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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Life/Russia (89)
La vita è bella
2015/12/09 04:41 한 달 만에 해를 그것도 아주 잠깐 본다. 이틀간 땅에 붙어 있는 모든것을 날려 버릴듯 한 강풍이 불더니 하늘을 가득 메워놓았던 시커먼 구름도 날려 버린다. 강한 바람이 불어 슈퍼에 잠깐 나가야 하는 것도 망설여지게 한다고....덜컹대는 창문...그 소리에 뒤척이는 긴 밤을 보내게 한다고 불평아닌 불평을 늘어 놓게하더니.... 그 모진 바람이 그래도 해를 보게 해주는 기회를 준다. 단단하게도 해를 가린 저 회색빛 구름이 뒤덮은 하늘을 매일 매일 올려다 봐야하는, 오염된 대기의 공기를 머금은 채 눈과 비와 엉키어 떨어진 그 물기를 머금은 시커먼 빛깔의 길을 매일 매일 걸어야 하는, 나의 일상은 충만한 우울감을 안겨주기에 완벽한 환경이다. 날씨의 영향이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
2015/11/15 02:34 #1. 우리 집주인 부부는 모스크바 시내에 다섯 채의 아파트를 보유한 부호(?) 다. 현재는 남편분의 사업상의 이유로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다. 다섯 채의 아파트를 부재중인 집주인 부부를 대신하여 관리해주는 관리인 이리나와 수행비서 청년 샤샤는 늘 한 묶음으로 집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공과 함께 우리집을 찾아준다. 무엇이던 한번에 끝나는 일이 거의 없는 이곳의 특성상, 몇 곳의 수리가 필요한 우리집에 삼주 째, 일주일에 세번의 방문을 받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그들이 알고 있는 상식의 기준이 매우 다르기에 속이 타고 짜증이 오르지만 난 그저 쿨~~~ 한척 한다. 아쉬운 건 늘 내 쪽이기때문이다...... 이제 이리나와 샤샤의 방문은 그저 가까운 이웃의 방문 인 것 마..
2015/11/09 19:26 금지를 나타내는 표시는 만국 공용이다.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하면 안되는 것이다를 단번에 알 수 있는 붉은색 사선 줄........ 왜 그랬는지 저 날은 저 표시판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한 동안 괜찮았었는데..... 그냥 참을만 했었는데.... '아이고 답답해 병' 증세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도 속 시원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하고, 또 속 시원하게 상대방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안내문도 경고문도 갑갑한 마음으로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되는 내 고국을 다녀 온 탓이 아닌가 싶다. 베비라쿠아씨도 자꾸 고향땅 치비달레 타령을 한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단다.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싶단다. 그러다가 우리 부부 러시아 욕하기 돌입 모드 취한다..
2015/11/06 22:57 짝 다리를 짚고 서있는 폼새도.... 궁금한 것을 들여다 볼때 발 끝에 힘을 주어 앞으로 쏠리는 그 중력의 무게를 버티는 자세도.... 산에만 가면 짤려나간 나무 밑동을 관찰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는 그 의중도 어찌 그리 같은지...... 베비라쿠아 부녀는 산을..... 숲 속을... 참 좋아한다.
2015/11/06 22:40 모스크바에는 근사한, 감탄사 절로 나오는 예쁜 공원들이 참 많다. 그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공원들(예를 들면 고리끼 공원,이즈마일로 공원, 소콜니키 공원 등등)도 많고 이름 없는 집 근처 공원들도 참 많다. 공원이 많다는 것은 모스크바가 자랑 할 수 있는 것 중 단연 최고라 생각한다. 솔직히 우리 부부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원에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인간의 손으로 조성되어진 것이 맞긴 맞는데 무엇인지 모르게 야생의 산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공원...을...선호한다....는 난해한 취향을 늘어놓는다... 어쨌든 그런 우리의 취향에 꽤 맞아 떨어지는 그렇기에 마음 깊이 그 정(?) 이라는 것을 슬그머니 주고 있는 공원이 여러 곳 있다. 모스크바를 떠나기전.........
2015/10/29 22:17 할로윈의 유래를 되짚어 거슬러 올라가본다면야 현재 세계 각국에서 축제의 향연으로 퇴색되어 버린 현실에 이게 무슨 날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래도 유치원 재롱잔치 분위기 물씬 나는 이 파뤼에 세레나 핑계를 대며 즐거워한다. 고심 끝에 결정한 세레나의 유치원. 지난 월요일 첫 등교, 다음 날인 화요일 밤부터 열이 오르더니 삼일간 38~40도를 웃돌며 초보 엄마의 애간장을 태웠다. 아프지 않아줘서 그 고마운 마음 말로 다 할 수 없었는데 그래서 그간 해열제도 항생제도 한 번 써보지 못하게 해줘 놓고는.... 한 방에 모든 경험을 하게 해준 세레나.....내 딸답다. 악몽의 일주일을 보냈다. 열은 40도를 웃도는데.... 미친 아이처럼 뛰는 아이를 보며...상황 파악이 안되는 ..
2015/10/09 20:59 두달 간의 부재. 모스크바로 돌아오니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눈','눈보라' 그리고 시작된 '추위....' 입에 붙어 떨어질 기미 보이지 않는 '젠장 추워,우쒸 추워.....' 한국어 실력 부쩍늘은 세레나가 쓰지 말아야 할 부적절 문장 '아이 참나...이놈의 쇠키' 다음으로 '젠장, 이C 추워'가 될까 무지 염려되지만.....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연발하게 된다. 이틀째, 가을을 제 맘대로 훌쩍 뛰어 넘은 모스크바의 계절이..... 짧고도 길었던 우리의 휴가가 끝이 났음을 알려준다.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이다.... Hello Moscow!
2015/08/19 04:46 아이들에게 여름은 물놀이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준다. 여름이 무엇인지 겨울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하는 세레나지만 만 3세 그녀의 여름, '엄마, 세레나 힘들어'를 연발하며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뜨램을 타고 걷고 또 뛰면서도 막대 사탕 하나면 힘이 불끈 솟아나는 괴력을 보이며 모스크바의 수 많은 공원 놀이터를 방문했고, 물놀이가 이루어지는 곳이면 그 곳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온 몸을 날렸으며, 어쩜 그녀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아이스크림의 그 달콤함을 태어나 처음으로 알게 된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올 해 모스크바의 여름은 짧았다. 우리는 해가 쨍하는 날이면 아침 일찍 서둘러 짐을 챙겼다. 아이들을 끌고 참 많은 곳을 다녔다..
2015/07/30 06:52 삼일 간 이곳에 머무르며 우리가 무척이도 유용하게 이용한 장소는 이 푸른 초원과 수영장이다. 수영장 사진을 단 한장도 건질 수 없었던 이유는 고작 31개월짜리가 건장한 엄마 아빠의 손과 발을 제대로 묶어 놓았었기때문이다. 매우 겁이 없으신 세레나 어린이는 두 세번의 연습 이후 스스로 습득되었다 싶으면 무식하리만큼 용감하게 몸을 사용한다. 물 만난 고기의 생생함을 찍어 남기지 못한 것은 아쉬우나..... 그래도 초원의 염소들에게도 겁없이 다가가 친구 삼자고 하는 세레나와 그녀의 아부지를 두고 두고 기억할 수 있는 사진이 있어 다행이다. 베비라쿠아씨 부부의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가고 있다. 우리가 계획하고 예상했던 삶이지만 중간 중간 만나는 여러 갈등의 요인들, 변수들은 예상하..
2015/07/20 21:35 고맙게도 세레나는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린다. 길을 가다가도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지나가면 그 앞에 발길을 멈추고 호기심 가득찬 얼굴로 상대방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안녕을 날린다. 당황스러운 순간인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생각해 보니...세레나에게 고마운 일들이다. 이건 분명 엄마인 내 영향일 것이다. 낯선 곳에 살고 있는 내가 일찍이 터득한 신념(?) 하나는 내가 먼저 마음을 여는 것이다. 무엇인가 거창해 보인다....... 그저 눈이 마주치면 먼저 웃고 살고 있는 곳의 언어로 먼저 인사를 한다. 이 두가지 만으로도 상대방은 이방인인 나에게 마음을 그것도 활짝 열어준다. 혹 서로 소통이 가능한 언어를 구사 할 경우 친구로까지 발전이 되고....그렇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