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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세 번째장

벨라줌마 2020. 5. 25. 16:33

동네 수퍼에 가려 몇 걸음의 걸음만 떼어도 만발한 꽃 길이 이어진다. 내 시각, 후각을 모두 자극하는 어여쁜 꽃들덕에 집 밖 나서기의 귀찮음 혹은 두려움(?)에서 오는 망설임을 접게 만드는 꽃은 참...... 귀한 존재다. 민스크 삶에 정을 붙일 수 있도록 큰 도움주는 이 소박하기에 더 없이 고운, 집 밖, 우리동네 피사체들은 내가 지금, 숨쉬며 살아가는 이 삶의 위안이다.

집 밖, 자연의 땅에 뿌리를 둔 지천의 꽃들에게 감사한다며...... 욕심내어 이것들을 집 안으로 들여온다. 인간의 소유욕에 대하여 언급하여 무엇하리......... 허나 머무르는 시간이 긴 내 공간, 텃밭을 가꿀 수 없는 아파트의 내 공간이니..... 이런저러한 이유를 들어 꽃을 사와, 꽃병에 담아 내 시야에 가장 잘 들어오는 창문턱에 놓아 둔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내내 그저...... 멍하니 보고 있는다. 

그것이 위로인지 소유욕으로 얻은 희열의 절정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여쁜 이 피사체가 나에게 무언가를 준다.

허나 5일을 넘기지 못하고 꽃잎이 하나 둘 마르기 시작한다........ 춥고 건조한 날씨, 집안 꽃병에서 삶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나는 이미 모스크바의 긴 삶에서 터득한 바 있지만, 터득한 것과는 별개로 반복되는 무의식의 습관을 버리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래도 끊임없이 싱싱한 꽃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와......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살아 남아주기를 바라며 꽃병에 꽃는다. 물속에 담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오래 살으라 화약성분 가득 인공적으로 만든 비법 가루를 물에 타고, 횟수가 너무 빈번한가? 하면서도 물을 계속 갈아주지만........ 꽃잎은 역시나 마르기 시작한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물속에 담겨 말라가기 시작하는 꽃들은 나에게 참 많은 의미를 전한다. 이곳과는 날씨가 다른 이탈리아, 한국의 꽃들은 시들어가는 과정과 말라가는 과정이 다르다. 습한 날씨를 품은 이탈리아와 한국의 꽃들은 물을 자주 잘 갈아주면 과하다 싶을만큼 꽃잎을 벌려 만개한 꽃 송이를 보여준다.

오늘은....... 과하다 싶을 만큼의 꽃잎을 벌려, 만개하다의 기본 의미가 그저 명료하게 전달되는..... 꽃병에 한가득 담겨있는 '만개한 꽃'이 보고싶다.   

오늘은....... 양가....... 베비라쿠아씨 부부의 두 고국이 조금 더 그리운...... 그런....... 우울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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