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4 06:27

벌써 일년이다. 세레나와 미온이 우정를 키워 온 것이....... 두 아이는 넉 달 차이로 이탈리안과 한국인의 유전자가 섞여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일하게(?) 이탈리아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유일하게(?) 한국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사이로 티비 만화영화도 러시아어, 유치원 친구들도 러시아어를 하는 모스크바, 조금 먼 이웃으로 살고 있다.

퇴근 하고 집으로 돌아온 베비라쿠아씨가 하루종일 어찌 참았나 싶을 만큼 속사포 수다를 늘어 놓은 내용의 주인공들 '순미씨와 미온'. 이들의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고 싶어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너스레를 떨며 숨도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던....일 년전 오늘 도착했던 따끈 뜨끈했던 그 소식, 그 소중한 인연의 끈이 벌써 일년이나 엉키고 설키며 우리를 이어주고 있기에...오늘 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본다.

작년 2월, 베비라쿠아씨의 이태리 본사에서 현재 러시아 지사를 장악하고 있는 세력(?)을 견제(?)하고자 한 뭉텅이의 또 다른 경영진을 보내왔다. 한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정치세력 만큼이나 한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정치세력이 보여주는 이해불가 행위들, 평범한 우리네 분노를 사기에 충분한 일들... 참으로 끊임없이 벌이며 대단한 체력들을 과시한다. 진흙탕 싸움 이야기.....솔직히 나는 재미없다.... 모르고 살면 좋겠지만 알아야 살아남는 지금 우리부부의 현실에 나는 늘 녹초가 된다.

여하튼 기존에 세력을 장악한 그룹에 끼지 않은(못한) 베비라쿠아씨가 독불장군으로서 그의 소임을 다하고 있던 시기, 견제 세력으로 도착한 새그룹의 러브콜을 그야말로 미친듯이 받게 되었다. 새로이 받고 있던 러브콜에도 꿈적을 하지 않으며 모난 돌 행세를 하던 그의 앞에, 그의 마음을 심히 흔들리게 하는 수식어 '한국인 아내를 둔' 상사가 나.타.났.다.

베비라쿠아씨의 회사내 비자관리 및 가족체류 도움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천운(?)이 내게 따른 것인가....그 부서의 수장인 세르게이는 한국어를 할 줄 알고, 한국 기업에서 다년 간 근무 했고, 일 년에 한 번은 무조건 한국으로 휴가를 가는 한국사랑 전도사 러시아 사람이다. 그의 스토리는 다음에 풀어 놓으련다. 유일하게 베비라쿠아씨와 이상스러운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를 줄줄이 달고 있는 단 한사람인 그가, 한걸음에 달려와 전해준 소식이 "새로오는 프로젝트 매니져의 아내가 한국 사람이야...그런데 한국말은 하지 못하는데? 뭐지?" 였단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세르게이가 한 질문을 그대로 내게 한다. "한국 이름을 갖고 있고 외모도 한국 사람인데 한국말을 못한데....뭐지?"

순미씨는 입양아다. 1972년 그녀가 6개월 갓난 아기였을때, 로마에 살고 있는 마음 따뜻한 한 이탈리안 부부가 그녀를 그들의 막내 딸로 입양했다. 순미씨와는 10년, 8년 터울, 부부가 배 아파 낳은 두 아이는 너무 자연스럽게 순미씨의 오빠 그리고 언니가 되었고, 부부가 마음으로 낳은 아이 순미씨는 너무 자연스럽게 그들의 귀여운 막내 동생이 되었다.

그녀의 삶에 굴곡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미소가 전해주는 따뜻함에서...첫 눈에 좋은 양부모 아래서 곱게 귀하게 자랐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그녀의 개인사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위의 이야기를 그녀가 먼저, 나에게 들려준 것만으로도 아주 많이 충분했다. 내 유소년기와 청년기 그 삶의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지 않듯, 그녀의 유소년기와 청년기 삶도 시시콜콜 늘어놓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나도 그녀도 이 세상 많은 사람들 모두 마음에 상처로 베인 사연 하나 없는이가 얼마나 있을까......

베비라쿠아씨는 여전히 견제세력으로 배달된 신세력에도 규합되지 못한다. 그로인해 힘들지 아니 하다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가 좋아서 함께 하고자한 내 선택에 후회가 없다.

일터 밖에서 우리는 좋은 친구들이다. 계급장 떼어 놓고 베비라쿠아씨와 알도(Aldo)는 그들이 감히 사랑한다 외치는 한국 문화, 한국 음식 이야기, 더 나아가 한국 여행도 함께 계획하고 한국에 투자하여 돈 좀 벌어봐(?)하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말도 되지 않는 협잡을 꾸미며 낄낄댄다. 알도는 한국으로 신혼 여행을 다녀온 본인들 이야기를 배경으로 나에게 끊임없는 질문공세를 한다. 가끔씩 집으로 초대하여 한국음식으로 식탁을 채워 놓으면 정말 당황스러울만큼 접시를 비워내며 나에게 엄지 척, 신디 최고를 외친다.

순미씨도 견제세력으로 배달된 신세력의 일원, 17년차 건축가다. 한 사무실로 배정된 숙명의 라이벌(?) 관계, 외국으로 파견근무는 처음인 순미씨와 입사 순간부터 해외 파견근무로만 굴러먹은 왕터프 베비라쿠아씨는 매일 매일 전쟁을 치룬다. 그렇지만 일터 밖에서 그들은 그저 평범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나누는 대화가 주된 주제고 대도시 로마에서 자란 순미씨와 소도시 중에서도 진짜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란 베비라쿠아씨의 한 민족 다른 문화 이야기가 우리 식탁의 주된 주제가 된다.

나와 순미씨, 그녀는 현재 나의 가장 가까운 워킹맘 친구다. 그녀는 주 5일 하루 10시간 근무, 토요일 반나절 근무를 한다. 워킹맘으로 타지에 나와 도와주는 가족 하나없이 아이를 키우는 고충을 나에게 털어 놓고, 나는 반대로 타지 생활+엄마로서만의 삶에서 오는 고충을 털어 놓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충고한다. 우리에게 국적은 큰 영향이 없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다른 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의 현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그녀, 이탈리아와 한국에서 각각 유소년, 청년기를 보내며 자란 서로의 다른 배경, 이 모든 것이 불리하게 작용되는 경우는 없다. 우리는 그저 평범한 친구사이다.

아주 솔직하게..... 이상하리만큼 아이들은 우리들을 따른다. 세레나는 순미 아줌마와 알도 아저씨만 있으면 내가 한 두시간 보이지 않아도 전혀 찾지 않을만큼 그들을 따른다. 미온은 나와 스스럼 없이 볼을 부비며 내 품에 파고들고 나는 한국말로, '사랑해요, 이리와, 안돼, 너 정~~말 말 안들어?"등을 말하면 내 뒤를 쫓으며 내가 한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한다. 베비라쿠아씨와 레스링을 한 판 뜨고 좀비 놀이를 하며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남자들의 놀이를 즐긴다.

나는 이 아이들을 보며 그간 쌓여왔던 고정관념을 하나씩 버린다.....

우리는 많은 "다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다름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는 것, 다름이라는 선을 긋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그간 내 안에 쌓여왔던 고정관념을 하나 둘씩 내려놓는 것..... 그런 노력들이 미온과 세레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길, 험한 세상을 씩씩하게 헤쳐나갈 그들의 행로에 미력한 조력자 노릇을 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나는 커가는 두 아이의 우정을 오래 오래 지켜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세상 속의 다름, 서로의 다름, 다름의 다름을 아우르는 사람으로 성장해가기를 소망한다.

 

너도바람 2016/02/24 11:26 R X
우리들이 평범한 친구이듯. . .
벨라줌마 2016/02/26 00:38 X
네 ^^ 나이도 성격도 배경도 사는 곳도 아주 많은 것이 다르지만 그곳에서 더 많은 공통점을 찾아내는 '우리'처럼요 ㅎㅎㅎ ^^
WallytheCat 2016/02/29 08:33 R X
사람으로 산다는 일이 결국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 보고 배우는 일 아닐까 싶어요. 고정관념을 하나씩 내려 놓는, 마음을 열고 조금씩 다가가며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는 벨라줌마님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네요. 모스크바에도 조금씩 봄이 오는지 궁금~하네요.
벨라줌마 2016/03/01 00:53 X
모스크바의 봄 소식은 아직 이른가 봅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눈 발이 날려요....마음은 가벼운 외투 입고 싶은데...몸은 '아직은 아닌거 같다~~' 합니다 ^^

마음을 열고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신이 저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아요.... 사실 쉽지만은 않은 인간관계지만.... 선물을 받는 것... 그것에는 이유도 또한 조금 더 나아가 책임도 있다는 것을 배워 갑니다.
저는 왈리님의 이야기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고...배우는 걸요? 늘 감사해요~~ 그러니 포스팅 자주 올리셔요 플리즈~~~~
WallytheCat 2016/03/03 15:22 X
그리 말씀해주시니 힘을 내서, 자주 포스팅해야 할텐데, 어째 그리 되지가 않네요. 반성 중~! ㅎㅎ
벨라줌마 2016/03/05 02:46 X
반성은 쬐~~~~~~~~끔만, 힘은 많~~~~~이 내주셔요!!!!화이팅!!!
샤프 2016/02/28 21:22 R X
저도 위에 왈리님이랑 똑같은 심정으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무척 궁굼해 집니다.
벨라줌마 2016/03/01 00:57 X
저는 샤프님의 응원이 참 좋습니다 ^^ 요즘.. 그냥 감기지 뭐...라고 바보 같이 참으며 지나왔던 것이 아무래도 기관지염으로 발전(?) 된 것 같아 병원을 가야하는 상황과 만났고....세레나는 유치원 적응을 잘하는 날도 잘 하지 못하는 날도 있어 제 속을 태우며....잘돌아가 던 세탁기는 5일째 제 역활을 못해 손목 시린 손빨래를 하니 짜증이 나고 있답니다. 그래도 ㅎㅎㅎㅎ 웃어요 샤프님께 막 찡찡대면서 하소연 하면서요 힝~
알퐁 2016/03/04 09:55 R X
세레나 무릎 세우고 손 올리고 참 다소곳하게 예쁩니다^^
벨라줌마 2016/03/05 02:48 X
ㅎㅎㅎㅎ 한복 입히고 춘향전 찍어 볼까요? 요즘 엄마 속 무지 썩이는 말썽장이 세레나라서 미워 죽겠는데...알퐁님이 이쁘게 봐주시니....그래도 좋다 힝~~하는 저는 고슴도치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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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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