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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Netherlands

Born to be a farmer

벨라줌마 2023. 5. 20. 17:33

암스테르담에 와서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떤(tuin) 정원이다. 나에게 정원이라는 단어의 개념은 꽤 사치스럽고 호화스럽게 꾸민 공간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도시의 아파트에 살아온 어린 시절의 이력은 정원이 있는 단독 주택의 로망, 그 부유함의 상징물로 한국 드라마나 영화 속 ‘부자’들의 집이라는 선입견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이어진듯하다.
유럽을 둘러보며 정원의 다른 개념을 본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살며 ‘다차’라 불리는 공간에서 느낀 그 포근함과 다정함 그리고 편안함을 상기시켜 본다. 텃밭으로 번역할 수 있는 이탈리아어 올또(orto)는 마당이 있는 집이 부유함의 상징이라는 선입견을 깬다. 땅을 일구어 작물, 열매를 수확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이곳 네덜란드는 초등 교육과정을 통해 일찍이 알려준다. 교육과정에 힘을 싣고 지원을 하는 곳은 시(자치 단체)이다.

암스테르담은 1920년 경부터 교육부와 시의 콜라보를 통해 이미 도시 속 어린이 농부들을 키워내고 있다고 한다. 언어 과정을 마치고 일반 학급에 편입된 세레나에게 주어진 첫 번째 수업 과제는 개인 텃밭에 세워둘 이름표 만들어 오기였다.
https://vimeo.com/254640104
담임 선생님이 보내주는 영상을 참고하면 된다기에 들여다보다 그저 알 수 없는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모두 참 열심이다….
그래서 우리도 했다. 열심히 준비했다.
열심히 만들어간 이름표가 제 구실을 잘하고 있나 궁금하여 텃밭일구기 수업이 있는 날 아이를 따라가 보았다.

솔직히…. 감동이었다.
‘농사’에 너무도 적극적이고 진지한 아이들을 보는 것, ‘농사’ ‘텃밭 가꾸기’에 진심인 이 작은 손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는 것이 감동이었다.
이곳에서는 이미 7세부터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일조량을 걱정하는 농부의 마음을 배우는 듯하다. 세레나의 학급 아이들인 9세-10세의 아이들은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경험을 하는 듯하다.
나와 담소를 나눈 같은 학급의 부모들은 30-40년 전 같은 과정을 거쳤던 자신들의 시간을 회상하며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내 말에 크게 동의한다.
부러우면 지는거… 아는데… 부러웠다.

밀짚모자가 참 잘 어울리셨던 노대통령이 생각났다.
농사에 진심인 자연인, 책방지기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리시는 Mr.Moon 은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내게 큰 위로가 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초등학교… 아이의 텃밭 가꾸기 수업 참관은 많은 감정이 교차하고 또 교차되는 경험을 하게 한다.

바람은 여전히 차지만… 따뜻한 햇살에 마음이 녹아지는…. 암스테르담에서 맞는 두 번째 오월이다.
2023년의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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