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Russia2018. 11. 25. 00:54

2017/12/17 05:21

 

해를 보지 못하는 시간이 하루 하루 더해간다. 꽤 길어지고 있다. 속모르는 누군가가 이제는 익숙해질만도 한거 아닌가요 라며 어설픈 위로를 보내다면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이 아니라 어퍼컷을 날릴지도 모르겠다......... 아침인가 밤인가 전혀 구별이 되지 않는 12월의 모스크바는 내 공격성의 민낯을 드러내게 한다.

러시아 출신의 사람에게 당신도 추위를 타나요? 혹은 이정도(이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추위가 힘들어요? 식의 당치도 않는 질문을 한 적이 있는 그대가 있다면 반성해야 한다..... 그래서 그대 중 한명인 나는 반성하는 중이다...... 내 온마음을 다주고 또 다 주어도 더 주고싶은 내 러시안 지기들이 겨울의 시작, 겨울의 중간 그리고 겨울의 끝을 보내며 '너무 추워! 완전 우울모드야!'를 수도없이 외쳐대면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기때문이다. 근 40년의 시간을 보냈어도 50년 아니 100년의 시간을 보냈어도 당연히 추운건 추운거다. 어떻게 그것에 익숙해질거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고정관념(stereotype)은 한 문화나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널리 퍼져있는 지식이나 믿음이다. 고정관념이 곧장 편견(prejudice)이 되는 건 아니다. 그건 자신의 신념과의 갈등에서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편견이 약한 사람은 고정관념의 활성화를 통제함으로써 편견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어떤 범주 또는 집단에 대한 태도에서 인지적인 측면을 ‘고정관념’, 감정적인 측면을 ‘편견’, 그리고 행동적인 측면을 ‘차별행동(discrimination)’으로 볼 수 있다.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은 “우리 인간은 세상이 우리의 편견을 확증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반대의 견해에는 사고()하는 수고가 필히 수반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고하느니 차라리 죽고 마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들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고장관념과 편견'을 쳐보니 위와 같은 내용의 정보글이 있다.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다..... 난 편견이 약한 사람이어서, 고정관념의 활성화를 통제하여, 편견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에 속할까..... 그러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자신있게 그렇다고 할 용기 혹은 뻔뻔함은 없다.

몇일 전, 운동을 하러 다니는 스포츠 센타에서 만난 한 중년의 러시아 여성과 나눈 대화가 몇일째 내 속을 헤집고 있다. 나는 3년째 같은 스포츠 센타에 다니고 있다. 나는 스포츠 센타에 운동을 하러 간다. 목표가 명확하여 뚜렷(?)하다보니 친목을 도모한다는 등의 인간관계 넓히기는 실패다. 그렇지만 나는 늘 이목의 집중 혹은 관심의 대상에 목표가 된다. 이 우라질 놈의 스포츠 센타에 다니는 동양여성이 나 하나인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3년째...... 꾸준하게....... 무척 조용하지만 무지 열심히 다니고 있다는 이유와 더불어 참으로 꾸준하게도 러시아 말을 못하는 내가 관심의 대상임은 확실한 듯 하다.

그러다보니 모르는 상대가 나에게 친절하고도 사뭇 달콤하게 말을 걸어 오기도 한다. 러시아 말은 꾸준히 못알아 먹으면서도 성실하게 출석하는 아침 그룹반, 함께 운동하는 회원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탈의실, 샤위실 혹은 사우나 실 안에서 만나 달콤하고 친절하게 웃는 얼굴로 말을 걸면 나도 모르게 열심히(?) 투명하게(?) 최선을 다하여(?) 진실만을(?) 대답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옷. 벗. 고. 만나는 사이의 위력이다.

얼굴은 알지만 대화는 나눠본적 없는 그녀가 사우나 실에서 묻는다.

Are you Chinese or Japanese?

내가 참으로 안 좋아하는 질문 유형이다.

길다고 할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내 이방인의 삶. 그 시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소통(?)이라는 걸 해본 경험의 결과........ 나는 첫번째 혹은 두번째로 물어오는 질문의 유형으로 상대를 판단한다. 그리고 결정한다. 당신은 별로군요.... 혹은 당신, 얼~ 시작이 나쁘지 않군요......를 말이다.

당신은 중국사람 입니까? 아니면 일본 사람입니까? 로 상대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은...... 대부분 고정관념을 넘어선 편견을 보이는 질문을 하곤한다......

하지만...... 당신은 어느나라 사람입니까? 로 상대에게 관. 심. 을 보이는 사람은 편견이 약한 사람이어서, 고정관념의 활성화를 통제하여, 편견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에 속. 한. 다.

나는 미쿡 사람임이 거의 확실한 상대에게도 꼭 이렇게 묻는다 "Where are you from?".......... 왜냐하면 난 편견이 약한 사람이어서, 고정관념의 활성화를 통제하여, 편견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P.S 그녀의 세번째 질문은 동양여성 아니 콕찝어 한국여성으로 이탈리아 남성과의 결혼 생활은 어떠한가요? 였고 네번째 질문은 이탈리아인인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이탈리아 엄마들의 아들 사랑은 집착에 가깝다고 하던데 그래서 며느리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던데........ 였다.

동방예의지국 출신의 예의 바른 나는 사실적, 경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개인의 차이 라는 표본 오차의 통계학적(?) 의미를 한껏(?) 부가시켜 대꾸하기 싫었던 그녀의 질문을 공. 손. 하. 게  답했다. 그래고 마지막 마무리 말도 웃음띤 얼굴을 유지하며 건냈다.

'이런 젠장, 너나 잘하세요!'

물론 내 모국어 한국말로..... 그리고 혼잣말로 거기에 홀딱 벗은 알몸상태로 말이다......

이런 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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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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