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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째 장

벨라줌마 2018. 12. 2. 15:25

2012/07/20 00:37

 

가까운 곳에 친정피붙이가 하나 없는 상황에 임신을 하게되는 여성이 안쓰럽다 느껴진 것은
온전히 경험에 의한 발언이다. 임신은 호르몬의 변화를 겪으며 경험해 보지 못한 신체의 대변화를 지켜보는 그야말로 스펙타클 울트라 체험이다. 스펙타클 울트라 체험을 하며 미우나 고우나 내 핏줄의 연을 맺고 있는 식구들이 그리운 것은 옹알이를 하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시절부터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기를 고스란히 보아온 그들이, 입덧을 하고 우울함에 괴로워하며 배가 불러오는 임신의 경험기에 놓여있는 딸에게, 누나, 언니 혹은 여동생에게 느끼는 다른이름의 애틋한 감정이니 이 세상의 어떤 말이나 글로 표현될 수 있을까.
어머니가 딸을, 큰언니가 막내 여동생을 보며 느끼는 것은 아버지나 남자형제 혹은 동생의 입장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형제의 우애를 강조하는 부모의 가르침에 반문이 생긴적이 있었다.
사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경쟁의 상대, 성장과정 속에 가장 가까운 비교의 상대인 그들이 서로를 위하고 양보하며 온건히 사랑의 마음으로만 대한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한 상황을 제쳐놓은 체 너희는 자매이니 형제이니 무조건 우애해야한다는 가르침을 받든다는 것은 때로는 억지스러움을 강요당하는 고난의 시간으로 다가올 확율이 높다.

나에게는 10살 터울의 언니가 있다.
그녀는 나에게 처음부터 어른이었다. 유아기 시절 어머니의 품만큼이나 따뜻한 품을 아낌없이 내어준 다른 이름의 엄마였고 소년기 시절 다른 친구들이 갖지 못하는 장난감이나 학용품, 의류나 장신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해준 자랑스러운 물주(?)였으며 청소년기 시절 미치도록 닮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언니만큼만 해라''의 쓰디 쓴 소리를 듣게하는 어처구니 없는 자격지심의 상대였고 내가 갖지 못한 너무 많은 것을 이미 다 갖고 경험한 질투의 대상이었으며 생각이 커지며 나와의 다름을 인정할 수 없는 부모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맹목적으로 사랑한,동경한 그녀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한 20대의 중후반을 거치며 나는 30대의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40대의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로 다른 두사람으로 만나 15년간 하나로 살아가고 있는, 한 남자의 아내로 어느날은 전쟁터를 어느날의 고요한 깊은 산속 숲길을 그녀의 삶의 터전으로 삼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내나이 열 아홉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해 그녀는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이민1.5세대인 남자와 결혼을 결정했다. 이미 두 해전 잘다니던 직장을 접고 뉴욕에서의 유학길에 올라있던 시절 만나 연애를 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2년여간 장거리 연애를 하며 내린 결정이었다.
그녀의 유학길도 인정하지 못해 떨어져 있음에 아픔을 겪게 해 놓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민 거주자를 만나 내게서 멀리 멀리 떨어져 살겠다는 그녀의 말에 대성통곡을 하며 보낸 밤이 이제는 까마득한 옛 기억으로 남아 달콤하고도 쓴 웃음을 짓게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현재의 나를 완성해가는 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사람은 내 언니였고,
이러한 삶을 살아볼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해 준 이도 내 언니이다.

언니가 미국땅 뉴욕시에서 살아온 시간이 15년이 되어간다.
언니 덕분에 한국에서 대학시절부터 영국 유학시절 그리고 직장을 다닌 지난시절을 합산한 15년간 나 역시 이 도시를 빈번하게도 방문했다. 초창기 언니의 시민권 문제, 임신기를 거치며 고국인 한국에 들어오지 못함에 내가 언니에게 오게 된 횟수가 더 많아 진 것 같다.
2006년 여름 마지막으로 이곳에 오게 된 후 6년만의 발걸음이다.

그 육년간 나는 성장했고 청소년기 질풍노도의 시기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아픈 성장통을 겪었다.
그 성장기를 겪는 나를 조용히 지켜보며....
이제 제법 배가 부른 막내 여동생을 보는 현재 그녀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언니가 되어본 적 없는 막내 여동생으로 그 깊은 마음 알 길 없지만 엄마를 보러 가는 발길을 거두고 언니에게 온 일은 참으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언니가 있어, 그것도 10살이라는 짧지 않은 터울의 큰 언니가 있어 행복하다.

 

youngchippy 2012/07/20 07:24 R X
자매간의 정 이란...전 언니가 없지만 여동생이 있지요. 2살 차이라 이젠 같이 늙어가는 그냥 절친이며 살갑게 지내기로는 거의 유일한 혈육이지요. 원래 없었으면 또 없는 것에 익숙해 살테지만...ㅎ...그런데 저도 언니가 있어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요. 엄마는 아니고, 그래도 든든하고 뭔가 날 챙겨주고 보듬어 준다는 느낌...그런 거요.그리고 무조건 동생이니 양보하라고 떼도 써보고 싶고... ㅎ...이곳에서 12살 연배의 지인을 알게 됐는데, 친정언니 처럼, 친정엄마 처럼 생각하고 지내자 하시더니 정말 그런 분이세요. 그냥 서로 편하게 부담없이 그리 지내요. 여자들의 연대는 나이가 들수록 진하고 소중한 무언 가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니네서 지내는 동안, 좋겠는 걸요.^^
벨라줌마 2012/07/24 21:52 X
여자들의 연대는 나이가 들수록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는 말씀에 매우 공감합니다. 자매들이 많은 주변의 친구들도 보면 나이들수록 서로를 더 위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자주보게 되요. 보기 참 좋지요.
좋은 지인을 곁에 두셔서 치피님도 좋아보이세요. 저에게는 그간 친언니 하나 뿐이었는데 오블을 하며 큰언니같은 좋은 지인분들을 알게되어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간 바쁘다는 이유,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언니와 긴 수다를 제대로 떨어본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했어요. 그런상황에 이리 붙어 있으니 정말 좋으네요.^^
WallytheCat 2012/07/20 16:17 R X
뉴욕에 사시는 언니가 큰 언니이시군요. 그런 언니라면 같이 지내시는 것이 듬직하고 말고요. 어머니께서 좀 서운하셨을 수도 있지만, 벨라줌마님께서 큰 언니와 지내고 싶어했던 것을 이해하실 거에요. 제 마음이 다 듬직한 걸요. 오랜 기간 못다한 얘기도 많이 나누시고, 드시고 싶던 맛난 음식도 만들어 많이 드시길 바래요. 지난 번 순대국 드시고 싶다 하지 않으셨나요? ㅎㅎ
벨라줌마 2012/07/24 21:57 X
언니 한 명, 오빠 한 명 그리고 저 이렇게 3남매인데 나이터울이 10살 9살 나다보니 자꾸 큰언니, 큰오빠이리 부르게 되네요 ㅎㅎㅎ 친정 엄마는 10월 말에 이태리로 오시니 서운한 마음은 없으실 것이라 생각들었어요. 나이들며 자매가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에 늘 좋아하시니 더 붙어 있을 수 있는 여건이 생긴다면 더 좋아 하실거라 생각했어요^^
순대국은 아직 못 먹었고 언니가 순대를 사와 순대 볶음을 해주었어요 ㅎㅎㅎ 정말 만나게 먹었어요.
그 간 먹고 싶었던 것 하루에 한끼씩 2주간 먹으니 이 곳이 천국이구나 하며 좋아라 하고 있답니다 ㅎㅎ
WallytheCat 2012/07/28 03:34 X
전 벨라줌마님께 언니가 몇 분 되는 줄 알았답니다. 알고 보니, 단 한 분인 아주 귀한 언니시군요. ㅎㅎ 드시고 싶은 건 다 드셔야지요. 드디어 순대 볶음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벨라줌마 2012/09/04 15:58 X
함께한 갈비탕도 너무 너무 맛있었어용^^
뮤즈 2012/07/26 09:17 R X
저도 언니나 오빠가 계시지만 터울이 워낙 있다보니 별로 안 친해요.
일년에 두번정도 만나지요. 생일에. 부모님 기일에.
세상에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만나는 경쟁 상대... 요말 제가 잘 쓰는 말이랍니다.
가족은 작은 사회다. 생존의 법칙을 가장 먼저 배우는 곳. ㅎㅎ~
벨라줌마 2012/09/04 15:59 X
맞습니다. 생존의법칙을 가장 먼저 배우는 사회지요ㅎㅎㅎ
풍뎅이 2012/07/27 06:56 R X
저는 8살 연상인 언니가 있어 오늘 이 글이 꼭 저 같습니다. 미스 때나 학교 때 시집간 언이네 가면 밤을 꼬박 새우며 이야기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정말 귀히고 소중한 첫번째 인연들!
벨라줌마 2012/09/04 16:04 X
안녕하세요 풍뎅이님
반갑습니다 '^^
님도 터울이 지는 언니분이 계시는군요. 사소한 ò일이지만 공감대가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매우 매우 반갑군요^^ 네 저도 이번에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수다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내고 왔답니다. 의좋은 자매 더욱이 언니를 둔 동생들은 복이 많은거지요. 정말 귀하고 소중한 인연이지요.
우리함께 2012/08/07 01:06 R X
자매들 간의 소통은 참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누나가 둘 여동생이 둘 있습니다.
큰누나 작은누나는 항상 빛과 그림자처럼 서로를 의지하고 돌보며(?) 70이 넘은 나이에도 잘 지내더군요.
동생들도 그렇구요.
그런데 남자 형제들은 멀리에서 지켜만 보는 존재라고나 할까. 애틋한 정을 나누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더구나 형들이 술을 먹지 못해 소통이 어렵구요.
좋은 시간 보내고 돌아오세요.

벨라줌마 2012/09/04 16:09 X
우리님은 형제 자매가 많은 부자집 자제분이시군요^^ 그러게요 주위에서도 남자형제들간의 애틋한 정에대한 수근거림보다는 여자자매들간의 애틋한 정에대한 동감이 더 많더라구요. 저도 중간에 끼어있는 오빠보다는 언니와의 소통이 더 편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어릴때는 오빠를 더 따랐던거 같기도 한데 말입니다. 늘 서운해해요 오빠가.......

정말 좋은시간 보내고 돌아왔답니다.
우리님도 어디 좋은곳에 다녀오신듯한데 어여 구경가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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