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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Italy

Intro, Cividale del Friuli-Venezia Giulia.

벨라줌마 2018. 12. 14. 07:27

2012/04/15 07:51

2002년 8월. 더운기운이 만연했던 그 여름, 처음으로 이 집에 들어섰었다.

5월의 마지막 날 학교 기숙사 지기였던 한 프랑스인 친구의 생일 파티날 처음 서로를 알게 되었다.
첫 마주침에 세상의 모든 것이 정지된 듯 한 시선으로, 얼음이 된 자세로 날 바라봤던 한 남자.
당사자인 나 말고도 그 파티에 초대된 모두를 어리둥절 하게 했던 그 남자와 오랜시간 사랑인지
우정인지를 주고 받게 되었지만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서약까지 하게 될 줄은 그 첫 만남에서
나는 진정 몰랐다. 학과에 재학중이었던 나와는 달리 3개월 단기 영어 연수 과정으로 우리 학교에
오게 되었던 현재의 내 남편은 나를 만남으로 인해 이태리에서 잡게 된 번듯한 첫 직장을 미련없이
버린 채 다시 영국행을 택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6월의 중순 3개월 과정이 끝나던 그는 9월에 시작하는 새 학기에
교환학생 1년 과정을 신청했다는 거짓말을 첫 데이트날에 나에게 했다.
나는 여전히 이부분을 약점잡아 그를 놀리곤 한다. ''넌 첫 데이트날 부터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6월 말 어학연수 과정을 졸업한 그는 이태리 집으로 돌아갔고 하루에 서너번도 넘는 전화를 걸어오며 자신의 이태리 집에 놀러오면 안되겠냐는 애원섞인 끈질긴 설득을 했다.
방학 중 주말알바를 Full time 알바로 바꿔 일하게 되었던 나에게 이태리 여행은 계획하기 힘든 일정
이었으나 운이 좋게도 1년여 차가 되던지라 쿨했던 나의 매니져는 열흘간의 휴가를 기분좋게 내주었다.

그렇게 8월의 어느 무더운 일주일을 그의 집에서 그의 가족과 보내게 된 것이 지금의 이태리 시댁, 
바로 이 집과의 첫 인연이였다.

첫 눈에 내가 너무 좋았다는 매우 낯간지러운 소리를 부끄럽게 말하던 그에게 나 역시 네가 살고 있는
마을, 네 가족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집이 첫눈에 좋아졌다는 대답을 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함박웃음의 그를 보며,
단정한 시골길 그림같은 풍경들을 보며 한 없이 행복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묶었던 이 집은 여전히 행복한 기운에 더하여
감사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봄의 시작인 3월 부터 초 여름의 시작인 6월까지 우리 시아버님의 하루는 매우 분주하다.
이 시기 이 마을 노인들의 하루는 대부분 매우 분주하다.
아침이고 오후고 정원을 돌보느라, 텃밭을 일굴 채비를 하시느라 구슬땀 흘리는 모습은 어디를
지나던 쉽게 마주치게 된다.
그분들의 수고덕에 내 눈은 언제나 호강이다.
어느곳을 바라보던 싱그러운 초록의 물결 사이사이 색색의 꽃들, 그 환상의 조화는 나도 모르는 사이
자꾸만 ''너무... 예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Cividale del Friuli- Venezia Giulia.
이탈리아 동북단. 오스트리아와는 60Km, 슬로베니아와는 겨우 8Km 의 거리에 경계분기점을 둔 지역.
이태리 최고의 백포도주 생산지, 산 다니엘레라는 이태리 최고 품질의 생햄인 프로슈또 생산지,
이태리의 자부심 일리커피 생산지인 이곳,
내 남편의 고향.....
이제는 나에게도 제2의 고향인 이곳 마을의 지명이다.

 

 

 

youngchippy 2012/04/15 11:38 R X
정원을 저리 질서정연(?), 단정하면서도 조화롭게, 모든 화초와 나무들을 건강하고 예쁘게 관리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님을 압니다. ㅎ...뭐든 직접 제 손, 몸으로 하고 부딪쳐봐야 진정으로 터득하게 된다는 진리...ㅋ
시어른들이 보통 부지런하신 분들이 아니겠습니다.잔디관리도 아주 잘하시고...아마도 green thumb을 가지신 분들 같습니다. ^^
벨라줌마 2012/04/16 05:46 X
이태리 시골 마을의 모든 어르신들은 정원 가꾸기의 대가들이시지요. 너무 열심히들 하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져 들때도 있어요 ㅎㅎ 그 덕에 초여름 이태리 시골의 마을 마을 들을 정말 정말 아름다워요.
美의 女神 2012/04/15 20:27 R X
첫 눈에 반하셨다고라..... 당근 그러셔야지요.
예쁜 텃밭을 가꾸시는 시부모님...좋으신 분들이시지요?
행복하다는 게 마구 느껴져요. 건강도 이상 없으시구요?
벨라줌마 2012/04/16 05:51 X
저는 이성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 이 중 하나랍니다. 더욱이 애석하게도 저에게는 섹쉬함이라거나 애교라거나 하는 미인의 막강 무기가 없거든요 ㅋㅋㅋ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본 동양여인에 대한 기대였다고 늘 그리 해석, 생각하지요 ㅋㅋㅋ
네 좋은 시부모님과 가족들과 건강하게 너무 너무 잘 지내고 있답니다 여신님 ^^
너도바람 2012/04/15 23:24 R X
어제 개천마리님의 '매화피는 집'이란 글을 읽고 꽃과 나무를 심고 싶어 안달하고 있었는데, 이태리 시골 풍경은 거의 나를 까무러치게 하네요. 손바닥만한 마당에 나무를 심어봐야 볕이 들지 않아 포기했는데, 아무래도 주말에 매화나무 두어그루 사다 심어야겠어요.
초록색 행복이 마구 마구 전해져요. 체온조절이 되지 않는 강팍한 봄을 보내고 있는 불쌍한 너도바람을 위해 좋은 풍경, 좋은 소식 마이 마이 올려주세요.
벨라줌마 2012/04/16 05:57 X
개천마리님 댁에 저도 구경가야겠어요. 너도님이 반하실정도면 매력 발산 무지 하고 있는 집 일 듯 합니다 ^^ 강팍한 봄은 이곳에도 왔다리 갔다리 해요. 요즘은 연일 비가 내려 추운기운까지 느껴지고 있어요. 그래도 천지가 초록인 이곳....행복의 에너지 너도님께 마구 마구 발산하렵니다

매화나무가 들어설 너도님의 마당 구경 저도 하렵니다 ^^
분수령 2012/04/16 10:11 R X
아퀼레이아, 트리에스테보다는 상당히 내륙쪽이군요.
아름답게 가꾸신 정원과 텃밭을 보니 (표현이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보르도의 맛난 포도주 샤또의 홍보책자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외국을 가보지 않았으니, 단순한 제 상상만의 느낌이죠. 벨라님의 휴식에 크나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벨라줌마 2012/04/16 19:38 X
네 트리에스테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려면 차로 1시간은 달려야 하는, 그저 천지가 산과 강, 언덕으로 둘러싸인 내륙이지요. 포도밭이 천지인 이곳, 이제는 익숙할 만한 풍경이지만 여전히 저에게도 홍보책자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ㅎㅎㅎ
초록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색이다......그 흔한말에 감사하게 되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진정 휴식처로 알맞은 곳인거 같아요 ^^
우리함께 2012/04/17 09:10 R X
정원을 두러보다 담쟁이처럼 가지가 뻗은 나무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튤립 뒤에 사진으로는 등나무 종류인지 담쟁이(ivy)인지 모르지만 가지가 뻗은 모습이 참 예술입니다.
이탈리아 북부인데도 우리보다 좀 날씨가 온화하군요.
지중해 영향이겠지요.
죽기 전에 정원을 가꾸며 살 수 있을지.....

벨라줌마 2012/04/21 17:36 X
하얀꽃이 만발하는 나무 종류인것 같아요. 오월이 되면 향기 너무 좋은 하얀 꽃들이 만발하면 그야말로 로맨틱한 풍경이 되지요 ㅎㅎ
그래도 알프스 산맥이 둘러싸고 있어 쌀쌀함을 유지해요. 제 남편은 늘 서울이 더 춥다고 주책을 부리지만요 ^^
WallytheCat 2012/04/19 03:54 R X
두 분이 그렇게 운명처럼 만나셨군요. ^^
정성이 그득 담긴 정원이며, 창 너머 엿보는 마을 풍경이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걸요. 두 분이 벨라줌마님께 자상하게 챙겨주시는 게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저는 내일을 위해 자야하는데, 내내 내리지 않던 비가 내리는 중이라 차마 잘 수가 없어, 문을 열어두고 빗소리를 듣는 중이랍니다.
벨라줌마 2012/04/21 17:38 X
아랍에 비가 내리는 군요. 사막에 내리는 비는... 그 빗소리는 더 낭만적일 듯 한걸요? 이 곳도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답니다. 분주하지 않은 사람에게 빗소리는 참으로 낭만적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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