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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Tallinn

A Sunday Estonian mass

벨라줌마 2018. 12. 19. 04:27

2016/04/19 05:45

 

나이롱 신자는 여행길에 오르면 꼭 성당에 드른다. 여행중인 나라가 그 자국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기를 쓰고 꼭 일요 미사를 드린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타국의 언어로 거행되는 눈에 익어 익숙한 미사의식을 보고 있으면.....알수 없는 평온이 내 온몸의 감각을 타고 전해진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나이롱 신자는 가족을 재촉하여 탈린 구 시가지에 위치한 가톨릭 성당으로 향했다.

St. Peter and St. Paul's Cathedral in Tallinn

로마 가톨릭의 에스토니아 입성은 (다수의 예가 그렇듯..)그다지 떳떳한 경로는 아니였다. 북방 십자군에 의한 강요된 지배하에 심어진 종교였다. 하지만 16세기 유럽에 불어닥친 종교개혁의 거센 바람은 에스토니아도 휩쓸고 지나갔고 그 결과 오랫동안 로마 가톨릭의 간판은 내려져야 했다.

내가 의지하는 신을 모신다는 집단의 지난했던 역사를 들여다 보면....있던 정도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때면 눈을 감고 되새긴다..... 내가 믿는 것은 신이지...신을 모시는 종교집단이 아니다... 나이롱 신자의 발빼기 특급 기술이다.

작은 성당안에 들어서면 논리적 설명이 불가한 그런...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는 그 느낌이 좋아 내부가 작아 보이는 성당을 지나치지 못한다. 종교적 무신념의 강한 기운을 꿋꿋하게 지켜내고 있는 베비라쿠아씨지만..... 성당이 주는 따뜻한 기운을 함께 느껴보실래요?의 나의 제안은 절대 거절하지 않는다. '거기 초도 좀 붙이고...눈감고 기도도 좀 해....' 라고 강요에 가까운 제안도 수락한다. 미워할 수 없는 내 동지.....내 연인이다....

내 신앙의 근원은 기복이다. 청소년,청년기, 나는 '내가 한 노력에 비해 운이 더 따라줘 원하고 바라는 결과를 얻게해주소서....' 라고 신에게 빌었었다. 청소년,청년기에 철저한 자기중심의 1인 기복 신앙에 매달렸다면 지금은......철저한 자기중심의 3인(나와 내 남편 그리고 내 아이) 기복을 기원한다......다만.... 철저한 자기중심의 3인 기복을 기원한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내 가족 3인이 포함된 이 사회 다수의 행복이 바탕이 되지 못하면 결국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큰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다. 깨달음을 얻으라고....신은 나에게.....세레나를 보내주셨나보다...

나에게 세레나 키우기는 '고행'이다....

 

St. Catherine's Monestery in Tallinn

성당 뒤편과 St Catherine 수도원이 연결되어진다. 1246년 쯤 지어진 역사 깊은 이 수도원은 1524년 종교개혁의 바람를 맞으며 파괴된다. 파괴되어지면서 남겨진 파편들을 보존하고 있다.

 

출구, 이 커다란 문 앞에 한참을 서있었다. 문에 붙어있는 노란색 종이....거기에 써있는 'Door of mercy' 때문이었다.

'자비의 문'

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자비'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김.또는 그렇게 여겨서 베푸는 혜택.

2.(불교)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을 없게함.

결국 하나의 뜻으로 통하는 모든 종교.... 종교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종교 권력자들이 '자비'의 사전적 의미를 노란 종이에 써 자신의 방문에 붙여 두었으면 좋겠다. 평화...자비...그 어려운 것들을 위해 앞장서라고 신자들이 쥐어준 것이 그 '권력'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제비 2016/04/21 13:56 R X
저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나이롱 신자입니다 ㅎㅎ
제 신앙의 바탕은 책임전가!
하나님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으니 내 책임 아니야...날 만든 하나님 책임....
잘 돼도 하나님 탓, 못 돼도 하나님 탓 ㅋㅋ
벨라줌마 2016/04/22 03:32 X
나이롱 신자의 '내탓 아니오~~~'는 전매 특허지요 ㅎㅎㅎㅎㅎㅎ 저도 자주 애용합니다 ^^
알퐁 2016/04/21 19:11 R X
크리스마스때면 엄마를 자정미사에 모셔다 드리곤 했는데, 전에 살던 동네에 언덕길에 아주 쬐그만 성당이 있었어요.
차를 길에 세우기도 힘든 작은 언덕길에...
한 백오십 명 정도면 꽉 채울 정도로 작고, 천장도 낮고, 제단과 신도 앞자리가 바로 붙어 있는....
지붕에는 쥐오줌이 여기저기 얼룩덜룩....
여섯인가 일곱인가 애들을 줄줄이 낳은 부부가 해마다 애들과 와서 키 순서대로 아이들을 앉히고...
고집스런 신부님은 나일론으로 만든 흰 사제복을 입고 로마말로만 미사를 진행해서 나나 다른 키위신도들이나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 평등을 누리던...
그런데 어둠 속에서 낮게 높낮이도 없이 웅얼거리는 로만은 뭔가 영성 가득한 기를 불러와서 신자 아닌 저나 남편이나 미사 끝날 때까지 앉았다 나오면 영혼이 맑아지고 마음이 순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잊고 지냈던 기억이 밸라님 덕분에 ^^

벨라줌마 2016/04/22 03:42 X
동네 작은 언덕길 아주 쬐그마한 성당..... 존재만으로도 뭉클해지는 피사체지요.....

이탈리아에서도 라틴어 미사가 없어진 것이 그리 오래된 과거는 아니라고 합니다..... '니들은 그냥 못알아 먹어도 돼.... 어렵고 높은 것....그냥 신실함만 갖추도록 하세요!'의 의미라고...제 남편이 언젠가 무지 시니컬하게 말하더라구요.... '너는 무슨 말을 그따구로 하냐...'하며 타박했지만....반박할 마땅한 말은 찾지 못했어요..... 그래도 인기 최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 많은 일을 해내고 계시지요....개인적으로 감히...존경한다 하며 좋아합니다 그분 ^^

영혼이 맑아지고....마음이 순해진 느낌? 왠지 알것 같은걸요? 제가 알아들을 수 없는 타국의 여러 언어로 미사 구경(?)가는 이유도 같은 것 같습니다 ^^
알퐁님 추억 소환에 한 몫 해냈군요 제가! ㅎㅎ
WallytheCat 2016/04/23 01:14 R X
오래 전 지어진 건물 속 800년 된 흔적을 살피는 일은, 신심을 따지기 이전에 경건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작고 소박한데다 오래 된 성당은 늘 감동을 준다는 데 동의합니다.
벨라줌마 2016/04/23 15:28 X
유럽 중세도시를 오랜시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라를 방문하면 감동을 받는 이유가 그것인가봐요.... 현세의 건축가들도 미래의 후손들이 감동으로 뭉클해질 것을 생각하며 일한다면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기운내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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