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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너 정말 나한테 이러기야..? 본문

Life/Azerbaijan

바쿠...너 정말 나한테 이러기야..?

벨라줌마 2018. 12. 13. 04:11

2012/02/09 21:59

뭔가 나쁜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질 때가 있다.
왠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마구마구 밀려오는 그런 조짐....
사실 무지 추워진, 눈보라 휘날리는 2주전 부터 내 감각의 레이더망에
'음...뭔가 좋지 않아...' 가 느껴졌다. 겨울에 추운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지만
그 추위가 나쁜조짐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2주전 잘 돌아가던 부엌 라디에이터에 미세한 구멍이 뚫렸고, 밤사이 자고 일어나와 보니
부엌바닥을 수영장으로 만들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그간 남편의 회사, 집 수리팀, 수리공 아저씨들한테 잘 보여온 이유에 신디네집 (벨라줌마=신디,
남편의 회사 현지인들은 남편의 이름도 가끔 그냥 신디남편이라 부른다. 바쿠에서 신디 인기
나쁘지 않다) 문제 생겼다 하면 늑장 안부리고 달려와주는 특권을 누리고 있고,
(이거 바쿠에서는 최고의 특권이다) 그 사건이 터진 다음 날 바로 새 라디에이터를 들고와
교체해 주었다.
이틀 후 이번에는 보일러가 말썽을 부렸다. 어디에 문제가 생긴것인지 물이 한방울씩
떨어져 보일러가 위치한 세탁실 바닥을 순식간에 호수으로 만들어 버렸다.
전화를 넣었고 고맙게 다음날 점검을 나와 보더니 보일러를 바꿔야 한다며 집주인과 알아서들
협의하고 새 보일러를 들고와 교체해 주었다. 일주일사이 새 라디에이터에 새 보일러,
꽁돈으로 새살림 장만한 이유에 기분 좋아 실실 웃고다녀도 모자랄판인데 기분은 계속해서
좋지가 않았다. 그저 날이 추워 코에 바람쐬러 나다니는 시간이 줄어 그러려니 했다.

어제 저녁식사 후 설거지를 하는 중에 부엌개수대가 막혔다.
너무 추워 다시 나가기 싫다 별 억지 다 부리는 베비라쿠아씨 짜증섞어 등떠밀어 '뻥뚫어' 사오라고
내보내고 밀려드는 짜증을 가라 앉혀보자고 어제 친언니에게 받은 소포 안, 화장품 뚜껑이 험난한
여정길에 박살이 나 도착했고, 두조각 난 화장품 프라스틱 뚜껑을 강력본드로 붙여보고자
자리잡고 앉아 풀질을 하고 붙으라고 기다린 3초...
젠장... 붙으라는 플라스틱은 안붙고 내 검지와 엄지 손가락이 붙어버렸다......
초강력 무색 본드 사용을 안해본 무식한 신디가 일을 냈고,
5분뒤 뻥뚫어 사들고 들어온 베비라쿠아씨,
거의 울기 직전 새파랗게 질린 나를 보고, 무슨일이 벌어진 것 인지 상황설명 들은 뒤.....
베비라쿠아씨 부부......

초등학교 시절  X침 장난에 너무 몰두한 반친구 하나가 발표하러 일어난 짝궁 의자에
연필 세로로 세워, 앉으며 그대로 꽃혀 응급실행 실려가는 그 친구를 보며 너무 웃겨
상황 파악 못하고 미친듯이 웃어대던 과거와 크로스 오버 되며....

정말 미친듯이 한참을 우린....그렇게...웃어댔다.....

현실의 심각한 상황을 인지한 시간으로 돌아온 후,
나는 응급실행을 주장했고,  그는 본인의 수술집도를 주장했다.
아무리 믿어 의심치 않을 내소중한 그대지만 수술집도는 좀 아니다....싶어....
이태리에 계시는 시아버님께 전화로 자문을 구했다. 일명 맥가이버 우리 시아버님,
생활의 지혜, 응급상황 대처 상식의 수준이 국보급이시다.
아버님 왈 일단은 솜에 아세톤을 잔뜩 묻혀, 붙은 손가락 사이에 넣어두고 조금 있다가
면봉에 아세톤을 또 잔뜩묻혀, 붙은 손가락을 면봉으로 천천히 띠어내라는 지시다.
긴장감 흐르는 10분간의 대(?)수술 후 내 손가락은 본인들의 자리로 돌아왔다.
기막히게 지시하시고 지시대로 잘 이행한 베비라쿠아 가족....
그저 전화 사이로 웃음만이..... 그렇게 한참을 비싼 전화비 잊고 웃음만이.....

아침에 눈을 떠 '꿈이었나?' 엄지와 검지를 보니 지난밤의 대수술은 꿈이 아니었다고 손가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본드의 잔재물이 친절히도 말해준다.
기분은 그냥 계속 저조했다. 지난밤 그리도 웃어댔는데.. 전혀 개운하지가 않은 것이
매우 이상하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밤 막힌데  뚫어지라고 기원하며 부워놓은 화학약품은
전혀 제 역활을 하지 못했고.....거기에 더하여 물이 나오지 않. 는. 다.
이런 젠장......

지난 주 부터 물안나온다고 난리들이였는데 '우리는 아닌데~'라며 좋아했건만
끝내는 이곳의 수도관도 모두 얼어 오늘부터 우리 아파트 라인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베비라쿠아씨의 세심한 관찰에 의하면 배수관 역시 이물질에 의한 막힘이 아니라 물흐르는
수도관이 얼으면서 지난밤에 고여있던 물들도 얼기시작한것 같다는 결론이다.

오늘 아침... 새로 바꾼 보일러에서는 또 한방씩 물이 떨어지고 있다. 
집에서 이상한 악취도 나는 거 같다...
뭔가 엉망진창이다...

이런 젠장.....
나는 바쿠랑 정. 떼. 는. 중. 인. 가. 보. 다.

 

美의 女神 2012/02/10 00:54 R X
정 떼 는 중... 맞네요.
물없이 살기...상상도 안 되네요.
이런 젠장. ㅋㅋ
벨라줌마 2012/02/13 14:29 X
네...그런가봐요...흑흑흑
우리함께 2012/02/10 01:33 R X
이런 젠장~~~
다른 말이 생각이 안나네용.
지금쯤은 잘 해결되어 있음 좋겠어요.

나도 어릴 때 그 백색 투명본드에 손가락 붙어버릴 뻔한 기억이 있슴당
벨라줌마 2012/02/13 14:30 X
해결된것이 하나도 없답니다.....
인터넷도 끊겼다 연결되었다 반복되고 있답니다...
흑흑흑
youngchippy 2012/02/10 04:58 R X
역시 시아버님은 맥가이버지요. ㅎ...참으로 막막했겠네요, 두 손가락이 하나 됐을 때는. ㅋ...유럽쪽 한파가 대단하다고 하더니만 바쿠도 예외가 아닌가 봅니다. 대신 이곳은 여전히 마일드 해요. 세상 행,불행은 이렇게 더하고 빼서 같아지나 봅니다. 물도 안나오고, 하수구는 막혔고, 보일러는 또 물이 떨어지고...바쿠가 정을 떼나 봅니다. 어쩌겠어요...참아야지...허벅지 꼬집어가며...는 아니구나. ㅋ...에헤라 디여~~...이거 효과 있어요. 웬지 기분이 좀 풀린 답니다. 따라 해보세요. 에헤라 디여~~ㅎ...
벨라줌마 2012/02/13 14:31 X
에헤라디야~~
이번사건에는 효과가 없는 듯 합니다..
흑흑흑
조상연 2012/02/10 10:25 R X
수도가 고장나도, 변기가 막혀도, 두꺼비집에 휴즈가 나가도,
이 모두가 아내의 몫이지요. 저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ㅉㅉㅉ
벨라줌마 2012/02/13 14:33 X
저에게는 상연님 아내분의 내공이 없답니다.
나흘째 저희집은 저희 남편이 이리저리 미친듯이 해결해보려 노력중이지요....흑흑흑
프라우고 2012/02/10 22:21 R X
이제 해결되셨어요?
ㅎㅎ


교실에 걸려 있는 세계 지도에서 아제르바이젠 바쿠를 찾았어요. 엄청 반가웠어요.
벨라줌마 2012/02/13 14:34 X
아니요....손가락이 제자리를 찾은 것 외에는 아직은 해결이 아무것도 안되었네요 흑흑흑...

요새는 바쿠가 조금 밉습니다....
catalunya 2012/02/11 04:11 R X
위로 차이 한 잔 하자는 말에 그만 눈물이 뚝뚝...
신디언니, 우리 부부 다음 주 수요일에 갑자기 이사하게 됐어요. 고통스러운 나날이 담긴 글을 읽으면서 완전공감했어요! 저도 장문의 글을 제 블로그에 남겼답니다. 글쓰다보면 감정의 객관화가 돼서 그나마 좀 고통을 잊을 수 있거든요. 속상한 일이 많을수록 남편뿐이어요. 그쵸? ㅠ.ㅠ
벨라줌마 2012/02/13 14:36 X
오마이갓....그리 갑자기요? 토킹어바웃 해야겠군요........ 난 컴터도 이상해서 몇일간 컴터도 못했다우...
WallytheCat 2012/02/11 04:55 R X
어이쿠, 어쩌나요. 날씨가 추우니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중인가 봅니다.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침착하셔야 해요. 자꾸 화내고 짜증내면 그 감정의 고조가 일을 더 망치게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순간접착제 부분 읽을 때, 아세톤으로 하면 되는데... (그런 게 댁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명 신나(paint thinner)도 되고)도 속으로 생각했더랬는데, 집안의 해결사이신 시아버님께 여쭤 방법을 찾아내었다니 다행, 수술 안 하시길 천만다행입니다.
벨라줌마 2012/02/13 14:37 X
앙....왈리님.... 자꾸 화나고 짜증이 나서 죽겠습니다.
그나마 오늘은 해가 반짝뜨니 조금 웃어집니다....
WallytheCat 2012/02/14 03:25 X
해도 났다니 다행입니다. 여기 많은 해, 조금 전해 드릴 수도 없고...
잠시 이곳에 와서 사시다 가시든가요. ㅎㅎ
벨라줌마 2012/02/14 17:29 X
헤헤 저 왈리님 가까운 곳으로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번주에 발령이 날 것 같아요
WallytheCat 2012/02/15 02:26 X
그려요? 이런 반가운 소식이... ^^
그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두바이쯤 되면 무척 좋겠습니다. 발령 나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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