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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장

벨라줌마 2018. 12. 1. 15:43

2012/01/08 08:10

 

나에게는 화를 다스리는 3단계 방법이 있다.

 

1단계 운동하기

수영, 달리기, 등산등 심장박동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가뿐숨을 내쉬는 와중 화를 내게 만드는
요인들을 뱉어버리는 것이다
. 대략70% 1단계로 내 화를 다스리고 있는 중이며
효과는 매우 좋은 편이다
.

2단계 술자리를 통한 친구들과 수다.

기분이 좋지 않을때는 술을 마시지 말자는 지론을 잘 지키는 편이다.허나 마음을 열어도 탈이 없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내 화의 농도를 더 진해지지 않게 해줄 술이라면 고맙게 마시고 취한다.
화를 나게하는 요주인물의 뒷담화를 최고의 안주삼아 씹어댈 수 있는 매력이 있으나 아무나와는
절대 하지 않는다
. 대략 25% 2단계를 사용중이며, 효과는 좋은편에 속하나 과음 후 이른새벽
아파오는 위와 머리를 생각하면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거짓 맹세를 반복한다
.

한국을 떠난 이후로는 2단계 사용은 거의 하지못하는 실정이다.

3단계 초콜릿먹기

기분이 우울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시는 당도 높은 음식이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신체 의학적으로는 검증된 효과가 없다라는 설도 있었고, 정신의학적으로는 좋은 효과를 낸다는 설도 있다. 난 후자를 믿는 쪽이라 달콤함으로 극복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초콜릿중독에 빠진적이 있었다.
지금은 웃으며 꺼낼 수 있는 어처구니 없는 경험담이지만 당시에는 심각함에 전문의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과도 만나봤다
.

2000 4월 초 어학연수를 이유삼아 1년짜리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96년부터 뉴욕에 자리를 잡은 언니덕에 미국구경은 이미 두차례 해봤으나 시드니에
도착해 보니 뉴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고 말 그대로 내스타일의 도시였다
.

일단 나는 자유로운 청춘의 몸.
더 중요한
, 11시면 버스정류장에서 비가오건 눈이오건 막내딸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무작정
기다리던 고단수 엄마가 없었다
.

여하튼 이제는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호주의 한 체인 슈퍼마켓이 있었다.
장을 보러 처음 들어간 그 슈퍼마켓에서 나는 태어나 처음 보는 진풍경을 보았다
. 100미터는 되고도 남짓한 길이 한 벽면 전체가 수십가지의 다양한 초콜릿으로 가득 가득 진열 되어 있던 것이다.
고작해야 가나초콜릿 혹은 특별한 어느날 맛보게 되는 벨기에
, 스위스산 고품격 초콜릿, 그것도
제과점 계단대 앞 한 코너
, 한 눈에 결정가능한 공간의 진열이 전부였던걸 보고 산 서울 촌닭인
나에게는 벌어진 입을 다물기까지 조금 긴 시간이 걸렸다
. 그냥 하나씩 어떤 다른맛인가를 보겠다고 시작한 내 호기심은 한 두끼의 식사 대용으로까지 채워졌고 7개월 후 나는 중독 상태가 되었다.

그만 먹어야겠다고 결심을 한 이후,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시종일관 눈 앞에 날라다니며
먹고싶지
?를 외쳐대는 초콜릿과 힘겨운 싸움을 했어야 했고, 밥과 고기 혹은 군것질이 아닌 초콜릿이 8KG 나 되는 살덩이로 내몸에 붙어있게 된 것을 발견해낸 우리 엄마는 8개월만의 상봉이 무색할
만큼
, 잘 하시지도 않던 잔소리를 늘어놓으셨다.

호주의 더운 12월의 크리스마스, 민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쪼리차림으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앞 불꽃놀이 구경중, 우리엄마는 매우 진지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초콜릿 끊어라는 로맨틱 분위기와는
너무 상반되는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내셨다
.

결심한 것은 꼭 해내고야마는 독한 성질덕에 몸도 제자리에 돌려놓았고, 한국에 들려 동네
가정의학과 주치의와의 진지한 상담을 여러차례 하며 초코홀릭에서도 벗어났다
.

잘 견디어낸 초코홀릭에 다시 조금씩 빠져든건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였다.
영국도 호주와 크게 다른 사정이 아니라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초콜렛을 의지와 투지로

3년간 버텨낸 시간이 무색할 만큼 다시 손이 가는 초콜릿에게 대화까지 시도하며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했었지만
, 지금도 절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과도한 양을 단시간에 먹어치우는 분노의 시간을 만나게 될때가 있다.

MC Escher 'Reptiles'(1943)'

거진 3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금요일 크리스마스에 선물받은 초콜릿 한박스를 먹어치웠다.
나의 남편 베비라쿠아씨는성실하고 능력있는 일꾼이라높이 칭찬해주고 싶을만큼
훌륭한 노동자이다
.
세상의 그 누구와도 적을지고 살지 않는 그,
바보스러운 착함으로 비웃음이나 조롱을 살만한 상황대처를 하면서도 그저 웃음으로 넘기는 그
,
이미 처음만난 10여년전 성선설의 바른모범답안을 제시하는 그를 눈치챘었고 답답한 마음 한번
없었다하면 거짓이겠지만 나와는 참으로 다른 그의 그런 천성이 험난한 나의 결혼생활기를 함께
써나가 보자의 결정을 짓게한 중요한 요인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

그의 가장 윗상사분인 미스터 엘은 소설이나 만화속 나쁜상사의 표본이 될만한 주인공의
캐릭터이다
. 아니 어쩌면 현존하는 이시대 자본주의 악덕보스의 너무도 친근한 캐릭터라
할 수도 있겠다
. 능력있지만 순종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얄쨜없는 복수의 칼을 들이대고,
능력있으며 순종하는 직원들에게는 고단수의 당근과 채찍으로 하루에도 몇번
,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하게 만드는 기발하고 비상한 재능이 있으며,
능력있고 성실한 직원들을 사표쓰게 만들어 경쟁업체 간부 자리에 앉게 만드는 뛰어난 재주가 있는 참으로 대단한 분이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베비라쿠아씨의 건설현장은 대부분의 공사 마무리 단계인 인원축소과정 단계에 들어왔으며 30여명의 설계, 시공 임원급 구성원이 7여명으로 축소된 상황이다.

문제는 아직까지는 7여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너무 많은 일이 남아있고, 이에 프로젝트 매니져를
제외한 각 부서의 장들이 사표를 내고 도망
(?)을 간 상황에 그 바로 밑 직원, 베비라쿠아씨를 포함한
5여명이 30여명의 일을 해내야 하는 극한 모험기를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직장내 순종형 인간에 속한다. 사표를 집어던질 상황을 연출할 것이 아닌 이상, 매일 얼굴을
봐야하는 동료 그리고 상사에 대한 반복되는 뒷담화는 일의 효율을 떨어지게하고 소중한 내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게 만든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부류에 속한다
.
타고난 천성에 순응하며 사는 베비라쿠아씨와 나는 초창기 그의 동료들과의 잦은 어울림을 피했고
, 상사 미스터 엘의 횡포에 힘겨워 하는 그를 그래도 어찌되었든 그 상사는 제일 윗선이고, 우리가
욕해봐야 얼굴보기만 더 짜증날 뿐이니 좋은 부분만 생각하자의 의견으로
2년을 일관되게
다독여 왔다
.

인원이 15여명인 반으로 줄어든 지난 6개월전부터 보기에도 확연하게 살은 빠져 가고 있고,
항상 웃음기 가득한 그의 얼굴이 못난이 인형
3 의 얼굴로 변해가고 있을 무렵, 바쿠에서 나와 마음을 가장 많이 주고 받은 매우친한 동성친구였던 내 남편의 바로 윗 상사인 그녀가 사표를 던지고 나갔고 그 시기부터 나 역시 남편을 다독이는 일이 힘겨워 지고 있었다.

정말 유능했던 그녀의 등에 칼을 꽃은 상사 미스터 엘
, 유독 나에게 무안한 사랑의 표현을 멈추지
않는 미스터 엘의 아내분 때문에도 싫은 내색 한번을 할 수 없던 그가 지난 금요일에는 진정 미웠다
.

나의 남편은 자재를 납품해오는 하청업체를 직접가서 둘러보고, 재시간에 도착하지 않는 자재들,
불량품들에 대한 검열과 반품을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이 아니다. 자신의 부서와는 전혀 다른
이부서의 일까지 도맡아 하기 시작한건 일년여 전 부터이다
. 이유를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 각설한다.
지난 금요일 급한 두바이 출장이 결정되었고, 금요일이 휴일이고 일요일이 정상근무인 두바이.
금쪽같은 일요일 하루 휴일에도 두바이로 날아가 업무를 봐야하는 남편
, 그리고 보내야 하는 나는
그동안 그저 군말하지 않았다
.

누군가는 해야하고 그 누군가가 내 남편임을 탓해봐야 무슨소용있으리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 하여도 3시간 비행에는 그에 상응하는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보통은 토요일 아침비행기로 출발 이른 오후에 도착, 간단한 전화와 서류업무만을 보고 휴식을
취한 뒤 일요일은 그야말로 전쟁터의 전투자로 하루를 보낸다
. 다음날 새벽비행기로 바쿠에
돌아오면 점심시간까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후 근무를 나간다
. 그닥 맘에드는 스케줄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휴식은 취하게 함에 순응했다
.

이번 두바이 출장이 결정되고 나서, 한국음식이 모두 바닥나버린 현실에 두바이 한국슈퍼에서 장을 볼 요량으로 동행을 요구했지만 겨우 장을 보자고 비행기값을 쓰는것은 과소비였고, 혼자서도
어설프지만 장을 봐올 수 있으니 남편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

금요일 오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남편왈,  토요일 바쿠 현장근무 마치고
(연장근무 밤9시경까지) 일요일 아침비행기로 두바이에 가서 회의하고 자재공장 확인하고 밤비행기로 돌아오라는 변경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밤 비행기로 돌아오라 함은 새벽에 도착하여
월요일 아침 정상출근시간에 출근을 하라는 소리인것이다
.
바보같은 우리남편은 한국수퍼 장을 볼 수 없는 것 한국수퍼 장을 보려고 귀한 손님을 만나기로 약속한 것을 취소해야 하는 것에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향한 그의 미안함을 백번 이해하지만 그 미안함 보다는 말도안되는 빡빡한 일정을
들이미는 그 상사에 대해 화를 내야함이 먼저임에도
….나에게 미안하다고 힘없이 말하는 그에게….화가 났다....... 다시통화하자 말하고, 한시간 가량 멍하니 앉아….달콤한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나의 화를 다스리는 나머지 5% 3단계로 효과는 만점이나 그날의 그 효과가 진정 초콜릿
때문인건지
, 나를 향한 내남자의 따뜻한 배려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세상에는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생각보다는 많다.
짐승은 사람 역시 짐승으로 대한다.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못하는 이는 짐승이다.
고로 상사 미스터 엘은 짐승이라는 결론이 선다.

 

우리함께 2012/01/08 08:58 R X
세상에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모든 것에 무시하는 그런 인간들 있잖아요.
그런 짐승은 제가 알기로는 많지 않습니다.

많이 속상하시겠네요.
두 번째 방식이 사람들이 흔히 써먹는 방법인데 멀리 살고 있으니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안타깝습니다.
남편분도 많이 속상하시겠네요. 문제는 그런 일이 다시 반복 되지 말아야하는데.....

벨라줌마 2012/01/09 01:27 X
세상속에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이 이런것인가봐요.
속이 많이 참...상했더랬어요...
오랫동안 묵힌것이 올라온것도 같고.
그래도 오블지기들의 위로를 받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쏘옥하니 풀리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조상연 2012/01/08 10:03 R X
속이 많이 상하셨군요. 직장에 그런 사람들이 한 둘은 있기 마련인데 좀 지나친 사람같습니다. 그 사람은 짐승 맞습니다.
벨라줌마 2012/01/09 01:28 X
감사합니다.
맞장구쳐주시니 기분이 슝슝 업 되는 중입니다. ^^
美의 女神 2012/01/08 10:06 R X
비밀인데요. 요즘 제가 배운 거 한 가지 알려 드릴께요.
욕을 마구 마구 해요. ㅎㅎ~
나꼼수처럼, 시인 풍경처럼요...
희한해요. 용서가 되어 버리더라구요.
벨라줌마 2012/01/09 01:30 X
ㅎㅎㅎ 배운대로 해보니 효과 만점 인데요?
시키시키 막 욕해 줬어요 혼자...
여신님 감사 감사^^
youngchippy 2012/01/09 01:07 R X
좋은 상사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는 세상 어디나 비슷한 듯해요. 일의 특성에 다라 다르지만, 캐나다는 어디나 실무자, 담당자 중심이라 윗선이 있어도 자기 고유업무가 분명히 정해진 경우 부딪힐 일은 적어요. 근데 소규모, 개인이 운영하는 비지니스는 소수의 직원에 사장이나 상사와 늘 함께 같이 일을 하다보면 갈등이 쉽게 생기죠.
시동생도 몇 년전에 오너와의 갈등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재택근무를 시작했어요. 일감을 주는 매니저 밑에 여러 명이 하청업자식으로 고용된 회사에서 일을 받죠. 개인적으로 따로 고객 일도 받고 하니까 수입은 오히려 더 괜찮은 듯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제일 힘든 법이예요. 남편분도 경력이 늘어날 수록 대처하는 능력도 쌓이겠지요. 옆에서 보면 속상하지만 길게 보면 다 자신에게 최선인 방법으로 살아간다 싶어요. 약삭빠르게 눈치껏 요령부리며 사는 사람도, 묵묵히 제 할일만 찾아서 열심히 하는 사람도 나중엔 다 제 한 만큼의 결실을 맺게 되는 게 또 세상이치 같으니까요.
벨라줌마 2012/01/09 01:33 X
이태리 시스템이 한국의 저질부류 집단의 시스템이랑 비슷하다는 걸 여기와 알았어요. 나쁜것들이 비슷하니 자랑거리는 참으로 아닌데...
정말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제일 힘들어요~~ 말씀대로 시간이 경력이 대처능력으로 발전되겠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당!!!!!!
WallytheCat 2012/01/09 01:11 R X
제 보스만한 짐승이 없다 싶었는데, 언급하신 엘씨에 비하면 명함도 내밀 수가 없는 급수네요. 저는 보스를 매일 만나지는 않거든요.

저는 주로, 말씀하신 2단계로 풉니다. 그 외 다른 방법도 있긴 하지만요. 그나저나 부군께서 쉬지도 못하시고 매일 일을 하셔야 한다니 큰일입니다. 제가 대신 욕 해드릴게요. 나쁜 시키!

벨라줌마 2012/01/09 01:36 X
매일 만나지 않는다는 말씀만으로 안심인걸요? 비슷한 류의 사람들은 가급적 덜 마주치는것이 상책이잖아요~

저도 2단계 너무 너무 필요한 시기랍니다.
ㅎㅎㅎㅎ나쁜 시키! 아싸아 !!!

단계가 하나 더 늘었어요. 4단계 오블와서 꼰지르구 위로받기. 이거 너무너무 효과 좋은걸요?
감사합니다 왈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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