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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장

벨라줌마 2018. 12. 2. 15:22

 

2012/05/18 21:16


우울한 기분이 들거나 언짢은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에 처할때는 마일즈 데이브즈(Miles Davis)의 연주를 듣는 대신 클로드 볼링(Claude Bolling)의 CD를 무한반복 듣는다.
백 번을 들어도 천 번을 들어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제하기 힘든 마일즈 데이브스의 연주는 알콜섭취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우울한 기분, 스트레스 해결의 방법으로 알콜섭취를 피하는 이유는 나에게 술은 그런상황에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벗이기 때문이다.

플릇연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클로드 볼링의 협주에는 늘 눈 녹듯 마음이 녹는 이유를 알 길 없지만 오늘도 온 종일 그의 음악을 들으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려 노력한다.

싫은 티, 미워하는 티, 좋은 티,  마음이 가는 티..........
이러 한 '티'를 낸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나이가 들며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의 기복에 들어서는 것이 두렵다. 감정의 기복선이 복잡했던 10대를 보내며 아무렇지 않게 싫은 티,  힘든 티를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냈던 나는 그들이 나로 인해 받는 상처가 얼마나 클까에 대한 이해심은 없었다.
그것을 반성하고, 이해하고, 배려심이라는 어려운 손을 내 마음에 잡아두기위해 노력해온 긴 시간이 요즘은 조금씩 내게서 달아나려는 기미를 보인다.

여성이 몸속에 또 다른 생몀체를 품는 일은 한 없이 고귀하고 신비로운 체험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동시에 미안한 일들을 벌이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기존에 익숙했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거부하는 일에도,
기존에 좋아한다고 했던 많은 것들을 한 순간 싫다하게 만드는 단호함에도,
참을성 많다던 칭찬을 듣던것을 한 순간 변덕심한 투정쟁이로 만드는 억울함도,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임신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해 될 수는 없겠지만 용서 받을 수 있음에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불 분명한 이유에 고단해 지는 몸도, 뜬금없이 역겨워지는 모든 냄새에도, 아랫배에 묵직한 것을 넣어 놓은 듯한 둔탁함....그에서 오는 통증도, 심하지는 않지만 기분나쁘게 지속되는 두통에도....
그리고 가장 참기 어려운....그다지 반갑지 않은 손, 그 우울함이 찾아옴에도....
별다른 치료방법을 찾을 길 없이 참아내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
그리도 싫어하는 그'티'를 내고 있는 내가 싫다.
유별나게 행동하는 내 스스로가 창피하다.

그리고......그 유별남의 보기싫은 티를 내고 있는 나를 한 없이 받아주고 있는 내 남편이....
시부모님이.....시누이가.... 고. 맙. 다.

분명 지독하게도 그리워 하다 오랜만에 만나게 되더라도 일주일을 못가 별일 아닌것에 투닥거리기 시작 할 것이 자명하지만.....엄마가 그립다.
왜 엄마라는 그 이름만으로 이유모를 눈물이 나는 가는 죽을때까지도 알 수 없기에 불효를 하는 어리석은 나이지만......엄마가 그립다.
국산우렁은 왜이리 찾기 어려운지 모르겠다는 불만 가득 늘어 놓으시며 끓여 내오시는 우렁된장국과
간도 보지 않아 맛이 어떨런지 모르겠다는 지겨운 레파토리를 중얼거리시며 맛깔나게 묻혀 내오실 겉절이에 오곡밥 한 그릇을 비워내고 싶다......
엄마가 많이 그립다.....

그리고 그리운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 죄송한 마음이  한 없이 든다......

 

 

youngchippy 2012/05/18 21:52 R X
좀 안정이 되면 한국에 나갈 수도 있겠지요. ㅎ...보통 헐리웃 맘들이 임신에 대한, 하기야 안그러면 어쩌겠어요?, 온갖 찬사를 늘어놓는 것을 보면...솔직히 이것도 좀 문제 아닌가 싶기도 해요. 생명을 키워내는 일의 존엄성, 신성함...물론 인정하지만, 내 몸의 주체로서 감당해내야 하는 것들이 결코 유쾌한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몹시 그립겠어요. 그래도 심한 편은 아닌 것 같네요. 곧 지나간다면 좋겠어요. 전 한 두달 정도? 수월했지요. 불어나는 몸에도 곧 적응이 될겁니다. ㅋ...엄마에게 좋은 것이 아기에게도 좋지요. 힘 내세요.^^
벨라줌마 2012/05/28 18:31 X
개인의 사생활을 어쩔 수 없이 내보여야 하는 그들의 동전의 양면이겠지요. 보여지는 그대로를 그저 믿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테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몇몇의 배우, 가수, 운동선수들 그리고 언론인들 때문에 연예계 소식은 보지 않으려 하는편이랍니다 ^^

네. 힘내고 있답니다. 우울해지는 마음이 가장 두려워요. 어쩜 가장 원초적인 식욕을 채울수 없는 가난함에서 오는 이유가 가장 큰 것일테지만요. ㅋㅋㅋ 네 엄마밥 큰언니밥 먹으러 뱅기타려고 계획중이랍니다 ^^
너도바람 2012/05/20 23:00 R X
우렁된장국과 겉절이... 저는 마음만으로 보내요.

벨라줌마 2012/05/28 18:34 X
마음만으로 배가 불러요라는 식상할 수 있는 멘트를 남겨요 ㅎㅎㅎ 식상하다해도 마음만으로도 배가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공감이해100%이겠지요? 감사해요 너도님
우리함께 2012/05/30 07:47 R X
워낙 막중한 일을 하고 계시니 그 티를 내는 것이 타당하고 인간다움이 아닐지요.
사람의 심성을 좌우하는 것이 홀몬이고 보면 임신한 여성이 투정을 부리고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파트너와 그 주변 가족들도 그런 상황을 감내하고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과정이 아닐는지요.
벨라줌마 2012/06/05 18:39 X
^^ 이렇게 우리님처럼 자상하게 이해해주는 남성들이 많기를 소원해요. 아주 가끔 임신한 여성에게 이해심을 보이지 않는 이들을 보며, 모두가 다 하는 당연한 걸 하며 유세떠는냐는 식의 뉘양스를 풍기는 사람들을 보며..속이 상하곤 했거든요. 같은 여성으로 그저 이해는 했었지만 제가 직접 경험하고 있자니 정말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관계가 돈독해 지는 과정이라는 말씀 매우 공감합니다. 상대는 배려해주고 임신여성은 그 부분에 감사하며 주고받는 감정교감이 참으로 좋더라구요 ^^
catalunya 2012/06/04 19:35 R X
우렁된장국과 겉절이
생각만해도 침이 꿀꺽~

산해진미보다도 엄마가 평소에 해줬던 평범한 음식이 더 그리운 법인가 봅니다.

임신 안한 저 역시 삼시세끼를 한식으로 차려 먹어도
늘 뭐가 자꾸 먹고 싶고 그런가봐요. 외국에 살다보면 어쩔 수 없죵... ㅠ.ㅠ

언니한테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맛있는 된장국 끓이고 상추쌈 해서 밥먹구 싶네요. ㅠ.ㅠ

벨라줌마 2012/06/05 18:42 X
그러게요. 우리 바쿠에 함께 있었더라면 자기 신세 많이 지며 밥 얻어 먹었을 듯 한데 말이에요. 마주보며 된장국에 상추쌈 먹을 날 또 오겠지요 ^^
나에게 그 마음 주는 것 만으로도 너무너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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