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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 번째 장

벨라줌마 2021. 1. 19. 19:43

베비라쿠아씨 부부는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 들어서면 오래된 행사(?)마냥 다음 해에 읽을 책을 주문한다. 마치 거창한 연례행사 마냥 이 행위로 한 해를 마무리 하게 된 경위에는 유목민적 삶에서 오는 측은함이 있다.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며 이해하기 쉬운 모국어로 되어 있는 책을 상황과 시간의 제약없이 구매할 수 없게된 우리의 처지에서 오는 측은함이다. 

이탈리아어로 Fumetto로 불리는 만화책은 베비라쿠아씨의 애장 수집 품목이다. 그 중 자고르(Zagor)와 디아볼릭(Diabolik)은 할 말을 잃게 만들만큼 집착한다. 이 만화책들은 한 달에 한 번(그외 스페셜, 리미티는 에디션 등등의 이름의 여러 형태로 발간되지만) 발행일에 동네 서점(신문, 담배, 문구류등을 파는 edicola)에서 구매해야하는데 지난 10년간 이 일은 우리 시어머님의 매우 중요한 '임무'가 되어있다. 

베비라쿠아씨는 이 소중한(?) 만화책과 더불어 주로 여행, 기행문을 다룬 책을 애호하는데 올 해, 그의 주문 책 목록에 버락 오바마의 회고록 '약속의 땅'(Una terra promessa)이 있어..... 나도 모르게 '얼~~~~~~'을 하니, 그가 한껏 폼을 잡는 목소리로 대꾸한다...... '너도 뭐, 책 좀 주문해줘?' 

그래서 얼른 대답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그리고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그가 대답한다.... 

'얼~~~~~~~~ 혹은, '헐'~~~~~~~' 

그의 음성어로서의 대답은 내 자유대로 들리니.... 그것이 '당신, 대단한 걸?'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얼'~~~~ 이었는지.... '당신, 미쳤구나....' 를 내포하고 있는 의미의 '헐' 이었는지는 구분할 필요가 없다. 둘 다 해당되니 말이다. 

그래서 받은 책이다........ 참고로 현재의 나는.......이탈리아어로 되어있는 활자체를 읽지 안(못)한지가.......꽤 오래 되었다. 매우 개인적인, 단순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단순한 사고(생각) 전달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어 수준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분명 아니다. 이 두 책은..... 내 모국어로도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읽기를 몇 번을 한 책이다. 올 2021년 목표가 정해졌다. 이름하여 이해 못하는 책, 더 이해 안되는 외국어로 읽기....... 성공 장담은 할 수 없다. 목표란..... 꼭 이루기 위해 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니

내 지적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비단 내 이탈리아어 실력 뿐일까마는....... 내 지적 수준을 더 낮은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게 하는 이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어. 려. 운) 책을 읽는다. 이해가 힘드면 두번을 세번을 네번을 읽는다. 돌이켜 보니..... 나는 재미있었기에 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했지만.... 사실은 부족한 이해력 덕분에 같은 책을 여러번 읽고,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번 봐온 듯 하다. 

오래도록 변함이 없는 사람이 있다. 

화면 속 등장만으로도 나에게 웃음을 안기는 사람이 있다.

 우물 밖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접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변함없는 신념은 나에게 사고하는 호모 사피엔스로 살으라 한다


개인적으로, 자연인으로의 그들은 알지 못하지만 2021년에도 변함없이....... 

나는 그들의 건강과 안녕을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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