘들게 오른 때늦은 영국 유학길을 2년 만에 접고 오랫동안 그녀의 곁을 서성이던 오랜지기와의
결혼을 결정했다. 뉴욕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를 보필(?)하기 위해, 늦은감 없지않은 결혼에
따른 부수적인 많은 책임을 지기위해 그녀는 원하고 바라던 여럿의 것들을 포기했다.
그녀가 내게 보낸 메일의 첫 문장은 이러했다.
'' 나는 요즘 공부도,사랑도, 일도, 연애도 아무것도 안하지만 그저 하루 해가 떳구나, 해가 지는구나,
아 밤이구나 하다보면 하루가 이미 끝나버리고 마네........''
언젠가부터 일, 공부, 연애 혹은 여행 혹은 봉사활동 등등 특별한 목적이 없는 듯한 의미의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중' 이라는 말에는 일종의 무력감 내지는 상실감 그에 따르는 자책감
마져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나는 오늘 멍하니 한없이 길을 걸었어'' ''나는 새싹이 올라오는 땅을 매일 관찰 중이야''
''낮이고 밤이고 시도때도 없이 우는 옆집 닭이 과연 하루에 몇번을 우는 것인지 세는 중이야''
라고 말하는 어른은 과연 한심한 것일까?
바쁜 도시의 현대인들의 삶은 언젠가부터 여유로움은 곧 게으름 더하게는 사치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멍하니 허무하게(?) 하루를 보내는 듯한 주변의 친구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대한 시간이 분명 있었다.
하루 24시간을 계획표 안에서, 7일의 일주일을 30 일의 한달을 빽빽한 스케줄 안에서 보내며
매우 바쁜 나의 일정에 무엇인가 대단하게도 잘 살고 있다는, 매우 보람차다는 생각을 하며
보낸 시간이 분명 있었다.
나는 요즘 매일매일 새끼 손톱 마디 만큼씩 자라나오는 싹들에게, 비내린 저녁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 튜울립이 터질 듯 꽃봉우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에 예쁘다, 장하다의 따뜻한 아침 인사말을 건내고,
점심식사 후 따뜻한 햇살 비추는 정원 벤치에 앉아 체리꽃, 배꽃 휘날리는 고요한 시골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낮잠이 든다거나, 비오는 흐린 오후 지붕위로 두두둑 소리내며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몇시간이고 소설책을 들여다 본다거나 비만 내려주지 않는다면 구름 잔뜩 낀 흐린 하늘을 올려다 보며 다시 돌아갈 길이 걱정 될 만큼의 긴 산책 길에 오른다.
어둑어둑 해질 무렵이면 일터에서 돌아오시는 시어머니가 오늘 저녁식사 재료로 무엇을 사들고 오실까 기대 한가득 머금은채 집 앞 작은 도로까지 어슬렁 어슬렁 마중을 나가며 언제나 꿀맛인 저녁식사 후 너무도 고단 했던 하루를 보상해 주듯이 깊은 꿈나라로 지체없이 든다.
도시의 현대인으로 살았던 시간 속에서도....
시골의 아낙네(?)로 살고 있는 시간 속에도.....
나는 바쁘다. 매우 바쁘다.
그리고 행복하다. 매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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