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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에 의한 선천적 복수국적자

벨라줌마 2018. 12. 8. 15:34

2015/11/20 17:50

 

몇 해 전부터인가 이중국적자라는 말을 대신하여 복수국적자라는 말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뜻이 전하는 의미와는 다르게 이중 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의 의미(이중첩자, 이중생활 등)가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에 매우 공감을 하게된 것은 나 역시 '경험'을 했기때문인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출생을 한 세레나는 출생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이탈리아 시민이 되었다. 출생 5개월이 되었을 당시 모스크바로 오게 된 우리는 자연스럽게 국제 여권을 만들어야 했고 그 여권안에 러시아 비자가 있어야 했기에 그에 따른 모든 서류상의 국적 기입란에 "이탈리안"을 기입하게 되었다. 그 당시 아무 생각이 없던 나에게 큰 물음표를 던진이는 세레나의 아빠 베비라쿠아씨 였다. "세레나 한국 국적을 취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밀라노 영사관에 전화해서 좀 알아봐!"

베비라쿠아씨의 진담 반 농담 반 "이.중.국.적." 논란의 시기는 이미 한참 전 과거로 올라간다. 긴 연애시절...우리는 이상하게도 '사랑한다'는 말과 '결혼'이라는 단어를 아꼈었다. 그 말과 단어 대신, 매 번 한국을 올때면 나에게 농담을 하던 것이'우리 결혼하면 나는 자동으로 한국여권을 갖을 수 있는거야?'였다. 이제는..... '아내도 한국 여권이 있고 딸도 한국 여권이 있으니 나도 당연히 한국 여권을 갖아야 하는거 아니야? 무슨 절차가 필요한지 밀라노 영사관에 좀 알아봐!'이다. 그놈의 밀라노 영사관이 우리 수행 비서인줄 아나보다.... 밀라노 영사관에 세레나 출생 신고를 접수하고 3개월을 기다려 호적에 정식으로 올라 여권신청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그 당시 영사관 직원에게 현재 모스크바에 거주하고 있는데 여권 신청을 하려면 다시 밀라노로 와야하는가 질문을 했고 3개월 후 호적에 정식으로 오르면 여권 발급은 모스크바 대사관에서도 신속하게 처리해줍니다라는 시원스런 답변을 들었다.

 

나에게는 모스크바에서 우연하게 인연을 맺은 좋은지기 하나가 있다. 그녀는 러시아 사람과 결혼을 했고 세레나 보다는 2살위인 딸 아이가 한명 있다. 오랜 러시아 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공부 역시 게을리 하지 않는 천생 공부쟁인 그녀는 나에게 늘 많은 정보와 조언을 해주는 고마운 친구이다. 그녀와 우연하게 아이들 국적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나라는 이중국적 허용이 여전히 안되지 않나요라는 내 질문에 '출생에 의한 선천적 복수국적'이 몇 해 전부터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날 밤, 베비라쿠아 씨로부터 무언의 압박은 시작되었다...'한국 가기전에 빨리 진행해!!!!!!'

일단 모스크바 대사관에 여권신청을 했고 인터넷을 통해 복수국적에 대해 정보를 얻으려 서투른 나의 웹서핑이 시작되었다. 자타공인 컴맹인 내가 웹서핑을 시작은 했는데...... 참으로 어려운 안내문, 설명문에 사실 고충아닌 고충을 겪어야했다. 결국 무식하지만 늘 애용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 '얼굴보면서 설명듣기' '이해 되지 않는 사항들 그때 그때 직접 물어보기'를 택했다. 여권을 찾으며 모스크바 대사관 직원에게 복수국적에 대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니 '죄송하지만 자세한 사항은 출입국 관리 사무소를 통해 알아보시는 것이 나을 듯 싶다'는대답을 듣고 일리있는 그의 말에 한국행 해야할 일 목록에 '출입국 관리소'찾아가기가 보태어졌다.

한국에 도착하여 친정 오빠가 거주하고 있는 대전에서 모든일이 진행되었다. 참으로 험난하였음을 미리 하소연 한다......... 출입국 관리소 행 이전에 해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외국에서 출생 신고를 하게 된 세레나는 주민등록 뒷자리를 부여받지 못했다. 주민등록 뒷자리를 부여받기위해 주소지로 등록되어있는(외삼촌, 외숙모) 대전의 한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번호 발급 신청서를 작성했고 꼬박 일주일이 걸려 발급 받은 세레나의 주민등록번호.....그야말로 만세 삼창..... 꼭 필요한 것은 아니였지만 꼭 하고왔으면 했던 일들이었기에.... 세레나의 아부지를 기준으로 양가 가족 모두의 열렬한(?) 지지하에 이루어진 일이기에 후회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는 처리과정 이었지만.....행정 처리는 어느 곳이든...쉽게 진행되는 법이 없다. 진땀을 뺀 것은 우리만이 아니였다. 대전의 작은 동사무소....아마도 빈번하게 처리하는 행정업무가 아니였던 탓에 애꿎은 동사무소 직원 역시 여러곳에 전화를 넣어 문의하며, 우리의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 하며 일처리를 해야했다. 새삼 그녀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마지막으로 너덜너덜 해진 마음과 육신을 이끌고 대전 출입국 관리소를 찾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생각 보다는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이다 라는 생각은 사무소를 나오며 들었다. 수 많은 국적의 외국인들..... 여러가지의 사연으로 찾는 그 곳..... 사실 대부분의 중요 업무처리는 노동비자,거주비자 연장인 것으로 보였다. 노동비자, 거주비자..... 발급하는 업무를 맡은 사람도 발급을 요청하는 사람도 모두가 지친 표정이 역력했던 기억이 지워지지를 않는다. 친정엄마, 친정 오빠 그리고 세레나를 동반하여 두리번 거리는 나에게 동남아 여성으로 보이는 자원 봉사자 한 분이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를 물었다. 복수국적에 대한 문의를 하고자 한다는 나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아마 그녀가 늘 도음을 주는 내용이 아니였던 듯 했다) 허둥대는 그녀의 등 뒤에서 나이 지긋하신 직원분이 무슨 용무이십니까 물어왔고 자리에 앉아 우리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나의 긴 설명 끝에 세 장의 안내문이 출력되어 내 손에 쥐어졌고 잊을 수 없는 그 분의.....감히, 감동적이라 느껴진 답을 들었다.

 

"세레나는 그냥 100% 한국사람 그리고 100% 이탈리아 사람입니다. 그 말의 뜻은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인으로 외국인 행세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또한 이탈리아에 있을 때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외국인 행세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 조카들이, 이웃의 자녀들이 있지요? 그냥 그 아이들과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 아니기에 그에 따른 또 다른 부가적 문제점들은 있겠으나 그 것 또한 감수해야 할 부분들 이겠지요?"

출입국 관리소를 나오며....알 수 없는 눈물이 났다. 친정 엄마도 친정 오빠도 같은 기분이었던 것일까....친정엄마는 "그러게나 말이다 나는 세레나가 50% 한국인 50% 이탈리아인 이다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아버지가 이탈리아 사람이니 애는 그저 이탈리아 사람이거니 생각하여 외국인이라 생각 했다는 것이 더 맞겠다" 하셨고...... 친정오빠는 "애고 조카녀석도 내 등본 믿에 이름 올린거야? 부양가족 늘었다 임마"라고 농담을 했다.

그렇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는 출생과 동시에 '출생에 의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서 아버지의 출생국과 어머니의 출생국 국적을 동시에 자동으로 취득하게 된다. 다만 한국 국적법 제 13조에 의거하여 만 20세가 되기전에 복수국적을 가지게 된 자는 만 22세가 되면 국적 선택기간이 경과하니 그 2년내에 국적선택 신고를 하여야 한다.

 

출입국관리소 직원분은 부가 설명으로 이런 말을 해주셨다. "세레나는 2012년 생입니다. 아이가 만 22세가 되면 2034년......? 생각보다는 먼 미래입니다 하하하 그때는 또 국적법이 어떻게 변경될 지 모를일 입니다.....아직 시간이 많으니 20년 후에 어떤 국적을 선택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너무 이르겠네요?"

내 솔직한 마음을 고백한다...... 만약 내 아이가 여아가 아닌 남아였더라도..... 이런 스스럼 없는....고민 없는 '여권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을지는 자신하지 못한다..... 아마도 국적 취득보다는 국적포기....를 더 염두한 정보 얻기에 혈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군대문제가 얽혀있는 내 고국의 어두운 이면.... 부모라는 죄인을 이기적으로 만드는 가슴아픈 현실이다.

폭력,테러 그리고 전쟁......그 지독한 것들의 이면에는 분명 평화가 공존한다고 믿고 싶다.... 내 아이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최소한의 양심, 책임 그리고 의무가 무엇일까는 항상 고민해야 할 우리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레나는 한국에 있는 동안, 어린이 집 시간제 보육을 이용할 수 있었다. 또한 11월 건강보험 납부 고지서가 도착했다고 한다......

 

우리는 세레나의 국적 선택을 놓고 고민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아직은 먼 미래라고 미뤄 두려는 의도는 분명 아니다. 세상은 바뀐다.....그리고 나는 그 바뀌는 세상이 소수가 아닌 다수의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한다. 우리 모두의 소망 그리고 희망이기를 또한 소망한다.

 

 

WallytheCat 2015/11/28 04:22 R X
내용을 읽기는 읽었는데, 법적인 내용이 제 머리로 100% 이해가 된 것 같지는 않네요. 지금은 좀 더 국제화 되었고, 좀 더 친절해졌다고는 해도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는 않았겠다는 짐작이 가고도 남네요. 그 과정은 그랬다 하더라도, 세레나가 100% 한국인으로서 한국 여권을 발급 받았다니, 축하 드려요!

전 작년에 한국에 갔다가, 내내 써오던 은행 카드며 통장 사용에 문제가 생긴 걸 알았어요, 그것도 아주 늦게. 은행 직원 왈, 출입국관리소에 가서 뭘 받아오라는데 그 날이 출국 바로 전 날이라 결국 포기해야 했지요. 다음에 한국에 가면 해야 할 숙제로 남겨 두고요. 그런 생각하면, 머리부터 지끈~! ㅎㅎ
벨라줌마 2015/12/09 04:20 X
솔직하게....저도 100% 이해 못했어요.... 국적법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복잡하더라구요. 만20세가 되면 국적포기를 해야하는 한국 국적법과는 다른 복수국적 허용 국가들도 상당히 많은데 우리는 제한되어 있는 것들이 아직 많아요.... 좀 더 국제화가 되어가는 마당이니...우리도 뭔가 또 달라지는 것들이 있겠지요? ^^ 세레나 여권 발급 받기를 잘했어요. 출생에 의한 복수 국적 아이들은 한국 여권이 없으면 한국에 들어 갔을떄 뭘 또 신고 해야하고 등등 복잡하더라구요 에고....힘들어요 앙

머리 지끈 백분 이해합니다. 은행 이용도 생각 보다 이래저래 제한 되는 것이 많더라구요....저도 이번에 새 계좌 한 번 열려구 시도하다 뭐가 무~~쟈게 복잡....포. 기. 하고 들어왔습니다. 왈리님 다음 번 한국행......미리 홧팅 입니다 ㅎㅎㅎ
너도바람 2015/12/11 09:43 R X
영어도 아닌 한글을 나만 이해못하는줄 알고 위축됐었는데, 다행입니다. ^^*
벨라줌마 2015/12/24 22:07 X
이런걸로 위축 되시면 너도님이 아니시지요 ㅎㅎㅎ
저는 시댁와서 또 시작된 서류 작성, 공기관 방문.... 지겨운 이짓거리를 또 하고 있어요.... 끝나지 않는 타국의 외국인 인생...징글징글 합니다. 그래도 이번 체류허가증 발급이 마지막이라네요...저 영주권 같은거 나오나봐요 ㅎㅎ
정우진 2016/10/19 23:44 R X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국제결혼해서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특히 100%한국인 100%이탈리아인이라고 하는말씀 )저는 남자아이도 있어서 향후에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도 하긴 했는데요. 생각해보니 먼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네요ㅋ. 예전에 출입국사무소 게시판에 이런글을 올렸어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이 어떤지 아냐고. " 국제결혼을 한 커플들 자녀에게 한쪽 국적을 포기하라고 하는것은 엄마나 아빠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과 같은 고통일거리고요. 원정출산, 군대등의 문제로 복수국적관련해서 제한이 있다고 하나, 부모가 국제결혼을 한 경우에는 예외로 허용을 해주어야한다고 글도 올리고 했었는데요 ㅋ 점점 바뀌는것 같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제한이 있기도 하고요. 암튼 항상 힘내시고 바랍니다.
메이데이 2016/10/24 23:31 R X
한국말 이해 불가 현상이 전세계 한인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 또 다른 1인입니다. 저한테는 말과 글 배우기 전에 한국을 떠난 아들놈이 하나 있는데, 여기 중국은 영주권 제도도 없고 해서 고민이 많습니다. 아들 말씀에 찔려 가지고 한 줄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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