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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째 장

벨라줌마 2018. 12. 1. 15:59

2012/02/13 14:50

공황상태

너무 거창한 이 단어가 요즘 나의 하루, 정신상태를 매우 잘 설명하고 있는 단어이다.

뭐가 뭔지도, 뭐가 어찌 돌아가는건지도 무중력 상태 공중 부양하고 있는 느낌이다.

날씨가 인간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실을 그저 지식의 한 공간에 넣어두었을뿐
경험을 통해 몸소 체험하다의 체험자 경험담을 이야기하게 될 날이 있으려나 하고 살았던
지난 날에 회한까지 든다
.

쓰나미가 휩쓸고 갔다, 눈사태가 났다, 지진이 났다 이에 사망사 000, 이재민 발생, 식수가 없어요, 집이 없어요 인터뷰에 응하는 이재민들에게 안타까운 심정이 들뿐이지 어쩜 그저 제 3자의
입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이재민 후원성금 보내는 것과 고통스러운 그들에게 이걸 어쩐데요

식의 연민어린 마음 한자락 나누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물론 자연 대재항이 휩쓸고 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이재민과 동급을 둘 수 없는 '웃기고 있네'
소리들을 상황이지만 지난
3주간 눈, 바람, 강추위라는 혹한의 겨울….그것을 대비한적 전혀 없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시의 황당대처는 돈주고 경험하기에는 힘든 체험일기를 쓸 만큼의 이야기
소재는 남겨주고 있다
.

바쿠시 곳곳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이미 2월 초,
혼자 생활하고 있는
남편의 싱글남 동료들은 몇끼 해먹지도 못하는 식사지만 집에서
밥 못해먹은지는 일주일도 더 되어가간다는 하소연
, 제대로 먹지도,씻지도 못하니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출근해 찝찝한 본인들도 짜증만 나니 약간의 험악한 사무실 분위기
, 
궂은  날씨,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맡길곳도 마땅히 없는 남편 회사 현지 여직원이 딸아이와 함께 출근도장을 찍고 있는 현실이 그저 우린 해당사항 없음, 그저 다행이다 싶은 생각으로 춥다고 짜증내지말고 물 나오고 전기 들어오는 것에 감사하자 맘 다잡고 호흡 고르고 있던것이 지난 주 였다. 그런데 우리집도 지난 금요일부터 물이 나오지 않았고 이글을 쓰고 있는 월요일 오전도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수도관을 비롯한 가스관 전기배선이 모두 눈에 보이는
외부에 위치해 있다
. 왜냐고 묻는다면….글쎄다….
이곳 사람들의 공사방식이니 뭐라 할말이 없다
.


잠깐 삼천포로 빠져 이곳에서 만난 한국지인, 아는 언니의 황당체험기 한토막을 이야기 하련다
.
지난 여름 방충망에 문제가 생겨 새 방충망 교체를 하려 일하는 사람들을 불렀단다
. 분명 일전에
사이즈 다 재고 확인한다 하고 가놓고서는 문틀보다 더 큰 방충망을 제작해 왔다고 한다
.
그저 우리의 상식으로는 방충망 사이즈에 오류가 나왔으니 다시 만들어와 달아주려니 하고
생각했단다
. 10분간 두 아저씨의 심각한 회의 후….. 문틀을 뜯어내기 시작하더란다….
오마이 갓
. 그들은 문틀을 부셔 방충망을 그곳에 맞추는 전혀 예상밖 새로운 방식의 공식을 적용하고 있던 것이다. 당황한 언니가 집주인에게 전화해 방충망 달으려 문틀을 부수고 있다고 어찌해야하냐고 묻자, 너무도 간단하게 그냥 알아서하게 두라고 하더란다. 난 솔직히 이 이야기를 들으며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상식의 기준은 모두가 다르다. 그건 알지만…..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 수도관 배수관 가스관 전기배선이 외부에 자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약간의 날씨이상이 오면 모든것이 멈추는 올스탑행진의 시간이 온다는 말이다
. 지금 바쿠에 물이
돌지 않는것도 바깥에 나와있는 모든 수도관이 너무 쉽게 얼어버리는 아제르바이잔 상식의 공사가 진행 되었기 때문이다
.

MC Escher 'Print Gallery'(1956)


물없이 산다는 것이 이리도 불편한것인지…….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세탁기 사용도, 음식조리도, 설거지도, 화장실 사용도, 샤워도,
하다 못해 세수하고 이닦는 것 조차
…..
두려움마져드는 이유는 문명의 발전으로 너무 쉽게 이용하고 있는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들,
그에 따라 집안일을 하는 동선
. 이 모든것이 어느날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물이 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항상태로 돌입된다는 말인 것이다.

나의 외가는 전라북도 익산 김제이다
. 그다지 부유하지 못한 시골농가 가정들이 모두 그렇듯
외부에 있는 푸세식 화장실
, 따로 나있는 부엌, 불을 때는 난방시설에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만이 먹을 수 있는
, 씻을 수 있는, 볼일을 볼 수 있는 의식주 해결의 지름길이었다.
어린시절
, 서울 촌년이었던 내 눈에는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신기한 체험이었고 서울사는
손녀딸 불편한 것 한두가지 아님에도 방학이면 내려와 할머니랑 잔다고 좋아라 하던 내게 그저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갖었던 내 외가식구들의 넘치는 사랑에
…..
나에게는 늘 감사한 기억의 한 조각이다
.

그런 시골의 생활방식은 몇주 물 안나온다고, 전기 안들어온다고 공황상태에 빠진다는 어처구니
없는 표현을 쓸 정도의 이야기거리가 될 수는 없는 일일것이다
.

허나 도시의 삶이라는 것이
, 발전하는 진화하는 생활의 편의시설이라는 것이 어쩌면 우리를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매우 수동적인 인간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나는 나흘째, 그 어떤것에도 손을 대지 못한체 어리버리한 또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매우 부정적으로 모든일에 대응하고 있는 중이며 ......
환경에 의해
, 날씨에 의해 사람이 지배를 받는다는 너무도 식상한 사실에 다시한번 놀라는,
체험후기 작성자로서 너무도 식상한 체험후기담을 쓰고 있는 중이다
.

유럽 역시 한파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사람이 죽어나갔다는 소식에 몇일 물 안나오다는
불만불평이 쏙하니 들어갈뻔했으나 그래도 물 잘 나오고
, 전기 잘 들어온다는……
80년대 이후로는 그런문제로 골치아픈것은 없다는 시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니 또 갑자기
열불이 난다
.......

오늘은 해가 나오셨다.
지난
3주간 어디에 꽁꽁 숨어 얼굴한번 보여주는 것에도 그리 비싸게 굴더니만….

비싼 그대여 제발 오래 있어주기를그래서 긍정의 에너지 듬뿍받을 수 있기를….
얼었던 모든것을 따땃하게 녹여주기를
그래서 나 물좀 쓰게 해주기를
….
간절히 빌어본다
.

 

 

우리함께 2012/02/13 21:44 R X
현대인이 겪어볼 수 없는 일을 며칠씩이나 겪어야한다는 것이 정말 공항상태란 말밖에는 없는 듯합니다.
뭐라 드릴 말씀도 없고 어쩌죠?
인간이 자연 재해 앞에 속수무책이란 말은 알지만 직접 당하고 있네요.
물과 전기를 보내드릴 수도 없고.....
생수 장사만 노 나겠네요.
안타깝습니다.

벨라줌마 2012/02/13 22:55 X
댓글을 달고 있는데 물소리가 나기에 확인하니 물이 돕니다 유후~~~~~~~~~~~~아싸아 입니다ㅋㅋㅋ

역시 포인트대가 우리님. 요사이 생수 장사들 대박났답니다. 오늘도 버스타고 시내한바퀴 하는 중 보니 생수 배달차가 유난히 많이 보이더군요.
youngchippy 2012/02/13 22:42 R X
도시생활의 기반이 사실은 다 경제적, 돈으로 따져 저렴한 방식으로 되거든요. 그러다 세월 지나면서 업그레이드 되고...그러니 바쿠처럼 근대화가 최근에 이루어진 도시는 다 '저렴한' 방식으로 일단 '놓고 보자'가 우선이었겠지요. 이런 한파는 늘 있는 것도 아니니 닥치면 당하는 것이고...에고...그나저나 아직도 그 상황이면 참...'난민' 수준입니다요. 어쩔 방법도 없고, 공간이동으로 짠 우리 집에 불러 다 쓰고 가랄 수도 없고...ㅎ... 햇님이 그나마 오래오래 나와 주시길 빕니다.
벨라줌마 2012/02/13 22:58 X
정말 '난민' 이었습니다. 고생 많이 했습니다 벨라줌마 ^^ 토닥토닥해주세요~
공간이동..그거 너무너무 하고싶습니다 ㅋㅋ
youngchippy 2012/02/14 10:32 X
토닥토닥~~^^
참 잘참았어요~~ ^^
프라우고 2012/02/13 23:08 R X
아, 정말 불편하시죠.
도시 생활에서 물이 안 나오면 올 스톱되잖아요.
어쩝니까, 도시 수준이 빨리 해결될 것 같지도 않은데요.
해님이 쨍쨍 오랫동안 비춰주기만을 바래야 하나요?
벨라줌마 2012/02/14 17:21 X
어제부터 해가 계속해서 나와주시네요 ^^
물도 나와주네요 ^^ 아주 좋습니다 ㅎㅎ
WallytheCat 2012/02/14 03:22 R X
어이쿠, 이를 어쩐답니까... 라고 쓰려고 했더니만, 첫 댓글에 물 나온다고 좋아하시는 걸 보니, 다행이여요. 물 나올 때 큰 물통에 물 받아 놓으세요.

예기치 못한 추위에 난리통인가 봅니다. 너무 자책하지는 마시길요. 남의 큰 병보다 자기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프다 하잖아요.

방충망 문틀에 끼워 맞추기 같은 공사 방식은 제가 아랍에미리트 살면서 많이 목격한 거라 새롭지 않네요. 글쎄요, 몇몇 잘 사는 나라 빼고는 아마도 그런 식 사고로 사는 나라가 더 많을 걸요. 내가 가진 상식이 남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지요? 공부 무쟈게 많이 하시는 중이십니다. ㅎㅎ (심각한데 웃어서 죄송혀요.)
벨라줌마 2012/02/14 17:24 X
ㅋㅋㅋㅋ 네 물이 나와줘서 매우 다행. 한시름 놨습니다 ㅎㅎㅎ
하하하하 아랍에서도 통하는 상식이군요...방충망 문틀에 끼워맞추기..... ㅋㅋㅋ 저는 정말 한참을 웃었더랬습니다. 저 공부 무쟈게 열심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배워야 할 것이 이렇게 많은 줄..고딩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조상연 2012/02/14 10:20 R X
물,
가장 흔한게 가장 귀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
벨라줌마 2012/02/14 17:26 X
그렇지요? 물, 공기, 빛 이런것들 참 귀한데 가끔 무한대 사용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사는거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합니다. ^^
美의 女神 2012/02/14 11:43 R X
다행입니다.
가장 소중한 건 항상 젤 가까이 있는건데요.
사람이든 물이든...그걸 잘 모르는 게 문제지요.
벨라줌마 2012/02/14 17:27 X
네 ㅎㅎ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문제이지요...
저는 또 배우는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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