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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Armenia..'Epilogue' 본문

Travel/Yerevan

Dear Armenia..'Epilogue'

벨라줌마 2018. 12. 20. 06:00

2016/07/31 22:45

2016년.... 나에게 여행이란 이런 낡은 자동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이라는 새로운 의미 한 가지가 부여된다.

나는 어쩜..... 이런 낡고 오래된 그리고 지저분한 자동차를 타기에는 너무 깨끗한 좋은 옷, 트렌디한 가방을 들고 있으며 패션의 완성점을 찍는다는 신발을 신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여행지에서 깨끗한 숙소를 찾아 까탈을 부리고, 맛있어 유명한 음식점을 찾으며 꼭 관람하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티켓을 구매한다..... 그렇다........ 나는 여전히 허울이 중요한 삶을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채우고 있다.......

1997년, 고3 수능을 마치고 처음으로 국제 여권을 발급 받았다. 그리고 미국 대사관, 비자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 얼토당토하지 않은 인터뷰 관문을 거쳐 10년짜리 비자를 받아 1998년 언니의 약혼식에 참석 하기 위해 온 가족이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었다. 그것이 내 인생의 첫 아웃 of 한국.. 그 이후로 10살 터울의 언니와 13살 터울의 우리 형부는 나에게 너무 과분한 해외 여행객으로서의 럭셔리한(?) 경로를 밟게 해줬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을 항시 기억 해야한다고 다짐한다.

나는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가기 전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접한, '환상의 나라'라고 꿈의 그림을 그려온 화려하고 근사한 선진국 혹은 돈이 많은 나라의 도시들을 방문했었다.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없겠지만..... 나는 나 나름의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이다.

지나고 보니,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니 아제르바이잔에서의 내 삶......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에 흑백논리를 적용하기만을 바랬던 내 청춘에 대한 반성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던 그 값진 시간의 큰 가르침은 '아름다움의 다각화'를 인정하라! 였다. 아제르바이잔에서 힘들게 얻은 나의 값진 철학(?)은 이번 아르메니아 여행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조지아는 분명 다른 나라다. 각각의 고유 문화와 전통 그리고 공유하기 힘든 각자의 아픔이 있다.

내가 느낀 아르메니아는....... 매우 따뜻한 나라였다. 아주 소소한 것들에 진심의 마음을 주는,욕심을 내지 말아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들을 알고 있는 진. 짜. 사. 람. 들이 있었다.

그리고.... 5일간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아르메니아 사람에 대한 가장 진한 인상을 남겨주신 루벤 아저씨...... 그를  통하여 고스란히 전달된 내 개인적인 느낌이라 정의될 수도 있겠지만......아르메니아에는 낭만이 그리고 차고 넘치는 마음의 부유함이 있었다.

마지막 날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공항으로 향했다...... 루벤 아저씨는 차 트렁크에서.......... 체리가 가득 담긴 봉지와....... 시원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얼음까지 넣어 생수통에 담아오신 루벤 아저씨표 홈메이드 '탄'을 꺼내 우리의 손에 들려 주셨다......

이런 뭉클한 상황에는 아무런 말이 필요하지 않다... 눈에서 눈으로 전달되어지는 마음의 소통... 그것이면 충분하다....

공항 출국 여권 통과대에서 내 여권은 또 한번 내 발목을 잡았다.......

"당신의 여권안에 왜 아제르바이잔 비자가 있습니까?"

"입국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습니까?"

입국시 받은 같은 질문, 딱딱해져 있는 출입국 관리원의 얼굴과 말투는 결국 내 화를 불러 일으켰지만...... 나타샤가 나를 진정시키며 말은 건낸다.....

"신디, 저 사람은 너 개인에게 나쁜 감정을 갖고 대하는 것이 아닐꺼야. 어쩌면 그들에게 가장 골치 아프고 힘든 업무 지침 중 하나로,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탈이 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기에 더 경직되어 불친절함으로 표출될 수 밖에 없는 것 일거야."

현명한 친구 나타샤 덕에 내 아르메니아 여행의 마지막 마침표까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마무리 된다.....

멈추지 않는 내 성장통은 오늘도 들쑥 날쑥한, 날이 선 감정의 표현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그래도.... 내 성장통 치료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여행' 이라는 치료약을 쓸 수 있는 내 형편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노희경 작가가 내 욕심의 마음을 헤집는 대사를 썼다. 논리적인 연관성을 설명하기 힘들지만...... 내 아르메니아 여행기의 마무리를 이 대사와 함께 맺는다....

'기대는 내려놓되 희망은 갖아라'

Thanks Armenia, Thanks Yerevan!

 

WallytheCat 2016/08/01 00:58 R X
낡았지만 제법 다부진 형태의 자동차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보자니, 이 자동차에 관한 관심이 절로 생기네요. 언제 어디서 어떤 용도로 생산 된 자동차였을까 하는 궁금증도 포함해서요.

아르메니아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얻으셨네요. 이만하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걸 얻으신 것 같아요. 마치 저도 슬쩍 묻어 다녀온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너도님의 아르메니아 여행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시간 날 때 모두 읽어보려고요. 다른 건 몰라도 '주상절리' 구경은 꼭 한 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
벨라줌마 2016/09/01 16:55 X
그 유명세를 오래도록 보존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구 소련제 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이 튼실함(?) 인 것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나라들을 갈때면 만나게 되는 낡았지만 다부진 그리고 여전히 잘 작동되어지고 있는 이런 자동차들을 한참동안 들여다 보는 것.... 저도 무지 무지 좋아합니다 ^^

주상절리 구경 꼭 하시길요. 왈리님이 무쟈게 좋아하실 것이라 사료됩니다 ㅎㅎ
너도바람 2016/08/13 17:19 R X
코카서스... 아르메니아, 조지아 말만 들어도 가슴이 아득해져요. 앞으로의 목표는 코카서스에서 한철나기로... 코카서스 가게되면 모스크바에 들를게요.
벨라줌마 2016/09/01 16:58 X
제가 모스크바에 있는 동안, 언제든요, 너도님이 모스크바 경유하시는 길 들려주신다면 맨발로 뛰어가 " 너도바람님 환영 합니다" 써진 흰 종이 들고 공항에서 기다릴께요 ^^
알퐁 2016/08/20 16:59 R X
전 1997년 3월 1일에 뉴질 도착. 그래서 숫자는 원래 잘 기억을 못하는데 그 날만은 기억을 해요 ^^

사실 어느 나라나 풍광은 짧은 아!로 지나고 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조차도 사실 산천이 그립다기보다 사람이 그립구요.
아! 또 음식도 ㅎㅎ
전 아르메니아, 조지아, 코카서스 다 여기 블로그에서 배웠어요. 그전에는 이름도 몰랐다는 (무식이 빈 머릿속에서 통통 튑니다)
learning something new everyday. 땡큐땡큐 땡큐라네~
벨라줌마 2016/09/01 17:11 X
한국 사람으로 어렵지 않게 기억 할 수 있는 날짜에 뉴질랜드에 도착 하셨으니 그 기억이 더 단단하실 것 같습니다 ^^
저도 숫자와 이름(지명) 기억에 무지 꽝!인데.....블로그를 하며 그나마 꽝!은 넘겨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ㅎㅎ

오블에 블로그를 열어.... 참 잘했다 싶은 것이 알퐁님 같은 이웃분들의 뜨거운(?) 격려를 받는 것 이랍니다..... 저 역시 여기 블로그를 하며.... 이렇게 좋은 이웃분들에 삶을 들여다보며....조언을 들으며... 생각하고 배우고 내 안에 자리잡고 있던 고정관념을 하나 둘씩 내려 놓으려 노력하고....
이정도면 저도 알퐁님께 쌩유 쌩유 쌩유 마구마구 날리기에 차고 넘치지요?
Learning something new everyday too, thanks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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