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Belarus2021. 3. 30. 16:40

며칠 전 유튜브로 매주 빼먹지 않고 보려 나름(?) 노력하는 영상을 보다가 중간 광고로 올라온 영상을 주의 깊게 보았다. 여.러.번 보았다.

내가 유튜브를 통해 주기적으로 보는 프로그램이 몇 개 되지 않는 이유도 있고 구독이나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 소심함도 있기에..... 나는 가급적 내가 보는 영상 사이사이 올려지는 광고를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끝까지 보려고 한다. 소심한 한 시청자의 미안함과 고마움이라 애써 포장하여 나를 변호한다. 벨라루스에 살고 있기에, 벨라루스 관련 광고들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벨라루스에서 만든 혹은 벨라루스 소비자를 목표하여 만든 광고를 보고 있으면 이곳의 흐름도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내가 주의 깊게 반복적으로 본 광고는 삼성의 청소기 광고였다. 광고 영상이 끝날 때까지 보지 않으면 사실 그것이 청소기 광고인지 모를만한 흐름의 광고였다. 시작은 벨라루스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개인주택, 한 여성이 그의 애완견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개와 함께 집 앞 숲에서 뛰어놀고, 애완견과 산책을 한다. 집 앞마당에 들어서 오랫동안 애완견을 쓰다듬고 사랑의 감정을 교류한다. 집안 거실 소파에 앉아 그는 책을 읽고 애완견은 한 숨 낮잠이 든다. 세련되지(?) 못한 영상미, 전문가의 카메라 구도나 조명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영상을 보며 나는 한 개인이 애완동물과 감정을 교류하며 느끼는 행복감이라는 대주제를 잡고 동물 보호라던지, 애완동물을 키우며 지켜야 할 공공의 생활습관이라던지를 말하는 공공캠페인 광고 영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들리는 러시아어를 잘 이해하는 시청인이라면 그의 내레이션에서 광고의 힌트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들리는 러시아어에 최고의 집중치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이해 1도 못함'의 수준이라면 그저 멍하니 영상이 전하는 흐름으로 마치 무성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 상황이 된다. 거의 3분짜리 영상(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가장 마지막 장면, 집 거실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청소기를 들어 거실 바닥과 소파를 청소하며 클로징 1초 'SAMSUNG'의 로고를 영상 가운데 띄워 영상을 끝낸다. 나는 솔직하게 이 영상을 한 대여섯 번 본듯하다. 처음 한두 번은 집중을 하지 않은 채로 멍을 때리며 빨리 광고가 끝나고 내가 보려 하는 프로그램이 시작하기를 바라는 집중력 최하치, 그다음 한두 번은 저거 벨라루스가 배경인데......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대체....라는 심정(?)으로 집중력 중간치, 그리고 마지막 두 번은 삼성 광고임을 인식하고 집중력 최고치를 끌어올린 상태로 보았다.

개인적으로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벨라루스 시장에 대한 조사, 다시 말해 벨라루스 사람들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고민하여 만든 광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창을 통해 피사체를 찍게되는 사진이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타의에 의해 유리창 안에 배치된 구조물을 찍기 위해서 일 때도 있고, 의도하여 창문에 비친 나를 찍기 위해서 일 때도 있다. 의도하지 않고 사진을 찍다가 내 코가 유리창에 부딪히며 '에잇, 아이쿠'를 외치지만 곧이어 내가 유리창을 통해 그 안의 사물, 구조물을 찍고 있었지를 인식하고는 '저 피사체를 잘 찍어내고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내 모습도 찍어봐야겠군.....'이라는 요상한 셀피 본능이 발동하게도 된다.   

나는....... 삼성이라는 기업이 앞으로, 계속하여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가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만들고, 제품을 파는 내 주변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평범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부심이 자만으로 가지 않도록, 열정이 욕심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이 아집으로 가지 않도록 애쓰는 내 주변의 너무도 많은 참 좋은 사람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삼성은 이제 누구 한 사람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기업이 아니다. 누구 한 사람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자신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삼성이 만들어 낸 우수한 제품들을 진열한 유리 진열대에 반사된 스스로의 모습을 셀피로 찍어 사진을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삼성왕국 코리아'라는 참으로 부끄러운 타이틀.

삼성왕국의 1인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자신의 가치와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기업주는 내가 감동하여 여러 번을 다시 본 그 광고를 만든 사람들, 그 광고에 어울릴만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리고 해외를 떠돌며......... '삼성 제품을 당신의 나라에서 만들지요?' 라며 호감의 표현으로 관계의 물꼬를 트는 고마운 사람들 앞에 서는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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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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