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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Russia

No,574 детский сад

벨라줌마 2018. 11. 25. 00:48

2017/10/27 16:38

 

детский сад No, 574

детский сад (디에스키 사드)는 우리말 유치원의 러시아어다. 더이상 'Kindergaten' 이라는 영어가 아닌 'детский сад' 라는 러시아어가 내 삶에 깊숙하게 침투했음이 여과 없이 들어나는 내 현재 시간의 대표 단어 이다. 세레나는 이 달 초 운좋게 모스크바 국립 유치원 한 곳에 입학했다.

모스크바시 국공립 유치원 입학은 모스크바 시민외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건 외국인인 이방인 뿐이 아닌 타지인도 불가 하다는 의미이다. 뭐가 그리 빡빡한 것인가 의문이 들어 몇몇의 내 오랜 지기들에게 물어 보았다. 기대 했던 것 보다 그 이유가 매우 흥미로웠다.

구소련 연방시절 모스크바를 비롯한 소련의 모든 도시는 자유통행이 쉽지 않았다. 그 중 모스크바는 크렘린이 자리한 최고 공산당원들의 주요 요새였다. 모스크바 시민권을 갖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 되었다. 아마 그 '통제'라는 이름 아래 구축되어진 하나의 방편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비에트 시절, 그 기억에 꽤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내 친구 올가는 모스크바에 혹여라도 국제 행사가 주관되는 일이 생기면 시 전체가 텅텅 비워지곤 했다는 말로 나에게 '통제'라는 단어를 이해 시켰다. 같은 맥락으로 인원이 많으면 통제가 쉽지 않으니 모스크바 시민권을 갖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 되었다는 소리인 것이다. 그 인원에 맞게 세워진 학교, 병원, 공공 시설....... 1991년 소련 연방이 무너지고 '개방'이 허용되며 타지인, 이방인들이 모스크바로 들어왔다. 아주 오래전 일인 것 같지만 소련에서 러시아 연방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은 25-6년 전 일이다. 그 기간 동안 새로 유입된 인원에 비해 학교, 병원, 공공 시설의 증축은 생각 보다 많지 못했다. 90년대와 2000년대의 모스크바는 그야말로 진통의 역사를 겪는 시기였기에 새로운 무언가를 건설하고 고치고 증축한다는 일은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가 배경에 자리 하고 있기에 국공립 유치원 입학이 외국인, 타지인에게 쉽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장황한 이야기를 꺼냈다.

여전히 모스크바의 여러 국공립 유치원의 대기자는 이미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는 시기가 되기 훨씬 전부터 명단에 올린다. 그리고 타지인, 이방인인 나 같은 사람들은 아주 어쩌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설 유치원에 많은 돈을 내고 보내게 되는 형편에 처하게 된다.

소련 연방 시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는 항공 우주관련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당시 연구소 직원들을 모두 모스크바 시민으로만 구성 할 수는 없던 특수 사항에 50년 전, 문을 연 이 유치원은 이방인 허용이 가능한 유치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현재까지도 같은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반 국공립 유치원은 원비가 전액 무료지만 이런 특수한 연구시설 단지에 문을 연 국립 유치원은 일정금액의 원비를 내야한다. 그래도 사립 유치원비에 비하면 '감사합니다'가 절로 나온다. 거기에 시 보조금+원비로 운영을 하다보니 조금 더 윤택한 운영을 하게 될 수 있어 좋다고...... 혜택은 아이들이 받는 것이라고...... 원장선생님의 말씀이다.

모스크바의 국공립 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긴 절차의 건강 검진이 필수다. 소아과, 안과, 이비인후과를 비롯 뼈와 근육 발달 상황, 신경외과, 피검사는 물론 대소변 검사까지.........

나는 세레나가 만 3세가 되던 시기 이 유치원에 이미 방문한 전적이 있다. 그때는 장담할 수 없던 미래의 여러가지 상황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언어였다. 세레나가 러시아어를 구사하여 러시아인 아이들과 섞여 놀 수 있을까도 문제 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인 내게 봉착할 어마무시한 문제들을 해결 할 자신이 일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 했던 것이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소규모 사설 유치원이었다. 영어 유치원을 타이틀로 걸어 운영하던 그곳은 영어반과 러시아반으로 구성되어 영어 사용이 가능한 담임 교사를 배치해 놓았다. 아이러니 하지만 영어 유치원 영어반에서 지난 2년의 시간을 보낸 세레나는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그 곳에서 익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스크바 시민권이 없는 러시아인 아이들이었고 세레나는 자연스레 그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한 방편으로 러시아어를 익혔다.

그럼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의 나는? 나는 여전히 러시아어를 못한다. 쥐구멍이라도 들어 숨고 싶은 창피한 현실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러시아어를 못한다. 이런 젠장이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세레나의 시립유치원 입학과 동시에 내 삶은 수렁에 빠져있다.............. 난 요새 어디든..... 머리를 대면...... 이렇게 시.체.가. 된. 다.

그래도 이런 모습이 세레나의 아빠, 베비라쿠아씨에겐 웃음을 선사하며 카메라 셔터까지 누르게 만드니........ 내가 심히 지향하는 개.그.본.능의 본분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 듯 하여 심.히. 흐.뭇.하.다.

 

WallytheCat 2017/10/27 23:43 R X
세월 빠르기도 하지, 세레나가 이제 유치원에 가야할 만큼 컸군요.
그리 힘들게 '모스크바 시립 유치원 574호'에 입학하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근데 유치원 정문에 보이는 희끗희끗한 것은 눈인가 봐요.
겨울이 긴 곳이라는 게 실감나네요.
벨라줌마 2017/10/28 15:11 X
세월 참 빠르지요 ㅎㅎㅎ 댓글에 저도 적고보니 무척 쑥스러워요 ^^ 세레나가 너무 좋아해요. 모든 부분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레나를 통해 일정부분 보고 있는 러시아 시립 유치원 교육 시스템은 매우 훌륭합니다. 부족한 엄마 때문에 아이가 조금 고생하고 있지만 것도 제 운명이니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라고 매일 아침 등교길에 윽박지르는 중입니다 ^^

모스크바 눈와요..... 세상에 아직 10월인데..... 저 보다 더 깊은 한 숨 내쉬는 러시안 친구들 덕에 그저 웃지만요 ㅎㅎㅎ
알퐁 2017/11/06 12:10 R X
건강하게 유치원을 갔다니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네요.
모녀가 귀엽습니다.
벨라줌마 2017/11/24 15:45 X
앙~~~~~ 알퐁님 이시다!!!!! 방가방가입니다!!!!!
네 귀여운(? ㅎㅎㅎㅎㅎ) 모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반갑고 반가운 소식 알퐁님께 전해드리게 되어 저도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제비 2017/11/11 12:28 R X
초롱초롱한 눈으로 씩씩하게 생활하는 세레나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곧 학교에 입학하겠어요^^
엄마도 화이팅!! 입니다.
벨라줌마 2017/11/24 15:48 X
오마이갓..... 학교 입학이요..... 그쵸? 진짜 곧 하게 되는 시간이 슝~~~하고 도착하겠지요? 매일 매일 잠자는 아이를 아침 저녁으로 한참을 들여다봐요.... 이렇게 올망졸망한 작은 것들이 금방 성장하겠지....하는 마음으로.... 힘든 시간 투덜대면서도 아가로 더 있었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저는 참으로 욕심 사나운 엄마 입니다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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