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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Azerbaijan

Good bye Azerbaijan

벨라줌마 2018. 12. 13. 05:17

2012/03/01 16:41

 

이별의 시간을 오랫동안 준비했다.
그건 어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만큼 고된 하루와도
셀 수 없을 만큼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과도 매우 빈번하게 마주쳤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한 시간들은 부정적인 기억들로만 채워지지는 않음을 나는 분명 안다.

바쿠의 공기마져 싫은 날도 있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이용하는 시내버스.... 창가에 덕지덕지 붙은 시커먼 먼지 덩어리들을 보며,
씻지 않은 남성들의 땀과 분비물, 그 체취에 싸구려 가짜 향수를 잔뜩이도 뿌려 시궁창 썩는
냄새와도 흡사한 그들의 냄새를 맡으며 구토가 나 내릴 곳이 아닌 정류장에 내린 적도 많았다.
택시 한 번을 맘편하게 탈 수 없었다.택시기사들의 외국인 요금제는 불분명한 온갖의 이유를 대
내 주머니를 털었고 내 마음을 상하게 했다. 집 근처 1년을 넘게 드나들었던 야채가게  아저씨는
여전히 나에게 썩은 감자와 시든 상추를 너그러운 표정으로 내밀며 최상품의 가격을 부른다.

파랑, 빨강, 초록의 가로 줄무니 정 가운데 이슬람을 상징하는 초승달과 별하나의 문양이 있는
아제르바이잔의 국기가 푸른하늘과 어울리게 펄럭이는 날이 좋았다.  
나 보다 훨씬 연세가 있는 아저씨도 내 팔다리 보다도 훨씬 가느다란 팔 다리를 갖은 청년들도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는 버스나 전철의 풍경이 고마운 날도 있었다.
2년이 넘게 드나드는 재래시장의 야채가게 할아버지는 첫 구매에 3배가 넘는 바가지를 씌운게
미안하셨는지 이 동양 여인이 2년이 넘게 당신의 가게에 드나들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하셨는지 볼 때 마다 처음마냥 그리고 마지막일 것 마냥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미소로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주신다.

이곳이 아제르바이잔 이였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이곳을 떠나게 될지, 몇달 후 다시 돌아오게 될지.....
이곳을 떠나게 되면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로 가게 될 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이 떠나게 된다는 기정 사실 하나로 3개월째 그저 그 뻔한 사실만을
공표하고 있는 베비라쿠씨의 회사 방침에  베비라쿠아씨 부부의 마음은 무척이도 흔들리고 있다.
두려워지는 미래, 목구멍이 포도청인 그래서  미리 계획하기 힘든 삶이 내 앞에 도래했음에 겁이난다.

기정 사실에 쾅하고 도장을 찍은 3월 1일 오늘, 나는 바쿠에게 이별을 고한다.
2년하고도 4개월간 너와의 미운 그리고 고운 정.
혹 몇 개월 후 다시 돌아온다 할지라도, 혹 돌아오지 않고 다른 어딘가로 또 그렇게 떠나게 될지라도, 그런것에 연연하지 않고 너와의 지난 28개월 간의 시간을 정리한다.

없는게 메리트인 내 인생...
내 나이 40대에도 50대에도 60대에도, 새로운 무언가를 향한 안전하지 않은 도전을 걸때면
내 오랜 동지 마냥 내 옆에서 행복한 에너지를 전해 줄 이 노래를,

 
모든것에 버거워 하는 중 인 나에게....
그리고 비슷한 이 시점에....
알 수 없기에 두려운 하지만 설레임으로 기대하는 그런 미래를 향해,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깨지고 터질지라도 모르고 살았던 다른 그 어떤 것에 도전한다는
용기를 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당신들에게.....

 

youngchippy 2012/03/01 22:10 R X
오래 전에 이리 생각한 적이 있어요. 30대 까지는 뭐든 해봐도 돼. 도전이든 실험이든, 아무 것도 없어도 뭐든 시작해 볼 수 있다고. 아마 그땐 거의 공부로 시간을 보낼 때라 그랬지 싶어요. 돈벌이도 몇 년 경력이 쌓일 즈음이었고, 공부도 한창 재밌다, 행복하다 생각할 때 였으니까요. 돈벌어서 공부하는 데 쓰고, 또 그렇게 돌고도는, 여행도 가끔 다니면서 괜찮은 인생일 것 같다...ㅎ
결혼을 하고, 애가 생기면서 점점 '안정'과 확실하게 보이는 미래를 바라게 되지요. 나이가 들 수록 '돈'이 그저 돈이 아니라 '책임'이 되고 생활의 중심이 되가요. 애면글면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의 경제력이 안되면 여러 인생이 흔들리기 때문이죠.
벨라님은 즐길 수 있을 때 부부가 열심히 즐기며 살길 바래요. 아직은 젊으니까...ㅎ...남편의 일의 특성상 외국으로, 여러 곳을 다닐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니 어쩌겠어요. 저흰 남편이 안식년을 가질 수 있는 데, 그렇다고 그 1년을 한국이나 어디로 나가긴 또 힘들지요. 집이 있고(처치 곤란), 애니 학교, 워낙 고민할 게 많지요. ^^
벨라줌마 2012/03/03 22:37 X
그러게요. 책임을 져야하는 조금씩 양보해야 하는 현실과 만난 저희부부, 부부입니다 도장 찍은 후 함께 넘기는 첫 고비네요. 잘 넘기겠죠 사랑으로~ ㅎㅎ
美의 女神 2012/03/02 09:42 R X
드뎌 빠이군요. 시원 섭섭?
아직 젊은걸요 뭐...
사정이야 어쨌던 다양하게 경험할 수있어서 좋지요.
가장 부러운 것... 젊다는 것. ^^
벨라줌마 2012/03/03 22:43 X
정확한 연배는 모르겠으나 손주들까지 있으시니....음 더하고 음...쪼금 더 더하고...ㅎㅎㅎㅎ
저는 여신님 보며 아 저렇게 나이들어가면 멋지겠다 한답니다. 쿨한 여신님처럼 자유롭게 훨훨 ^^
시원섭섭하지요. 더 남아야 할지도 모르니 아직은 이른 결정이지만...일단 저는 이태리로 숨쉬러 도망 갑니다.....근데 그것도 이것저것 마지막 결정할 일이 있어...베비라쿠아씨와 꼭하니 붙어있어야 하니.... 티켓도 계속 미루고 있는 중이랍니다....
너도바람 2012/03/02 09:50 R X
늘 가슴으로 스미는 좋은 글이지만, 바쿠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이 글은 정말 제 가슴에 콕콕 박히네요. 우나와투나 바닷가에서 읽은 더불어 숲의 부분을 댓글로 썼었는데, 저장도 하기 전에 실수로 다 날렸어요. ㅠㅠ
벨라줌마 2012/03/03 22:45 X
너도님 포스팅에서 몇구절 읽었어요....
아...너무 좋더라구요....
다른 글귀라면....다. 시. 써. 주. 세. 용 ㅎㅎ ^^
너도바람 2012/03/04 17:32 X
우리가 떠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제 한 몸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지난 세월을 떠난다는 것은 수고로운 수고일 뿐입니다. 생각하면 우리는 결코 떠날 수 없는 자리에서 저마다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땅에 뿌리박은 한 그루의 나무일 뿐입니다. 제 한몸이나마 떠날 수 있다는 생각도 실은 소망일 따름입니다. 우리의 삶이란 비록 그것이 감옥처럼 괸 세월이든,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이든 지나간 세월은 어김없이 우리들의 가슴 속에 깊숙이 들어와 결코 떠날 수 없는 자기 자신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012.01.17 수요일에 옮겨 적었다고 써 있네요.
벨라줌마 2012/03/05 14:40 X
너무 읽어 외울만큼 읽었어요.
월요일 아침 좋은 소식, 힘나는 에너지를 전해주는
분들이 주변에 가득한 저는 복많은 행복한 인생 입니다 ^^
분수령 2012/03/02 11:14 R X
아쉽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서 더 좋은 글들이 올라올 것으로 믿기에 그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제 말이 맞죠?
벨라줌마 2012/03/03 22:47 X
네 맞습니다. 분수령님 ^^
요즈음 달아났던 기운이 다시 막 나는 걸요? ㅎㅎ
우리함께 2012/03/03 06:25 R X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깨지고 터질지라도’ 이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말로 생각했는데 bella님이 내게 하는 말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는데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하기에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고 말거든요.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입니다.

벨라줌마 2012/03/03 22:49 X
우리님의 말씀은 늘 저에게 큰 힘을 줘요.
그래서 제가 늘 더 감사합니다 ^^
또 다른 세상...그 궁금한 미래가 곧 보이겠지요?
WallytheCat 2012/03/03 18:47 R X
아직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은 시일 내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읽혀지네요. 제 경우를 보자면, 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4년쯤 되면 살만한 곳이 되어 있더군요. 이미 안주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면 되겠지요.

다음 정착지가 어디가 될지, 흥미를 가지고 지켜 보렵니다. 이제 곧 봄이 올 것이니,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마시길 바래요. 화이팅!
벨라줌마 2012/03/03 22:52 X
앙~ 화이팅!! 저도 모래바람 부는 사막으로 가고 싶어요. 왜 자꾸 눈보라 날리는 나라로 보내시려는지...윗분들 혼찌검 좀 내주세요 ㅎㅎ
프라우고 2012/03/03 22:53 R X
애증의 도시, 바쿠를 떠나게 도시니 시원 섭섭하시겠어요. 여기 저기서 살아보신 후 정착 하셔도 되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화이팅입니다~~!
벨라줌마 2012/03/05 14:41 X
하하하 애증의 도시 바쿠.
바쿠에게 조금 미안한 맘이 들다가도 맞아요 맞아요 맞장구 치고 있었더랬습니다.
네~~ 화이팅이요!!!!
조상연 2012/03/04 09:30 R X
"없는게 메리트인 내 인생..."

너무 없어서 속 끓이는 저와는 달리 긍정적이어서 좋습니다. ㅎㅎ
벨라줌마 2012/03/05 14:49 X
에이.....
토끼같이 사랑스러운 따님들과 언제나 든든한 인생의 동반자 아내분이 계시는걸요?
세상 최고부자께서 너무 없다라고 말씀하시면 곤란합니다 ^^ 제 긍정의 힘은 오블에서 만난 모든 이웃들께서 갖고 계신, 그래서 저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는 에너지를 받고 있는 원인도 있답니다!! ㅎㅎ
담양댁 2012/03/05 01:54 R X
말씀은 그리 하시지만 웬지 밝고 낙천적인 성품을
지니셨을 것 같아요. 걱정없삼~~ㅎㅎ
알 수 없는 미래에 축복을 보냅니다. 홧팅!!!
벨라줌마 2012/03/05 14:51 X
안녕하세요 담양댁님~~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
저에게 보내주시는 축복 한톨도 남기지 않고 다 받으렵니다. 감사합니다.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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