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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Yerevan

With Natasha and Alice

벨라줌마 2018. 12. 19. 06:00

2016/06/17 06:41

 

예레반 여행을 계획한 것은 그야말로 죄다 내친구 나타샤 때문이었다.

작년에 이어 올 해 역시, 5월 초 러시아 승전 기념일인 국가 공휴일에 개인 휴가 일정을 보태 열 흘간의 휴가를 내어 베비라쿠아씨 부녀는 이태리 집으로 가는 일정을 잡았고, 나 홀로 열 흘간의 꿈 같은 휴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으며, 아무곳에도 가고 싶지 않은 시체놀이 계획에 나홀로 흐믓해하고 있던 찰나였다. 이미 한 달 전부터 내 모든 일정, 계획을 알고 있던 나탸샤 왈,

"아.... 나도 릴리를 시댁으로 보내볼까? 그래도 될까?"하며 고민에 빠졌었다.

"당근 되고 말고....보내 보내. 남에 집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친할머니 친할아버지가 봐주실건데? 거기에 시댁은 공기좋고 안전한 시골 한적한 마을인걸? 릴리가 매일 뛰어 놀기에 완젼 신나할껄?" 내 부추김은 계속 되었고, 용기를 얻은 나타샤는 시부모님과 상의 후, 시어머님의 흔쾌한 허락을 받고 릴리를 비행기에 태워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그렇게 두 엄마는 만 3세, 두 아이를 동시에 서로의 시댁으로 보낼 일정이 다가오자 '아무래도 어디든 가야할 것 같아. 둘이 함께 어디를 가야만한다는 신의 허락된 계시임이 분명해! 둘째 7개월 아가 엘리스는 우리 둘이 합쳐 손이 4개나 되는데 뭐가 어려울까....!

할. 수. 있. 어! 떠. 나. 자!!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에 거주하던 시절부터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사람의 마음이 참 우스운 것이.... 갈 수 없는 곳 혹은 현재 가면 안되는 곳, 그 금지된(?) 것에 대한 불타는 욕망은 안된다는 것을 인지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알수 없는 반항심을 불러일으킨다.

위의 지도에서도 볼 수 있듯, 두 나라의 국가 영토 분계선은 이상하게 나눠져 있다. 1988년 이후 현재까지....두 나라는 영토 분쟁에 의한 전쟁 대치국이다. 지도상의 빨간색 부분인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Nagorno-Karabakh) 에 관해 아제르바이잔 외교부는 "사전 허가 없이 이 지역 출입시, 추후 아제르바이잔 입국 불허"를 공표했고 더 나아가 양국의 비자는 (특수 사항을 제외하고)같은 여권안에 공존하게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동조를 한다.

지금은 조금 편하게 아니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지만 솔직히 아제르바이잔 거주 당시 아르메니아라는 나라 이름 자체를 거론하는 것에도 눈치를 봐야했으니 당연히 아르메니아 여행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였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온 이후, 이곳에서 만난 친한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러시아를 떠나기전 꽁꽁언 바이칼 호수 와 예레반은 내 꼭 가고야 말리라 이(였)다. 입버릇처럼 읇어대는  이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나타샤의 '그럼 우리 예레반 갈까?'의 러브콜은 어쩌면 예정된 시나리오 였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의 예레반 여정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절대로 아니였다. 2016년 4월 2일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에서 또다시 국지전이 시작되어 이틀간이나 총성이 울리는 공포 사태에 돌입했고...... 내 10년짜리 여권안, 5장이나 차지하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비자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거기에 얼마나 싸돌아 댕겼는지 아제르바이잔 출입국 도장이 찍힌 면적은 2장을 꽉 채우고도 다음 페이지를 넘어가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모스크바 옆 아파트도 아닌 현재 리가에 살고 있는 친구 올가는 나와 나타샤에게 "난 이 여행 반댈세! 그냥 리가로 와!!!" 문자를 보내 우리를 웃게, 하지만 고민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냥 웃을 수 만은 없었던 이유가 있다. 올가의 남편 미샤는 회사 업무상의 출장 이였는데도 여권안에 아제르바이잔 입출국 도장이 너무 많이 찍혀 있다는 이유로 아르메니아 공항에서 입국 거부를 당한 것이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기때문이다.

어린 엘리스의 동행, 내 여권안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제르바이잔과의 진한 추억..... 이 두가지 사유는 우리의 마음을 심히 흔들었지만...... 대한민국 아줌마와 러시아 아줌마는 용. 감. 하. 게, 후. 회. 없. 이 전진했다.

나는 예상대로 예레반 공항에서 발목이 묶였다..... 내 여권은 거짓말 조금 보태어 열명의 손을 거쳤고 30분간 취조 혹은 심문에 가까운 질문 공세에 답을 해야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예상했던 상황 앞에 침착하게....."난 그저 여행객입니다. 아름다운 당신의 나라를 내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어 왔습니다"의 자세로 대응했고 함께 모스크바-예레반 비행기에 올랐던 탑승객이 모두 빠져 나간 텅빈 공항, 여권 통과대 넘어로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타샤와 엘리스 곁으로 공항 직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행임을 알고 영어 보다는 러시아어가 수월하게 통하는 곳이였기에 나타샤는 천사 눈망울의 엘리스를 앞세워 "보세요. 우리는 아기까지 데리고 함께 여행을 온 여행객이랍니다. 제 친구는 남편의 일로 3년간 아제르바이잔에 거주한 것입니다. 제 친구가 입국 거부를 당하면 저희는 정말 너무 억울할꺼에요"

영화 한 편 근사하게 찍고.....나는 그렇게 입국을 허. 락. 받. 았. 다.

유후~~~~~~ 만세!

솔직하게, 나타샤와 엘리스의 동행이 아니였다면 예레반 여행은.... 아주 나중으로 아마 새 여권을 발급 받은 후로..... 어쩌면 평생 가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후회하지 말라고....신은 나에게 기회를 주셨고.... 용감하고 든든했던 내 친구와 함께 였기에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여행 내내, 여행에서 돌아와 한참이 지난 지금도 "신디 네가 아니였으면 나는 예레반 여행 꿈도 꾸지 못했을꺼야. 정말 고마워!" 를 끝임없이 말하는 내 친구 나타샤.... 그녀덕에 내 질풍노도의 시기가 이렇게 또 지나간다.........

Thanks my dear friend Natasha!

WallytheCat 2016/06/24 00:27 R X
아르메니아 여행에 그런 정치적 문제가 숨어 있던 것이로군요. 친구와 친구의 아기 덕에 무사히 공항을 통과했다니, 정말 다행스럽기도 하고요. 후일에도 기억 되는 여행은 주로 적당히(너무 위험한 건 사절! ㅎㅎ) 모험 경험이 포함된 것이더라고요.

죽이 척척 맞는 친구 나타샤가 옆에 있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이 되네요. 두 분이 마치 자매 같아요. 그 우정 오래 지속 되기를 바래요~.

벨라줌마 2016/06/24 17:54 X
ㅎㅎㅎ 네 적당한 모험기가 추억이라는 아름다운 기억에 한 획을 그어줍니다 ㅎㅎㅎ 고마운 친구 나타샤는 황무지 같은 제 타국 생활에 단비같은 존재랍니다...... 자매 맞아요.... 온 집안이 쑥대밭, 폭탄 한 두어개 떨어진 것 같은 환경도 마다않고 전화기 너머로 제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어두우면 "당장 우리집으로 와!" 해주는 두살 터울 언니에요. 신이 나를 사랑하시는 구나.....그녀를 만날때 마다 감사기도 합니다 헤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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